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화공 전상민 교수팀, 당신의 한숨이 사람과 자연을 살린다면
[전상민 교수팀, 수분으로 구동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 개발]
힘들거나 어려운 상황을 마주했을 때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한숨을 내쉬는데, 이는 신체적 · 심리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이 한숨으로 사람과 자연을 지킬 수 있다는 POSTECH팀의 흥미로운 연구가 최근 발표돼 학계의 주목을 모으고 있다.
화학공학과 전상민 교수 · 통합과정 송민재 · 김대웅 씨 연구팀은 이온의 출입에 따라 전기적 환원반응을 나타내는 금속-유기 골격체*1를 사용해 수분 구동 발전기의 전력과 전류밀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에너지 환경 분야 국제 학술지 중 하나인 ‘에너지와 환경과학(Energy & Environmental Science)’에 최근 게재됐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청정 에너지원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은 탄소 배출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친환경 기술이다. 공기 또는 사람의 날숨에 포함된 수분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수분 구동 발전기(moisture-induced power generators)도 그중 하나다. 이 발전기는 수분을 흡수해 이온을 이동시키고, 전기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전기를 생산한다. 그런데, 수분 구동 발전기에 사용되는 기존 소자의 전력 출력값이 낮아 실제 사람들이 필요한 만큼 충분한 전력을 생산하기 어려웠다.
전극을 바꾸는 방식으로 전력 출력값을 높이려는 기존 연구들과 달리 연구팀은 활성 물질에 주목했다. 활성 물질은 수분을 흡수해 이온이 쉽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전기화학 반응을 촉진해 전력 생산 효율을 높이는 물질로 수분 구동 발전기용 활성 물질은 현재까지 연구된 사례가 그리 많지 않다. 연구팀은 철(Fe)과 시안화물 이온(CN-)이 결합한 금속-유기 골격체인 베를린 그린(Berlin green)이라는 물질을 활성 물질로 사용해 수분 구동 발전기용 이중층(BGC/NC)*2 소자를 만들었다.
이 이중층 기반의 수분 구동 발전기가 수분을 흡수하자 NC층에 있는 나트륨 이온이 떨어져 나와 BGC층으로 이동했으며, 이때 전자가 이동하면서 전기가 생성됐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베를린 그린에 나트륨 이온이 삽입돼 베를린 그린이 프러시안 블루(Prussian Blue)로 환원되면서 전기를 추가로 생산했다.
실험 결과, 연구팀의 발전기는 1.2V의 전압과 2.8mA/cm2의 전류밀도를 보였다. 이는 기존에 비해 각각 2배, 10배 향상된 수치이며, 축전기나 정류기 없이 조명 램프와 전자계산기를 작동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한, 연구팀의 발전기가 보여준 전류밀도는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된 것 중 최고 수준이다.
특히, 연구팀이 사용한 베를린 그린은 청바지를 만들 때 많이 사용하는 색소인 프러시안 블루가 산화된 물질로 제작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며, 상온과 상압에서 전기화학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전상민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중환자나 산업 근로자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마스크(vital sign monitoring mask)를 현재 개발 중”이라며, “앞으로도 사람과 환경을 모두 지키는 에너지 하베스팅 연구를 계속 이어가겠다”라는 말을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39/D4EE00777H
1. 금속-유기 골격체(metal-organic framework)
물질에서 주성분인 순물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마이크로미터(μm) 이하 두께의 얇은 막.
2. 이중층(BGC/NC)
BGC 복합층(베를린 그린+graphene oxide+cellulose nanofiber)과 NC 복합층(NaCl+cellulose nanofiber)을 쌓아서 이룬 이중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