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소식
‘착한’ 생명과학자 꿈꾸던 故 장세민군, 19일 명예수료증 받아
하늘에 보내는 “졸업장”
故 장세민군 부친, “어려운 후배에게 힘 보태고 싶다”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창조론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다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읽으며 처음으로 진화론에 대해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생명과학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한 소년이 있다. 독거노인들을 봉사활동을 통해 방문하며 지병으로 어려워하는 어른들을 위해 ‘착한 과학’을 하는 생명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학문에 관심을 가지게 되자, 자연히 공부에 집중하며 성적을 꾸준히 끌어올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에 입학했다. 목표로 하던 대학이라 학업은 물론 자전거 동아리. 치어로(응원 동아리), 밴드 드러머로 활동하며 동아리에도 푹 빠졌다. 하지만 입학한 그 해 여름, 갑작스러운 사고가 그를 찾아왔다.
POSTECH은 19일 2012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故 장세민군에게 생명과학과 명예수료증서를 수여한다.
장 군의 지도교수였던 생명과학과 김경태 교수는 “학교에서의 생활은 짧았지만 생명과학에 대한 학구적인 열의와 성실함이 인상에 남는 제자로 매사에 긍정적이고 활달한 성격으로 교우관계도 무척 좋았다”며 “학업을 계속 했다면 미래의 생명과학자로서 학업을 성실히 수행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명예수료증서를 청원해왔다.
또, 2015학년도 학위수여식에서야 명예수료증을 수여하는 것은 “아들과 친밀하게 지냈고, 그리워하는 2012학번 학생들이 졸업하는 해에 같이 받았으면 한다”는 장 군의 부친 장병강 씨의 바람에 의한 것이다. 그는 아들의 SNS를 통해 친구들과의 교류를 이어나가며 아들을 추억하고 있다.
장 군의 동생 장세윤 군도 지난해 2월, 형을 따라 POSTECH에 입학하며 화제가 됐다. 고등학교에 입학해 갑작스럽게 잃은 형을 롤 모델로 삼아 형이 결국 되지 못했던, 빈곤층을 도울 수 있는 ‘착한 공학’을 실천하는 공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POSTECH에 입학했다.
장병강씨는 “최종 합격증을 가지고 형의 추모공원 앞에 서서 형에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 자랑스러움이 섞인 눈물을 펑펑 쏟던 작은 아들의 모습이 선하다”며 “POSTECH에 입학하기 위해 면접시험을 치르던 날, 형 친구들이 형을 대신해 형처럼 챙겨주고 돌봐주던 모습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POSTECH은 그래서 더욱 우리 가족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이고 순간이며 시간들”이라고 덧붙였다.
장 씨는 아들의 장례식 때 들어온 조의금을 모두 ‘장세민 학생 장학기금’으로 마련, 장학생을 선정해 장학금을 지급했으며, POSTECH에도 “아들들의 친구와 선․후배를 위해” 장학금을 내놓을 계획이다.
한사코 이에 대해서 밝히지 않으려 했던 그는 “대단한 액수는 아니지만, 아들의 후배들이 하고자 하는 공부를 하는데 작은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