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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봄호 / Hello Nobel / 교과서가 바뀐다! 저온 전자 현미경

2018-04-19 38

교과서가 바뀐다! 저온 전자 현미경

백문불여일견!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라는 뜻의 이 고사성어를 다들 알고 있나요? 과학 분야에서도 ‘보는’ 것만큼 정확한 관찰 방법이 없기에, 과거부터 과학자들은 작은 것을 더 정확하게 보기 위해 수많은 연구를 해왔습니다. 2017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주제 역시 ‘보는 것’과 관련이 있는데요, 어떤 멋있는 과학자들이 무엇을 발견 또는 발명하여 노벨상을 수상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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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학 현미경과 전자 현미경

생명과학 시간에 현미경에 대해 공부한 경험이 있죠? 여러분이 실험실에서 쉽게 접하는 현미경은 바로 ‘광학 현미경’입니다. 광학 현미경은 말 그대로 빛을 이용한 현미경인데요, 빛 중에서도 가시광선을 이용하는 현미경입니다! 그런데, 다들 알다시피 광학 현미경은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리학자 에르네스트 아베는 ‘해상도는 빛의 파장의 절반’이라는 이론을 정립시켰습니다. 따라서, 가시광선의 파장은 400~700nm이기 때문에 광학현미경의 해상도는 200~350nm가 되는 것이죠. 이러한 한계는 생명 연구에 있어서 상당히 치명적입니다. 생명을 공부하다 보면 생명 유지 및 유전 등 생명활동에 있어서 단백질의 역할이 일당 백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요 이러한 단백질의 크기는 약 10nm이기 때문에 광학현미경으로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이렇게 질문할 수 있겠네요. ‘파장이 더 짧은 빛을 사용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바로 ‘전자 현미경’이 여러분의 질문에 해답을 제시하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전자 현미경 또한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자빔은 세포나 단백질을 손상시킬 정도로 강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이러한 단점 때문에, DNA, RNA, 단백질과 같은 생체분자들의 구조와 각각의 역할 및 화학 반응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었습니다. 1980년대 초에는 핵자기공명법(Nuclear Magnetic Resonance)과 엑스선결정학(X-ray crystallography)을 통해, 어느 정도 생체 분자들의 기작을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두가지 방법 역시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NMR은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단백질만을 규명할 수 있고 엑스선결정학의 경우에는 잘 조직화된 분자 결정을 요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기존의 연구 방식으로는 단백질과 같은 생체 분자들의 역할을 규명해 내기 어렵기에, 위 문제들을 해결한 ‘저온 전자 현미경’이 2017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게 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저온 전자 현미경의 그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죠. 그러면,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2017 노벨 화학상 수상자 리처드 헨더슨, 요아킴 프랑크 그리고 자크 뒤보셰, 이 세 과학자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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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Jacques Dubochet                      2. Joachim Frank                         3. Richard Henderson

저온 전자 현미경과 세 과학자

헨더슨 교수는 본래 엑스선결정학이 주 전공이었습니다. 하지만, 몇 년이라는 시간에도 불구하고 단백질을 결정화시키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헨더슨 교수는 전자 현미경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전자 현미경의 해상도는 0.1nm로 단백질을 원자 단위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그 능력은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다루었듯이 전자 현미경은 물질을 손상시키는 것과 더불어 단백질 안에 있는 수분까지 날려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헨더슨의 시도는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그런데, 헨더슨이 선택한 특별한 단백질, 박테리오로돕신이 헨더슨의 연구를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하였습니다. 박테리오로돕신은 단백질끼리 똑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었는데요, 이로 인해 단백질들이 전자빔을 거의 같은 방향으로 회절시켰기 때문에 이 패턴을 분석하면 3D 구조를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헨더슨은 이 연구를 발표함으로써 단백질의 구조를 고해상도로 보여주는 전자 현미경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하였습니다.

한편 그 즈음, 미국의 뉴욕 주 보건부의 요아킴 프랑크는 2D 이미지들을 통합하여 3D 이미지를 얻고자 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프랑크의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전자현미경으로 다각도에서 단백질의 이미지를 얻어내 단백질의 흔적과 배경을 컴퓨터로 구분해 낸 다음, 서로 다른 2D 이미지들이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를 수학적으로 계산해 3D 이미지를 구현해 내는 것입니다. 프랑크는 이 연구에 10년이라는 세월을 투자하였고 1981년 마침내 이를 가능케 하였습니다.

그동안 스위스의 로잔 대학교 교수 자크 드보쉐는 생물 샘플이 진공에 노출되었을 때 건조되어 손상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헨더슨이 포도당 용액을 사용하여 막을 형성하고 탈수로부터 보호한 연구 사례가 있긴 하였으나 수용성 단백질에는 이 방법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드보쉐는 생체 분자를 순식간에 냉각하여 얼음 결정을 만들어 이를 꾀하였지만, 얼음 결정은 오히려 전자빔을 교란시켰습니다. 드보쉐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물을 ‘유리화'(virtification)하고자 노력하였고 1982년 에탄을 사용하여 이를 성공시켰습니다. 물의 유리화를 성공시킨 드보쉐 연구진은 저온 전자 현미경의 기본적인 기법을 개발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였고 현재는 단백질을 원자적 해상도로 볼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3년 전부터 제약 회사들은 신약의 타겟이 되는 막 단백질을 규명하고자 저온 전자 현미경을 사용하기 시작하였고 최근에는 지카 바이러스의 구조를 밝히는 데에도 이 저온 전자 현미경이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저온 전자 현미경의 발명은 앞으로 생화학 분야 및 신약 개발 분야 등 작은 생체 분자들을 연구하는 분야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끌어 낼 것으로 촉망받고 있습니다.

필자는 고등학교 때 전자 현미경에 대해 배우면서, 전자 현미경으로 살아있는 생체 분자를 연구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위 세 명의 과학자들은 끈기를 가지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 냈습니다. 포스테키안 독자 여러분들도 자신의 분야에 열정과 애정을 갖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위대한 과학자로 성장하길 응원하겠습니다!

References

1    Dubochet, J. (2016) A Reminiscence about Early Times of Vitreous Water in Electron Cryomicroscopy. Biophys J., 110, 756-757.

2    Elmes, J. (2016) Interview with Richard Henderson. Times Higher Education, www.timeshighereducation.com/people/interview-richard-henderson-university-of-cambridg

3    Gelfand, A. (2016) The Rise of Cryo–Electron Microscopy, Biomedical Computation Review, http://biomedicalcomputationreview.org/sites/default/files/riseofc-e_bcr-spring-2016-web.pdf

4    Mossman, K. (2007) Profile of Joachim Frank, Proc. Natl Acad. Sci. USA, 104, 19668-19670. Wilson, R. och Gristwood, A. (2015) Jacques Dubochet. www.embl.de/aboutus/alumni/news/news_2015/20150709_dubochet/

인물 이미지 출처

1    By Félix Imhof ©UNIL, 4 October 2017 – Université de Lausanne,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63375304 (CC BY-SA 4.0)

2    By United States Embassy, Sweden –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65076099 (CC BY 2.0)

3    https://www.nobelprize.org/nobel_prizes/chemistry/laureates/2017/henderson-facts.html /MRC Laboratory of Molecular Bi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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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미 22기 이호준 | 화학과 16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