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0 봄호 / 선배가 후배에게

2020-06-16 48

선배가 후배에게 / 힘든 지금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 이유

 

여러분은 입시가 끝난 이후의 삶을 상상해 본 적이 있나요? 저는 수능이 끝난 후 고사장을 나오는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생생해서 마음이 울컥해지곤 합니다. 고사장 건물을 나오자마자 수많은 무리의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어요. 제 자식을 안절부절 기다리던 학부모님들이었습니다. 멀리서 펄쩍펄쩍 뛰며 제게 손을 흔드는 남동생을 발견하자마자 갑자기 오만가지 반가움과 서러움이 교차하더군요. 그렇게 가족의 품에 안겨 몇십 분을 울었는지 모릅니다.

많은 사람이 빨리 중고등학교 시절을 벗어나 대학생이 되어 하고 싶은 걸 하며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듣곤 해요. 저도 독하게 공부했던 사람으로서 공부가 지긋지긋했던 적도 많았고 한숨 섞인 소리도 종종 했었죠. 그런데 의아한 사실은, 고등학교 때는 그토록 수능이 끝난 후의 앞날만을 기대했는데 대학에 오고 나서는 반대로 고등학교 시절이 종종 생각나 뒤를 돌아보게 된다는 거예요.

대학교에 와서 제일 먼저, 가장 많이 배우게 되는 것은 ‘현실’인 것 같습니다. 성인이 되고 사회에 더욱 가까워지면서 현실이라는 벽과의 거리도 가까워지게 됩니다. 현실 앞에서 많은 꿈이 저울질당하고 좌절되기도 합니다. 또한 성인이 되었기 때문에, 아무도 내가 밥을 잘 챙겨 먹고 정해진 시간에 무엇을 하도록 강요하지 않습니다. 좋게 말하면 무엇을 해도 상관없고 자유롭다는 것이지만 다르게 말하면 내가 나를 챙기지 않는다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죠.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운 현실 중 하나는, 세월이 흐를수록 힘들어 주저앉아 있는 시간에 대한 책임과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었어요.

슬픈 얘기를 해서 미안하지만, 여러분은 이런 말들을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공부도 다 교육과정이 있듯, 이런 것들은 대학에 와서 배워야 할 것들이니까요. 이와 달리 고등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우리는 인생에서 얼마 누릴 수 없는 소중한 기회들을 누릴 수 있습니다. 자기가 꿈꾸고 싶은 대로 얼마든지 꿈을 꾸고 상상해도 괜찮고 현실의 눈치를 보기보단, 그 꿈 하나에만 온종일 집중해도 괜찮습니다. 넘어져도 일어설 기회가 많고 삶을 즐기고 누리기보다는 조금은 아파하고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라 할 수 있죠.

고등학교가 꿈을 키우는 시간이라면 대학교는 가진 꿈 중에서 ‘현실’적으로 이룰 수 있는 꿈들을 추리는 시간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다시 말하지만 슬픈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막연히 행복할 거라 믿는 미래가 그렇게 달콤하진 않을 수 있고, 미래와 견주어 봤을 때 현재가 더 소중한 이유도 다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해주고 싶었어요. 그러니 현실에 대한 고민과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지금, 할 수 있을 때 부디 충분히 꿈꾸고, 충분히 고민하고, 충분히 아파하고, 충분히 깊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울고 싶을 땐 목놓아 울고, 그것들이 고등학생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라는 말도 안 되는 말을 믿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맘 놓고 아파할 수 있었던 고등학교의 시절이 조금은 그립거든요.

세월이 흐르며 성장할수록 아프고 쓰라린 경험에 대한 상처와 타격은 큽니다. 그래서 어릴 때 겪었던 힘든 일들과 그걸 딛고 일어선 경험이 삶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는 지팡이가 된 적이 많았습니다. 행복했던 추억은 과거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을 불러일으키지만, 아파했던 추억은 다시 딛고 일어설 힘을 주곤 하니 미래의 나의 모습을 희망 삼아 아픔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지금 느끼는 솔직한 감정과 생각들이 희석되기 전에 꼭 일기를 적거나, 시를 지어 남겨보세요. 지금 여러분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객관적으로 알 수 있을뿐더러 그 기록들이 미래에 여러분에게 소중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의미있는 고등학교 생활이 대학 생활의 중요한 밑거름이라는 당연한 말을 거창하게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대학교 생활은 여러분이 아는 것처럼 놀거리, 즐길 거리가 가득하고 새롭게 무언가를 접할 기회들도 많습니다. 단기유학, 타 대학과의 교류 등. 저도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을 많이 했어요. 다만 여러분의 지금 고등학교 시절이 결코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 줬으면 해요. 제가 대학생이 되고 난 후 들은 노래 중 가사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곡은 악동뮤지션의 ‘그때 그 아이들은’이라는 곡입니다. 어쩌면 오늘의 글이 이 노래로부터 나왔을지도 모르겠네요. 이 노래의 가사처럼 지금의 여러분은 화려하고 순수한 꿈을 넘치도록 한 움큼 쥐고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오늘도 고등학교 시절을 진심으로 추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그 시절을 이겨나가는 여러분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늘 응원하겠습니다.

창의IT융합공학과 17학번 김승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