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0 겨울호 /Science black box
우연과 행운의 과학적 발견
세렌디피티 Serendipity
여러분은 인생을 바꾼 우연의 일치를 경험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과학자 대부분은 하나의 결과를 도출해 내기 위해서 오랜 시간 동안 공부하고, 실험을 계획하지만, 때로는 우연과 행운만으로 인류에 큰 도움이 되는 발견을 한 경우가 있는데요. 1세렌디피티(Serendipity)는 영국의 18세기 문필가였던 호레이스 월폴이 만든 행운의 동의어로 완전한 우연으로부터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하며, 특히 과학 연구의 분야에서는 실험 도중에 실패해서 얻은 결과로부터 중대한 발견 또는 발명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X-ray, 페니실린처럼 유명한 사례뿐만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사례들도 많이 존재하는데요.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세렌디피티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Smart Dust의 발명
세렌디피티로 인한 발견이 미래 산업의 핵심으로 선정되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2003년 발명된 스마트 더스트(Smart Dust)2는 말 그대로 ‘똑똑한 먼지’입니다. 먼지 크기의 초소형 센서들이 건물, 의복, 인체 등 물리적 공간에 먼지처럼 뿌려지는 것을 말하는데요. 이 기술은 2003년 실험 중 발생한 폭발 사고로 인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대학원생 제이미 링크가 실리콘 칩을 가지고 과제를 하던 중, 갑자기 그녀의 실리콘 칩이 폭발하는 사고가 벌어졌고 작은 실리콘 칩이 사방으로 흩어지게 됩니다. 실리콘 칩의 잔해를 버리지 않고 상태를 확인해 보았는데요. 부서져 버린 작은 실리콘 칩 조각들이 여전히 센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것을 시작으로 초소형 센서에 대한 개발이 시작되었고 캘리포니아 대학의 크리스 피스터 교수가 1~2 mm 크기의 초소형 센서를 개발하고 이름을 ‘스마트 더스트’라고 지칭하면서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가속되었다고 합니다. 단순한 컴퓨팅 능력을 갖추고 있었던 이 똑똑한 먼지들은 현재 센서 기능뿐만 아니라 양방향 무선 통신 기능 및 태양 전지 등의 전력 공급 장치까지 합쳐져 농작물의 냉해 방지, 극한 환경 지역의 생태 관측, 오염 측정, 산불 예방, 물류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무궁무진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 기술은 향후 2년 안에 전 세계를 휩쓸 10대 신기술 중 하나로 선정될 정도로 미래 기술의 핵심 결과물이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위)1 (아래)2
안전유리의 발명
우리의 생활에 빠질 수 없는 스마트폰과 자동차의 유리에도 세렌디피티가 존재합니다. 책상에 있던 유리컵을 떨어뜨렸을 때, 그 유리 파편들은 사방으로 흩어집니다. 하지만 교통사고 차량 유리나 떨어진 스마트폰 액정을 자세히 살펴본다면 금이 많이 가긴 하지만 유리 파편이 떨어져 나오지는 않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데요. 사람에게 해를 가할 수 있는 유리 파편을 최소화하는 안전유리의 발견이 바로 세렌디피티입니다. 319세기 말, 프랑스의 과학자 에두아르 베네딕투스는 신문에서 자동차 사고에 의한 부상자 대부분이 부서진 유리창에 의해 찔리거나 절단되는 상해를 입었다는 특집 기사를 읽게 됩니다. 기사를 읽은 후 그는 큰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안전한 유리는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그 당시 최초의 플라스틱이었던 셀룰로이드를 응용한 발명품을 연구하고 있던 그는, 그날 이후 셀룰로이드를 이용해 유리가 깨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연구를 시작했지만, 성과를 만들어 내지는 못했답니다. 수없는 실패 이후 베네딕투스가 안전유리 개발을 거의 포기할 때쯤, 실험실에 들어온 고양이 한 마리가 그의 실험실 선반에 있는 플라스크들을 건드려 떨어뜨립니다. 화가 잔뜩 난 베네딕투스는 플라스크를 치우던 도중, 유독 하나의 플라스크가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는, 그 플라스크에는 오래전 담아두었던 셀룰로이드 용액이 말라붙어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플라스크에서 셀룰로이드 막이 유리 조각들을 퍼지지 않게 붙잡는다는 것을 직감한 그는 안전유리 연구에 다시 몰두하고 이후 두 장의 유리 사이에 셀룰로이드 막을 끼워 넣은 최초의 안전유리인 ‘Triplex’를 출시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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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리스 스틸의 발명4
Stain(녹이 생김) + Less(없음)의 합성어인 스테인리스 스틸(Stainless Steel)은 주방용품, 자동차, 의료기기 등 주방부터 병원까지 쓰이지 않는 곳이 없는데요. 가벼울 뿐만 아니라 물리적 충격에도 강한 이 스테인리스 스틸 역시 세렌디피티로 인해 발견된 소재 중 하나입니다. 1912년 영국에서는 화약 사용 시 발생하는 뜨거운 열기에도 손상이 덜한 재료를 개발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하는 연구소가 많았다고 합니다. 해리 브리얼리가 근무하고 있었던 셰필드 지역의 브라운 퍼스(Brown Firth) 연구소 역시 이와 같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요. 점심 식사를 마친 뒤 공장 뜰을 산책하던 해리 브리얼리는 반짝하고 빛나는 쇳조각을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이 쇳조각은 실험의 결과들로 만들어진 여러 재료 중, 쓸모없다고 판단해 버렸던 것이었는데요. 브리얼리는 자신이 발견한 쇳조각이 오래됐을 뿐 아니라 비까지 맞았지만 조금도 녹슬지 않았다는 이상한 사실을 발견합니다. 그는 실험실로 그 쇳조각을 가져와 분석한 결과 철과 크롬이 혼합돼 있다는 것을 발견하여 동일한 비율로 합금을 만들어 다시 연구를 시작합니다. 이 합금이 놀랍게도 산에 대한 반응이 극히 느리거나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남을 발견한 브리얼리는 이 금속이 공기 중에 방치해도 녹이 슬지 않음을 확인합니다. 세계 1차 대전이 발발하는 바람에 소총 개발을 하는 연구소 임원진은 이 가공하기 힘든 합금에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브리얼리는 이 합금에 관한 연구를 이어나가 마침내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 스테인리스를 만들게 됩니다.
이 3가지 위대한 발명이 실패라고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우연한 기회로 이루어진 것처럼, 여러분들도 언젠가 여러분만의 세렌디피티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이미 링크가 폭발한 실험물을 바로 버렸다면, 베네딕투스가 플라스크를 치우는 것에만 몰두했다면, 해리 브라일리가 반짝이는 쇳조각을 그저 착각으로 생각했다면, 이 모든 우연이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발견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구독자 여러분들도 이 3명의 사람처럼 여러분 주변에 존재하는 우연과 실패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어쩌면 여러분들도 반짝이는 발명을 하게 될 운명일지도 모르니까요.
[ 각주 ]
1 Definition of Serendipity, Collins dictionary, 2012. 6. 18.
https://web.archive.org/web/20120618001132/http://www.collinsdictionary.com/dictionary/english/serendipity
2 박용준, 「세상을 바꾸는 먼지, ‘스마트 더스트(Smart Dust)’와 함께하는 세상! 』 , 「LG CNS』, 2015.3.10. https://blog.lgcns.com/717
3 왕연중, 「세상을 바꾼 발명 안전 유리』, 「소년한국일보』 , 2013. 08. 27. http://kids.hankooki.com/lpage/edu/201308/kd20130827152547131830.htm
4 이성규, 「무기 연구하다 주방용품 혁신』, 「The Science Times』, 2015. 11. 10.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B%AC%B4%EA%B8%B0-%EC%97%B0%EA%B5%AC%ED%95%98%EB%8B%A4-%EC%A3%BC%EB%B0%A9%EC%9A%A9%ED%92%88-%ED%98%81%EC%8B%A0/
[ 이미지 ]
1 김준래, 「사물인터넷 세상 앞당길 ‘똑똑한 먼지’』, 「The Science Times』, 2020. 01. 06.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C%82%AC%EB%AC%BC%EC%9D%B8%ED%84%B0%EB%84%B7-%EC%84%B8%EC%83%81-%EC%95%9E%EB%8B%B9%EA%B8%B8-%EB%98%91%EB%98%91%ED%95%9C-%EB%A8%BC%EC%A7%80/
2 김준래, 「’똑똑한 먼지’가 사물 인터넷 세상을 앞당긴다! 스마트 더스트(Smart Dust)의 탄생』,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 https://news.samsungdisplay.com/22160, 2020. 02. 11
3 「자동차 유리 가장자리에 있는 무늬의 정체는 무엇일까?』, 「한국타이어』, 2018. 10. 16.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6895892&memberNo=2508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