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제정호 교수팀, 초고속 X-선현미경으로 순간 포착…30년 정설 뒤집어
시냇물이 흐를 때, 배가 풍랑을 헤쳐 나갈 때, 태풍이나 토네이도가 몰아칠 때, 그리고 심지어 우주의 성운을 관찰하기에 이르기까지 물체가 빙빙 돌면서 나선형으로 흐르는 현상인 ‘소용돌이’는 자연 현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다. 이러한 소용돌이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신소재공학과 제정호 교수, 이지산 박사 연구팀은 물방울이 액체 표면에 떨어지는 순간 소용돌이가 형성되는 찰나의 모습을 초고속 X-선 현미경으로 관찰하여 그 원리를 밝혀내고, 관련 연구결과를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지 최신호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물방울이 액체 표면에 떨어질 때 순간적으로 물방울 벽면을 따라 액체가 타고 올라가면서 작은 소용돌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X-선현미경에 생생히 담아냈다.
그 결과 30여 년 전부터 학계에 정설로 알려진 소용돌이 형성 기준이 잘못됐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액체의 오네조르게 수(Oh)*1가 충분히 적을 때 탄성파*2 에너지의 전달에 의해 소용돌이가 형성되는 원리를 설명할 수 있었다. 이 원리에 따라 액체의 오네조르게 수가 소용돌이 형성의 새로운 기준으로 제시됐다.
뿐만 아니라, 연구팀은 소용돌이가 연속하여 여러 개가 형성될 수 있음을 최초로 확인했고, 소용돌이 개수와 레이놀드 수(Re)*3의 상관관계도 처음으로 규명했다. 이 밖에도 소용돌이의 회전 역학, 각속도, 나선모양 등 구체적인 소용돌이 형태까지 자세히 밝혀냈다.
연구를 주도한 제정호 교수는 “소용돌이 형성 원리는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를 좀 더 체계적으로 이해함으로서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거나, 유체물질전달을 응용하는 산업에서도 공정효율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리더연구자지원사업(창의적 연구)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1. 오네조르게 수(Oh)
유체가 이동할 때 ‘점성력’과 ‘관성력 및 탄성력’을 연관시키는 유체역학상수이다. Oh 수가 낮으면 매질 내에서 탄성파가 쉽게 전파되고, 높으면 점성력이 지배하여 탄성파가 전파되지 못하고 매질에 흡수된다.
2. 탄성파(彈性波)
탄성 매질(媒質) 속에서 매질의 변위(평형위치에서 벗어남)로 인해 에너지가 퍼져 나가는 파동으로, 지진파, 음파 등이 대표적이다.
3. 레이놀드 수(Re)
유체가 이동할 때 ‘관성에 의한 힘’과 ‘점성에 의한 힘’의 상대적인 비율을 레이놀드 수라 한다. 레이놀드 수가 낮으면 점성력이 지배하여 ‘층류’(평탄하면서 일정한 유동)가, 높으면 관성력이 지배하여 ‘난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