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강대식 교수팀, ‘숨 쉬는 피부 센서’로 피부 정보 읽는다
[POSTECH·아주대·연세대, 장기간 피부 건강 정밀 측정하는 ‘호흡하는 피부 분석기(BSA)’ 개발] 피부는 외부 환경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첫 번째 방패다. 그동안 미세먼지, 온도 변화, 습도 등 요인이 피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장기간 정밀하게 측정하기 어려웠는데, 최근 국내 연구팀이 이를 해결할 방법을 제시했다. 기계공학과 강대식 교수 연구팀이 아주대 기계공학과 한승용, 고제성 교수 연구팀, 연세대 홍인식 박사와 함께 피부 건강을 오랫동안 정확하게 측정할 ‘숨 쉬는 피부 분석기(Breathable Skin Analyzer, BSA)’를 개발했다. 이 연구는 피부 건강과 환경 요인의 상관관계를 밝혀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으며,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피부의 건강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는 ‘피부 수분 함량(SH, Skin Hydration)’과 ‘경피 수분 손실(TEWL, Transepidermal Water Loss)’이다. 수분이 충분하고 수분 손실이 적을수록 피부 장벽이 건강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기존의 측정 장비들은 단기간 측정에 그쳐 하루 주기나 생활 습관에 따른 변화를 포착하기 어려웠고, 장시간 착용 시 땀이나 외부 요인으로 인해 정확도가 떨어졌다. 연구팀은 공기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구조와, 온도 변화에 따라 형태가 변하는 ‘형상기억합금’을 기반으로 한 이중안정 구동기를 결합해 ‘숨 쉬는 피부 분석기’를 개발했다. 이 기기는 측정할 때는 피부에 밀착해 정확한 데이터를 얻고, 측정이 끝나면 센서를 자동으로 띄워 땀을 증발시킨다. 이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장시간 착용해도 피부 자극이 적고, 안정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28일간의 임상시험 결과, 미세먼지 농도 변화가 피부 장벽 손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이 확인됐다. 특히,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수록 피부 수분이 줄고 수분 손실이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마스크 착용이나 세안 습관 개선이 피부 손상을 줄이는 효과가 있음도 입증됐다. 더불어 연구팀은 군집 기반 이상치 제거 알고리즘(DBSCAN*1)을 적용해 샤워나 땀 등으로 인한 비정상 데이터를 자동으로 걸러내, 일상생활에서도 정밀한 피부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게 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숨 쉬는 피부 분석기’는 ▲개인 맞춤형 피부 건강관리 ▲환경 오염의 인체 영향 평가 ▲장기 임상 연구 등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이 기대된다. 13g의 초소형·경량 설계와 블루투스 무선 통신 기능을 갖춰 일상에서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끈 POSTECH 강대식 교수는 “향후 영유아나 민감성 피부를 가진 사람도 사용할 수 있도록 기기의 범용성을 높일 계획”이라며, “이 기술이 발전하면, 피부뿐만 아니라 공기 질, 생활 습관, 질병 징후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맞춤형 헬스 케어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환경산업기술원(KEITI) 환경보건 디지털 조사 기반 구축 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5-64207-2 1. DBSCAN: Density-Based Spatial Clustering of Applications with Noise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팀, 렌즈 하나로 세상을 더 넓게, 더 가볍게 담아낸다
[노준석 교수팀, '단일층 메타렌즈 180도 초광각 시야' 구현] 세상을 더 넓고 선명하게 담기 위한 과학자들의 도전이 또 한 걸음을 내디뎠다. 최근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화학공학과 통합과정 이은지 씨 연구팀은 180도에 가까운 초광각 시야를 구현하면서도 기존 카메라 시스템과 결합할 수 있는 단일층 메타렌즈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초소형 카메라의 핵심 부품을 한층 더 얇고 가볍게 만들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되며, 광학 및 포토닉스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 ‘Laser & Photonics Reviews’에 게재됐다. 스마트폰, 드론, 자율주행차 등에서 더 작고 가벼운 카메라를 구현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한 번에 더 넓은 장면을 담을 수 있는 ‘초광각 렌즈’는 상업용 이미징 시스템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하지만 기존 렌즈는 여러 유리나 플라스틱 렌즈를 겹겹이 쌓아야 해 부피가 크고 무게가 무거우며, 색이 번지거나 초점이 흐려지는 문제도 있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수십만 개의 미세한 나노 구조로 빛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메타렌즈’에 주목해 왔다. 여러 개를 쌓는 대신, 단 하나의 메타렌즈 안에 빛의 흐름을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는 ‘이차 위상 프로파일(quadratic phase profile)’을 설계한 것이다. 이 설계 덕분에 단일층 메타렌즈로, 시야각 약 176도에 달하는 ‘반구형(hemispherical)’ 수준의 초광각 이미징을 구현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전자빔 리소그래피(EBL*1)와 증착, 리프트오프(lift-off*2) 등 첨단 나노 공정을 통해 이 메타렌즈를 실제로 제작했다. 실험 결과, 가시광선 영역의 빨강(635nm), 초록(532nm), 파랑(450nm) 빛에서도 메타렌즈는 최대 88도의 입사각에서도 초점을 정확히 모으는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즉, 일반 카메라처럼 다양한 색의 빛을 받으면서도 왜곡 없이 선명한 영상을 구현한 것이다. 이번 연구의 또 다른 성과는 이 메타렌즈가 기존 카메라에 쓰이는 컬러 필터와 호환된다는 점이다. 이는 상용화의 문턱을 크게 낮추는 결과로, 스마트폰이나 드론 등 기존 제품에 손쉽게 적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노준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복잡한 광학계를 단순화하면서도 고성능을 유지하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며 “향후 웨어러블 카메라, 자율주행차의 광학 센서, 그리고 초소형 의료 내시경 등 다양한 분야로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글로벌융합연구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02/lpor.202500098 1. EBL: Electron-Beam Lithography, 전자빔을 이용해 나노 규모의 미세한 패턴을 만들어내는 공정으로, 반도체나 메타렌즈 제작에 사용된다. 빛 대신 전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훨씬 정밀한 구조를 구현할 수 있다. 2. lift-off: 리소그래피로 형성된 패턴 위에 금속 등을 증착한 뒤,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해 원하는 나노 구조만 남기는 공정이다. 말 그대로 ‘필요 없는 부분을 들어올려(lift-off) 떨어내는’ 방식으로 미세한 구조를 형성한다.
생명/융합 김상욱 교수팀, 인공지능이 독성 약물 미리 골라낸다
[김상욱 교수팀, 동물과 사람 차이 학습한 AI 개발로 약물 독성 예측] 영국에서 면역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TGN1412’를 사람에게 투여했다가 몇 시간 만에 사이토카인 폭풍이 일어나 여러 명이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쓰러진 사례가 있었다. 또한 뇌졸중 치료제로 개발된 ‘아프티가넬(Aptiganel)’ 역시 동물에선 효과가 뛰어났지만, 사람에게선 환각·진정 등 부작용만 나타나 중단된 사례도 있다. 이처럼 동물 실험에선 멀쩡하던 약이 사람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 이런 차이를 AI로 학습시켜 임상시험 전에 위험 약물을 미리 골라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생명과학과·융합대학원 김상욱 교수, 생명과학과 박민혁 박사, 통합과정 송우민 씨, 인공지능대학원 통합과정 안현수 씨 연구팀이 AI를 이용해 사람에게 나타날 약물 부작용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최근 의약 분야 국제 학술지 '이바이오메디신(eBioMedicine)' 온라인판에 현지시각으로 지난 28일 실렸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세포나 동물 실험 등의 전임상을 통과한 약물이 사람에게서 뜻밖의 독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사람과 동물의 생물학적 반응이 다르기 때문이다. 초콜릿이 사람에게는 대체로 안전하지만, 개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어떤 약물은 쥐에게 안전하다고 해서 사람에게도 안전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신약 개발 실패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 '종(種) 간 차이'였다. 연구팀은 세포·쥐·사람 간 생물학적 차이인 'GPD(Genotype-Phenotype Difference, 유전형-표현형 차이)'에 주목해 약물이 겨냥하는 표적 유전자가 사람과 전임상 모델에서 어떻게 다르게 작동하는지를 세 가지 축으로 분석했다. 첫째, 유전자가 생존에 미치는 영향(필수성), 둘째, 조직별로 유전자가 발현되는 양상, 셋째, 생물학적 네트워크에서 유전자의 연결성이다. 위험 약물 434개와 승인 약물 790개 데이터로 검증한 결과, GPD 특성은 사람에서 독성으로 실패하는 약물과 유의하게 연관됐다. 화학 구조만 볼 때보다 예측력이 크게 향상됐으며, 독성 물질을 실제로 잘 찾아내는 지표(AUPRC*1)가 0.35에서 0.63, 전체 예측 정확도를 나타내는 지표(AUROC*2)는 0.50에서 0.75로 높아졌다. 개발된 AI 모델은 기존의 최신모델들과 비교해 가장 우수한 예측 성능을 보였다. 나아가 독성으로 시장에서 퇴출당할 약물을 경고하는 ‘연대기적(chronological) 검증’에서도 실용성을 보였다. 1991년까지의 약물 정보만으로 AI를 학습시킨 뒤, 1991년 이후 시장에서 퇴출당할 약물을 예측한 결과 95%의 정확도를 보였다. 이번 연구는 세포와 전임상 동물 모델 그리고 사람의 생물학적 차이을 정량 지표로 끌어와 전임상–임상 사이 ‘번역의 벽’을 낮춘 점이 핵심이다. 제약사는 임상 전에 고위험 후보를 걸러 개발 비용과 시간을 아끼고, 환자 안전을 높일 수 있다. 관련 데이터와 주석이 쌓일수록 모델의 효용은 더 커질 전망이다. 김상욱 교수는 "전임상 모델과 사람의 생물학적 특성을 수치로 반영한 첫 시도"라며, "AI와 생물정보학을 결합하면 신약 개발 '실패의 골짜기'를 크게 줄여 "사람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신약을 더 빠르게 개발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공동 제1저자인 박민혁 박사와 송우민 씨는 "사람 중심 독성 예측 모델은 신약 개발 현장에서 매우 실용적인 도구가 될 것"이라며 "제약사가 임상 전 단계에서 고위험 약물을 미리 걸러낼 수 있어 개발 효율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대학 중점연구소지원사업 의료기기 혁신센터와 합성생물학 인력양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16/j.ebiom.2025.105994 1. AUPRC: Area Under the Precision-Recall Curve, 양성을 정확히 찾아내는 능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값이 높을수록 모델이 ‘진짜 위험한 약물’을 더 잘 찾아낸다는 의미다. 2. AUROC: Area Under the Receiver Operating Characteristic curve. 모델이 ‘양성’과 ‘음성’을 얼마나 잘 구분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범위는 0~1 사이이며, 1에 가까울수록 정확하다.
화학 박수진 교수팀, ‘스스로 쌓이는 리튬’ 전기차 폭발 위험 잡는다
[POSTECH·중앙대, 굴곡 낮추고 친화도 높이는 다공성 구조체 개발로 덴드라이트 억제] 국가소방청에 따르면, 연간 전기차 화재 건수가 2018년 3건에서 2023년 72건으로 5년 새 24배 증가했다. 지난해 8월 인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주차 중이던 전기차가 폭발하면서 차량 87대가 타고 793대가 그을렸으며,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처럼 전기차 배터리 최대 난제는 ‘폭발 위험’인데, 국내 연구팀이 이를 해결할 새로운 전극 구조를 개발했다는 소식이다. 마치 내비게이션처럼 리튬이 안전한 경로를 따라 차곡차곡 쌓이게 만드는 기술이다. 화학과·배터리공학과 박수진 교수, 한동엽 박사, 배터리공학과 이가영 석사,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문장혁 교수, 박성수 연구원 공동연구팀이 리튬금속 배터리 수명과 안전성을 동시에 높이는 3차원 다공성 구조체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 중 하나인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다. 리튬금속 배터리는 한 번 충전으로 더 오래 가는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지만, 치명적 약점이 있다. 충전과 방전을 거듭하면 리튬이 뾰족한 바늘 모양으로 자라는 '가지돌기(덴드라이트·dendrite*1)' 현상이 일어난다. 이 바늘이 배터리 내부를 뚫으면 단락(합선)이 일어나 폭발할 수 있다. 연구팀의 해결책은 간단하지만 효과적이다. 전극 내부에 구불구불하지 않은 곧은 통로를 만들고, 아래로 갈수록 리튬이 더 잘 달라붙도록 설계했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을 떠올려 보자. 입구가 좁고 통로가 복잡하면 차들이 제대로 주차하지 못하고 입구에 뒤엉킨다. 하지만 넓고 곧은 진입로를 만들고, 지하층일수록 주차 공간을 넓게 배치하면 차들이 자연스럽게 아래층부터 질서정연하게 주차한다. 연구팀이 만든 전극 구조가 바로 이런 원리다. 연구팀은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고 분리되는 원리를 활용한 '비용매 유도 상분리' 공정으로 이 구조를 구현했다. 고분자에 탄소나노튜브와 은 나노입자를 섞어 전기가 잘 통하게 만들고, 구리 기판 위에 은층을 입혀 리튬이 바닥부터 자라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리튬이 아래에서 위로 차곡차곡 쌓이는 '상향식(bottom-up)' 증착이 이뤄졌고, 위험한 가지돌기 발생이 완전히 억제됐다. 이 기술을 적용한 배터리는 무게 기준 398.1Wh/kg, 부피 기준 1516.8Wh/L의 높은 에너지 밀도도 달성했다. 현재 전기차에 주로 쓰이는 NCM811, LFP 양극재와 결합한 파우치형 전지에서도 적은 양의 전해액과 낮은 음극-양극 비율이라는 까다로운 상용 조건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박수진 교수는 "복잡한 공정 없이 전극 내부 이온 이동 통로와 리튬 쌓임 방식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라며 "전극 내부의 ‘길’과 ‘방향’을 함께 설계하는 전략이 리튬금속전지 실용화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앙대 문장혁 교수는 "단순한 공정으로 전극의 미세 구조와 화학적 구배를 동시에 설계할 수 있어 대량생산에 최적화됐다"라고 연구의 의미를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DOI: https://doi.org/10.1002/adma.202510919 1. 덴드라이트(dendrite) : 나뭇가지 모양 결정, 전기화학에서는 리튬금속전지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금속 결정
기계 이안나 교수팀, 플라즈마로 불붙은 암모니아, 탄소 없이 우주로!
[POSTECH·기계연, 암모니아와 아산화질소로 탄소 없는 우주추진체 개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025년에 네 번째 발사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누리호를 비롯한 대부분 로켓은 탄화수소계 연료를 사용해 그을음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점에서 환경적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기계공학과 이안나 교수, 박사과정 이정락 씨 연구팀이 한국기계연구원(KIMM, 이하 기계연) 강홍재 선임 연구원과 함께 ‘탄소 배출 제로’ 암모니아 추진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로켓 연료의 환경적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성능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해, 우주 추진 기술의 친환경 전환을 앞당길 핵심 기술로 주목받으며, 추진제 및 연소 분야 국제 학술지 ‘연료(Fuel)’에 게재됐다. 최근 위성 군집 운용, 달 탐사 등 장기간 수행되는 우주 프로젝트가 늘어나면서 추진제의 ‘저장성(storable capability)’이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오랜 시간 보관한 뒤에도 바로 시동이 걸리고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오랫동안 세워둔 자동차가 한 번에 시동이 걸려야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연구팀은 이산화탄소나 그을음을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보관과 취급이 쉬운 암모니아에 주목했다. 암모니아는 수소 저장 효율이 높고 장기 보관이 가능하지만, 불이 잘 붙지 않는 낮은 점화성이 실용화를 막는 걸림돌이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아산화질소(N₂O)를 산화제로 쓰고, 여기에 ‘회전 활주 아크(이하 RGA, Rotating Gliding Arc) 플라즈마 점화 기술’을 접목했다. RGA 플라즈마는 3차원 공간에서 플라즈마를 활성화해 암모니아에 확실하게 불을 붙이고, 연소를 안정적으로 지속시킨다. 실험 결과, ‘암모니아–아산화질소’ 추진계는 기존의 ‘아산화질소–탄화수소’ 조합보다 비추력(추진 효율)이 높고 연소 온도는 낮아, 성능과 열적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당량비*1 0.33~3.0의 넓은 범위에서도 화염이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특히, 플라즈마 시동 가스로 암모니아와 아산화질소 모두 사용할 수 있어 재시동성과 운용 유연성이 크게 향상됐다. 이번 성과는 ‘탄소 배출 없는 우주 추진’으로의 전환을 앞당길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저장이 쉬운 연료, 단순한 산화제 조합, 안정적인 플라즈마 점화를 결합함으로써 ‘탄소 중립·저열 부하·재시동 가능성’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로드맵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안나 교수, 박사과정 이정락 씨는 “암모니아의 낮은 점화성과 연소 안정성 문제를 혁신적인 플라즈마 기술로 극복했다”라며, “저장성까지 갖춘 친환경 추진체 개발의 방향을 제시한 셈”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기계연 강홍재 선임연구원은 “RGA 기반 플라즈마 점화 기술은 재시동이 요구되는 발사체 및 탐사선 등 다양한 우주 임무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라며, “탄소 배출 없는 추진 시스템으로의 전환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우수신진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DOI: https://doi.org/10.1016/j.fuel.2025.136893 1. 당량비(Equivalence ratio): 연료와 산화제가 혼합된 비율로 얼마나 연료가 많은지 또는 얼마나 적은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기계 조동우 교수팀, ‘인공망막’으로 난치성 실명 정복 나선다
[POSTECH·은평성모병원·한국외대 연구팀, 3D 프린팅으로 망막정맥폐쇄 체외에서 재현] 기계공학과 조동우 특임교수 연구팀, 은평성모병원 안과 원재연 교수 연구팀, 한국외대 생명공학과 김정주(前 POSTECH 기계공학과 박사) 교수 연구팀이 3D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망막-온-어-칩(retina-on-a-chip)’ 제작과 이를 기반으로 망막정맥폐쇄 질환을 체외에서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소재, 나노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중 하나인 '어드밴스드 컴포짓 앤드 하이브리드 머티리얼즈(Advanced Composites and Hybrid Materials)'에 게재됐다. ‘망막정맥폐쇄’는 고혈압과 당뇨 등 질환으로 망막 혈관이 막혀 시력이 손상되는 주요 실명성 질환이다. 아파트 수도관이 막혀 물이 역류하듯, 망막의 정맥이 좁아지면 혈액이 흐르지 못하고 망막이 부어오르며 염증과 신생혈관이 생겨 결국 시력을 잃게 된다. 그러나 기존 치료법은 증상을 완화할 뿐 근본적 해결책이 없고, 재발률도 높았다. 또한, 기존 망막정맥폐쇄 연구는 주로 동물실험과 2D 세포 배양에 의존해 동물과 사람의 생리적 차이가 너무 크고 평면 배양만으로는 복잡한 망막의 3차원 구조나 혈관 협착 현상을 제대로 구현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3D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이 한계를 극복했다. 실제 망막 조직에서 세포만 제거하고 남은 세포외기질로 ‘하이브리드 바이오잉크’를 제작해, 망막 고유 생화학적 신호를 그대로 반영한 미세환경을 구현했다. 또한 다중 노즐과 삼중 동축 프린팅 기술을 결합해 망막의 혈관·세포층·혈액망막장벽을 동시에 구현하고, 일부 혈관을 인위적으로 좁혀 질환의 병리적 진행을 재현했다. 그 결과, 혈관 협착에서 허혈·염증·혈관 누출·망막 기능 저하에 이르는 질환의 전 과정을 실험실 칩 위에서 그대로 관찰할 수 있었다. 실제 환자와 유사하게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 내피세포 손상, 장벽 붕괴 등의 현상이 확인됐다. 또한, 기존 항염증제나 항혈관신생제를 투여했을 때도 실제 환자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아스피린은 손상 억제 효과를 보였고, 덱사메타손과 베바시주맙*1 투여 시 염증과 신생혈관이 줄어 실제 약물이 칩 위에서 정확하게 반응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를 통해, 신약 평가와 환자 맞춤형 치료 플랫폼으로서 활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조동우 교수는 “실험실에서 실제 환자와 유사한 망막정맥폐쇄 병변을 재현할 수 있게 되어 신약 개발의 전임상 단계를 훨씬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은평성모병원 원재연 교수는 “임상 현장에서 망막정맥폐쇄 환자의 병리 과정을 직접 추적하거나 약물 효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는데, 이번 연구가 그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연구 도구를 제시했다”라며, “앞으로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외대 김정주 교수는 “망막 특이적 세포외기질(ECM)을 활용해 복잡한 병리 환경을 칩 위에서 재현한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라며, “앞으로 당뇨망막병증이나 황반변성과 같은 다른 실명성 질환 모델로도 확장해 정밀의료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범부처 재생의료기술개발 사업, 한국연구재단 신진연구, 한국외국어대학교 교내연구 지원으로 이뤄졌다. DOI: https://doi.org/10.1007/s42114-025-01455-2 1. 덱사메타손(dexamethasone)과 베바시주맙(bevacizumab): 실제 임상에서 망막정맥폐쇄 환자 치료에 자주 사용되는 대표적인 약물
IT융합/기계/전자/융합 박성민 교수팀, 혈당 예측은 기본, 저혈당까지 잡는 똑똑한 AI
[POSTECH,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혈당 예측+저혈당 감지’ DA-CMTL 모델 개발] 하루에도 여러 번 손가락을 찔러 혈당을 확인하고 인슐린을 주사해야 하는 당뇨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POSTECH 연구진이 혈당 변화를 예측하고 위험한 저혈당까지 감지할 수 있으며, 다양한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 파트널 저널인 ‘npj Digital Medicine’에 지난 16일 게재됐다. 혈당은 식사나 운동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 건강한 사람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어 혈당이 일정하게 유지되지만, 제1형 당뇨병 환자는 그렇지 않다. 췌장 세포가 손상되어 인슐린 분비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환자 스스로 혈당을 관리해야 하는데, 혈당이 과도하게 떨어지는 ‘저혈당’이 발생하면 의식을 잃거나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혈당 관리 연구는 꾸준히 이어져 왔지만 한계가 있었다. 기존 기술은 특정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다른 환자에게 적용하기 어려웠고, ‘혈당 예측’과 ‘저혈당 감지’를 각각 따로 처리해야 해 의료 현장에서 사용하기에 불편함이 컸다. 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박성민 교수, 황민주 석사 연구팀은 ‘DA-CMTL(Domain-Agnostic Continual Multi-Task Learning)’이라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했다. 이름은 조금 복잡하지만, 쉽게 말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혈당 관리 AI’다. 이 모델은 환자들이 팔에 붙이는 ‘연속혈당측정기(CGM*1)’에서 5분마다 기록되는 혈당 수치와 인슐린 주입 데이터를 학습한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혈당 변화를 예측하고, 동시에 저혈당 발생 가능성까지 계산해 낸다. 특히, 연구팀은 세 가지 기술을 결합해 성능을 높였다. 첫째, ‘지속 학습(Continual Learning)’을 통해 환자마다 다른 데이터를 차례대로 학습해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하도록 했다. 이어서, ‘다중 작업 학습(Multi-Task Learning)’을 적용해 혈당 예측과 저혈당 감지를 동시에 수행하는 통합 구조를 구현했다. 마지막으로, 가상 환경에서 학습한 지식이 실제 환자 데이터에서도 효과를 내도록 ‘가상-현실 전이(Sim2Real Transfer)’ 기법을 더했다. 실험 결과, 이 모델은 혈당 예측 정확도를 나타내는 RMSE(평균제곱근오차)에서 14.01mg/dL를 기록하며, 기존 모델보다 5.12mg/dL 더 정확한 성능을 보였다. 또한, 전임상 실험을 넘어 실제 실시간 인공췌장 시스템에서도 뚜렷한 개선 효과를 보여, 의료 현장 적용 가능성까지 확인됐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는 특정 환자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환자군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POSTECH 박성민 교수는 “이번 연구로 차세대 인공췌장 기술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라며, “이를 통해 당뇨 환자의 치료 방식과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P스타과학자 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인공지능핵심고급인재양성 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www.nature.com/articles/s41746-025-01994-4 1. CGM: Continuous Glucose Monitoring, 연속혈당측정기로 혈액 속 포도당 수치를 5~15분 단위로 기록하고, 스마트폰이나 전용 수신기로 데이터를 전송한다.
신소재 김연수 교수팀,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젤, 미래 소프트 로봇 이끈다
[POSTECH, 생명체 모방한 ‘자가조절 하이드로겔’ 원리 제시, 차세대 소재·로봇 응용 기대] 근육이 스스로 수축하고 이완하듯, 외부 자극 없이도 알아서 반응하는 소재가 있다면 어떨까. 최근 신소재공학과 김연수 교수, 정태훈 박사, 통합과정 최재원 씨 연구팀이 ‘스스로 움직이는’ 하이드로겔 기술의 원리와 설계, 응용, 향후 연구 방향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리뷰 논문을 미국화학회(ACS)의 최상위 학술지인 ‘케미컬 리뷰스(Chemical Reviews)’ 온라인판에 게재했다. ‘하이드로겔(hydrogel)’은 물을 머금은 젤리 같은 물질로 온도나 빛, 화학 반응에 따라 팽창하거나 투명도가 달라진다. 여기에 생명체가 스스로 상태를 조절하는 ‘자가조절(self-regulation)’ 개념을 접목한 ‘자가조절 하이드로겔’은 외부의 자극 없이 스스로 팽창·수축하고 투명도를 바꿀 수 있는 차세대 스마트 소재다. 여기서 핵심은 ‘음성 피드백 루프(negative feedback loop)*1 ’다. 이 구조 덕분에 단순히 ‘켜고 끄는’ 방식으로만 반응하는 기존 하이드로젤 소재와 달리 자가조절 하이드로젤은 살아 있는 조직처럼 반복적 변화를 만드는 ‘물리적 지능(physical intelligence)’ 구현이 가능하다. 이번 논문에서 연구팀은 ‘자가조절 하이드로겔’을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연속 조절(sustained regulation)형’은 일정한 자극에서 기계적 루프(겔이 굽혔다 펴지는 반복 운동), 광학적 루프(빛의 차단·통과 반복), 화학적 루프(pH 변화나 특수 화학 반응을 통한 리듬 생성) 등 지속적인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이에 반해, ‘단주기 조절(one-cycle regulation)형’은 한 번 변화한 뒤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단발성 반응 특성을 갖는다. 연구팀은 이러한 자가조절 하이드로겔의 자율적이고 반복적인 움직임 구현 능력이 향후 다양한 스마트 소재로의 확장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내다봤다. 예를 들어, 스스로 걷는 ‘자율 보행 겔’은 외부 전원이 없이도 스스로 이동하여 환경 모니터링용 로봇이나 약물 전달 플랫폼에 활용될 수 있으며, ‘광주성 로봇’은 전기없이 빛에 따라 스스로 이동하며 에너지 효율적 소프트로봇 기술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또한 하이드로겔 내부의 주기적 나노구조 변화에 따라 색이 자율적으로 진동, 변조될 수 있는 특징을 이용하여 무전원 색 센서, 위장 소재, 인터랙티브 디스플레이로 응용이 가능하다. 이처럼 자가조절 하이드로겔은 생명체의 자율적 반응을 모사하는 미래형 소프트 로보틱스 및 스마트 소재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상처를 임시로 봉합하거나 약물을 자동으로 방출하는 ‘치료용 겔’, 일정 시간이 지나면 흔적 없이 사라지는 정보 저장 장치 등 의료 및 정보 분야에서도 유망한 응용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를 이끈 김연수 교수는 “자연계 자가조절 원리를 모사한 하이드로겔은 단순 모방을 넘어 실생활에 필요한 지능형 소재로 확장될 것”이라며 기대를 밝혔다. 정태훈 박사는 “차세대 스마트 소재와 소프트 로보틱스 개발을 위한 중요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ERC,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 우수신진연구사업과 한국도레이과학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21/acs.chemrev.5c00358 1. 음성 피드백 루프(negative feedback loop): 변화가 지나치게 커지지 않도록 억제하고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는 방식을 말한다. (예: 체온 조절.)
신소재/융합 이준민 교수팀, 내 피부로 만드는 ‘나만의 인공피부' 시대
[POSTECH·이화여대·고려대, 환자의 세포와 피부조직으로 맞춤형 인공피부 개발] 심한 화상이나 만성 상처로 피부를 잃은 사람들은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의 피부 조직, 인공 재료에 의존해 왔다. 그런데 최근 ‘내 몸이 기억하는 재료’로 ‘나만의 새살’을 길러내는 기술이 등장했다. 신소재공학과·융합대학원 이준민 교수, 시스템생명공학부 통합과정 강래희 씨 연구팀이 이화여대 박보영 교수, 고려대 김한준 교수와 함께 환자 본인의 세포와 조직으로 맞춤형 인공피부 이식재를 제작하는 혁신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온라인판에 최근 소개됐다. 화상이나 만성 상처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자가피부 이식법’은 이식에 필요한 건강한 피부가 부족하고, 수술 후 흉터가 남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무세포 진피 매트릭스(Acellular Dermal Matrix, ADM)’나 세포 주사 요법 등이 떠오르고 있지만, 인공 재료의 경우 환자 개개인의 특성을 반영하기 어려우며, 세포 주사는 생존율이 낮아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연구팀은 해답을 ‘몸이 스스로 알아보는 재료’에서 찾았다. 집을 리모델링할 때, 다른 집 벽돌을 쓰지 않고, 원래 집의 설계도, 자재를 그대로 활용하는 방식처럼 말이다. 연구팀은 환자 피부에서 세포를 제거한 탈세포화 세포외기질*1 을 만들고, 이를 같은 환자에게서 얻은 각질형성세포, 섬유아세포와 함께 3D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다시 조합했다. 즉, 환자의 단백질 조성과 미세구조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본인의 조직을 다시 그 환자의 피부 재생에 쓰이도록 한 것이다. 연구팀이 만든 맞춤형 이식재는 실제 피부와 유사한 복잡한 단백질 환경을 재현했다. 진피층 섬유아세포의 콜라겐 생성량이 기존 대비 2.45배 증가했으며, 혈관 연결점과 혈관망 형성은 각각 1.27배, 1.4배로 증가하며 산소 공급을 위한 새로운 혈관이 활발히 자라났다. 동물실험에서도 염증을 크게 줄이면서 2주 만에 완전한 피부 재생이 이뤄졌다. 표피 이동 길이는 기존 대비 약 3.9배, 진피 두께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대조군이나 일반 젤라틴 기반의 하이드로젤을 쓴 경우와 달리, 출혈·울혈 없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무엇보다, 몸이 이식재를 ‘내 것’으로 인식한 덕분에 면역 거부나 흉터 형성 없이 빠르고 안정적인 봉합이 가능하며, 특히 ‘당뇨발(당뇨 합병증)’과 만성 염증성 상처 등 치료가 까다로운 질환에도 새로운 치료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준민 교수는 “환자에게서 얻은 재료를 다시 그 환자의 치료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맞춤형 재생 치료의 혁신을 보여주는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화여대 박보영 교수는 “환자 맞춤형 이식재로서 분명한 차별성과 경쟁력을 갖춘 연구”라고 전했으며, 고려대 김한준 교수도 “환자 특성을 반영한 맞춤 재생의 모범 사례”라고 이번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02/advs.202511889 1) 탈세포화 세포외기질(Decellularized Extracellular Matrix, ECM): 조직 속의 세포를 제거하고 뼈대 역할을 하는 단백질 및 섬유 구조만 남기는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생체 유래 재료로, 세포 부착과 성장에 적합한 생리적 환경을 제공한다.
화공/배터리 김원배 교수팀, "수소 없이도 괜찮아" 암모니아가 직접 전기 만든다
[POSTECH, 복잡한 수소 저장·운송 없이 암모니아 직접 사용하는 연료전지 성능 25% 향상] 화학공학과·배터리공학과 김원배 교수, 화학공학과 통합과정 하중섭 씨 연구팀은 암모니아를 직접 연료로 사용하는 ‘고체산화물 연료전지(DA-SOFC1))’ 성능과 내구성을 동시에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수소 대신 암모니아를 바로 연료로 사용하는 이 기술은 탄소 배출 없는 전력 생산의 길을 열며,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현지시각으로 지난 15일 게재됐다.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lid Oxide Fuel Cell, SOFC)’는 연료의 화학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친환경 발전 장치다. 가장 흔히 쓰이는 수소는 극저온(-253℃)에서 액화하거나 고압으로 저장해야 해, 비용과 인프라가 많이 든다. 반면 암모니아는 상온에서도 액화가 쉽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 저장과 운송이 간편하며, 탄소를 포함하지 않아 연소 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다.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하려면 전극 표면에서 암모니아가 빠르게 분해돼야 하고, 고온 부식 환경에서도 전극이 버텨야 한다. 그러나 기존 니켈 전극은 암모니아와 반응하면서 금속 입자가 뭉치고 전극이 갈라져 성능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바륨(Ba)’과 ‘철(Fe)’을 활용했다. 바륨은 강한 염기성을 가진 물질로, 철 나노입자에 전자를 공급하여 암모니아 속 질소 원자를 쉽게 떼어내는 역할을 한다. 암모니아가 전기로 변하기 위해서는 질소와 수소로 분해되어야 하는데, 그중 질소를 떼어내는 과정이 가장 어렵다. 바륨은 이 과정을 촉진해 반응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또한, 바륨은 전극 격자 구조를 단단하고 넓게 만들어 철 나노입자가 고르게 자리 잡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철 나노입자는 전극 표면에서 촉매 역할을 하며, 암모니아가 전기로 바뀌는 반응을 돕는다. 게다가 바륨이 표면의 염기성을 강화해 반응물이 철 나노입자 표면에서 더 잘 분해되도록 도와 전체 반응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실험 결과, 바륨이 도입된 전극은 기존 전극보다 약 25% 높은 최대 전력밀도 1.02W/㎠(단위 면적당 와트)를 기록했다. 또한, 내구성도 뛰어나 200시간 연속 운전에서도 성능 저하 없이 안정성을 유지했으며, 특히 투입된 암모니아가 모두 반응해 하나도 남지 않는 100% 분해 효율을 달성했다. 이번 연구는 복잡한 수소 저장·운송 없이, 전지 발전 효율과 수명을 함께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POSTECH 김원배 교수는 "바륨 도입과 철 나노입자 형성을 결합은 연구팀의 전극 촉매 설계는 암모니아 연료전지 성능과 내구성을 동시에 끌어올릴 성과"라며 "암모니아의 손쉬운 저장·운송 특성을 고려하면, 이번 기술은 탄소 제로 전력 생산을 실현하는 핵심 기반 기술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과 그린 암모니아 사이클링 선도연구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16/j.cej.2025.168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