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19 여름호 / 세상 찾기Ⅰ

2019-07-18 64

세상 찾기Ⅰ / What’s your Flavor?

컴퓨터공학과 15학번  우튜버 정용준

고등학교 때 나를 생각해보면 참 대단하다. 어떻게 그렇게 종일 공부만 했는지. 그때의 나는 하고 싶은 것도 없었고, 삶의 목표도 없었다. 그런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다. 당장 하는 공부가 재미있었고, 삶에 대한 고민은 대학에 가서 해도 늦지 않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싶어 포항공대에 입학했다.

대학에 와서 자유로운 시간이 많아졌다. 물론 공부만 해도 빡빡한 커리큘럼이었지만, 고등학교 때 가지고 있었던 공부의 압박감은 차츰 사라져갔다. 그렇게 중/고등학교 때 하지 못했던 ‘나의 삶’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생겼다. 당시 나의 고민은 이러했다. ‘내가 왜 공부를 해야 할까. 고등학교 땐 대학을 위한 공부였다면, 대학교는 결국 대학원을 위한 공부인가? 그리고 그다음은? 무엇을 위한 공부인가’,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행복할까’ 등. 주위 친구 중에서는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너무 부러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하고 싶은 일이 없었고 공부하면서도 소소한 재미를 느끼기도 했지만 진정한 행복을 느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당장 내 앞에 놓인 공부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던 것 같다. 지금 당장 공부를 열심히 할 수는 있지만, 생각 없이 흘러가는 삶이 너무 싫었다. 대학을 졸업해서 연구하거나 취직을 하는 뻔한 공대생의 삶…. 나는 그게 싫었다. ‘나’라는 주체성을 잃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1~2학년 땐 학점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내 꿈을 찾고자 노력했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영감을 얻으러 서울에 가기도 했고, 동아리도 4개 정도 활동했다. 포카전 준비 위원회에서 영상팀으로도 있었고, 삼성 드림클래스에서 교육 봉사를 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굉장히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꿈을 찾고자 노력했다. 그렇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평범한 날이었다.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하고 있었는데, 페이스북에 한 영상이 올라왔다.

<아이언맨 광자포>라는 영상인데, 한 공대생이 등장하여 여러 공구를 다루며 뚝딱뚝딱 무언가를 만드는 영상이었다. 누군가에겐 그저 재미있는 영상일 수 있었지만, 나에겐 굉장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그렇게 하고 싶은 걸 찾기 위해 노력했었는데, 이렇게 우연한 계기로 다가오는구나.’

예전부터 예술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입학과 동시에 포스텍 디자인 동아리에 들어가 포토샵 및 일러스트를 배웠고, 포카전 영상팀에서 프리미어 영상 편집 툴과 촬영에 대해 배웠었다. 이러한 일련의 경험들이 당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덴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퍼즐 조각이 하나씩 맞춰지는 기분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아이언맨 광자포> 영상에서 드러나는 영상미와 작품이 공학과 예술의 합작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꼭 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휴학이라는 결정을 내리고 <아이언맨 광자포>를 만든 ‘긱블(GEEKBLE)’ 이라는 팀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만의 브랜드와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현재까지도 행복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

아이언맨 광자포 영상 캡쳐 이미지, 순도 100% 물은 과연 무슨 맛일까? 영상 캡쳐 이미지

이미지 출처

(위) <아이언맨 광자포> 영상 캡쳐 https://www.youtube.com/watch?v=6D3tecPxvVY

(아래) <순도 100% 물은 과연 무슨 맛일까?> 영상 캡쳐 https://www.imclips.net/video/NCtz6hobzjg.html

일련의 경험들에 대해 아주 짧게 생략을 하다 보니 글이 다소 딱딱하고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분명하다. 나를 포함한 많은 고등학생이 대학을 목표로 공부를 했기 때문에 막상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삶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럴 때 본인의 삶을 한 번 되돌아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당장 결론을 내릴 수 없는 것은 알고 있다. 어쩌면 평생 가지고 가야 할 의문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조차 안 하고 그저 ‘남들처럼’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삶보다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컴퓨터공학과 15학번  정용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