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개교 38주년 기념사
우리 학교의 38번째 생일을 모든 포스텍 가족과 함께 자축하며 지난 시간을 돌아봅니다. 저는 포스텍 설립의 전 과정이 생생히 기록된 “최고 연구중심대학으로”라는 저서를 최근 받아 보았습니다. 거기에 나온 포스텍 설립과정은 끝이 보이지 않는 불가능과의 씨름이었습니다. 그런 노력은 학교가 문을 열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길을 가는 데에는 늘 안팎의 저항과 반대가 있었지만 포스텍은 개교 이래 지금까지 그런 장애물을 훌륭하게 극복해 왔습니다.
변화에 대한 저항은 과학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성으로 무장한 과학에서조차 새로운 생각과 이론이 수용되는 데에는 늘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볼츠만 같은 과학자의 비극적 결말을 보고서였는지 모르지만 막스 플랑크는 후세에 “플랑크의 원리”로 불리는 관찰을 하게 됩니다. 그것은 과학의 새로운 이론은 그것이 꼭 이성적으로 받아들여져서가 아니라 이전 세대가 지나가고 새 세대가 옴으로써 자리를 잡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과학은 매번 장례식마다 조금씩 진전한다.”)
플랑크의 원리는 구약성서 출애굽기에 기록된 이스라엘 백성의 40년 광야 여정이 상징하는 바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즉, 약속의 땅 가나안은 이집트에서 노예로 살던 세대가 다 죽은 뒤 광야에서 새로 태어난 자유인에게 주어지는 특명이라는 것입니다.
각 세대는 그 세대만의 역할과 책임이 있습니다. 포스텍의 건학세대는 당시 열악한 환경의 제 3세계 국가의 지방도시에서 초일류 연구중심대학을 세우겠다는 불가능한 꿈을 실현시킨 세대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포스텍의 제 2건학을 추진하는 우리의 어깨에 놓인 짐의 무게도 그 전 세대에 비해 결코 더 가볍지는 않습니다. 국내외적으로 급변하는 환경에서 현 세대는 40년 전과는 다른 통찰과 결의로 새로운 문을 열어야 할 것입니다. 올림픽 개막식의 절정인 성화의 점화를 위해서는 횃불주자(torch bearer)들 모두 각자 맡은 구간을 책임지고 달려야 하듯, 우리 모두 작은 횃불을 들고 자신의 구간을 뜀으로써 제 2 건학이라는 성화에 점화를 할 수 있게 되기 바랍니다.
오늘의 포스텍을 위해 함께 해온 전‧현직 교수님과 직원 선생님들, 그리고 학생과 동문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24. 12. 3.
총장 김 성 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