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19 가을호 / 지식더하기 Ⅰ

2019-10-31 29

지식더하기 Ⅰ/ 세포들의 지문 MHC

잠긴 휴대폰을 열거나, 굳게 닫힌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우리들의 손가락 지문. 지문은 한 사람에게 고유하기에 ‘이 지문은 곧 저예요’라는 신호의 역할을 합니다. 우리 몸속에 있는 모든 세포에도 이와 같은 고유한 신호가 있는데요, 바로 MHC(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단백질, 주조직 적합성 단백질이라는 복잡한 이름을 가진 분자입니다. 이 분자는 우리 몸속 면역반응의 시작을 알리는 분자로서, 세포들의 지문이라고 불립니다. MHC 단백질 또한 지문과 같이 고유하며, 모든 세포가 가지고 있답니다.1

즉, ‘이 세포는 내 세포에요’라는 신호를 알리는 분자인 것이죠.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은 면역원성과 면역관용이 균형을 이루면서 작용합니다. 단순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병원체, 또는 변형된 암세포와 같은 ‘비자기’에 대항하는 방어 작용뿐 아니라 ‘자기’를 인식해 관용하는 과정도 필요하다는 이야기죠. 다시 말해서, 외부항원에 대해 면역시스템을 가동하는 면역원성과 자가항원에 대해 면역시스템이 반응하지 않도록 하는 면역관용이 조화를 이루면서 면역시스템이 적절하게 작동하게 됩니다.2

따라서 자기와 비자기의 인식 과정은 면역시스템에 있어 시작 버튼과 같습니다. 그리고 이에 관여하는 것이 바로 MHC 단백질입니다. MHC 단백질은 항원을 표지해주는 역할을 하는데요, 자가 항원이던 외부 항원이던, 자신과 결합시켜 면역세포들에 제시해줍니다. 면역세포들은 이를 인지해 면역반응의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면역 관용을 통해 지나칠지, 면역원성을 발현해 면역시스템을 발동시킬지를 결정하는 것이죠. 생명과학1 시간에 ‘대식세포가 식균 작용을 통해 보조 T림프구에 항원을 제시하면, 이 보조 T림프구는 세포독성 T림프구와 B림프구를 활성화시켜 면역반응을 가동한다.’라고 배우는데요, 이 일련의 과정을 보면, MHC는 모든 과정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과정들을 차근차근 따라가 봅시다. 먼저, 감염 사실의 인지 과정, 즉 MHC 단백질이 T세포에 항원을 제시해 감염 사실을 알리는 과정입니다. 병원체를 접해 이를 포식한 세포(대식세포) 또는 병원체를 보유한 세포, 감염 세포는 가수분해 효소를 통해 섭취한 병원체 단백질을 작은 조각, 펩타이드 조각으로 잘게 부수게 됩니다. 이때 각 펩타이드를 항원 조각, ‘에피톱’이라 일컫는데요, 이 조각들은 세포 내 MHC 분자와 결합되면서 세포 표면으로 이동합니다.3

MHC에 결합된 펩타이드는 세포표면에서 세포 밖으로 고개를 내밀게 되고, 이 과정을 ‘항원 제시’라 칭하는 것이죠.4 MHC에 외부 항원이 제시되었다는 것은 곧 세포가 외래 물질을 보유하고 있음을, 즉 감염되었음을 나타내는 표지가 됩니다. 이에 따라 항원 조각에 정확히 일치하는 특이성을 가진 T세포가 만날 때에 T세포 수용체가 항원 조각과 MHC 복합체에 결합할 수 있게 됩니다. 이때 T세포는 항원 특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몸속의 수많은 분자, 세포들이 만나 MHC-항원-T세포의 결합을 이루는 것은 1/10의 18승의 확률, 아주 운명적인 만남이랍니다. 그래서 이를 ‘면역 키스’라고 이야기합니다. 즉, 삼자 간의 상호작용으로 T세포가 활성화되어 면역반응이 시작되는, 그 경이로운 순간을 의미한답니다. 다음으로 이렇게 감염 사실을 인지했다면, 세포독성T세포, B세포를 활성화 해야겠지요? 이 과정 또한 MHC가 관여합니다. 각각 보조T세포-MHC1형분자-세포독성T세포의 결합, 보조T세포-MHC2형분자-B세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각각 세포독성 T세포와 B세포가 활성화되면서, 여러분들에게 익숙한 세포성 면역반응이 시작되는 것이랍니다.

여러분들이 배운 면역반응 진행 과정의 모든 순간에 MHC 단백질이 관여한다는 사실, 신비롭지 않나요? 이렇게 MHC 단백질은 면역반응의 시초이자 면역반응 어디든지 등장하는 ‘허브 분자’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분자에 대해 알아갈수록 면역체계 전체 네트워크를 채워 갈 수 있게 된답니다. 짧은 글로나마 여러분들과 함께 면역의 중심인 MHC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MHC 분자는 1형, 2형과 같이 종류도 나뉘고, 이 분자의 발현과정 등 이 글에 담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답니다. 무궁무진한 작은 분자들의 세계, 참고문헌에 추천 책들도 적어두었으니 여러분들이 조금 더 알아보고 채워나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의 호기심들을 더 펼쳐보길 바라요!


내용출처 

1 이은아 외 6명, <바이오 사이언스의 이해>, 바이오스펙테이터, 2017, p.72 제 2부 면역치료
2 강봉균 외 5명, <생물학 명강2>, 해나무, 2014, p.232 우리는 어떻게 건강할 수 있는가? (전창덕), p.280 면역시스템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하상준)
3 Campbell 외 3명, <캠벨 생명과학(CAMPELL BIOLOGY)>, 바이오사이언스, 2016, p.1074 동물은 감염에 대하여 방어한다.
4 매리언 켄들, 이성호 엮음 <세포전쟁(인체는 질병과 어떻게 싸우는가)>, 궁리, 2004


알리미 25기 무은재학부 19학번 정채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