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0 여름호 / 세상 찾기 ②

2020-07-27 99

세상 찾기 ② / 여행, 그리고 축구

 

아직 졸업하지는 않았지만, 대학생활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학기를 고르라면 주저 없이 작년 2학기를 뽑을 것입니다. 2019년 9월, 저는 교환학생을 위해 영국으로 출국했습니다. 학기 시작 2주 전부터 학기 종료 후 7주 정도의 여행까지 총 5개월 정도를 유럽에 머물렀습니다. 영국을 선택한 이유는 일단 말이 통하고, 축구를 좋아해 TV로만 보던 해외 축구를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낯선 곳에서 축구를 보고, 여행을 다니며 세상을 경험했던 저의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혼자 외국에 있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출발하기 전에는 약간 걱정도 되었습니다. 가방을 들고 인천공항의 출국장을 지날 때 비로소 혼자가 된 것이 실감 났던 것 같네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혼자 간 덕분에 여행에서 생각지도 못한 소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여행지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고 일정이 맞으면 그때그때 같이 여행을 다니기도 했는데, 사실 전혀 모르는 사람과 같이 다닌다는 것이 출발하기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전세계 각지에서 오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여행의 묘미 중 하나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덕분에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고, 사람을 대하는 법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유럽에 머무는 동안 축구 보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고 기회가 되는대로 보다 보니 총 21경기를 관람했습니다. 학기 전후에는 다른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그 나라에서 볼 수 있는 경기를 봤고, 학기 중에는 시간이 있을 때마다 영국의 다른 도시들을 다니면서 경기를 봤습니다. 리버풀과 맨체스터는 북쪽에, 런던은 남쪽에 있는데 제가 학교생활을 했던 버밍엄은 그 중간에 있어 축구를 보러 다니기에는 최적의 입지 조건이었습니다. 모두 기차를 타고 1시간 반~2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였기 때문에 나중에는 세 도시가 우리 동네처럼 느껴질 정도로 정말 자주 갔습니다. 보고 싶었던 경기의 티켓을 구해서 아무 걱정 없이 기차 타고 떠날 때의 행복감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네요. 한국에서 학교에 다닐 때 비해 학업에 대한 부담이 적고, 주변에 뭐라고 하는 사람 없이 온전히 나의 의지로 계획을 세우고 행동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자유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직관’의 매력은 TV로는 볼 수 없는 경기장의 분위기, 응원전, 선수들의 행동 등을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흥미로웠던 점은 같은 팀이라도 경기의 중요도, 상대 팀, 상황에 따라 경기장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까딱 잘못하면 다치겠다 싶을 정도로 거칠고 열성적인 분위기일 때도 있었고, 마치 가족 나들이를 온 것처럼 평화로운 분위기일 때도 있었습니다. 후자의 경우 조금 지루할 때도 있었지만, 나른한 주말 오후에 아이들과 손잡고 좋아하는 팀을 함께 응원하러 가는 문화가 참 부럽게 느껴졌습니다.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본 것도 경기를 보는 것만큼이나 잊지 못할 경험이었습니다. 많은 팬이 훈련장에 가거나 경기가 끝난 뒤 기다렸다가 선수들을 만나려고 하는데,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힘들고 고된 일이었습니다. 공식적인 정보도 없이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야 했고, 오래 기다려도 팬 서비스는 선수가 안 해주면 그만이기 때문에 노력보다 소득이 없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도 좋아하는 선수를 만났을 때 정말 행복했기 때문에 ‘젊을 때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라는 생각으로 자주 시도했습니다. 여러 선수와 감독들을 만났지만, 황희찬 선수가 반다이크를 제친 경기에서 저에게 다가와 사진을 찍어줬던 날과 알렉스 퍼거슨 경과 말을 몇 마디 나누고 사인을 받았던 날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남는 것은 사인과 사진처럼 작은 것이지만, 그것을 위해 기다리고 고생했던 시간까지도 모두 잊지 못할 추억이 된 것 같습니다.

끝으로, 혼자 해외여행을 갈 기회가 있다면 꼭 한 번 가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의 테마가 축구였듯이, 각자의 관심사를 테마로 여행을 한다면 더욱더 즐거운 여행이 될 것입니다. 낯선 환경에서 부딪혀보고 하고 싶던 것들도 다 해 보고, 혼자 떠나는 여행의 자유도 누려 보세요!

 

산업경영공학과 17학번 김현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