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신소재 김종환 교수팀, ‘무어의 법칙’ 넘어설 스핀-밸리 전류 찾았다
[POSTECH-美 UC버클리, 스핀-밸리 전류 시공간 분해 측정 성공…‘사이언스(Science)’ 지]
2년마다 마이크로칩의 성능이 두 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 처음 제안된 1965년에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1975년부터 비교적 최근까지 주기에 맞게 발전해오며 반도체 산업의 중요한 기준이 되어 왔다. 하지만, 이를 제안했던 고든 무어는 IEEE(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 저널 인터뷰를 통해 “10년 전후로 무어의 법칙이 사라지게 될 것 같다”고 말하며 마이크로칩 기술의 진보가 정체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실제로, 노트북과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의 보급으로 크기는 작더라도 성능이 좋은 칩의 개발이 요구되기 시작하면서 무어의 법칙은 점차 의미를 잃기 시작했다. 학계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형태로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차세대 반도체 소자를 경쟁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등장한 것이 스핀소자나 밸리 전자소자를 이용하는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와 밸리트로닉스(valleytronics)다. 스핀트로닉스는 전자(電子)의 자기적 회전을 제어해 반도체의 성능을 높이는 기술이며 밸리트로닉스는 전자들의 파동형 움직임을 이용하는 기술이다. 두 분야 모두 흔히 알려진 ‘양자컴퓨터’ 등 차세대 컴퓨터 개발을 위해 필요한 새로운 반도체 개발에 필수적인 전자공학 분야다.
여기에는 텅스텐, 황, 셀레늄 등이 속한 전이금속 칼고지나이드계 화합물(TMDC)이 각광을 받고 있다. 그래핀처럼 2차원 구조로 되어 있어 전기‧화학적 특성이 우수할 뿐 아니라, 밴드갭이 없어 치명적인 단점을 갖는 그래핀과 달리 TMDC는 큰 밴드갭을 갖고 있어 여러 반도체 소자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문제는 정작 소자 구동의 핵심이 될 스핀과 밸리 전류를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신소재공학과 김종환 교수와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 Berkeley) 물리학과 펭 왕(Feng Wang) 교수팀은 이런 TMDC 물질에서 순수한 스핀과 밸리 전류의 생성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 과학기술계 최고 권위지 중 하나인 사이언스(Science)지 24일자(현지시간)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TMDC 물질을 헤테로 구조로 만들면 빛으로 스핀 전류와 밸리 전류를 효율적으로 생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냄과 동시에, 최초로 시공간적으로 스핀 전류와 밸리 전류의 확산된 길이, 이동도를 측정하는데 성공했다. 또, 이를 게이팅 전압을 통해 쉽게 제어하는 방법도 발견해 편리하게 스핀과 밸리를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고 관리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1저자인 김종환 교수는 “독특한 전자구조 때문에 밸리 전류를 효율적으로 생성하고 멀리 흘려보낼 수 있다”며 “이 연구를 바탕으로 밸리 전자의 물리적 특성 연구는 물론 광소자로 활용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