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0 봄호 / 포스텍 에세이

2020-06-16 144

포스텍 에세이 / 꿈을 찾는 방법

어렸을 적 나의 꿈인 세상을 바꾸는 과학자가 되기 위해 포스텍 기계공학과와 화학공학과 교수로서 노력한 지 6년이 다 되어 가고 있다. 메타물질을 이용한 투명 망토를 비롯해 세상을 바꿀 연구를 위해 25명 남짓한 대학원생들과 연구에 매진할뿐만 아니라, 대학에 갓 입학한 학생부터 졸업을 앞둔 학부생들에게 강의하고 소통하며 지내는 내 삶에 만족하고 행복함을 느낀다. 기계공학과 학부 3학년 시스템 설계: 캡스톤 디자인이라는 수업을 시작하며 항상 하는 질문들이 있다. ‘본인이 가진 인생의 큰 꿈이 무엇인지’,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장애물과 고민이 무엇인지’, ‘그것을 위해 나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고 단기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고등학생 시절 나의 목표는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었다. 좋은 대학, 원하는 학과에 들어가는 것이 나의 단기적인 목표였을 뿐, 그 이후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유치원, 초등학생 시절의 나의 꿈인 과학자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에는 당장 시험과 대학입시에 치여 여유가 없었다. 좋은 대학은 무엇이고 원하는 학과가 무엇인지 잘 몰랐고 그냥 주변에서 들은, 특히나 부모님을 통해서 들었던 정보들이 나에게는 전부였다. 사람들이 인정하는 명문대에 입학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만 같았고, 그게 나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부모님을 통해 많이 접했던 기계공학이 나의 길인 것처럼 당연시 생각했고, 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가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어려서부터 과학자를 꿈꿔왔기에 과학 상자 조립이나, 레고, 동력 비행기 등과 같은 여러 활동이 나의 목표를 정당화해 주는 정도였다.

그렇게 해서 입학한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는 후회 그 자체였다. 외국어 고등학교를 나왔기에 수학, 과학 과목을 독학한 나로서는 과학고 친구들, 일반고 이과 학생들을 따라가기에도 벅찼다. 당연히 학업 성적이 좋지 않았고, 명문대 법대, 경영대, 사범대에 들어간 고등학교 동창들이 부러웠다. 그들과 비교하며 좌절했고, 여기서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런 고민도 하고 많은 활동을 하며, 9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야 나는 대학 졸업장을 받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9년의 세월이 있었기에, 어렸을 적 나의 꿈인 과학자가 되어 지금 이렇게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학업을 따라가기가 힘들어 자연스레 공부 이외의 것들에 매진하였다. 당시 유행하던 스타크래프트와 포트리스라는 게임에 빠져 식음을 전폐하고 24시간 게임만 몰두했던 적도 있으며, 상위권 게임 성적에 뿌듯해 하며 나 자신의 존재감을 찾기도 하였다. 다양한 사회 경험이 나에게 무언가 해결책을 찾아줄 것이라 믿으며 과외 이외의 힘든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전 세계 배낭여행을 하기도 했으며, 산업기능요원으로서 중소기업의 기능원으로 3년간의 군 복무를 대체하기도 하였다. 많은 경험을 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조금씩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열망과 목표를 찾아가게 되었던 것 같다. 나는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말 하기 싫은 것을 먼저 제외했다. 그러다 보니 선택의 폭이 줄어들게 되었고, 그 안에서 하나를 고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미국 유학길에 오르게 되었지만, 급하게 준비하다 내가 무슨 연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대학원에 가게 되었다. 석사 시절 역시 명확한 비전이나 목표 없이 그냥 장학금을 주는 연구실에 가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이 길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 투명 망토를 연구하는 연구실에 대한 뉴스를 보았고, 비행기를 타고 무작정 날아가 해당 교수님을 만나 나를 제자로 받아 달라고 요청했다. 교수님은 여러 조건을 내걸었고, 이를 모두 통과한 후에야 해당 연구실에 입학할 수 있었다. 드디어 내가 꿈꾸던 세상을 바꾸는 연구를 할 수 있게 된 것인가! 어느덧 나는 내 어렸을 적 꿈인 과학자의 길에 올라서게 되었고, 처음 접해보는 광학과 전자기학 공부를 하게 되었다. 하루하루 힘들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다 보니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고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였어도 하루하루 즐겁고 기쁘게 연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고3 때 좋은 대학에 가고자 하는 목표로 매일 열심히 무언가를 해도 기쁘지 않았다면, 박사과정 동안은 매일 너무 즐겁고 내일은 어떤 결과가 나올지, 언제쯤 나만의 결과를 이루어 낼 수 있을지 잠을 설쳤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5년을 보내고 졸업을 할 때 즈음 나는 투명 망토의 기반인 메타물질의 전문가가 되었고, 미국 국가 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되었다.

종종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많다. ‘그때로 돌아가면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찾고 더 잘했을 수 있을까? 그랬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고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해보았다. 하지만 가만히 지난 20년을 되돌아보면, 내가 뭔가 하고자 했던 것들은 다 잘 안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시간이 지난 지금, 나는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다. 가정 형편으로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많았고, 나에 대한 실망으로 좌절한 적도 많다. 하지만 수많은 주변의 도움과 나의 오랜 고민, 노력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고 나의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본인의 꿈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누구나 행복하고 여유롭고, 경제적으로 풍족하기를 바란다. 나 또한 그렇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러리라 생각한다. 본인을 그러한 삶으로 이끌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며, 어떻게 내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장애물이 있다면 어떻게 극복할지 생각해 보자.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본인이 가고 싶은 대학과 학과, 그리고 대학생이 되어 그 이후의 진짜 진로 설계를 통하여 삶의 지도를 완성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그 결과에 대한 판단을 현재는 할 수 없고, 10년, 20년이 지난 후에 뒤를 돌아봐야 가능하다. 10년 뒤, 20년 뒤 사회에 나가 본인의 삶에 만족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꿈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어떻게 그 꿈을 이룰지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글 /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교수 노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