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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신년사

  • 등록일2026.01.02
  • 조회수1323

2026년 신년사
미래를 맞는 자세: 두 개의 그림을 통한 대비

 

포스텍 전 구성원들께 새해 인사드립니다.

 

올해는 개교 4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길지 않은 세월이지만 두 세기에 걸친 기간이었고 심지어 밀레니엄의 강을 건너오는 여정이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개교 50주년을 맞게 될 향후 10년은 더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입니다.

 

급격한 변화를 겪을 때 사람들은 흔히 놀라거나 두려워하기 쉽습니다. 저는 그 때 에드바르드 뭉크의 그림을 떠 올리곤 합니다 (그림 1). 노르웨이어 원제가 Skrik이니 영어로는 “Shriek(비명)”이 생각나지만 “절규(The Scream)”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진 연작 그림입니다. 도대체 무엇을 봤길래 이런 표정이 나올까 싶게 공포에 맞닥뜨린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뭉크의 “절규”를 볼 때마다 자동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다른 그림이 하나 있습니다. 카스파 프리드리히의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Wanderer above the Sea of Fog)”라는 그림입니다 (그림 2). 여기서 인물은 파도가 몰아치는 바위 위에 서서 안개 자욱한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인물의 뒷모습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그의 표정은 볼 수 없지만 그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는 알 수 있습니다. 반대로 뭉크의 정면 그림은 인물의 표정은 보여주지만 정작 그가 뭘 보고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저도 모르게 이 두 그림을 함께 떠올리게 되는 것은 사실 옛날 제 나름대로 구상해 본 스토리 때문입니다. 그것은 어쩌면 이 두 사람이 같은 걸 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상상입니다. 누구는 자욱하게 낀 불길한 안개같은 불확실성 앞에서 공포에 질려 있지만 다른 이는 꿋꿋하게 서서 안개 너머를 담담하게 바라보는 대비 말입니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며 대학의 미래를 생각해 봅니다. 지난 40년간 어느 한 해도 쉬운 해는 없었을 테니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미래는 늘 불확실하니 그걸 이유로 우리가 확고하게 수립한 방향을 수정하거나 과정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안개가 완전히 걷힐 때까지 그걸 핑계로 갈 길을 미룬다면 이 빨리 변하는 시대에 뒤질 것은 당연합니다.

 

40년 전 이 곳에서 건학을 하신 분들은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개 속에서 삽을 떴을 것입니다. 그에 비하면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미래는 훨씬 더 명료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2건학사업의 1단계 마무리를 내다보며 모든 구성원들의 적극적 참여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올 한해도 모두들 건강하시고 댁내에 평안과 행복이 가득하기 바랍니다.

 

2026.1.1

총장 김성근

 

그림 1. 에드바르드 뭉크(Edvard Munch), “절규(The Scream)”, 1893

 

그림 2. 카스파 프리드리히(Caspar Friedrich),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Wanderer above the Sea of Fog)”,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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