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공 이상민 교수, 인공지능으로 풀어낸 바이러스의 비밀...백신 실어 나를 대형 단백질 구조체로 탄생
[노벨상 수상자인 美워싱턴대 베이커 교수와 공동연구 통해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 Nature에 논문 게재 성과] [바이러스 구조 원리를 인공지능으로 재현, 차세대 약물 전달체로 응용 기대] 국내 연구자가 주도한 국제 공동연구진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하여, 자연계 바이러스의 조립 원리를 그대로 재현한 대형 단백질 구조체를 설계하는 데 성공하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배경훈, 이하 ‘과기정통부’)는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공학과 이상민 교수가 미국 워싱턴대학교 데이비드 베이커(David Baker, 2024년 노벨 화학상 수상)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단일 단백질 구성요소가 오·육각형 배열을 동시에 형성하며 바이러스 유사 구조로 자가조1) 되는 설계 원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지원 사업(개인기초연구사업(우수신진연구),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네이처(Nature)」에 한국시간 5월 21일(목) 자정(현지시간 5.20.(수) 16시, GMT) 에게재2)되었다. 최근 바이오·의학 분야에서 차세대 약물 전달 기술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핵심 소재는 ‘단백질 나노케이지(Protein Nanocages)’이다. 단백질 나노케이지는 여러 단백질이 스스로 결합해 만든 나노미터(nm) 크기의 속이 비어있는 구조체로서, 내부 공간에 약물, 유전물질, 효소 등을 안정적으로 탑재할 수 있고, 껍질에는 항원을 부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이를 설계하는 기술은 계산에 따른 '완벽한 대칭 구조'를 만드는데 주로 의존해 왔으며, 이로 인해 하나의 단백질로 구현할 수 있는 구조체의 크기가 매우 제한적이고 형태가 단순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자연계의 바이러스는 하나의 단백질을 수백 번에서 수천 번 반복 사용하면서도 각 단백질이 놓이는 위치와 환경을 미세하게 조절해 거대한 껍질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원리를 ‘준대칭성(quasisymmetry)’이라고 하며, 이번 연구는 이 고도의 자연 원리를 인공 단백질 설계로 완벽히 구현해 내었다. 연구진은 바이러스 껍질이 커지는 핵심 열쇠가 단백질 블록 사이의 각도와 휘어짐에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단백질이 너무 평평하게 배열되면 껍질이 닫힌 구조가 되지 않고, 반대로 너무 많이 휘면 구조가 작아지는 특성이 있어, 이를 정밀하게 설계하여 하나의 단백질이 위치에 따라 오각형 환경과 육각형 환경을 동시에 형성하도록 유도했다. 이를 위해 단백질 3개가 뭉친 '삼량체 단위'를 기본 블록으로 설정하고, 인공지능 기반 단백질 구조 생성 도구인 '알에프디퓨전(RFdiffusion)3)'을 활용해 새로운 연결 구조를 설계했다. 마치 조립식 블록을 쌓는 것처럼 하나의 단백질이 서로 다른 각도로 맞물리도록 하여 평평한 판이 아닌 거대한 돔 형태의 껍질을 구현한 것이다. 연구진은 설계한 인공 단백질을 미생물(대장균)을 통해 실제로 만든 후, 최첨단 극저온 전자현미경으로 그 형태를 관찰했다. 그 결과, 단백질들이 스스로 뭉쳐 최소 70nm에서 최대 220nm에 이르는 다양한 크기의 둥근 껍질들을 만들어 내는 것을 확인했다. 가장 작은 구조는 정교한 '나노 축구공' 형태를 띠었으며, 큰 구조는 그보다 3배 이상 거대했다. 이번 연구는 자연에 존재하는 바이러스 단백질을 그대로 재활용한 것이 아니라, AI로 새롭게 설계한 단일 인공 단백질만으로 바이러스와 유사한 대형 구조체를 자유자재로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학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향후 표적 약물 및 유전물질 전달체, 백신 항원 제시 플랫폼 등 바이오·의학 분야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확장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며, 내부 지지 단백질이나 핵산 등을 주형으로 활용해 구조체의 크기를 더욱 균일하게 제어하는 후속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논문 외에도 베이커 교수가 주도하고 이상민 교수가 공저자로 참여한 인공 단백질 구조체 연구 성과4)가 「네이처」 동일 일자에 나란히 게재되었다. 이로서, 이상민 교수는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에 교신저자와 공저자로서 같은 날 연이어 이름을 올리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포항공대 이상민 교수는 “바이러스는 완벽한 대칭만이 정교한 분자 구조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 아님을 보여주는 최고의 자연 모방 대상”이라며, “분자 타일 사이의 미세한 각도 변화가 평평한 판을 거대한 돔으로 바꾸듯, 단백질 블록의 국소 구조를 조절함으로써 최종 조립체의 크기와 형태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고 의미를 밝혔다. 과기정통부 김성수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이번 성과는 국내 우수 연구자가 노벨상 수상자와의 협력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기초연구 역량을 증명해 낸 쾌거”라며, “앞으로도 국내 연구자들의 연구 역량을 증진하고 세계를 선도할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6-10554-z 1)외부에서 하나하나 끼워 맞추지 않아도, 분자들이 스스로 정해진 구조로 모이는 현상 2)논문명: Design of one-component quasisymmetric protein nanocages 3)원하는 단백질 구조를 계산적으로 생성하는 인공지능 기반 설계 도구 4)논문명: De novo design of quasisymmetric two-component protein cages
기계 김기훈 교수 연구팀, 가상현실 ‘손끝 몰입’을 뇌로 읽다
[MRI 속에서도 작동하는 멀티 핑거 햅틱 디스플레이 개발] VR 헤드셋을 쓰면 눈과 귀는 이미 다른 세계에 가 있다. 그런데 손끝까지 느낌이 전해진다면 어떨까. 국내 연구팀이 VR 속 촉감이 실제로 뇌를 얼마나 '현실'로 받아들이게 만드는지를 뇌 영상으로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손끝의 감각이 뇌에 "이건 진짜야"라고 속삭이는 순간을 과학적으로 포착한 것이다. POSTECH 기계공학과 김기훈 교수, 석사과정 변준섭 씨 연구팀은 가톨릭대 성모병원 정용안·정현석 교수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김주연 박사팀과 함께 VR 속 촉각 경험이 뇌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이반 연구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게재됐다. VR 기술은 이미 의료, 교육, 게임 등 일상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꽤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이 사람이 VR 속에 얼마나 깊이 빠져들었나"를 객관적으로 잴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체험 후 "얼마나 실감났나요?"라고 묻는 설문지가 사실상 전부였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가상과 현실을 구분 못 하게 되는 장면처럼, 진짜 몰입을 측정하려면 사람의 말이 아닌 뇌 자체의 반응을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뇌 활동을 정밀하게 찍는 장비인 MRI는 강력한 자기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금속이 들어간 전자 기기를 옆에 가져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연구팀은 금속 대신 공기의 힘으로 작동하는 '공압(pneumatic) 방식'의 손가락 촉각 장치를 설계했다. 네 손가락에 서로 다른 촉감을 동시에 전달하며, 자석에 반응하지 않는 소재만 써서 MRI 안에서도 뇌 영상 품질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연구팀은 이 장치를 활용해 VR 경험 중 촉감을 제공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뇌가 어떻게 다르게 반응하는지를 비교했다. 일반 병원용 MRI보다 두 배 강한 자기장을 사용해 뇌 활동을 정밀하게 촬영하는 3T(테슬라) fMRI1)로 실험한 결과는 놀라웠다. 손끝에 촉감이 전해지자, 감각을 담당하는 뇌 부위만 활성화되는 게 아니라, 운동·주의·인지 처리를 담당하는 더 넓은 영역까지 활발하게 반응했다. 특히 촉각이 시각·청각과 정확히 같은 타이밍에 맞아떨어질 때 뇌 반응은 훨씬 강하게 나타났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느끼는 감각들이 한꺼번에 맞아 들어올 때 뇌는 그것을 비로소 '현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이 기술이 가져올 변화는 VR 게임에만 그치지 않는다. 의료 현장에서는 수술 시뮬레이션 훈련의 정밀도를 높이거나, 공포증·통증 치료에 쓰이는 VR 치료 프로그램의 효과를 뇌 반응으로 직접 검증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재활 치료나 원격 수술 로봇, 실감형 교육 콘텐츠 등에도 응용 가능성이 열려 있다. 더 나아가 ‘이 VR 콘텐츠가 실제로 효과가 있는가’를 설문이 아닌 뇌 데이터로 증명하는 표준 평가 방법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연구를 이끈 김기훈 교수는 “가상현실에서 진짜 같은 몰입감을 만들려면 눈과 귀뿐 아니라 손끝에서 느껴지는 촉각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며 “이번 연구는 VR 경험을 설문이 아닌 뇌 활동 데이터로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사업 치의학의료기술 연구개발 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과 우수신진연구사업, ㈜포스코 홀딩스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343297 1.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 뇌의 혈류 변화를 감지하여 활동 영역을 측정하는 영상 기술.
전자/반도체 이병훈 교수 연구팀, “반도체도 이제 ‘멀티플레이’ 시대” 필요한 소자 75% 줄이고, 속도 4배 높이고
[저온 공정 가능한 이종접합 트랜지스터 개발… 복잡한 회로 단일 소자로 구현] 스마트폰이 손 안에 들어온 지 20년도 채 되지 않아, 이제 AI까지 손목 위에서 돌아가는 시대가 됐다. 문제는 기기는 작아지는데 처리해야 할 데이터와 기능은 오히려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POSTECH 연구팀이 이 모순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아냈다. POSTECH 전자전기공학과·반도체공학과 이병훈 교수, 전자전기공학과 전재현 박사 연구팀이 하나의 반도체 소자만으로 여러 회로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트랜지스터 기술을 개발했다. 회로는 훨씬 단순해지고, 데이터 처리 속도는 기존 대비 4배 더 빨라졌다. 이번 연구 성과는 재료·소자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반도체 산업의 과제 중 하나는 ‘더 작은 칩 안에 더 많은 기능을 넣는 것’이다. 기능이 늘어날수록 필요한 회로와 트랜지스터 수도 증가하는데 이미 만들어진 반도체 칩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때는 기존 칩 구조를 보호하기 위해 400도 이하 저온에서 후공정(BEOL)1)이 진행되어야 한다. 연구팀은 ‘산화아연(ZnO)’과 ‘텔루륨(Te)’에 주목했다. 두 물질은 200도 이하에서도 얇고 균일하게 제작할 수 있어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아 왔다. 연구팀은 이 둘을 결합해 'ZnO-Te 이종접합2) 트랜지스터'를 만들었다. 이 소자는 전류 흐름을 매우 독특하게 조절한다. 전압이 올라가면 전류도 함께 증가하는 일반적인 반도체와 달리, 특정 구간에서 오히려 전류가 감소하는 ‘부성 미분 트랜스컨덕턴스(Negative Differential Transconductance, NDT)3)’ 특성을 보였다. 연구팀은 하나의 소자 안에서 이 현상을 두 번 연속 발생시키는 ‘이중 부성 미분 트랜스컨덕턴스(D-NDT)4)’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쉽게 말해, 여러 명이 나누어서 하던 일을 한 사람이 처리할 수 있도록 해 복잡한 회로를 줄이는 방법이다. 비결은 두 소재가 겹치는 길이를 정교하게 조절한 데 있다. 겹치는 구간이 짧을 때는 전류가 한 번만 변하지만, 구간이 길어지면 소자 안에서 가로·세로 방향 전류가 동시에 형성되면서 전류 피크가 두 번 만들어진다. 일직선으로 흐르던 전류가 입체 교차로를 만난 것처럼 더 복잡한 신호 처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연구팀은 이 소자를 이용하여 입력 신호 하나를 네 개의 신호로 바꿔주는 '주파수 4체배기5)'를 구현했다. 원래는 여러 개의 트랜지스터가 필요했던 기능이지만, 이번 기술은 단일 소자만으로 이를 구현했다. 필요한 트랜지스터 수를 75% 줄인 셈이다. 또한, 실제 회로 실험에서는 하나의 입력 신호 주기 안에서 데이터 처리 속도가 4배 증가하는 것도 확인했다. POSTECH 이병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복잡한 회로 기능을 단일 소자 수준에서 구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며 “향후 초소형 AI 기기나 3차원 고집적 반도체 시스템 개발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국가반도체연구실 지원핵심기술개발사업, 나노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fm.74948 1. BEOL(Back-End-Of-Line): 칩 제조 과정 중 금속 배선을 연결하는 후공정. 이번 연구의 소자는 200℃ 이하 저온에서 제작되어 BEOL 공정 및 3차원 적층 집적(3D integration) 기술과 호환된다. 2. 이종접합(Heterojunction): 특성이 다른 두 개의 반도체(본 연구에서는 n형 ZnO와 p형 Te)를 결합한 소자로, 서로 다른 전하 수송 특성을 이용해 독특한 비선형 전기적 응답을 구현할 수 있다. 3. 부성 미분 트랜스컨덕턴스(NDT, Negative Differential Transconductance): 게이트 전압이 증가하는 과정에서 특정 구간 이후 전류가 오히려 감소하는 현상이다. 일반 트랜지스터와 다른 비선형 응답을 보이기 때문에, 주파수 체배나 다치 로직 같은 특수 회로 응용에 유리하다. 4. 이중 부성 미분 트랜스컨덕턴스(D-NDT, Double Negative Differential Transconductance): 하나의 소자 전달 특성에서 NDT 피크가 두 번 나타나는 현상이다. 입력 신호가 이 두 피크를 순차적으로 통과하면서 한 주기 내 여러 번의 출력 응답을 만들 수 있어, 고차 주파수 변환에 활용된다. 5. 주파수 4체배기(Frequency Quadrupler): 입력 주파수를 4배로 변환해 출력하는 회로 또는 소자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여러 개의 소자와 복잡한 회로 구성이 필요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단일 단계 소자 기반으로 구현됐다.
화학 류순민 교수 연구팀, “겉은 멀쩡한데 속은 뒤집혀 있었다”… 빛으로 찾아낸 2차원 유전체 속 결함
[간섭 기반 SHG 이미징으로 대면적 박막의 구조적 불균일성 분석] 겉으로는 보기에는 문제없어 보이는데,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차세대 반도체 소자의 핵심 소재인 2차원 박막 내부에 숨어있던 구조적 결함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 연구팀이 이 보이지 않는 문제를 빛으로 식별하는 분석법을 개발했다 POSTECH 화학과 류순민 교수, 통합과정 이예리 씨 연구팀은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는 육방정계 질화붕소(이하 hBN, hexagonal boron nitride)1) 박막 내부 숨은 구조 결함을 빛으로 식별할 수 있는 간섭 기반 SHG 이미징 분석법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재료과학 분야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다. 스마트폰과 AI, 양자컴퓨터까지. 차세대 전자기술 핵심 소재로 ‘2차원 반도체’가 주목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hBN은 전류 누설을 막는 절연 특성이 뛰어나 '2차원 소재의 보호막'으로 불린다. 그런데 문제는 이 hBN을 대면적으로 만들면 내부에서 결정 방향이 정반대인 영역인 '역평행 도메인2)'이 생겨난다는 점이다. 마치 같은 배에 탄 선원들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노를 젓는 상황처럼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내부 신호가 충돌하며 전기적·광학적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TEM3)이나 STM4) 등 기존 분석 장비로는 아주 정밀한 관찰은 가능해도 넓은 면적을 빠르게 분석하기 어렵고, 라만 분광5)은 시료를 파괴하지 않고 분석할 수 있지만 역평행 도메인을 직접 구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2차 고조파 발생(이하 SHG, second-harmonic generation)6) 이미징’ 기술에 주목했다. SHG는 특정 물질에 빛을 비췄을 때 원래 빛의 두 배 주파수를 가진 빛이 튀어나오는 현상이다. 연구팀은 여기에 외부 기준 신호7)를 더해 두 신호 사이의 위상 차를 정밀하게 분석했다. 그 결과, 눈으로 보기에는 같은 방향처럼 보이는 영역들 사이에서도 실제로는 SHG 위상이 정확히 180도 반대인 역평행 도메인이 널리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다양한 성장 조건으로 제작한 hBN 박막 10종을 비교 분석해, SHG 세기 차이가 단순 결정 방향 차이가 아니라 역평행 도메인 간 ‘상쇄 간섭’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도 밝혀냈다. 서로 반대 방향의 신호가 만나 빛이 약해지는 현상을 통해 결정 구조 불균일성을 정량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SHG 세기와 라만 분광 데이터, 결정 방향 분산 등의 상관관계를 종합해 hBN의 결정성과 구조적 균일성을 평가할 수 있는 광학 기준도 제시했다. 이는 단순히 특정 결함을 찾아내는 수준을 넘어, 대면적 2차원 소재의 품질을 빠르고 체계적으로 검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의미가 있다. POSTECH 류순민 교수는 “그동안 직접 확인하기 어려웠던 hBN 내부의 역평행 도메인을 광학적으로 식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성과”라며 “향후 이차원 물질의 성장 조건 최적화는 물론, 차세대 전자·광학·양자소자 개발에도 중요한 분석 기술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과 시스템화학글로벌 선도연구센터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ma.202519546 1. 육방정계 질화붕소(hexagonal boron nitride; hBN) : 육각 격자 구조를 가진 대표적 이차원 절연체 물질로, 전자·광학 소자에 널리 활용된다. 2. 역평행 도메인 : 같은 결정 구조를 가지지만 결정 방향이 서로 반대인 결정 영역을 뜻한다. 3. TEM(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y, 투과전자현미경): 전자빔을 시료에 통과시켜 원자 수준의 내부 구조를 관찰하는 초고해상도 현미경 기술 4. STM(Scanning Tunneling Microscopy, 주사터널링현미경): 매우 뾰족한 탐침을 시료 표면 가까이 이동시키며 전류 변화를 측정해 원자 단위 표면 구조를 분석하는 기술 5. 라만 분광(Raman spectroscopy): 레이저(빛)을 물질에 비췄을 때 산란되는 빛 변화를 분석해 물질의 구조와 결정 상태를 확인하는 비파괴 분석 기술 6. 2차 고조파 발생(Second Harmonic Generation; SHG) : 강한 빛이 물질과 상호작용할 때 입사광의 두 배 주파수를 갖는 빛이 생성되는 비선형 광학 현상이다. 7. 기준 신호: 이미 위상(빛의 진동 타이밍)을 알고 있는, 비교를 위한 기준 빛
전자/IT융합/기계/융합 김철홍 교수 연구팀, “빛과 초음파를 하나로”…투명 초음파 센서 개발 프로토콜 제시
[고정밀 바이오이미징 길 여는 투명 초음파 트랜스듀서 제작법 발표] 국내 연구팀이 ‘빛’과 ‘소리(초음파)’를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통과시키는 '투명 초음파 트랜스듀서' 표준 제작 프로토콜을 제시했다. 피부에 기기 하나만 올려도 몸속을 들여다보는 SF 영화 속 장면이 현실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는 평가다. POSTECH 전자전기공학과·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융합대학원 김철홍 교수, IT융합공학과 통합과정 김동규·하민규 씨, 경북대학교 의생명융합공학과· 첨단바이오융합학과·바이오융합연구원 박정우 교수 연구팀이 빛과 소리를 하나의 경로로 정밀하게 통합하는 ‘투명 초음파 트랜스듀서(transparent ultrasound transducer, TUT)’ 개발 기술을 체계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는 현지 기준 지난 8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프로토콜스(Nature Protocols)’에 게재됐다. ‘트랜스듀서(transducer)’는 에너지를 한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바꿔주는 장치를 말한다. 병원에서 피부에 젤을 바르고 탐촉자를 갖다 대 몸속을 확인하는 초음파 기기, 그 핵심 부품이 바로 트랜스듀서다. 전기 신호를 우리 귀에 들리지 않는 고주파 음파로 바꿔 몸속에 쏜 뒤, 돌아오는 신호를 다시 영상으로 만들어 낸다. 최근 바이오메디컬 분야에서는 이 초음파 기술에 광학 기술을 더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초음파가 몸속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는 데 강하다면, 빛을 이용한 광학 영상은 세포나 혈관처럼 작고 섬세한 구조를 선명하게 포착하는 데 장점이 있다. 두 기술을 합치면 더 정확한 진단, 더 정밀한 치료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기존 초음파 트랜스듀서는 불투명한 재료로 만들어져 있어 빛을 그대로 통과시킬 수 없다. 카메라와 초음파 센서를 따로따로 비스듬히 배치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장비는 커지고 두 신호를 맞추기도 어려워 영상 품질도 떨어졌다. 손가락 굵기의 내시경이나 피부에 부착하는 웨어러블 기기처럼 작은 공간에 여러 기능을 넣어야 하는 의료기기 개발에는 특히 큰 걸림돌이었다. 연구팀이 제시한 투명 초음파 트랜스듀서는 말 그대로 빛이 통과할 수 있는 초음파 장치로 광학 장치와 초음파 장치를 하나의 축 위에 나란히 놓을 수 있다. 기존에는 카메라와 초음파 센서가 옆으로 비켜 서 있었다면, 이제 하나의 '투명 창문'을 통해 두 신호가 동시에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팀은 나아가 이 기기를 처음 만드는 연구자도 따라 할 수 있는 '표준 제작 설명서'도 함께 내놨다. 재료 선택부터 설계 최적화, 전극 제작, 최종 성능 검증까지 전 과정을 단계별로 정리했으며, 관련 경험이 있는 연구자라면 약 3주 안에 직접 만들고 검증까지 마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술 자체뿐 아니라 '문턱을 낮췄다'라는 데 있다.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 초소형 내시경, 실시간 영상 유도 치료 시스템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어 암 진단과 치료, 혈관 모니터링, 생체신호 분석처럼 빛과 초음파를 동시에 활용해야 하는 정밀 의료 발전에 기여할 전망이다. POSTECH 김철홍 교수는 “광학과 초음파를 하나의 축으로 정렬해 활용하는 다중 모드 바이오메디컬 시스템 개발의 진입장벽을 낮췄다”라며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또한, 경북대 박정우 교수는 ”연구자들이 응용 목적에 맞는 투명 초음파 트랜스듀서를 체계적으로 설계·제작하고 성능까지 검증할 수 있어, 향후 다양한 바이오 이미징 및 치료 융합기술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교육부 대학중점연구소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 세종과학펠로우십, 집단연구지원사업, 딥사이언스 창업 활성화 지원사업, 연구개발특구육성사업, 보건복지부의 글로벌 의사과학자 양성사업, BK21,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596-026-01366-6
화공/배터리 김원배 교수 연구팀, 리튬 배터리, ‘이중 보호막’으로 수명 5배↑
[리튬 부식 정량 모델 기반 이중층 보호막 설계… 수명·계면 안정성 동시 향상] 스마트폰을 오래 쓰지 않았는데도 배터리가 예전보다 빨리 닳는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다. 단순히 대기 전력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배터리 내부에서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조용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POSTECH 연구진이 '배터리 도둑'의 정체를 밝히고, 이를 막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최근 POSTECH 화학공학과·배터리공학과 김원배 교수, 화학공학과 강송규 박사, 배터리공학과 통합과정 홍서찬 씨 연구팀은 리튬 금속 전지의 성능 저하 핵심 원인인 ‘리튬 부식’ 현상을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고, 배터리 부식을 효과적으로 막는 이중층 보호막 기술을 구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리튬 금속은 차세대 에너지 저장 기술의 핵심 소재다. 현재 전기차와 스마트폰에 쓰이는 리튬이온전지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더 작은 공간에 저장할 수 있어, 배터리 업계에서는 '꿈의 소재'로 불린다. 문제는 리튬이 워낙 반응성이 강하다는 점이다. 철이 공기 중 산소와 만나 서서히 녹슬듯, 리튬은 배터리 전해질(이온을 이동시키는 액체)과 만나는 순간 빠르게 반응하며 부식된다. 이 과정에서 전극 표면에 '고체 전해질 계면(SEI1))'이라는 얇은 막이 생기는데, 이 막이 불안정해지면 전해질이 계속 소모되고 내부 저항이 커진다. 결국 나뭇가지처럼 뾰족하게 자라는 '덴드라이트(dendrite)'가 형성되어 배터리의 수명과 안전성을 동시에 갉아먹는다. 그런데 이 부식이 배터리를 충전하거나 방전하지 않는 동안에도, 그냥 보관만 하는 동안에도 쉬지 않고 계속된다는 사실이다. 전극 표면에 보호막을 씌우거나 인공 계면을 만드는 방식도 있지만 한계가 있었다. 부식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지, 그것이 전극 표면 구조 변화나 용량 감소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정량적으로, 즉 숫자로 명확히 설명한 연구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화학적 부식 소산 모델’은 리튬 부식과 계면 성장, 표면 구조 변화 간 관계를 하나의 통합된 수식으로 설명한다. 이를 통해 부식된 표면은 그 표면이 거칠어지고 불균일해지면서, 다음 부식이 더 빠르게 진행되는 ‘악순환’ 구조가 숨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실시간 X선 현미경 분석을 통해 이 현상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데도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이중층 보호막'을 설계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두 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이 보호막은 각 층이 서로 다른 역할을 맡는다. 바깥층은 '리튬 폴리아크릴레이트' 기반의 고분자 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해질이 리튬 금속에 직접 닿지 못하도록 물리적으로 차단한다. 안쪽은 리튬-은(LiAg) 합금과 불화리튬(LiF) 성분이 결합된 계면층이 있어 리튬 이온이 전극 안팎으로 빠르고 균일하게 이동하도록 돕는다. 바깥층은 ‘방패’, 안쪽 층은 ‘교통정리 시스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상용화 수준의 고용량 배터리(NCM8112) 풀셀) 실험 결과, 고속 충·방전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했으며, 특히 배터리를 일정 시간 쉬게 하는 실사용 조건 평가에서는 기존 대비 약 5배 향상된 수명을 기록했다. 파우치 셀에서도 650회 이상 안정적으로 충·방전이 가능해 장기 안정성을 입증했다. 김원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리튬 금속 전지의 수명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인 부식 현상을 정량적으로 설명할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부식을 억제하면서도 리튬 이온 이동은 촉진하는 계면 설계 전략을 통해 리튬 금속 전지의 실용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선도연구센터(ERC),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 그리고 산업통상자원부 배터리 특성화대학원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0585-y 1. SEI: Solid Electrolyte Interphase 2. NCM811: 리튬이온 배터리의 양극재(+극 소재) 중 하나다. 니켈(Ni), 코발트(Co), 망간(Mn) 세 가지 금속을 8:1:1 비율로 섞어 만든 소재여서 이 이름이 붙었다.
전자/반도체 이병훈 교수 연구팀, “얇을수록 불리하다는 딜레마 깨졌다” 반도체 저항 50배↓ , 전류 17배↑
[접촉부만 두껍게 하는 구조 설계로 초박막 반도체 성능 한계 극복] 반도체 칩이 점점 얇아지면서 칩에 들어가는 소자도 극한의 초박막화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두께를 줄일수록 전기가 잘 흐르지 않는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POSTECH 연구진이 ‘딱 필요한 부분만 두껍게 만드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했다. POSTECH 전자전기공학과·반도체공학과 이병훈 교수 연구팀은 초박막 텔루륨(Te) 트랜지스터에서 금속-반도체 간 접촉 구조를 새롭게 설계해 접촉 저항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나노 분야 국제 학술지인 '에이씨에스 나노(ACS Nano)'에 최근 게재됐다. 인공지능(AI)과 고성능 컴퓨팅 발전으로 반도체가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 양이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연산을 담당하는 ‘로직’과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사이에서 발생하는 시간과 에너지 손실이 주요 병목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로직과 메모리를 수직으로 쌓는 3차원 집적 구조가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데, 이 구조를 만들려면 400℃ 이하 저온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소자가 필요하다. 텔루륨(Te)1)은 높은 전하 이동도와 상온 안정성, 저온 공정 가능성 덕분에 유력한 반도체 채널 소재로 꼽힌다. 그런데, 밴드갭(band gap)2)이 좁아 트랜지스터를 꺼도 전류가 새는 ‘누설전류’가 발생하기 쉽다. 이를 줄이려면 채널을 5nm(나노미터) 이하 초박막으로 만들어 전자를 정밀하게 제어해야 하는데, 문제는 채널 두께가 지나치게 얇아지면 금속 전극과 반도체 경계에서 전자 이동이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금속과 반도체 사이에는 전자가 넘어야 하는 일종의 ‘에너지 장벽’인 쇼트키 장벽(Schottky barrier)3)이 형성되는데, 채널이 얇아질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누설전류는 줄일 수 있지만, 동시에 접촉 저항이 증가해 소자 성능이 떨어지는 딜레마가 있었다. 연구팀은 기존 실리콘 공정에서 사용되는 '융기된 소스·드레인(Raised Source and Drain, RSD)' 구조를 적용했다. 핵심은 전류가 드나드는 전극과 직접 맞닿는 부분(소스, 드레인)만 텔루륨을 더 쌓아 두껍게 만드는 것이다. 전류가 흐르는 채널은 4nm로 유지해 누설전류를 억제하면서도, 금속 전극과 만나는 부분에는 텔루륨을 추가로 쌓아 전류가 더 쉽게 흐를 수 있도록 했다. 실험 결과, 해당 구조를 적용한 소자는 접촉 저항이 기존 97.5kΩ·μm(킬로옴·마이크로미터)에서 1.7kΩ·μm로 약 50배 감소했으며, 영하 196℃ 환경에서 소자가 완전히 켜진 상태에서의 전류도 17배 이상 증가했다. 초박막 구조에서 ‘낮은 저항’과 ‘높은 성능’을 동시에 구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특히, 이 기술은 스퍼터링(Sputtering)이라는 대면적 저온 증착 공정으로 구현할 수 있어 실제 반도체 양산 공정에도 적용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갖는다. POSTECH 이병훈 교수는 "얇을수록 저항이 커지는 초박막 반도체의 고질적인 딜레마를 '국소적 두께 제어'라는 새로운 밴드 엔지니어링 방식으로 돌파한 것"이라며, "텔루륨뿐 아니라 다양한 2차원 및 초박막 반도체 소자의 고성능화와 차세대 3차원 고집적 반도체 상용화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는 핵심 플랫폼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국가반도체연구실지원 핵심기술개발사업, 나노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21/acsnano.5c18395 1. 텔루륨(Tellurium, Te): 1차원 나선형 사슬 구조를 가진 반도체 물질로, 상온 안정성이 뛰어나고 높은 정공 이동도를 보여 차세대 P 채널 소자의 핵심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2. 밴드갭(band gap): 반도체에서 전자가 전류를 흐르게 할 수 있는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 사이 에너지 차이. 밴드갭이 좁을수록 전자가 쉽게 이동해 전류가 잘 흐르지만, 누설전류가 발생하기 쉬워진다. 3. 쇼트키 장벽(Schottky barrier): 금속과 반도체 경계면에 형성되는 에너지 장벽으로, 전자가 금속에서 반도체로 이동할 때 넘어야 하는 ‘장벽’ 역할을 한다. 이 장벽이 높을수록 전류 흐름이 어려워져 접촉 저항이 증가한다.
김형섭•이안나•김동식 교수 공동 연구팀, “울퉁불퉁 금속 표면 오히려 좋아” 제거해야 할 결함, 실은 최강의 접착제였다
[3D 프린팅 표면 거칠기 제어로 접착력 2배 높여… 소프트 로봇·의료기기 적용 기대] ‘금속 부품 표면은 최대한 매끄럽게 다듬는 것이 기본’이라는 제조업계의 오랜 상식이 뒤집혔다. POSTECH 연구팀이 3D 금속 프린팅 과정에서 생기는 ‘울퉁불퉁한 표면’을 오히려 적극 활용해, 금속과 고분자를 강하게 결합할 수 있는 새로운 접합 기술을 개발했다. 금속과 고분자(폴리머)를 안정적으로 결합하는 기술은 자동차, 항공우주, 소프트 로봇, 의료기기 등 다양한 산업에서 핵심 과제로 꼽힌다. 금속의 단단함과 고분자의 유연함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두 소재의 물성이 달라 쉽게 분리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화학적 표면 처리 등 공정이 필요했는데, 공정이 번거롭고 복잡한 3차원 구조에는 적용하기 어려웠다. POSTECH 친환경소재학과·신소재공학과 김형섭 교수, 친환경소재학과 박사과정 김래언 씨, 기계공학과 이안나·김동식 교수, 이정락 박사, 통합과정 이중훈 씨 연구팀은 이 문제를 발상의 전환으로 이 문제를 풀었다. 연구팀은 레이저로 금속 분말을 녹여 층층이 쌓는 3D 금속 프린팅(PBF-LB/M)1)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표면 거칠기를, 제거해야 할 결함이 아니라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는 요소’로 봤다. 연구팀은 레이저 출력과 스캔 속도, 간격 등 조건을 조절해 티타늄 합금 표면의 거칠기를 20~70마이크로미터(μm) 범위에서 자유롭게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음악 볼륨을 조절하듯 울퉁불퉁한 정도를 원하는 수준으로 맞출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하나의 부품 안에서도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거칠기를 부여하는, 이른바 '공간 맞춤형 표면 설계'도 구현했다. 이렇게 설계된 표면은 접합 성능에서 뚜렷한 향상을 보였다. 소프트 로봇과 미세 유체 장치에 쓰이는 실리콘 계열 고분자(EcoFlex, Dragon Skin, PDMS)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최적 조건의 거칠기를 적용했을 때, 매끄러운 표면 대비 접착 강도가 2배 이상 증가했다. EcoFlex는 214%, Dragon Skin은 229%, PDMS는 229% 각각 증가했으며, PDMS의 경우 최대 717kPa(킬로파스칼)에 이르는 높은 접합 강도를 기록했다. 그 원리는 운동화 ‘찍찍이(후크-앤-루프, hook-and-loop)’와 유사하다. 거친 표면에는 미세한 돌기와 틈이 촘촘히 형성되는데, 액체 상태 고분자가 스며든 뒤 굳으면서 서로 맞물리는 '인터로킹(interlocking)' 구조가 형성되고, 접촉 면적이 넓어지는 효과까지 더해져 접착력이 크게 높아진다. 별도 화학적 처리 없이 구조 설계만으로 접합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안나·김동식 교수는 3D 프린팅 중에 자연스럽게 생기는 표면을 제어하는 것만으로 접합 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딱딱한 뼈대와 부드러운 피부를 동시에 구현해야 하는 소프트 로봇, 몸 안에 삽입되는 의료기기 등 분야에서 잠재력이 크다”라고 전했다. 김형섭 교수는 “한 부품 안에서 부위별로 서로 다른 접합 성능을 구현할 수 있어, 다재료 하이브리드 구조 설계에 새로운 길을 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연구재단, 방위사업청, 산업통상자원부 지원 민군기술협력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지원을 받은 이 연구는 제조·생산 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Virtual and Physical Prototyping'에 최근 게재됐다. ▶️ DOI: https://doi.org/10.1080/17452759.2026.2653924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 연구팀, “고성능 그대로 유지하고, 부담만 줄였다” AI 연산량 100배↓ 저장공간 500배↓
[복소값 신경망 양자화 기반 초경량 AI 프레임워크 제시] 아무리 뛰어난 AI라도 무거우면 쓰기 어렵다. 고성능 AI는 연산량이 방대해 대형 서버에서만 구동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POSTECH 연구팀이 성능은 유지하면서 연산량을 99% 이상 줄이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 고성능 AI를 스마트폰에서도 실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었다. POSTECH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연구팀이 중국 칭화대 선전 국제대학원, 하얼빈공대, 홍콩시티대 연구팀과 수행한 이번 연구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최근 게재됐다.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고, 내비게이션으로 길을 찾는다. 이 모든 과정에는 ‘신호 처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신호는 단순히 세기뿐 아니라 '언제 도달하는가'라는 타이밍 정보, 즉 '위상'을 함께 갖고 있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실수’와 ‘허수’로 이루어진 ‘복소수’라는 수학적 개념이 사용되며, 이를 활용한 ‘복소값 신경망’이 홀로그램, 무선 통신, 레이더 영상 분석 등 첨단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위상 정보까지 정밀하게 처리할 수 있어 훨씬 더 풍부한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소값 신경망은 계산량이 매우 많아 스마트폰 같은 소형 기기에서는 사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AI 모델을 가볍게 만드는 ‘양자화’ 기술이 있지만, 기존 방식은 실수 기반 신경망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복소값 신경망에 적용하면 위상 정보가 흐트러지는 등 성능이 떨어졌다. 특히, 홀로그램처럼 위상에 민감한 기술에서는 아주 작은 오차도 화질 저하로 이어졌다. 연구팀은 복소수를 이루는 ‘실수부’와 ‘허수부’를 따로 처리하지 않고 동시에 고려하는 '공동 양자화(real-imaginary joint quantization)' 기법을 고안했다. 기존에는 복소수를 두 개의 숫자로 나눠 각각 압축하는 과정에서 두 값 사이의 관계가 깨지며 위상 정보가 틀어졌는데, 연구팀은 두 요소를 하나로 묶어 처리해 이러한 문제를 줄였다. 여기에 중요한 부분에는 높은 정밀도를 유지하고 덜 중요한 부분은 과감히 줄이는 '적응형 혼합 정밀도 학습' 전략도 더했다. 사진을 저장할 때 주인공 얼굴은 고화질로, 배경은 저화질로 압축하는 것과 비슷하다. 홀로그램 실험 결과, 기존 최첨단 모델(HoloNet) 대비 연산량은 99.1%, 메모리 사용량은 99.8% 줄었다. AI가 해야 할 계산이 약 100분의 1로 줄고, 저장공간은 50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영상의 화질을 나타내는 지표(PSNR1))는 약 4dB(데시벨) 향상됐다. 음성·무선 신호 분류, 레이더 표적 인식 등 분야에서도 연산량을 약 85% 이상 줄이면서 정확도는 유지했다. 스마트폰에서 실행했을 때는 기존보다 최대 389배 빠른 속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노준석 교수는 “거대한 서버에서만 돌아가던 고성능 물리 연산 AI가 스마트폰이나 소형 기기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열었다”라며, “경량 AR·VR 홀로그램, 자율주행 차량 레이더, 차세대 통신망, 휴대형 의료기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전자기학, 열역학, 양자물리 등 계산 부담이 큰 분야 전반에서 경량 AI 활용 기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지원으로 진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0319-0 1. PSNR(Peak Signal-to-Noise Ratio): ‘최대 신호 대 잡음비’로 이미지가 얼마나 깨끗하게 복원됐는지 보여주는 화질 점수다.
신소재 한현 교수 연구팀, 차세대 연료전지 촉매의 성능 저하 원인 규명
[실시간 전자현미경으로 나노입자 형성부터 퇴화까지 원자 수준에서 직접 관찰] POSTECH 한현 교수 연구팀이 KENTECH 오상호 교수 연구팀과 함께 차세대 연료전지 및 수전해용 촉매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용출(exsolution) 금속 나노입자’의 성능 저하 원인을 원자 수준에서 규명했다. 연구팀은 나노입자가 만들어지는 초기 과정부터 장시간 고온 환원 환경에서 퇴화하는 과정까지 실시간 투과전자현미경으로 직접 관찰했다. 용출은 산화물 내부에 있던 금속이 고온 환원 조건에서 표면으로 올라와 스스로 나노입자를 이루는 현상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입자는 일반적인 증착 방식으로 형성한 입자보다 산화물 지지체에 더 단단히 고정돼 안정성이 높아, 차세대 연료전지 전극과 촉매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실제 작동 환경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입자와 주변 산화물 구조가 함께 변하면서 성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정확한 원인은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다. 한현 교수 연구팀은 결정 구조가 잘 정렬된 에피택셜 산화물(Epitaxial Oxide) 박막을 이용해 이 과정을 추적했다. 관찰 결과, 초기 용출 단계에서는 니켈(Ni) 나노입자가 표면으로 나오면서 결정이 어긋나 생기는 ‘역상경계(Antiphase Boundary, APB)’ 결함이 함께 사라지는 현상을 확인했다. 이는 용출이 단순히 금속 입자가 표면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넘어, 결정 구조 재배열과 결함 치유가 함께 일어나는 복합 과정임을 보여준다. 반면 장시간 고온 환원 조건에서는 다른 변화가 관찰됐다. 니켈(Ni)과 스트론튬(Sr)이 점차 사라지면서 표면에 미세한 함몰(pit)이 생기고, 이후 La2TiO5 2차상이 형성됐다. 연구팀은 실시간 관찰을 바탕으로, 이러한 변화를 ‘조성 불균형 구조에서 균형 구조로 바뀌었다가, 다시 분해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으로 설명했다. 이를 통해 용출 나노입자의 장기 안정성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한눈에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용출 나노입자의 성능 저하가 단순한 입자 성장이나 응집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성능 저하는 결정 결함의 변화, 원소 손실, 표면 구조 변화, 2차상 형성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과정과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이 성과는 향후 연료전지와 수전해 장치용 촉매의 초기 활성뿐 아니라 장기 안정성까지 함께 높일 수 있는 재료 설계 전략 마련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현 교수는 “이번 성과가 용출 촉매의 안정성과 성능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재료 설계 전략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오상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용출 촉매에서 나타나는 성능 저하의 근본 원인을 원자 수준에서 직접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나노과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ACS Nano에 게재되었다. ▶️ DOI: https://pubs.acs.org/doi/10.1021/acsnano.5c2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