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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CH 미래 이끌 수레 두 바퀴···’의과학자-바이오산업’

2021-09-01 5,009

[인터뷰] 박준원 前 부총장 (화학과 교수)
의과학대학원 2023년 첫 학기 시작, 전임 교수 5명, 박사과정생 20명 ‘소수정예’
특정 질환 치료하면 ‘포항’, “과학·공학 연구역량, 의학 시너지 기대”

“의사과학자(MD PhD) 육성 목표는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 경쟁력 강화입니다. 학문과 산업은 수레의 두 바퀴처럼 같이 가야 합니다. 학문이 융성하게 발전하면서 산업 분야는 돈을 벌고, 그 돈이 다시 대학으로 유입되면서 학문과 산업은 발전합니다. 하지만 지금 바이오는 사이클이 돌지를 않아요. 학생들이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인재는 줄어들고 산업 경쟁력은 약화됩니다. 의과학자 육성은 이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 경쟁력 제고에 핵심입니다.”

박준원 교수 (前 부총장, 화학과)는 바이오 주권(主權)을 확보하려면 의과학자 육성은 필연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바이오 산업이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도록 육성해야 한다”며 “대학이 위기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바이오 분야에서 배출하는 인재들이 활동할 산업이 없고 연구개발 속도도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POSTECH은 이런 시대적 사명을 위해 올해 초부터 의과학대학원 설립 작업에 들어갔다. 의과학대학원은 2023년 3월 첫 학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대학 건학 이념처럼 ‘소수의 영재’를 모아 정예 요원(療員)을 키우겠다는 목표다. 의과학자 전임교수 5명, 겸직교수 20명, 첫 신입생 20명 규모다. 신입생은 절반씩 의사면허 소지자(MD), 이공계 학사 졸업생을 뽑을 예정이다. POSTECH은 연내 교수 채용을 마무리하고, 의과학대학원 세부 운영 방침 등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 POSTECH 경쟁력···축적된 연구 역량과 의학 시너지 기대

POSTECH은 1986년 ‘교육 보국’을 목표로 과학기술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이념으로 설립됐다. 지난 30여 년간 공학과 과학 분야에서 연구 역량을 축적했다. POSTECH은 기존 연구 역량에 의학을 융합한다는 계획이다.

박 교수는 “기존 연구 역량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신약개발, 인공장기, 줄기세포, 뇌과학, 영상의학, 진단, 바이오 재료 등에 집중할 것”이라며 “현재 채용 중인 교수님들이 오시면 기존 과학, 공학 분야와 어떤 시너지가 날 수 있는지 구체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POSTECH이 의과학 분야에 막강 경쟁력을 가지는 또 다른 이유는 인프라다. POSTECH은 캠퍼스 내부에 3·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보유하고 있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짧은 펄스의 빛으로 펨토초(1000조분의 1초) 동안 일어나는 현상을 파악할 수 있어 단백질 구조 분석 등 바이오 연구에 특화되어 있다.

이와 함께 POSTECH은 바이오 오픈이노베이션센터(BOIC), 세포막 단백질연구소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포항시가 강소연구개발특구인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에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하며 대외 여건도 뒷받침되고 있다.

◆ 장기적으로 의대·병원 설립 추진

POSTECH은 2019년 9월 김무환 총장 취임 이래로 바이오를 미래 핵심 분야로 봤다. 김 총장은 올해 초 의과대학 설립 필요성과 병원 유치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이 코로나를 만나며 가속화됐고, 우선 의과학대학원 설립으로 일부 계획이 실현되고 있다. 박 교수는 앞서 2006년 창업해 나노콘 기술로 바이오 진단시장에 돌풍을 이끌었던 인물로 현재 의과학대학원 설립 작업을 이끌고 있다.

박 교수는 “코로나 사태에서 국내 바이오 산업의 취약함이 드러났다”며 “특히 대학 연구자들이 미충족 의료 수요(Unmet medical needs) 파악과 임상시험에 어려움이 있어 바이오 산업으로의 연결과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데 큰 간극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융합대학원 내부에 의과학대학원을 설립했다”면서 “과학·공학과 의학의 융합을 통해 간극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POSTECH은 KAIST 의과학대학원과 달리 자체 재원을 통해 병원 설립이 가능하다. 특히 포스코는 2019년 1조 벤처펀드를 조성해 미래 핵심 투자 분야로 바이오를 뽑았다. POSTECH에서 과학-의학 융합 비즈니스 모델이 있으면 투자를 안 할 이유가 없다. 박 교수는 “의과학대학원 강점 중 하나는 바이오 벤처 창업을 한다고 하면 포스코로부터 공간과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포항 가면 특정 질환 치료할 수 있다는 인식”

박 교수는 장기적으로 의대와 병원까지 설립되면 포항이 세계적 거점 병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밝혔다. 예컨대 세계 최대 암 치료기관인 미국 텍사스대 MD 앤더슨 암센터처럼, 포항에 가면 특정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인식을 주고 싶다는 의미다.

POSTECH이 의과학대학원을 넘어 의대와 병원을 설립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의사, 지역, 대학 등 기존 영역에 있는 관계자들 반발 때문이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전체의 발전을 위해선 대학, 지역, 영역의 이익을 보전하려는 관점을 넘어서야 한다”고 관점의 전환을 촉구했다.

박 교수는 “전 세계 어디를 가도 해결이 안 되는데 포항에 가면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곳으로 성장하고 싶다”며 “향후 의대와 병원 설립을 통해 지역의 의료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특정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전 세계 환자들이 모이는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바이오 헬스케어 시장이 반도체 시장보다 큰 상황에서 바이오 주도권을 놓치는 일은 슬픈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POSTECH 연구 결과가 꽃을 피우려고 할 때 미국이나 중국에 가야 하는 상황이 있어선 안 된다”라면서 “의과학대학원을 설립하는 이유도 우리나라에서 바이오 산업이 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