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0 여름호 /Science black box

2020-07-27 130

Science black box / 보존의 과학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우리는 미래를 대비하고 예측하며 근본을 잃지 않기 위해 역사를 공부합니다. 단순히 글로 써있는 지식을 탐독할 뿐만 아니라, 문화재를 통해서도 역사를 배우는데요. 문화재는 심미적인 가치도 매우 크지만,
그 자체로 우리의 주체성이기 때문에 중요하답니다. 따라서 이런 문화재를 원래 모형 그대로 보존하고, 복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겠죠? 이번 호에서는 [보존의 과학]이라는 주제로 이 과정 속에 있는 과학과 그 사례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위) 그림1 . 비단벌레 장식 금동 말안장 뒷가리개
http://news.khan.co.kr/kh_news/art_print.html?artid=201304262140335
(아래) 그림2 . 최치원 초상
https://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3/25/2016032502701.html

 

보존 과학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본래의 모습을 잃습니다.
예술 작품에서는 시간이 흘러 낡는 것 자체를 예술로 보기도 하지만, 문화재는 그렇지 않습니다. 고유성 그 자체로 문화재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후대를 위해서라도 문화재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1973년 경주에서 발견된 말안장 가리개는 1600년만에 세상에 나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우 영롱한 빛을 냈습니다. 이 빛의 정체는 바로 비단벌레의 날개를 이용하여 만든 것인데요. 금동판과 비단벌레의 날개를 합치면 화려한 빛을 내기 때문에 왕실의 여러 장식품에 활용되었습니다. 비단벌레의 날개는 키틴으로 이루어져 있어 특유의 탄력과 강인함을 주고, 표면에 구리, 철, 마그네슘 등의 금속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반사 각도에 따라 다양한 빛을 냅니다. 이 때문에 날개의 표면이 산소와 만나고 빛에 오랫동안 노출되거나 건조해지면, 금속 이온이 산소와 반응해 검게 변합니다. 여기서 보존 과학이 빛을 발합니다. 글리세린은 공기를 차단하고 표면에 밀착해 보습을 유지해 주는 특징이 있어 안장 가리개를 글리세린에 넣고 보관함으로써 건조함이나 미생물에 의한 분해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그림1) 또, 보존 과학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작품이 만들어진 연대를 알기 위해 X선 형광 분석을 자주 활용하는데요. 물질에 방사선을 비추면 나오는 그 물질 특유의 2차 X선을 분석하는 방식입니다. ‘최치원 초상’이라는 작품(그림2)에도 X선 형광 분석을 이용해 봤더니 오른쪽 탁자와 초 받침 아래에 동자승 그림이 밑그림으로 그려져 있었다고 합니다. 또, 이 작품을 적외선 촬영해 봤더니 그림 하단에 빨간 줄로 ‘건륭 58년 계측 5월에 하동 쌍계사에서 진영을 제작했고, (이후 생략)’라는 글귀가 발견되어 작품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추가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창경루의 자격루도 보존 처리를 받았습니다. 자격루를 정밀 조사해 부식 범위와 종류를 파악하고, 오염물을 계면활성제와 초음파 스케일러 등을 이용해 제거하고 재질을 강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마모되어 관찰이 어려웠던 자격루 제작에 참여한 4인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복원 과학
사실 복원과학과 보존 과학은 큰 틀에서 같은 의미를 가집니다. 보존을 위해 복원을 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죠. 문화재를 잘못 복원하기라도 한다면 문화재가 원래 가지고 있던 가치가 크게 훼손되기 때문에 복원 과학은 매우 중요합니다. 2000년대 초, 복원을 진행했던 석조 문화재들은 잘못 복원되어 기울어지기도 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여 재차 보수에 들어간 적도 있었죠. 이처럼 아주 중요한 작업인 문화재 복원에는 심혈을 기울인 첨단 기술들이 이용됩니다. 고대 아시아의 미술품들은 대부분 비단 천에 그려져 있는데, 아주 오랜 세월을 거치며 구멍이 생기거나 변형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여기서 문제는 새로운 비단을 덧대어 수선하면 티가 날 수 밖에 없다는 점이었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덧댄 천에 감마선을 쬐어 인공적으로 노화를 시키는 방식을 이용해 마치 동시대의 것처럼 복원할 수 있었답니다. 단순히 방사선을 쬐어 주는 것 이외에도 여러 가지 방사선을 활용한 문화재 복원 방법들이 있습니다. 지난 2008년 우리나라 국보 1호 숭례문이 화재로 소실되는 사건이 있었죠. 이 숭례문을 복원하는 데에도 아주 특별한 기술이 들어갔습니다. 바로 뫼스바우어 분광 기법인데요, 이 기법은 핵 감마선 공명 현상을 이용해 물질의 화합 물상, 전자가, 초미세 자기장 등의 정보를 얻는 방법입니다. 이 기법으로 숭례문의 건축에 사용되었던 단청 안료를 분석하고, 그 성분에 맞는 안료를 사용해 복원하여 원래의 것과 최대한 가깝게 재건하였습니다.

이렇게 외관을 복원하는 방식도 있지만, 요즘에는 VR이나 AR기술과 접목하여 현실적으로 복원하기 힘든 여러 문화재들을 재현해 내는 디지털 복원 기술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 모두 우리의 후세를 위해 문화재를 본 모습 그대로 전승하려는 복원 과학에 많은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알리미 25기  무은재학부 19학번 김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