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0 봄호 / 알리미가 만난 사람

2020-06-16 78

알리미가 만난 사람 / 닥터프렌즈와의 만남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직업, 의사는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대중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의학 상식을 전달하기 위해 모인 분들이 있다. 바로 세 명의 유튜버, 닥터프렌즈 분들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진승 선생님, 내과 전문의 우창윤 선생님, 이비인후과 전문의 이낙준 선생님, 이 세 분의 선생님들은 2018년 5월부터 ‘닥터프렌즈’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계시다. 의학 드라마, 의학 게임 리뷰부터 건강한 의학 지식과 잘못된 의학 지식을 바로잡아 주며 영상을 보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시는 세 분. 오늘은 그 세 분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왼쪽부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진승 / 이비인후과 전문의 이낙준 /내과 전문의 우창윤

 

닥터프렌즈의 본업인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오진승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의 제 꿈은 영화 평론가였습니다, 지금도 생활 기록부를 보면 영화 평론가라고 쓰여 있는데, 당시에는 제법 진지했던 꿈이었습니다. 영화 평론가가 되기 위한 방법들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글도 잘 써야 하고 철학이나 심리학 등 다방면에 지식이 많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영화 평론가라는 꿈만 마음속으로 간직하기로 했어요. 그 후로 공부를 열심히 하다가 상위권 성적을 받아서 자연스럽게 의대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라는 꿈은 의대에 진학해서 본과 3학년 때 병원 실습을 하면서 갖게 되었습니다. 본과 2학년 때 정신과라는 과목을 배우면서 병원 실습 기간 동안 정말 많은 환자분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정신 질환에 대한 선입견을 깰 수 있었던 소중한 실습 시간이었습니다. 정신 질환이 있으신 분들도 그냥 나와 똑같은 사람이고, 치료를 받으면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라는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의사라는 직업이 알아야 할 것도,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도 많은 직업인 만큼 다른 일을 병행하기로 결심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튜버로서의 일을 병행하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지 얘기해 주세요.

이낙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의학 드라마는 ‘흥행 보증수표다’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일반인들의 의학에 관한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의 실생활을 들여다 보면, 과학 분야에 비해 의학은 여전히 멀기만 한 존재입니다. 가령 “내 취미는 별자리 관측이야”, 또는 “과학 관련 다큐멘터리 시청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내 취미는 해부학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죠. 과학의 대중화는 이루어진 지 오래인데, 의학의 대중화는 요원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는 사람들이 의학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관심이 있어도 의학이라는 분야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없어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 그렇다면 우리가 한번 그 다리가 되어보자’란 생각으로 여러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의학도 점점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가장 크게 체감하고 있을 의사의 입장에서, 현재 의학이라는 분야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알려주세요.

우창윤 현장에서 느끼는 의학은 굉장한 발전의 과도기에 있다고 생각이 돼요. 제가 레지던트 하던 몇 년 전과 현재 사용 중인 치료 약제의 조합이 완전히 달라진 질병이 많고, 그만큼 환자분들의 예후가 개선된 질환들도 많아요. 항암 치료의 경우에도 특정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표적 항암제를 사용해 기존 항암제들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죠. 진단에서도 AI를 이용한 다양한

영상 검사로 의료진들의 피로감을 덜어주고 진단의 정확성을 올려주는 시도들이 지속되고 있어요. 또한 기존 약의 패러다임을 넘어서서 소프트웨어나 애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한 디지털 치료제들이 실제 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 적용되고, 그 데이터들을 쌓아가고 있죠. 결국 이러한 의학 발전의 방향은 사람들이 더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도록 하는 건데, 기존의 고전적인 연구 및 치료의 틀들이 깨지고 거기에 새로운 시도들이 더해지고 있어요.

 

의학의 발전에 힘쓰는 길을 걷는 직업에는 의사뿐만 아니라 의과학 계열 연구 종사자도 있습니다. 이 두 분야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우창윤 두 길 모두 의미 있고, 많은 열정과 노력을 해야 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임상 의사로서의 길은 자기 눈앞에 실존하는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교감할 수 있고, 그 분들에게 직접 도움을 주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어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와 관계는, 우리에게 큰 만족감과 보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동시에 자기 진료실에 올 수 있는 환자들에게만 도움을 줄 수 있죠. 연구는 비록 실험실에서 이루어지지만, 힘들어하는 많은 분께 도움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치열한 노력을 통해, 특정 분야에 대해서 세상 누구보다 먼저 그 지식을 알게 된다는 만족감이 있죠. 물론 두 가지 길을 동시에 걸어가는 분들도 있어요. 실제로 많은 의사가 의과학자로서 연구원들과 함께 실험실을 운영하고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제가 속해 있는 내과라는 분과 내에서는 내분비내과나 종양내과 같은 분과가 특히 기초 연구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두 분야를 함께 해나가는 건 아주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죠.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마지막으로 이공계열 진로를 가진 독자분들께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이낙준 저희가 감히 학생들에게 무언가 조언을 드릴 수 있는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학생 신분을 벗어나 사회인으로 살아온 지난 10년에 대한 경험 정도는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학부를 졸업하게 되면 어쩐지 내가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필드에 나서면, 학부에서 배웠던 것은 단지 이 필드의 진짜 전문가들이 하는 말을 알아듣기 위한 언어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말이 그저 은유적인 수사가 아니라 묘사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죠. 저희도 전문의까지 땄지만, 여전히 계속 배우고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는 더 심해지면 심해지지, 덜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격변하는 세상이니까요. 그 격변의 중심에 여러분들이 서 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직접 뵙고 인터뷰를 진행하지는 못했지만, 주고받은 이메일과 통화에서 전해지는 친절한 모습에 필자도 더 편하게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유튜브를 통해, 그리고 이번 인터뷰를 통해 얼마나 많은 생각을 가지고 활동하시는 분들인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바쁘신 와중에도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리며 글을 마친다.

알리미 24기 생명과학과 18학번 홍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