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융합 임신혁 교수 연구팀, 장내 미생물이 백신 효과 키운다?
[POSTECH 임신혁 교수연구팀, 미생물 대사산물이 점막 면역 깨워 항체 반응 높이는 원리 규명] POSTECH 생명과학과·융합대학원 임신혁 교수, 생명과학과 통합과정 고하은 씨 연구팀이 장내 미생물에서 만들어지는 대사산물 ‘부티르산(butyrate)’이 점막 면역의 핵심 세포를 활성화해 항체 생성과 점막 백신의 효과를 높인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장내 환경을 조절해 백신 효능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면역 메커니즘을 제시한 성과로, 국제 학술지인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 현지 기준으로 지난 21일 게재됐다. 감염병은 대부분 입이나 호흡기처럼 ‘점막’에서 시작된다. 이 때문에 주사 대신 먹거나 뿌리는 방식의 점막 백신이 차세대 백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점막은 외부 물질에 둔감한 특성이 있어, 백신을 투여해도 충분한 면역 반응을 끌어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장 점막 면역 핵심 역할을 하는 T 여포 보조 T세포(이하 Tfh1) 세포)에 주목했다. Tfh 세포는 항체를 만드는 B세포를 도와 면역 반응의 방향과 강도를 결정하는 일종의 ‘면역 지휘관’과 같은 존재다. 연구 결과, 소장 면역 조직인 파이어패치(Peyer’s patch)에서 유래한 Tfh 세포는 전신 면역을 담당하는 비장 유래 Tfh 세포보다 점막 항체인 IgA를 훨씬 강하게 생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특정 장내 미생물을 제거한 쥐 모델에서는 Tfh 세포와 IgA 항체가 함께 감소했으나, 미생물을 다시 공급하자 면역 반응이 회복됐다. 분석 결과, 이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핵심 물질은 장내 유익균이 만들어내는 대사산물 ‘부티르산’으로 확인되었다. 부티르산은 Tfh 세포와 항체 생성을 담당하는 B세포를 활성화하는 신호로 작용했다. 실제로 부티르산 전구체인 트리부티린(tributyrin)을 투여한 모델에서는 IgA 항체 생성이 증가하고 살모넬라 감염에 대한 방어력도 향상되었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부티르산이 면역세포 표면의 수용체(GPR43)를 통해 신호를 전달하며, 장내 미생물–면역세포–항체 반응을 하나로 잇는 새로운 면역 조절 축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장내 미생물과 면역세포, 항체 반응이 하나의 축으로 연결돼 작동한다는 새로운 면역 조절 메커니즘을 제시했으며, 장내 환경 조절만으로 점막 백신의 효능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를 이끈 임신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장내 미생물이 소화를 돕는 역할을 넘어, 면역계 핵심 세포의 기능과 백신 반응을 직접 조절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라며 “장내 미생물 대사산물을 활용한 차세대 점막 백신과 면역 치료 기술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POSTECH 연구진과 임신혁 교수가 대표로 있는 (주)이뮤노바이옴과의 긴밀한 산학협력을 통해 이뤄졌다. 이뮤노바이옴은 난치성 질환이나 자가면역 질환 치료를 위해 박테리아 등 생균 기반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유형2) 사업 및 박사과정생 연구장려금 지원사업, 기초과학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 DOI: https://doi.org/10.1186/s40168-025-02284-7 1. Tfh: T follicular helper cell, 여포성 보조 T 세포의 영문명. Tfh 세포는 B 세포의 활성화와 항체 생성을 유도하는 보조 T 세포로, 항체 반응 유지와 백신·자가면역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기계 임근배 교수 연구팀, “mRNA 살려야 사람도 살린다” 치료제 성능 높이는 농축 기술 개발
[전기장 기반 미세유체 플랫폼으로 안정성·효율 동시에 잡아] mRNA를 활용한 치료제는 만들기보다 지키는 게 더 어렵다. 제조 직후 구조가 불안정해지는 탓에 후처리 과정에서 전달체가 손상되면 치료제 효율은 급격히 떨어진다. POSTECH 기계공학과 임근배 교수, 박사과정 윤승빈 씨 연구팀이 ㈜인벤티지랩과 함께 이 병목을 정면으로 해결했다. mRNA는 DNA의 유전 정보를 세포로 전달해 단백질 생성을 지시하는 물질이다. 하지만 체내 효소에 매우 취약해, 그대로는 치료제로 쓰기 어렵다. 이 mRNA를 감싸 보호하고 세포 안까지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지질 나노입자(이하 LNP, Lipid Nanoparticles)’다. 결국 치료제 성능은 LNP를 얼마나 온전히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문제는 제조 이후 후처리 공정이다. mRNA와 지질 용액이 혼합되며 형성되는 mRNA-LNP는 제조 직후 구조가 불안정하며, 기존 후처리 방식으로는 입자 농도가 크게 낮아지고, 용액 부피가 증가하여, 처리 시간 증가와 입자 손상, 수율 감소 등의 생산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연구팀은 해법을 ‘비접촉 방식의 농축’에서 찾았다. 전기장과 미세 채널을 이용해 LNP를 건드리지 않고 이동·집중시키는 방식이다. 나피온(Nafion)1)을 통해 형성된 이온 결핍 영역에서 ‘이온 농도 분극(Ion Concentration Polarization, ICP2))’ 현상을 유도함으로써 구조 손상 없이 농축이 가능해졌다. 그 결과 평균 크기 80nm 이하, 분산도 0.2 미만의 균일한 LNP를 유지한 채 mRNA 포획 효율 94% 이상을 확보했다. 무엇보다 농축 이후에도 세포 실험에서 정상적인 단백질 발현이 확인돼, 기능적 안정성까지 검증됐다. 여기에 여러 층을 적층한 스택형 미세유체 칩을 적용함으로써 단일 채널 기반 시스템의 처리량 한계를 구조적으로 보완하였다. 이를 통해 공정 시간은 줄이고, 손실은 최소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향후 대량 처리를 고려한 확장형 플랫폼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이 기술은 mRNA–LNP 손실과 공정 병목을 동시에 줄여, 항암·희귀질환·감염병 치료제 등 mRNA 치료제의 상용화를 앞당길 핵심 기술로 주목된다. 연구를 이끈 임근배 교수는 “이번 연구는 mRNA 전달체를 손상 없이 다룰 수 있는 공정 기술을 제시했다”라며 “향후 대량 생산 공정과 연계해 차세대 mRNA 치료제의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높이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인벤티지랩과의 공동연구로 수행된 이 연구는 최근 바이오·센서 분야 국제 학술지인 ‘바이오센서스 앤 바이오일렉트로닉스(Biosensors and Bioelectronics)’에 게재됐다. ▶️ DOI: https://doi.org/10.1016/j.bios.2025.118226 1. 나피온(Nafion): 양이온 선택성을 가지는 고분자 이온교환막으로, 이온 농도 분극 현상을 발생시키는 핵심 소재이다. 2. ICP(Ion concentration polarization) : 이온 선택성 나노채널(예: 나피온)을 통해 전기장을 인가할 때 발생하는 전기화학적 현상으로, 채널 주변에 이온이 부족한 영역(이온 결핍 영역)을 형성한다. 이 영역에서 생성되는 국소 전기장을 이용해 나노입자의 이동, 분리, 농축이 가능하다.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 연구팀, “빛의 색과 거리로 잠그는 보안 기술 나왔다” 메타표면으로 만든 해킹 원천 차단 홀로그램
[빛의 파장과 간격이 암호가 되는 차세대 보안 홀로그램 기술 개발] POSTECH 노준석 교수 연구팀이 빛의 파장과 메타표면 층간 거리만으로 작동하는 보안 홀로그램 플랫폼을 개발했다. 해킹과 복제가 사실상 불가능해 보안카드·위조 방지·군사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기대된다. 최근 잇따른 해킹과 정보 유출 사고로 디지털 보안의 한계가 분명해지고 있다. 아무리 복잡한 암호라도 결국 코드로 존재하는 이상 침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에 주목해 빛의 물리적 조건 자체를 보안 키로 활용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연구의 핵심은 '메타표면(metasurface)'이다. 메타표면은 종이처럼 얇은 판 위에 빛을 제어하는 미세 구조를 배열한 광학 소자로, 빛을 비추면 공중에 이미지를 재구성하는 홀로그램을 구현할 수 있다. 다만, 하나의 장치에 하나의 정보만 담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인공지능 신경망의 개념을 광학 구조에 적용한 ‘모듈러 회절 심층 신경망’을 설계했다. 빛의 전파와 간섭 현상 자체가 계산을 수행해 전원이나 전자 칩 없이도 빛만으로도 정보를 처리한다. 연구팀은 메타표면 하나하나가 이러한 신경망의 레이어 역할을 맡아 각 층을 단독으로 사용할 때와 서로 조합했을 때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나도록 학습시켰다. 예를 들어 메타표면에 특정 파장 빛을 비추면 사용자 식별자 홀로그램이 나타나고, 다른 파장을 사용하면 전혀 다른 이미지가 재구성된다. 또 다른 층에서는 QR 코드 정보가 구현된다. 각 층은 단독으로도 서로 다른 정보를 담고 있는 셈이다. 이 기술의 진가는 둘 이상의 메타표면을 조합했을 때다. 두 층을 정확한 거리로 배치한 뒤 특정 파장의 빛을 비추자, 비밀번호에 해당하는 암호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파장이나 층간 거리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정보는 드러나지 않는다. 빛의 색과 거리 자체가 ‘물리적 비밀번호’로 작동하는 구조다. 특히, 이론적으로는 파장의 수(m)와 메타표면 층수(N)가 늘어날수록 정보 채널 수가 m(2ⁿ−1)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하나의 장치에서 구현할 수 있는 보안 단계와 정보 조합이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신분증이나 여권 등의 위조 방지 라벨을 비롯해 군사·외교 보안 문서, 차세대 광통신 등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준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빛의 물리적 특성 자체를 보안 키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기존 디지털 보안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라며 “디지털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오히려 물리적 보안이 가장 강력한 해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POSTECH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재료과학 및 나노 기술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고, POSCO 산학연융합연구소, 한국연구재단 등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fm.202523309
화공 용기중 교수 연구팀, 전기로 만드는 '그린 암모니아', 생산 속도 2배 ↑
[POSTECH·KENTECH·KAIST, ‘음이온 반발’ 제어로 그린 암모니아 효율·안정성 동시 향상] POSTECH·KENTECH·KAIST 연구팀이 차세대 '그린 암모니아' 생산 기술 효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며 학계의 주목을 모으고 있다. 암모니아는 비료와 연료, 화학 산업 전반에 필수적인 물질로, 전 세계에서 연간 약 2억 톤이 생산된다. 하지만 대부분은 500도 이상의 고온과 200기압 이상의 고압이 필요한 ‘하버–보슈(Haber–Bosch)’ 공정을 거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는 전 세계 배출량의 약 1.4%를 차지한다.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암모니아를 친환경적으로 생산할 기술 개발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최근 각광받는 대안 기술은 전기를 이용해 고온·고압 없이 암모니아를 만드는 ‘리튬 매개 질소 환원 반응(Li-mediated Nitrogen Reduction Reaction, 이하 Li-NRR)’이다. 그러나 반응이 일어나는 리튬 전극 표면이 불안정해 전기 에너지 상당 부분이 암모니아 생성이 아닌 부반응으로 소모되는 문제가 있었다. 즉, 효율과 안정성 측면에서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의 원인을 전극 표면의 전기이중층에서 발생하는 음이온 반발 현상에서 찾았다. 전극 표면에는 마치 ‘보이지 않는 교통 체계’처럼 전하가 모이는데, 기존 구조에서는 암모니아 생성에 필요한 음이온이 전극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고 밀려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전해질에 소량의 양전하 고분자 물질을 첨가해 전극 표면에 양전하 환경을 조성했다. 그 결과 음이온이 안정적으로 모일 수 있는 계면이 형성되면서, 반응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불필요한 부반응은 크게 줄었다. 실험 결과는 눈에 띄게 개선됐다. 암모니아 생성에 쓰인 전기의 효율을 나타내는 ‘파라데이 효율(Faradaic efficiency)’은 90%를 넘겼고, 생성 속도는 기존 대비 두 배로 향상됐다. 이러한 성과는 다양한 리튬염(LiBF₄·LiClO₄·LiTFSI)과 전압 조건에서도 일관되게 확인됐으며, 장시간 반응에서도 안정성이 유지됐다. POSTECH 용기중 교수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암모니아 생산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길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며, “비료 생산 과정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은 물론,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암모니아 형태로 저장하고 운송하는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 구축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한편, POSTECH 화학공학과 용기중 교수, 통합과정 임채은 씨 연구팀, KENTECH 에너지공학부 김우열 교수, 통합과정 손유림 씨 연구팀, KAIST 신소재공학과 서동화 교수, 통합과정 권민준 씨 연구팀이 공동으로 수행한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탄소제로그린암모니아사이클링 선도연구센터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됐으며, 국제 에너지 학술지인 ‘ACS 에너지 레터스(ACS Energy Letters)’에 게재됐다. ▶️ DOI: https://doi.org/10.1021/acsenergylett.5c02721
화학 박수진 교수 연구팀, “두꺼울수록 불안하다?” 배터리 상식 뒤집혔다
[POSTECH·서울대 연구팀, 전극 두께 늘려도 안정성 유지하는 기능성 탄소나노튜브 기술 개발] 전기차가 한 번 충전으로 더 멀리 가기 위해서는 배터리 안에 더 많은 에너지를 담아야 한다.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배터리 전극을 두껍게 만드는 것이지만 전극이 두꺼워질수록 배터리는 불안정해지고 수명이 급격히 짧아진다. 그런데 최근 POSTECH·서울대 연구팀이 이를 해결할 기술을 개발했다. POSTECH 화학과 박수진 교수, 박사과정 정재호 씨, 김성호 박사 연구팀은 서울대 연구팀과 함께 기능성 ‘탄소나노튜브1)(이하 CNT)’를 활용해 두꺼운 배터리 전극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 재료과학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다. 전극을 두껍게 만들면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는 늘어나지만, 이온이 이동해야 할 거리가 길어지면서 내부 저항이 커지고 성능 저하가 빠르게 나타난다. 전극과 전해질이 만나는 경계면 역시 불안정해진다. 도로는 넓어졌지만, 교차로가 막혀 차량 흐름이 멈춘 것과 같은 상황이다. 연구팀은 이 문제의 해답을 전기가 잘 통하는 CNT에서 찾았다. 머리카락 굵기의 수만 분의 1에 불과한 이 소재는 배터리 전극에서 전자의 이동 통로 역할을 한다. 다만 서로 뭉치는 성질 탓에 두꺼운 전극에서는 고르게 퍼지기 어려웠다. 이에 연구팀은 CNT 표면에 이온과 친한 고분자 기능기를 붙여 전극 내부에 균일하게 퍼지도록 설계했다. 이 기능성 CNT는 전극 안에 촘촘한 전자·통로를 형성해 전극이 두꺼워져도 충전과 방전 속도가 느려지지 않고, 성능 저하도 크게 줄이는 효과를 냈다. 특히 이번 기술의 핵심은 전극 내부뿐 아니라 양극과 음극 경계면까지 동시에 안정화했다는 점이다. 배터리 수명을 떨어뜨리던 충·방전 과정 중 화학 반응을 정교하게 조절해 양극에서 구조 붕괴를 막고 음극에서는 균일한 보호막이 형성되도록 유도했다. 연구팀은 이처럼 전극 간 반응을 상호 조율하는 개념을 ‘화학적 소통(crosstalk)’이라 명명했다. 그동안 문제로 여겨졌던 반응을 오히려 배터리를 보호하는 장치로 전환한 것이다. 실험 결과, 이 기술을 적용한 배터리 전극은 기존 CNT 전극(두께 약 98 µm)보다 두 배 가까이 두꺼운 전극(약 190 µm)에서도 높은 안정성을 유지했다 박수진 교수는 “전극을 두껍게 만드는 것은 고용량 배터리의 필수 조건이지만, 계면 불안정이 상용화의 걸림돌이었다”라며 “이번 연구는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차세대 대형 배터리의 설계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성과”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미래방사선 강점기술 고도화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ma.202516395 1. 탄소나노튜브(Carbon Nanotube): 머리카락 굵기 수만 분의 1에 불과한 원통형 탄소 소재로, 전기 전도성이 뛰어나 배터리 전극에서 전자의 이동 통로로 활용된다.
신소재/반도체 최시영 교수 연구팀, “살짝 비틀었을 뿐인데?” 원자 위치가 전자 바꿨다
[POSTECH·위스콘신대·도쿄대, ‘모아레 계면 국소 원자 배열’로 산화물 전자 구조 제어] 산화물 결정 두 층을 비틀어 쌓기만 해도 원자 배열 자체가 전자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두 장의 그물망을 겹쳐 돌릴 때 새로운 무늬가 생기듯 뒤틀린 산화물 계면에서 특정 원자 배열이 전자를 가두거나 밀어내는 ‘보이지 않는 울타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POSTECH 신소재공학과·반도체공학과 최시영 교수 연구팀은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의 창범 엄(Chang-Beom Eom) 교수, 이경준 박사후연구원, 일본 도쿄대 료 이시카와(Ryo Ishikawa) 교수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산화물 두 층을 특정 각도로 비틀어 쌓은 계면에서 이러한 현상이 형성되는 원리를 규명했다. 이 연구는 최근 국제 학술지 'ACS 나노(ACS Nano)'에 표지논문(Supplementary Cover)으로 실렸다. 연구의 핵심 개념은 ‘모아레 무늬1)’다. 벌집 모양 격자 두 개를 겹쳐 한쪽을 살짝 회전시키면 기존과는 다른 큰 주기의 무늬가 새롭게 나타난다. 다만 이러한 ‘뒤틀린 이중 층2) 구조’ 연구는 그동안 그래핀 같은 2차원 소재에서 주로 이뤄져 왔다. 산화물은 단단한 3차원 결정이라 뒤틀린 계면을 만들기도 어렵고, 계면만 골라서 분석하기도 까다로웠다. 연구팀은 두 결정을 특정 각도로 맞췄을 때 원자들이 주기적으로 일치하는 ‘겹침 자리 격자(Coincidence Site Lattice, CSL)’ 조건을 활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 방식을 스트론튬 타이타네이트(SrTiO₃) 산화물 결정에 적용한 결과, 뒤틀린 산화물 계면에는 네 가지 서로 다른 원자 배열이 반복되는 모아레 초격자가 형성됐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배열 가운데 특정 구조에서만 전자 분포가 뚜렷하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산소 원자 여섯 개가 타이타늄 원자를 둘러싼 ‘산소 팔면체’ 구조가 미세하게 찌그러지면서 타이타늄이 결합하는 산소 개수가 달라졌다. 이는 마치 방 안 가구 배치에 따라 사람이 움직이는 동선이 달라지는 것과 같다. 원자 배치 차이만으로 전자가 모이거나 흩어지는 양상이 완전히 달라지는 현상으로, 연구팀은 이를 ‘전하 불균형’으로 설명했다. 이러한 전하 불균형이 실제로 어디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옹스트롬(Å, 1억 분의 1센티미터) 수준으로 초점을 조절할 수 있는 ‘심도 단층(Depth sectioning)’ 현미경 기법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계면 전체에서 원자 배열과 전자 거동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실험적으로도 규명했다. 최시영 교수는 "2차원 소재에서만 다루어지던 뒤틀린 이중 층 연구 분야를 3차원 산화물 분야로 넓힌 중요한 성과"라며 "향후 전자소자와 기능성 소재에서 원자-전자 구조를 제어하는 데 뒤틀림 각도가 중요한 변수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교육부(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국가연구시설장비진흥센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개인기초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doi.org/10.1021/acsnano.5c11685 1. 모아레 무늬(Moiré pattern): 두 개의 주기적인 구조가 약간 어긋나 겹칠 때 눈에 보이거나 측정되는 간섭 패턴을 말한다. 2. 뒤틀린 이중 층(Twisted Bilayers): 뒤틀림 각도를 주어 적층된 결정 시스템이다.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 연구팀, 금속판 하나로 여러 주파수 동시에 잡는다
[세계 최초 다중 주파수 탄성파 제어 기술 개발] 하나의 장치는 한 가지 역할만 한다는 것이 상식처럼 여겨져 왔다. 라디오에서 주파수를 바꾸면 채널이 달라지듯 파동을 다루는 기계도 주파수마다 서로 다른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얇은 금속판 하나로 여러 주파수의 파동을 동시에 구분하고, 각각을 정확히 다른 위치로 정확히 보내는 길이 열렸다. POSTECH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이건 씨,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최원재 박사 연구팀이 ‘주파수 다중화 탄성 메타표면’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기술은 복잡한 구조 없이도 다양한 주파수 파동을 동시에 제어하는 데 성공해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연구의 출발점은 ‘탄성파’였다. 탄성파는 구조물이 흔들릴 때 내부를 따라 전달되는 진동으로, 건물이나 기계의 이상을 미리 찾아내는 ‘비파괴 검사(대상을 손상하지 않고 상태를 확인하는 검사)’에 널리 활용된다. 그러나 주파수가 조금만 달라져도 파동 속도와 형태가 크게 변해 정밀한 제어가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기존 기술은 하나의 구조물로 하나의 주파수만 처리할 수 있었다. 라디오가 한 번에 하나의 채널만 또렷하게 수신하듯, 기계 시스템도 특정 주파수에 맞춰 설계됐다. 동일한 구조가 다른 주파수를 만나면 설계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 이 문제를 연구팀은 ‘판의 두께’에서 풀어냈다. 탄성파는 얇은 판을 통과할 때 두께에 따라 파동의 위상, 즉 도달 시점이 달라진다. 연구팀은 두께를 정교하게 조절하면 주파수마다 전혀 다른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프리즘이 빛의 파장에 따라 굴절각을 달리해 무지개를 만드는 원리와 유사하다. 분산공학 기반 탄성 메타표면의 전체 개념과 결과 연구팀은 각 주파수가 도달해야 할 위치를 미리 설계하고, 이를 실제 금속판 구조로 구현했다. 그 결과, 하나의 메타표면이 40kHz(킬로헤르츠), 60kHz, 80kHz 등 서로 다른 주파수 탄성파를 각각 다른 위치로 정확히 집속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각 위치에 압전 소자를 배치해 진동을 전기 신호로 변환한 결과, 특정 주파수에서 신호 세기가 다른 주파수보다 최대 48배까지 증가했다. 얇은 금속판 하나로 주파수 정보를 구분하고 읽어낼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이번에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그동안 여러 장치와 복잡한 측정 시스템이 필요했던 파동 제어·분리·신호 추출 과정을 하나의 구조물로 통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주파수별 파동 제어부터 공간 분리, 전기 신호 변환까지를 단일 메타표면으로 구현한 것이다. 노준석 교수는 “하나의 구조물은 하나의 기능만 수행한다는 기존 통념을 깨는 기술적 전환점”이라며 “고가 장비 없이도 구조물의 진동을 주파수 별로 감지하고 필요한 신호만 선택적으로 증폭할 수 있어 산업·국방·에너지·센싱 분야 전반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핵심 플랫폼 기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포스코홀딩스N.EX.T Impact 사업, 한국연구재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대통령과학장학금, 현대자동차 정몽구 장학금, 한국연구재단/교육부 이공계대학원생지원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5-65699-8 분산공학 기반 탄성 메타표면의 전체 개념과 결과 (a) 판 이론에서 도출된 위상과 파면 제어 위상을 조합하여 주파수 다중화를 구현하는 설계 개략도. (b) 각 주파수에서 선택적으로 파동을 집속하는 탄성 메타표면의 제작 사진. (c) 주파수별로 서로 다른 초점 위치에 파동이 집속되는 탄성 메타표면의 작동 결과.
POSTECH 컨소시엄, “상온 보관 mRNA 백신 길 열린다” 한국형 ARPA-H 2단계 선정
[mRNA 백신 상온 장기 보관 기술 개발로 2027년까지 70억 원 추가 지원] POSTECH 신소재공학과 오승수 교수가 주도하는 ‘POSTECH 컨소시엄(고려대, 이화여대, 광주과학기술원, 서울아산병원, Dx&Vx 등)’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추진하는 ‘2024년 제1차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2단계 계속지원 대상에 선정됐다.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는 미국 정부 ARPA-H1)를 모델로 한 국가 연구사업으로 기존 연구 방식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보건·의료 분야 난제를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단계 수행 기관 중 단 두 곳만이 2단계에 진입한 가운데, POSTECH 컨소시엄은 이번 선정으로 2027년까지 총 70억 원 규모의 연구비를 추가로 지원받아 mRNA 백신을 상온에서도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낸다. ‘mRNA’는 우리 몸이 단백질을 만들도록 지시하는 유전 정보로 코로나19 백신을 계기로 활용 범위가 급격히 확대됐다. 다만 열과 환경 변화에 매우 취약해 극저온 보관이 필수라는 한계가 있다. POSTECH 컨소시엄은 ‘상온 초장기 비축 mRNA 백신 소재 및 대량 생산 공정 기술 개발(STOREx, Stockpile Technology to Omit Repeated Entity for Vx)’을 목표로 2024년부터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인체에도 존재하는 이온성 액체(Ionic liquids)를 활용해 mRNA를 별도 변형 없이 안정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mRNA 안정성을 기존 대비 최대 600만 배 이상 높일 수 있으며, 냉동 설비 없이도 장기간 보관이 가능해진다.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백신과 핵산 기반 의약품의 보관·유통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냉동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에서도 백신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총괄하는 POSTECH 오승수 교수는 “이번 선정을 계기로 감염병 대응과 차세대 핵산 치료제 유통의 한계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1. ARPA-H(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for Health): 미국 보건 분야 ‘고위험·고성과 연구 전담 기관을 말한다.
배터리/화공 조창신 교수 연구팀, 물과 전해질의 미묘한 관계, 배터리 수명 좌우한다
[전해질 설계로 프러시안블루 나트륨 전지 결정수 약점 극복] 나트륨 이온 전지의 상용화를 가로막아 온 프러시안블루(Prussian Blue) 양극재의 성능 저하 원인이 ‘물과 전해질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이 국제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우수성을 인정받아 국제 재료과학 분야 저널인 ‘스몰 메서드(Small Methods)’ 앞속 표지(inside front cover) 논문으로 지난 10일 게재됐다. POSTECH 배터리공학과·화학공학과 조창신 교수, 배터리공학과 박사과정 장주영 씨, 화학공학과 박사과정 정혜빈 씨 연구팀이 최근 독일 율리히연구소(Forschungszentrum Julich) 전기화학 공정공학(IET-4) 소속 카르스텐 코르테(Carsten Korte) 박사, KIST Europe·자르브뤼켄대 김상원 박사 연구팀과 함께 전해질 속 음이온 종류에 따라 프러시안블루 내 결정수가 전극을 망가뜨릴 수도, 오히려 안정적으로 제어될 수 있음을 규명하고, 배터리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릴 새로운 설계 방향을 제시했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 보급이 확대되면서 리튬을 대체할 차세대 배터리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나트륨 이온 전지는 자원이 풍부하고 가격이 저렴해 대형 저장 장치에 적합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으며, 특히 철 기반 프러시안블루 계열 양극재는 제조단가가 낮고 구조적으로 이온의 이동이 쉬워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소재로 평가되어 왔다. 그러나 프러시안블루 구조 안에 포함된 ‘결정수(crystal water)’는 고전압 충전 과정에서 방출되어 전해질과 반응하고, 전극 표면의 산화와 용매 분해를 유발해 배터리 수명을 크게 떨어뜨렸다. 기존 연구들은 결정수 제거에 집중했지만, 공정 복잡성과 비용 증가라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결정수 자체보다 전해질 속에 들어있는 음이온이 물과 상호작용을 하는 방식이 반응성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으며, 그 특성이 다른 NaClO₄1)(친수성)와 NaTFSI2)(소수성) 전해질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ClO₄⁻ 음이온은 물을 강하게 결합시켜 반응성을 높이는 반면, TFSI⁻ 음이온은 물을 느슨하게 감싸 부반응을 효과적으로 억제했다. 같은 물이 있어도, 환경에 따라 ‘조용한 물’이 될 수도, ‘문제를 일으키는 물’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전해질 음이온에 따른 PB 양극의 결정수 반응성 및 계면 안정성 비교 : TFSI⁻ 기반 약한 물 결합 특성에 의한 결정수 반응성 억제, 얇고 균일한 CEI 형성 및 장기 수명 향상 효과 실제 배터리 성능 평가에서도 NaTFSI 전해질을 적용한 프러시안블루 양극은 고전압 조건(4.2V)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500회 충·방전 후에도 약 77%의 용량을 유지했다. 반면 NaClO₄ 전해질에서는 전극 표면에 두껍고 불균일한 계면막이 형성되며 성능이 빠르게 저하됐다. 계면 분석 결과, NaTFSI 환경에서는 치밀하고 안정적인 보호층이 형성돼 전극과 나트륨 금속 음극 모두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결정수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도 전해질 선택만으로 프러시안블루 약점을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값싸고 친환경적인 나트륨 이온 전지를 대형 에너지 저장 장치와 재생에너지 저장 시스템에 적용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창신 교수는 “프러시안블루 양극의 최대 약점이었던 결정수 문제를 전해질 설계만으로 해결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라며 “나트륨 이온 전지의 장수명화와 상용화 가능성을 크게 넓힌 연구”라고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고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이 시행하는 에너지기술선도 국제공동연구사업 지원을 통해 수행됐다. 해당 사업은 글로벌 협력을 통해 차세대 에너지 기술을 선도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본 성과 역시 한국–독일 공동 연구를 기반으로 도출되었다. ➡️ DOI: https://doi.org/10.1002/smtd.70248 1. NaClO4: Sodium perchlorate 2. NaTFSI: Sodium trifluoromethanesulfonimide
김철홍·안용주 교수 공동 연구팀, 지방간, ‘3차원 초고속 혈관 초음파’로 정밀하게 판독한다
[POSTECH 연구팀, 초고속 초음파 미세혈류 영상을 통해 지방간 질환 진단 성능 개선] 지방간은 소리 없이 진행된다. 별다른 증상이 없어 보여도 간 속에서는 이미 변화가 시작. 더불어 지방간은 지방 축적을 핵심 특징으로 하면서도, 대사 기능 장애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으로 인식이 확장되고 있다. 문제는 이 변화를 얼마나 일찍, 얼마나 정확하게 포착하느냐다. 최근 POSTECH 연구진이 초음파로 간 내부 ‘핏줄 지도’를 그리는 데 성공했다. 지방간을 더 일찍, 더 정확하게 알아보는 길이 열린 것이다. 지방간은 전 세계에서 가장 흔한 만성 간 질환이다. 단순 지방 축적에서 출발해 염증과 간경화, 나아가 간암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조기 발견과 지속적인 관찰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임상 현장에서 널리 쓰이는 초음파 검사는 간 조직에 쌓인 지방 정도를 비교적 간편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검사자에 따라 결과 편차가 발생하고, 자기공명영상(MRI)에 비해 정확도에도 한계가 있다. POSTECH 김철홍·안용주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방간 진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미세한 혈관 변화에 주목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초음파를 이용해 간 속 혈관을 3차원으로 시각화한다. 마치 위성으로 도심의 교통 흐름을 살펴보듯, 내부 혈관이 막히거나 꼬이는 변화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핵심은 초고속 도플러 영상(UFD*1) 기술이다. 이 기술은 초당 수천 장 이상의 초음파 영상으로 머리카락보다 가느다란 혈관 속 혈류까지 정밀하게 포착한다. 여기에 간 조직 지방 축적과 구조 변화를 측정하는 기존 초음파 기법을 더했다. ‘감쇠 영상(ATI*2)’과 ‘음향 구조 정량(ASQ*3)’ 기법을 더해 혈관·조직 정보를 함께 분석하는 3차원 다중 지표 초음파 영상 시스템을 완성했다. 지방간 질환 진단 및 모니터링을 위한 3차원 다중지표 초음파 영상 시스템 개요 연구팀은 이 시스템을 활용해 8주 동안 지방간이 진행되는 과정을 추적했다. 그 결과, 간 조직과 미세혈관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3차원 영상으로 정밀하게 관찰하는 데 성공했으며, 높은 재현성과 견고성도 입증했다. 특히 지방간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혈관과 조직 지표가 정상으로 돌아가는 양상까지 확인해 치료 반응 평가와 예후 판단에 활용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분석 결과, 혈관 지표는 간 지방증의 정도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연구팀은 여러 초음파 지표를 머신러닝 기법으로 통합해 종합 초음파 점수를 산출했고, 이를 통해 지방간 등급을 평균 92%의 정확도로 구분했다. 김철홍 교수는 "초고속 초음파 혈류 영상은 기존의 조직 중심 진단을 넘어, 미세혈관 변화를 진단에 직접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적 가치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안용주 교수는 "미세혈관 수준에서 발생하는 변화를 조기에 감지하고 활용함으로써 정밀 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으며, 여러 간 질환으로의 확장 적용도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POSTECH 전자전기공학과·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융합대학원 김철홍 교수, IT융합공학과·융합대학원 안용주 교수 연구팀이 수행했으며,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최근 게재됐다. 또한,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등의 지원을 받았다. ➡️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5-65046-x 1. UFD(ultrafast Doppler imaging): 초당 수천 프레임 이상의 초고속 초음파 영상 획득을 통해 기존 도플러 초음파(혈류 초음파)로는 관찰이 어려운 미세혈류까지 고감도로 시각화하는 영상 기술. 2. ATI(attenuation imaging): 초음파 감쇠 정도를 정량화하여 간 내 지방 축적(지방증) 수준을 평가하는 정량 초음파 기법. 3. ASQ(acoustic structure quantification): 초음파 영상 신호의 통계적 분포를 분석해 간 조직의 미세 구조 변화를 수치로 평가하는 기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