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19 가을호 / 복면과학

2019-10-31 22

복면과학 /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케쿨레 폰 슈트라도니츠

우리는 가끔 무언가를 간절히 바랄 때 ‘꿈속에서라도…’라고 하며 소망하곤 합니다. 그런데 정말 꿈에서 나온 힌트를 통해 풀리지 않던 답을 얻은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벤젠의 화학구조를 풀어낸 독일의 유기화학자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케쿨레 폰 슈트라도니츠(Friedrich August Kekulé von Stradonitz)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영영 풀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것을 꿈에서 얻은 힌트로 풀어낸 케쿨레의 업적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케쿨레의 또 다른 업적, 탄소원자의 연쇄설 

가장 먼저 소개할 것은 벤젠 구조의 발견에 숨겨져 있는 케쿨레의 또 다른 업적입니다. 바로, 탄소원자의 연쇄설입니다. 케쿨레는 ‘스콧 쿠퍼’라는 과학자의 이전 연구를 통해 탄소의 원자가가 4라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탄소원자가 다른 4개의 원자와 동시에 결합한다는 문제를 해결했다고 주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주장이 출판되면서 널리 받아들여졌습니다. 케쿨레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탄소원자가 4가원소라는 원자가를 이용하여 상호 간에 길고 짧은 여러 형태의 원자 사슬을 만들고, 이 사슬을 골격으로 하여 각종 지방족 화합물의 분자구조를 밝혀냈습니다. 쉽게 말해 유기 화합물을 사슬 결합 구조로 설명한 이론이 바로 케쿨레의 ‘탄소원자의 연쇄설’ 입니다.

꿈을 통해 벤젠의 화학구조를 발견하다,
벤젠의 고리 구조론 

케쿨레의 ‘탄소원자의 연쇄설’에 의해 밝혀진 사슬 구조를 통해 대부분의 유기 화합물 구조를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몇 가지 실험을 통해 벤젠(benzene)이라는 탄소화합물이 등장하게 됩니다. 벤젠은 탄소 6개, 수소 6개로 이루어진 화합물로 사슬 구조로는 설명할 수 없는 화합물이었습니다. 그때까지 알려진 다른 유기 화합물들과는 탄소, 수소 비율이 너무 크게 차이 났기 때문입니다. 알려진 대부분의 유기 화합물들은 탄소와 수소의 비율이 1 : 2 정도로 탄소보다 두 배 가량 많은 수소를 갖고 있었습니다. 사슬 구조를 통해 이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림과 같이 탄소 원자들이 연결된 체인에 양쪽으로 수소가 붙어있다고 생각하면, 1:2 비율이 쉽게 설명됩니다. 다른 유기 화합물과는 다르게 탄소와 수소 비율이 1 : 1인 벤젠은 사슬 구조로는 탄소와 수소의 결합 조건을 만족시킬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벤젠의 화학구조를 또다시 케쿨레가 밝혀내게 됩니다. 학자이자 교사였던 케쿨레는 교과서를 집필하던 도중 난로 옆에서 깜빡 잠이 들게 되고, 뱀이 자기 꼬리를 물고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꿈을 꾸게 됩니다. 꿈에서 엄청난 영감을 얻은 케쿨레는 잠에서 깨자마자 사슬 모양의 탄화수소 체인의 양 끝을 연결해서 만들어진 고리 형태의 구조를 생각해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벤젠이 육각형 구조를 갖는다면 결합 조건을 만족하는 안정 구조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내게 됩니다. 그리고 ‘벤젠의 고리 구조론’이라는 학설을 통해 벤젠 분자의 탄소 6원자 고리 결합을 기본으로 하여 방향족 화합물의 구조를 밝혀내었습니다.

   

‘고리 구조’ 의 보완을 위해 도입한
‘공명 구조’ 

당시 케쿨레가 제안한 벤젠 구조는 화학계에 성공적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하지만 고리 구조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요, 바로 결합 길이였습니다. 그의 제안에 따르면 결합 길이는 단일결합과 이중결합으로 총 2가지여야 했지만, 측정을 해보니 각 결합 길이는 일정했습니다. 이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케쿨레가 도입한 것이 바로, 공명 구조입니다. 측정된 결합 길이 값은 탄소 원자간 단일결합과 이중결합의 중간값이었습니다. 케쿨레는 이 점에 착안해 각 탄소 원자들끼리 1.5결합을 이룬다는 공명 구조의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쉽게 말해, 탄소 간 결합에 참여하는 18개의 전자 중 12개만이 전자쌍을 이뤄 단일 결합을 형성하고, 나머지 6개의 전자는 탄소 사이를 자유롭게 지나다닌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전자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공명 구조’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습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벤젠 구조식은 고리 구조와 공명구조를 도입해 설명한 케쿨레의 제안을 그대로 수용한 것입니다. 이로써 ‘탄소원자의 연쇄설’과 ‘벤젠의 고리 구조론’을 통해 지방족, 방향족 화합물의 구조를 해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유기 화합물 각각의 제법 · 성질 · 화학작용 등의 관점을 화학구조식으로 일관되게 하면서 모든 화합물의 상호관계 · 분류 · 계통을 화학 구조로 조직화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유기 화합물을 발견하고 합성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케쿨레의 발견은 후대까지 중요하게 일컬어지고 있고, 그의 발견 덕분에 유기화학은 엄청난 발전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마무리

현재도 많은 과학적 사실들이 실험적으로는 존재하는 것이 알려졌지만, 정확한 원리가 설명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들을 풀어나가기 위한 결정적 힌트도 케쿨레 벤젠 구조의 발견과 같이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상상이나 꿈에서 시작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마도 케쿨레와 같이 그 누구보다도 진실을 찾고자 노력한 자만이 그 꿈을 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미지 출처
파라핀계 탄화수소들의 분자구조  :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981625&cid=42331&categoryId=42332

벤젠의 고리 구조 : http://lg-sl.net/product/scilab/sciencestorylist/ALSC/readSciencestoryList.mvc?sciencestoryListId=ALSC2018020002

 

알리미 24기 신소재공학과 18학번 백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