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POSTECH 연구팀, 전자정렬 상태와 공존하는 2차원 초전도체 발견
[양자상전이와 초전도성 연구에 대한 새로운 시야 제공]
흑연과 다이아몬드, 그리고 그래핀처럼 같은 원소로 이뤄진 물질이라도 차원을 달리하면 새로운 성질이 나타난다. 새로운 2차원 물질에서 전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는 전자정렬 현상과 저항 없이 흘러 다니는 초전도 현상이 공존하는 전자 상태가 발견됐다.
물리학과 김준성 교수(기초과학연구원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 연구위원), 김태환 교수, 신소재공학과 김종환 교수를 비롯한 국내 공동 연구진은 선형의 전자정렬 상태*1를 가지고 있는 이리듐-다이텔루라이드(IrTe2)를 수십 나노미터의 두께로 벗겨내어, 전자정렬 상태와 2차원 초전도성이 공존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번 발견을 통해 전자정렬 상태의 소멸 혹은 그로 인한 양자요동*2이 없어도 초전도 현상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극저온에서 전자의 농도나 외부 압력이 바뀌면서, 원래 나타나던 전자의 정렬 상태가 사라지거나 다른 상태로 변하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를 양자 상전이 현상*3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양자 상전이 현상이 일어날 때 보통의 초전도체와 다른, 비고전적인 초전도 현상이 자주 발견됐다. 이때 비고전적인 초전도 현상을 유도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전자정렬 상태가 사라지면서 나타나는 양자요동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아직도 전자정렬 상태와 초전도 상태가 어떤 관계인 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전자의 정렬상태와 초전도 상태 간의 관계를 연구하기 위해 전자 정렬상태를 가지고 있는 물질 중에서도 약한 반데르발스 결합으로 이루어진 층상구조 물질에 주목해왔다. 이러한 물질에서는 두께를 얇게 함으로써 전자정렬상태를 조절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구조나 정렬의 결함을 일으키지 않고 물질의 고유상태를 유지하며 전자 간의 상호작용만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리듐-다이텔루라이드는 층과 층 사이가 반데르발스 결합으로 연결된 반데르발스 물질*4로, 저온에서 전자 정렬 상태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층 사이가 약한 반데르발스 결합으로 이뤄진 점을 이용하여 수십 나노미터 두께의 얇은 박막으로 만들면서 전자정렬 상태와 초전도 현상을 연구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이리듐-다이텔루라이드 박막에서는 전자정렬 상태가 여전히 유지되면서 동시에 초전도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이 확인했다.
이러한 결과는 전자정렬이 약할 때 나타나는 양자요동으로 초전도 상태가 유도된다는 기존의 보고와는 상반되는 결과이다. 특히 이번 연구는 두께를 조절함으로써 전자정렬의 소멸과 그로 인한 양자요동이 없어도 초전도 현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첫 사례이다.
김태환 교수는 “전자 정렬상태와 초전도 상태가 서로 상호 협력하며 공존하는 현상을 직접 보여주는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준성 교수는 “앞으로 두께 조절을 통해 양자 상전이, 그리고 전자정렬과 초전도 상태의 관계를 밝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세계적인 권위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소개된 이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과 한국연구재단의 선도연구센터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1. 전자정렬 상태
물질 내부의 전자들 간의 상호작용이 강한 경우 다양한 정렬상태를 보인다. 전자가 가진 스핀이 인접한 스핀과 상호작용을 하는 경우 강자성이나 반강자성 상태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전하량, 격자 구조 등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전하량이 주기적으로 정렬되는 경우 전하 밀도파 상태, 선형적인 전하 정렬상태 등이 나타난다.
2. 양자요동
절대영도에서 위치가 고정되었을 때,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라 일어나는 에너지양의 무작위에 의한 변화를 말한다. 이로 인해 전자 간의 상호작용이 기술되기 어려우며 예측하기 어려운 양자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3. 양자 상전이 현상
열적 들뜸이 없는 절대영도에서 전하주입이나 압력, 자기장 등으로 전자 간의 상호작용을 조절하였을 때 물질이 가지고 있던 전자의 정렬상태가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에는 전자의 정렬상태가 사라지는 양자 상전이가 일어날 때 특이한 초전도성이 발현되는 현상이 다양한 물질 군에서 발견되고 있다.
4. 반데르발스 물질
층상 구조를 갖는 물질 중에 층간 결합이 반데르발스 결합으로 이뤄진 물질을 반데르발스 물질이라고 한다. 반데르발스 결합은 이온결합이나 공유결합과 달리 분자 간의 정전기적인 상호작용으로 생기는 것이라 상대적으로 매우 약하다. 따라서 반데르발스 물질 내의 원자층 간에 형성된 약한 반데르발스 결합을 선택적으로 깨뜨리면 단일 원자층으로 이뤄진 2차원 물질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