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19 겨울호 / 복면과학

2020-01-23 101

복면과학 / 반도체부터 초전도체까지 노벨 물리학상 2회 수상의 주인공, 존 바딘

전 세계 과학자들에게 최고의 영예는 단언컨대 노벨상일 것입니다. 노벨상을 위해 온 평생을 바쳐 연구하시는 과학자들도 있으며 국가의 연구 수준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노벨상의 개수를 이용하기도 하죠. 그만큼 노벨상은 과학자들에게 명예로운 상입니다. 그런데 그런 노벨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현재 모든 전자기기의 기본 부품이 되는 ‘트랜지스터’를 개발한 미국의 물리학자 존 바딘(John Bardeen)입니다. 그럼, 이제부터 노벨상 2회 수상의 주인공, 존 바딘의 엄청난 업적에 대해 알아보도록 합시다. 

전자 공학의 대변혁, ‘트랜지스터’

1947년 발표된 세계 최초의 점접촉 트랜지스터 모형
(출처: 위키피디아) https://it.donga.com/20355/

존 바딘의 첫 번째 업적은 전자공학의 전과 후를 나누는 혁신의 아이콘, 트랜지스터의 발명입니다.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 당시 학계의 가장 큰 화두는 진공관을 대체할 수 있는 전자 증폭기의 개발이었습니다. 당시 진공관은 전력 소모가 클 뿐 아니라 수명 역시 짧아 많은 문제를 갖고 있었습니다. 이에 벨 연구소에서는 다양한 인력으로 팀을 구성하여 연구를 추진하였고 결국 쇼클리와 바딘, 브래튼 세 명의 과학자가 반도체도 진공관처럼 전기신호를 증폭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데 성공하게 되었습니다. 이 연구팀에서 가장 처음 발명한 것은 바딘과 브래튼을 주축으로 한 ‘점 접촉식 트랜지스터’였습니다. 지금에 비하면 볼품없어 보이지만 당시 진공관보다 수십 배 이상 작아진 혁신적 작품이었습니다. 이후 1951년 연구팀의 리더인 쇼클리가 자신의 기존 이론과 ‘점 접촉식 트랜지스터’를 결합하여 지금의 트랜지스터로 발전한 ‘면 접촉식 트랜지스터’를 개발하게 되며 이를 공로로 세 사람 모두 1956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트랜지스터, 무엇일까?

과연 트랜지스터가 뭐길래 전자공학의 역사를 바꿨다고 하는 걸까요? 트랜지스터는 전자회로 내에서 전자의 증폭과 스위칭을 담당하는 소자입니다. 여기서 증폭은 입력된 신호의 파형은 그대로 둔 채 전압과 전류의 크기만을 확대하는 것이며, 스위칭은 전구와 같이 껐다 켜듯 전류의 공급과 차단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보기에는 스위칭 기술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디지털에서는 주로 이 기능을 이용하여 이진법 신호로 사용되는 0과 1을 구분합니다. 그리고 회로를 설계할 때 이를 조합해 AND, OR 연산과 같은 논리 회로를 만들어 연산기나 기억장치 등을 만들 수 있죠. 그뿐만 아니라 전류의 효율적인 증폭과 스위칭 작용에 최적화된 트랜지스터는 진공관의 1/220배의 크기와 적은 발열과 전력 소모, 낮은 가격 덕분에,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소자가 없을 만큼 기능적, 구조적으로 매우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부품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초전도체의 비밀을 풀다, BCS 이론

초전도 현상 windbook.blogspot.com/

트랜지스터로 노벨상을 받기 전인 1951년 바딘은 벨 연구소를 떠나 일리노이 대학의 전기공학 및 물리학 교수로 자리를 옮겨 전기공학 교수로는 반도체를, 물리학 교수로는 양자 현상에 관한 이론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바딘은 특히 절대온도 0도에 가까워지면 전기 저항 역시 0이 되는 초전도 현상에 대해 연구하곤 하였죠. 초전도 현상은 1911년 네덜란드의 과학자 오네스에 의해 발견된 이후 당대 유명 과학자 파인만이 ‘양자역학의 마지막 가시’라고 부를 만큼 이를 양자역학적으로 깔끔하게 설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이에 바딘은 연구원인 쿠퍼와 박사과정 학생인 슈리퍼와 함께 초전도 현상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바딘은 금속 내부 원자 배열의 성질에 대해, 쿠퍼는 두 전자가 마치 한 덩어리처럼 작용하는 현상에 대해, 슈리퍼는 바딘과 쿠퍼의 연구에서 도출된 방정식을 풀이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1957년 마침내 바딘은 팀원들과 함께 초전도 현상을 설명하는 BCS 이론을 제안하였습니다. BCS 이론은 두 전자 사이의 반발력뿐만 아니라 서로 당기는 인력이 작용할 수 있으며 이러한 인력 때문에 두 개의 전자가 하나의 쌍을 이루어 초전도 현상이 생긴다는 점을 설명하였습니다. 즉, 전자가 지나갈 때 도체 내부의 양이온들이 전기력의 작용으로 전자 쪽으로 끌리게 되고 이를 다른 전자가 보기에는 마치 그 전자가 (+) 전하를 띤 것으로 보여 그쪽으로 끌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두 전자는 마치 하나의 쌍을 이루는 것처럼 운동하게 되고 전자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양성자의 인력을 이겨낸다는 것입니다. BCS 이론은 단순히 초전도 현상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 기본 입자, 원자핵, 액체 헬륨과 같은 입자들의 운동을 설명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이론입니다. 하지만 이 이론이 완전히 인정을 받기까지는 그 뒤로도 15년의 세월이 흘러야 했고, 1972년 BCS 이론을 공로로 바딘은 두 번째 노벨 물리학상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무리

1991년 바딘은 세상을 뜨게 됩니다. 그의 생애는 연구자로서는 노벨상을 두 번 받을 정도로 완벽하였으며 교육자이자 사업가로도 완벽하였습니다. 그는 약 40년간 일리노이 대학의 교수로 학생들의 창의력을 자극하는 명강의로 참된 교육자로서 활동하였으며, 제록스(Xerox)나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을 비롯한 수많은 기업의 기술 자문으로서도 활동했습니다. 1961년부터 14년간 제록스사의 이사직을, 1983년부터 돌아가시기 전 1991년까지 고전압 반도체 전문 기업 슈퍼텍스(Supertex)의 이사를 맡으며, 연구 활동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그런 그의 업적 덕분인지 유명 잡지 ‘라이프’는 그를 20세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 중 한 명으로 선정하기도 하였습니다.

알리미 25기 무은재학부 19학번 서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