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신소재 오승수·우성욱 교수팀, 캡슐 보호막, 센서도 살리고 사람도 살린다
[POSTECH 오승수 · 우성욱 교수팀, 전처리 필요없는 현장 진단용 분자 센싱 플랫폼 개발]
압타머(aptamer)는 특정 단백질이나 분자와 결합하는 핵산 물질로서 복잡한 분석 과정 없이 표적 분자를 찾는 데에 이용할 수 있다. 이 물질은 다양한 질병에 대한 진단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특히 암 센서로서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 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90% 이상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물질은 혈액이나 침 등 생체 시료에 포함된 핵산분해효소나 전하를 띤 단백질에 의해 분해되거나 무력화되기 쉬워, 이 물질들을 제거하는 과정 없이는 임상 시료에 직접 사용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최근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연구팀이 캡슐 보호막을 이용해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신소재공학과 오승수 교수 · 우성욱 교수 · 통합과정 김진민 씨 연구팀은 복잡한 전처리 과정 없이 생체 시료로부터 곧바로 체내 표적 분자를 빠르게 검출할 수 있는 압타머 센서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바이오센서 분야 국제 학술지인 ‘바이오센서스 앤 바이오일렉트로닉스(Biosensors and Bioelectronics)’에 최근 게재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단백질과 고분자가 연결된 양친매성 물질의 자기조립 현상을 바탕으로 프로티노좀(proteinosome)이라 불리는 구형 마이크로 캡슐을 만들었다. 이 캡슐은, 타겟 분자와 반응하여 즉각적으로 형광 신호를 내는 구조변형 압타머 기반 ‘압타센서’를 내부에 탑재하도록 설계되었고, 표면이 크기 선택적 반투과성 막으로 되어 있어 크기가 큰 유해 단백질들의 내부로의 이동은 효과적으로 차단하면서 크기가 작은 표적 분자만을 선택적으로 내부로 통과시켰다. 그 결과, 압타센서의 표적 탐지 성능이 최적의 상태로 온전히 보존되었으며, 생체 내 중요 여성 호르몬으로서 자궁암 발병과 관련된 에스트라디올과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그리고 마약류인 코카인 등 표적 분자에 대해, 전처리 없이도 효과적이고 신속한 시료 내 검출이 가능함을 보였다.
연구진이 개발한 캡슐의 유해 단백질 차폐 효과는 매우 뛰어나서, 캡슐 내부의 압타센서는 일반 혈청 수준의 최대 30만 배나 되는 고농도 핵산분해효소 용액에서도 18시간 동안 전혀 손상되지 않고 우수한 특성을 유지함이 확인되었다. 또한, 각각의 캡슐이 독립적인 ‘반응 용기’ 역할을 하는 점을 이용하여, 서로 다른 표적 물질에 대한 압타센서를 탑재한 캡슐 용액을 섞어줌으로써 동시에 여러 표적 분자를 독립적으로 감지하고 각각의 농도 변화를 모니터링할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이번 연구를 이끈 오승수 교수는 “샘플 분리와 표적 센싱(sensing)을 융합함으로써 혈청 등 생체 시료에서 곧바로 사용 가능한 새로운 소분자 현장 진단용 바이오센서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며, “질병 조기 발견에서부터 개인 맞춤형 치료까지 의학 분야에 혁명을 가져올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전망을 전했다. 또, 통합과정 김진민 씨는 “프로티노좀 기반 센싱 플랫폼은 내부 물질을 교체하면 다양한 목표 분자에 대한 센서로서 확장이 가능하다”는 말을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한국연구재단의 미래유망 융합기술 파이오니아사업 및 기본연구, 산업통산자원부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의 연구 지원 사업, 국방과학연구소 민군협력진흥원의 민군겸용기술개발사업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기초과학연구역량강화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