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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Perspectives] 김진태 교수의 POSTECH 다이어리: Ch 0. 프롤로그

  • 등록일2025.09.15
  • 조회수27761

김진태 교수의 POSTECH 다이어리

Ch 0. 프롤로그



글|기계공학과 김진태 교수


기계공학과 김진태 교수


진태 박사 포항에서     있길 바랍니다.”

— 포스텍 기계공학과 대면 인터뷰 마지막 날, 지금은 은퇴하신 한 학과 교수님의 말.



2023년 초 봄, 나는 포스텍 기계공학과 임용 면접을 위해 생애 첫 포항을 방문하였다. 부끄럽게도 나는 이전까지 포항, 그리고 포스텍에 대한 정보가 무지했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한국에서 중학교를 마치자마자 홀로 미국 유학을 떠났고, 미국 내에서도 굉장히 시골인 오클라호마 주에서 고등학교와 대학 학부를 보냈다. 오클라호마는 미국 중서부에 위치한 내륙 주 중 하나로, 소위 카우보이의 고장, 사람보다 가축이 많은 주, 10대도 4륜 픽업트럭을 숱하게 타고 다니는 곳, 먹을 게 없으면 스테이크 먹는 곳, 브래드 피트의 고향… 뭐 그렇다. 그러다 보니 나는 한국과의 교류가 거의 없는 학창 시절을 보냈다. 이런 내가 왜 교수의 길을 걷게 되었고, 하필 포스텍으로 인터뷰를 오게 되었는지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아니면 기계공학 입문 세미나 수업 때 이 내용을 언급하니, 궁금하면 이 수업을 들어도 좋을 것 같…


글이 조금 샜는데, 다시 돌아와서 오늘은 프롤로그 형태로 나와 포스텍의 첫 만남을 적어보려 한다. 포스텍 대면 면접을 위해 아내와 함께 포항을 처음 방문하여 찾았던 곳은 학과 측에서 준비해 준 게스트하우스 체크인이었다. 교수 아파트 5동의 일부분을 게스트 아파트로 활용하여 거기에 묵었는데, 아파트 내부가 90년대식 인테리어여서 인상 깊었다. 딱 봐도 굉장히 무거워 보이는 옥 장롱, 거무죽죽한 가죽 소파 등. 아내가 한국 생활을 안 해 본 오클라호마 토박이 사람이라 그런지 반응이


"이런 아파트는 K-movie에서만 봤는데 신기하네근데 귀신 나올  같아…”


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1986년 포스텍을 설립하신 박태준 전 국무총리께서 세계 최고의 연구 중심 교육기관을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하신 일 중 하나가 이 아파트를 짓는 것이었다고 한다. 학교나 연구소를 먼저 짓는 것이 아닌, 세계적인 연구자가 마음껏 연구하기 위해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당시 최첨단 아파트를 건축하는 게 일순위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 당시 지곡동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첫 아파트였다고… 그건 그렇고, 안방의 옥 장롱과 천장 사이에서 귀신이 나올 것 같아 그날 나는 거실에서 잤다.


다음 날부터 7일간 포스텍에 지내며 입문 세미나, 학부 수업, 대학원 세미나 수업, 면접 세미나, 학과 교수님들과 1대1 면담, 교수님들과 점심과 저녁 회식, 총장님 면담, 알리미 학생들과 기계공학과 홍보위원단인 그리미 학생들과의 면담 등 여러 일정을 진행했다. 이 중 포스텍 학생들과의 일화는 다음으로 미뤄두고, 이번 글에서는 교수님들과의 일화를 좀 더 집중해서 써보도록 하겠다. 여러 교수님들과 1대1 면담을 하였을 때 느꼈던 점은 편안하고 친근한 질문들부터 나의 본질을 꿰뚫으려는(?) 가지각색의 질문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늘 처음 봤는데  오래된 친구를 보는 느낌이 들죠?”부터


진태 박사의 여러 논문을 같이 작업한 연구자  명이 눈에 띄는데 연구자와는 어떻게 협업했나요?”


등 따뜻하고 개인적인 질문부터 철저히 연구적으로 파고드는 질문까지 광범위한 스펙트럼의 질문과 답이 오고 갔던 기억이 난다. 학과 다양한 교수님들의 질문 속에서 한 가지 공통적으로 느꼈던 점은, 단순한 직장 동료가 아닌 앞으로 함께 생활하고 연구를 해나갈 동반자를 찾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고, 무엇보다도 나를 연구자로서뿐만 아니라 나라는 사람 자체를 좋아하고 궁금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반대로 나는 이분들과 대화하면서 ‘아, 포스텍의 커뮤니티 안에는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를 느꼈다.


1대1 면담을 마치고, 교수 임용 절차에 필수인 연구 세미나 발표를 하였는데, 세미나 발표 시간보다 질의응답 시간이 더 길었다. 내 연구는 고전역학 중 하나인 연속체역학과 최첨단 공정 기술 분야인 유연전자소자를 융합한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호불호가 많이 갈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심도 있는 코멘트들이 오고 갔다. 이미 학과에 기초 분야인 유체역학과 응용 분야인 유연전자소자를 각각 연구하는 세계적인 교수님들이 있었기에, 각자의 관점에서 날카로운 질문들이 이어졌다. 예를 들어


새로운 연구 방향인 것은 좋은데유체역학 분야에서 본인의 전문성은 무엇인가요?”라든지


유연전자소자 공정 기술은 시간장비인력 소모가 심하고 공정 기법이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아닌데 부분은 어떻게 해소할 계획인가요?”라는 질문들이 날아왔다.


첫 번째 질문에는 “유체역학을 라그랑주 관점에서의 입자 추적을 통해 실험 난류 해석의 전문가가 되고자 합니다,

두 번째 질문에는 “이미 공정을 잘하는 훌륭한 연구자분들이 많이 있습니다저는 공정 기법을 새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이미 최적화가   공정 기술들을 활용하여 우리가 기존에 보지 못한 물리 현상을 만들어내고 측정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물론 다양한 연구자들과 협업은 필수입니다.”라고 답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정말 많은 제안과 긍정적인 피드백들이 나왔다. 종합적으로, 내 연구에 이렇게나 관심을 가져주신 것에 기뻤고, 내 연구 방향이 틀리지 않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연구 세미나 후 15분 남짓한 학과 교수님들과 방어회를 먹으러 갔다. 이때 방어회를 처음 먹어봤는데, 끝내주게 맛있었다. 제철이란다. 여하튼 식당에 도착하니 젊은 교수님들과 원로 교수님들이 두 테이블로 나뉘어 앉아 있었다. 처음에는 젊은 교수님들 테이블에 앉아

제가 포항 와서 물회를 생전 처음 먹어봤는데 ‘인생 손해봤네라는 느낌  정도로 맛있더라고요!” 같은 잡담을 하고 있었는데, 한 교수님께서 웃으며 이제 여기는 되었고 테이블 가보셔요라고 원로 교수님들의 테이블을 가리켰다. 내가 인터뷰 당시에는 현직으로 계셨지만 부임할 즈음엔 은퇴하신 기계과 교수님 세 분이 계셨는데, 그 당시 아들뻘인 나를 귀엽게 봐주셨던 기억이 난다. 포스텍 설립 시기부터 연구하여 각자 대한민국의 로봇, 고체, 바이오 연구 분야의 한 획을 그으신 교수님들이셨는데, 마냥 나의 삶이 궁금하셨나 보다.


오클라호마가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그렇게 포근한 느낌이 드나요내가 은퇴하면 한번 놀러 가야겠습니다.”

… 오클라호마 방문하러 미국 가시는  조금 낭비인  같아요텍사스 가는 김에 시간 남으면 들러보셔요 ㅎㅎ” 라고 주고받았던 고체 교수님.


내가 진태 박사 가만히 지켜봤는데사람  괜찮고 똑똑해.”

감사합니다교수님은 제가 아는  중에 두뇌 회전이 제일 빠르신  같아요!”

어떻게 알았어그거 비밀인데라고 주고받았던 바이오 교수님.


말 없이 앉아 계시다가 술을 꺾어 마시는 나에게 “진태 박사술이  남았네?”라고 간헐적으로 농담 한마디씩 하시던 로봇 교수님. 인터뷰 같지 않았던 즐거운 식사 자리는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다음 날, 이 교수님들께서 또 연락 주셔서 점심으로 장어구이를 사주셨다. 장어구이도 생전 처음 먹어본 나는 인생 손해봤네 x2’라는 생각을 또 하고 있을 때쯤, 말수가 없으시던 로봇 교수님께서 제 손을 꽉 잡으시면서


진태 박사포항에서     있길 바랍니다.”


묵직한 한마디를 날리셨다.


마치 오늘날 포스텍의 명성을 세운 교수님들이 다음 세대에게 바통을 넘기는 순간 같았고, 이곳이라면 내가 추구하는 다양한 행복을 가꾸며 살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 후 아내와 긴 상의 끝에, 비록 연고는 없지만 나를 연구자로서뿐만 아니라  사람으로서 마주해  포스텍으로 오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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