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자 연구실 동료: 남매 연구자 이야기
글|POSTECH Creators 김소현 (신소재공학과 24)
우리 대학은 ‘연구중심대학’답게 학과와 분야를 아우르는 수많은 연구실이 있다.
그 안에서 수천 명의 대학원생들이 실험과 연구에 몰두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고, 그 과정 속에서 크고 작은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자연스럽게 탄생하곤 한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조금 특별한 관계를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일상과 연구를 함께하는 한 남매의 이야기다.
‘연구실 속 남매’라는, 다소 낯선 조합 속에서 어떤 일상이 펼쳐지고 있을지, 그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화학공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정혜빈 학생 (왼쪽)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정연우 학생 (오른쪽)
Q1.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정혜빈(누나, 이하 혜빈): 포스텍 화학공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정혜빈입니다. 현재 친환경소재대학원 건물에 위치한 조창신 교수님 연구실에서 배터리 분야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정연우(동생, 이하 연우): 안녕하세요, 저는 동생 정연우이고, 같은 연구실에서 석사과정 중입니다. 저 역시 포스텍 화학공학과 소속입니다.
Q2. 두 분이 포항공과대학교에 오시게 된 계기와, 같은 연구실에서 연구를 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혜빈: 학부를 포스텍에서 다니며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던 시기에 배터리 분야가 주목받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관련 연구실을 찾아보게 됐습니다. 지도교수님이 당시에 막 부임하신 초임 교수님이셨는데, 비교적 젊으신 편이었고 면담 과정에서 연구 방향뿐 아니라 인품적인 부분에서도 신뢰가 생겨 입학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연우: 저는 학부는 포스텍이 아닌 타 대학 출신인데, 학부 시절부터 교수님을 알고 있었습니다. 수업도 들었고, 몇 차례 이야기를 나누면서 연구 스타일이나 분위기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누나가 먼저 같은 연구실에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누나를 보고 결정했다기보다는 교수님과 연구 분야가 더 큰 이유였습니다.
Q3. 같은 연구실에서 남매가 함께 연구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렸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연우: 부모님은 굉장히 좋아하셨습니다. 보통 성인이 되면 각자 독립해서 생활하게 되는데, 성인이 된 이후에도 같은 공간에서 연구하며 지낼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하셨던 것 같습니다.
혜빈: 연구실 구성원들은 많이 신기해했습니다. 처음에는 ‘닮았다’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었고, 지금도 신입생이 들어오면 초반에는 밝히지 않아 잘 모르다가, 나중에 남매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많이 놀랍니다. 전반적으로 재미있어하는 분위기입니다.
연우: 교수님도 초반에는 미팅을 하실 때 서로의 이야기를 자주 언급하시면서 외모나 말투가 닮았다는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Q4. 평소 두 분의 관계는 어떤 편인가요? 흔히 떠올리는 ‘한국 남매’ 이미지처럼 자주 투닥거리기도 하는지 궁금합니다.
혜빈: 아주 특별하기보다는 정말 평범한 남매 관계인 것 같습니다. 어릴 때는 많이 싸웠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는 서로 크게 부딪힐 일이 줄어들었습니다.
연우: 어릴 때는 유치한 이유로 자주 싸웠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같은 집에서 생활하다 보니 굳이 싸워서 불편해질 필요가 없다는 걸 서로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서로를 많이 건드리지 않게 된 것 같습니다.
Q5. 집에서의 모습과 연구실에서의 모습 사이에 차이를 느끼기도 하나요?
혜빈: 가족끼리는 서로의 사회생활 모습을 자세히 볼 기회가 많지 않은데, 연구실에서는 동생이 선배나 교수님과 소통하는 모습을 직접 보게 되니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또 저희가 경상도 출신이다 보니 집에서는 항상 성을 붙여 부르는데, 연구실에서는 동기들끼리 이름을 부르다 보니 가끔 헷갈릴 때도 있습니다.
연우: 처음에는 누나가 연구실에서 세미나 발표를 하거나 진지하게 연구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조금 어색했습니다. 집에서 보던 모습과는 다른, 연구자로서 능력 있는 모습이 새롭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Q6. 같은 연구실에서 연구한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순간도 있나요?
연우: 실험이 많은 연구실이다 보니 밤늦게 장비를 사용하거나 잠깐 자리를 비워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다른 연구원에게 부탁하는 것보다 서로에게 먼저 부탁할 수 있다는 점이 편했습니다.
혜빈: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에게는 미안해서 쉽게 부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에게는 비교적 부담 없이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7. 서로의 존재가 연구 생활에 영향을 주기도 하나요?
혜빈: 교수님께서 남매라는 점을 고려하셔서 연구 주제를 의도적으로 다르게 배치해 주셨습니다. 개인적인 관계가 연구실 분위기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배려해 주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연구 주제가 직접적으로 겹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연우: 연차 차이가 3년 정도 있다 보니, 석사 초반에는 실험 장비 사용법이나 분석 방법에 대해 누나에게 많이 물어봤습니다. 편하게 질문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점에서 확실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Q8. 연구를 하며 서로에게서 본받고 싶다고 느낀 점이 있다면요?
혜빈: 연구가 밤 10시에 끝나도 꾸준히 운동을 하러 가는 모습을 보며 부지런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쉽게 실천하지 못하는 부분이라 인상 깊었습니다.
연우: 학회나 세미나 발표를 할 때 누나의 발표 구성이 굉장히 잘 짜여 있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일이 많아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버티는 모습을 보며, 멘탈 관리 측면에서도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Q9. 현재 연구실에서 각각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계신가요?
혜빈: 차세대 배터리 분야를 연구하고 있으며,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뿐 아니라 소듐이온 배터리 양극 소재 합성과 전극 설계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우: 배터리를 구성하는 4대 소재(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중 양극재 합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공침법을 활용해 양극재를 합성하고, 이를 수계 아연 배터리에 적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Q10. 앞으로의 진로나 계획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혜빈: 박사 졸업 이후의 진로는 아직 하나로 정해두지는 않았고, 기업과 학계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도교수님과 상담하며 고민하고 있습니다.
연우: 석사 과정을 마무리 중이며, 졸업 후에는 산학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배터리 관련 기업에서 연구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Q11. 마지막으로, 비슷한 진로를 고민하는 포스텍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연우: 포스텍은 연구참여 프로그램이 잘 갖추어져 있어 다양한 연구실을 경험할 기회가 많다고 느꼈습니다.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고 있다면 이런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연구실 분위기와 연구 방향이 자신에게 맞는지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연구실에서 남매가 함께 연구한다는 사실은 분명 흔치 않은 경우다.
그러나 인터뷰를 통해 만난 두 사람의 하루는 특별하다기보다는, 각자의 책임감과 성실함으로 채워져 있었다.
남매 연구자의 관계는 서로의 연구와 일상을 더욱 단단하게 지탱하고 있는 듯하다.
사람과 연구를 함께 존중하는 환경 속에서, 이들은 오늘도 각자의 연구를 묵묵히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