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공 이상민 교수팀, 인류를 위협하던 바이러스, 인류의 미래를 열다
[이상민 교수·2024 노벨화학상 수상자 David Baker 교수 공동 연구 ‘Nature’ 게재] [바이러스 모방한 나노입자 AI 설계 연구 통해 유전자 치료 기술 개발의 전환점 제시] 화학공학과 이상민 교수는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미국 워싱턴대(University of Washington) 데이비드 베이커(David Baker) 교수와 공동으로 AI(인공지능)를 활용하여 바이러스의 복잡하고 정교한 구조를 모방한 새로운 치료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 분야 세계 최고 학술지인 ‘Nature’(네이처)‘에 현지 시각으로 18일 게재됐다. 바이러스는 둥근 공 모양의 단백질 껍질 안에 유전자를 담아 스스로 복제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진다. 주로 숙주세포에 침투해 질병을 일으키지만 최근에는 이 복잡하고 정교한 구조를 모방한 인공 단백질 연구가 활발하다. 이렇게 개발된 ‘나노케이지(nanocage)’는 마치 바이러스가 숙주를 찾아 공격하듯 표적 세포에 치료용 유전자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기존 나노케이지는 크기가 작아 그 안에 담을 수 있는 유전자의 양이 한정적이었고, 구조가 단순해 실제 바이러스 단백질처럼 여러 기능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AI 기반 전산 설계 기법을 도입했다. 바이러스는 대부분 대칭적인 구조로 되어 있지만, 미세하게 어긋난 부분이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구조적 특징을 AI 기술로 설계함으로써 정사면체, 정육면체, 정십이면체 등 다양한 형태의 나노케이지를 세계 최초로 제작했다. 이 새로운 나노구조들은 네 종류의 인공 단백질로 구성되며, 여섯 종류의 독특한 단백질-단백질 결합계면을 포함하는 정교한 구조를 형성한다. 특히, 직경이 최대 75nm에 이르는 정십이면체 구조는 기존 유전자 전달체(AAV*1)보다 세 배 더 크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유전자를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전자현미경 분석 결과, 연구팀이 AI로 설계한 나노케이지들은 예상대로 정확한 대칭구조를 이루었으며, 기능성 단백질을 활용한 실험에서도 연구팀은 유전자가 나노케이지가 표적 세포까지 성공적으로 전달됨을 확인했다. 이상민 교수는 “AI의 발전으로 인류가 원하는 인공 단백질을 설계하고 조립하는 시대가 열렸다”라며 “이번 연구가 유전자 치료제는 물론, 차세대 백신 등 다양한 의·생명 분야의 혁신적인 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란다”라는 말을 전했다. 한편, 이상민 교수는 2021년 2월부터 2년 9개월 동안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하다 올해 1월 POSTECH에 부임했다. 이상민 교수와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가 협력한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수신진연구사업,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글로벌 기초연구실 사업과 미국 Howard Hughes Medial Institute(HHMI)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4-07814-1 1. AAV Adeno-Associated Virus 2. de novo protein 컴퓨터로 설계한,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단백질을 말한다.
화공·융합대학원 차형준 교수팀, “해조류+가시광선=인공배양육 잉크?”
[차형준 교수팀, 해조류 활용 고해상도 바이오잉크 개발] 몇 년 전, 프랑스의 한 일간지에서 ‘지구를 위해 해조류를 요리하는 한국’이라는 기사를 보도한 적이 있었다. 물컹거리는 식감 탓에 서양인들이 거의 먹지 않는 해조류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육류 생산과 비교했을 때 탄소 배출량이 현저히 낮아 단순히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해조류로 배양육을 생산해 우리의 지구를 지키고, 아픈 사람들에게 필요한 인공장기 제작도 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화학공학과·융합대학원 차형준 교수, 화학공학과 박사과정 이상민 씨, 최근호 박사 연구팀은 해조류에서 유래한 천연 탄수화물과 인체에 무해한 가시광선을 이용하여 세포 생존율과 해상도가 높은 바이오잉크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생체재료 분야 국제학술지인 ‘카보하이드레이트 폴리머(Carbohydrate Polymers)’에 게재됐다. 3D 바이오프린팅은 세포가 들어있는 바이오잉크*1를 사용하여 인공장기나 조직을 제작하는 기술로, 조직공학과 재생의학 분야에서 잠재력이 풍부하다. 또,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배양육 제조에도 적용할 수 있어 푸드테크 분야에서도 주목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현재 사용되는 바이오잉크는 내부에서 세포가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세포의 생존율이 낮고 인쇄 해상도가 높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다. 연구팀은 해조류 탄수화물의 일종인 알지네이트(alginate)의 광가교*2를 통해 아주 미세한 크기의 마이크로 젤을 만들었다. 이 광가교 알지네이트 마이크로 젤을 이용해 세포의 자유로운 이동과 증식이 가능한 3D 바이오프린팅용 잉크를 개발했다. 이어, 연구팀은 새로 개발한 잉크를 사용하여 3D 바이오프린팅을 진행했다. 그 결과, 마이크로 젤 기반 소재의 빈 공간에 세포를 탑재한 바이오잉크는 기존 바이오잉크에 비해 세포 생존율이 4배 이상 크게 향상되었다. 또, 마이크로 젤은 일정 시간 동안 힘을 주었을 때 오히려 점도가 낮아지고, 형태가 변형된 후 원래의 형태로 다시 돌아올 수 있어 프린팅 결과물의 해상도와 적층 능력을 높여주었다. 연구를 이끈 차형준 교수는 “천연 생체물질을 기반으로 안정적이고 높은 세포 탑재 능력을 지니는 바이오잉크를 실제 3D 바이오프린팅에 적용하여 효과적인 인공 조직용 구조체를 제작했다“며, ”향후 후속 연구를 통한 개선과 기술 고도화를 통해 실제 인공장기와 배양육 제작 시 널리 활용될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이번 연구는 포스코홀딩스의 ‘창의혁신과제’, 농림축산식품부의 ‘고부가 가치식품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1. 바이오잉크 바이오프린팅의 원료이자 3D 바이오프린터로 분사하는 세포가 포함된 재료이다. 2. 광가교 다리를 걸치듯 형성되는 결합을 ‘가교결합’이라고 하는데, 빛에 의해 개시되는 분자 간 공유결합 형성 반응을 ‘광(光)가교’라고 한다.
환경 민승기 교수팀, 점차 길어지는 한반도 폭염…지구온난화가 “원인”
[인간 활동이 긴 폭염에 미치는 영향 밝혀] 2018년은 우리나라 기상관측 사상 가장 극심한 폭염이 기승을 부린 한 해였다. 서울의 최고 기온은 39.5℃, 평균 폭염일수 31.5일, 열대야일수 17.7일, 온열질환자수 4526명, 사망자수 48명이라는 무서운 기록과 가축 908만 마리, 어류 709만 마리 폐사 등 800억원대의 경제손실을 남겼다. 쬘 폭(暴), 불꽃 염(炎). 단어의 뜻 그대로 불꽃처럼 햇볕이 내려 쪼이는 살인적인 더위를 말하는데, 그 지속기간이 길어질수록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환경공학부 민승기 교수팀은 최근 폭염이 점차 길어지는 원인이 ‘인간’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환경공학부 민승기 교수, 김연희 연구교수, 박사과정 이상민씨 팀은 옥스퍼드대학과 영국기상청과의 공동연구를 통하여 인간 활동이 한반도 폭염의 지속기간에 미치는 영향을 처음으로 밝혔다. ‘미국기상학회보(Bulletin of the American Meteorological Society)’ 특별호에 소개된 이 연구는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 증가로 인해 2018년과 같은 강하고 장기간 지속되는 폭염의 발생가능성이 4배 이상 높아졌다는 것을 확인했다. 온실가스 증가로 인해 폭염이 강해지고 더 빈번해지고 있다는 것은 많이 보고되었지만, 폭염의 지속기간과 지구온난화의 연결고리에 대한 과학적 증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번 연구에서는 인간 활동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늘어날수록 장기간 지속되는 폭염이 증가하고 있음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연구팀은 지구온난화가 한반도 폭염 지속시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고해상도 기후모델 실험을 수행했다.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인간 활동을 포함한 모델실험과 인간 활동이 배제된 모델실험을 각각 수천 번 반복하여 비교한 결과, 2018년 여름과 같은 장기지속 폭염은 인위적인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그 발생확률이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승기 교수는 “고해상도 기후모델 시뮬레이션을 비교 분석하여 온실가스 증가로 인해 우리나라에 폭염이 더 오랜 기간 계속될 수 있음을 정량적으로 확인했다”며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 장기지속 폭염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므로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는 기상청 기상See-At기술개발, 국립기상과학원 기상업무지원기술개발, 한국연구재단 선도연구센터 ‘비가역 기후변화 연구센터’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