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CH
ADMISSION
ACADEMICS
RESEARCH
STUDENT LIFE
NEWS CENTER
ABOUT
OUR DIFFERENCE

검색으로 간편하게 원하는 포스텍의 정보를 찾아보세요.

About Us

연설문

2025학년도 학위수여식사

  • 등록일2026.02.13
  • 조회수1065

자랑스러운 졸업생 여러분, 


오늘 이 자리는 여러분이 이룬 성취를 축하하는 자리입니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흘린 여러분의 땀과 노력을 치하합니다. 또한 늘 격려와 응원을 해 주신 학부모님들과 가족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을 지도하고 영감을 주신 교수님들, 도움의 손길을 아끼지 않은 직원선생님들, 그리고 축하해 주기 위해 오신 내빈 여러분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오늘날 세상은 인공지능, 로보틱스, 양자기술, 바이오 등 딥테크 기술들이 만들어 낼 새로운 세계와 국제질서, 그리고 편리한 삶과 수명연장에 대한 전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것은 과학과 공학을 탐구하는 우리 졸업생들이 미래세계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우리에게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도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저는 오늘 교문을 나서는 여러분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꼭 당부하고 싶은 한 마디가 있습니다. 선입견이겠지만 흔히 이공계 사람들에게 연상되는 이미지인 자기중심적 관점에서 벗어나 주변을 바라보라는 얘기입니다. 즉, 공감과 배려의 자세를 가지라는 것입니다. 


거의 400년 전 세상을 떠난 영국 성공회 사제 존 던(John Donne)은 종교시로 유명한데 그의 명상 17번 시의 일부를 발췌하여 소개합니다: 


어느 누구도 그 혼자만으로 존재하는 섬은 아니다

모든 사람은 대륙의 한 조각이고 전체의 한 부분이다

만약 흙덩어리 하나가 바다에 의해 씻겨 나갔다면 유럽은 그만큼 작아졌으리라

누구의 죽음이라도 나를 작아지게 한다, 나는 인류 전체에 속하기 때문에

그러므로 누구를 위해 종이 울리는지 알려고 보내지 말라, 그것은 너를 위해 울리는 것이니..


No man is an island, entire of itself;

Every man is a piece of the continent, a part of the main.

If a clod be washed away by the sea, Europe is the less,

Any man's death diminishes me, because I am involved in mankind.

And therefore never send to know for whom the bell tolls; it tolls for thee.


이 시는 “어느 누구도 섬이 아니다 (No man is an island)”라는 첫 구절도 유명하지만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라는 마지막 구절도 헤밍웨이가 자신의 소설 제목으로 써서 유명해진 바 있습니다. 이 글귀의 원래 의미는 교회에서 조종이 울릴 때, 굳이 사람을 보내 누가 죽었는지 알려고 하지 말라, 그 이유는 누가 죽었든 우리 모두는 하나이기 때문에 결국 우리 모두의 손실이라는 것입니다. 


경쟁이 심한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모든 사람을 경쟁상대로 보곤 합니다. 그러나 인생은 경쟁이 목표가 아니며 우리 모두는 전체의 부분이고 따라서 타인의 아픔과 결핍에 공감하고 배려하는 것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본질입니다. 구체적인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하면서 당부로 졸업사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미국의 유명한 작가인 펄 벅(Pearl Buck)이 어느 늦가을 한국에 방문했을 때 시골 감나무에 꼭 몇 개씩 남겨진 감을 보고 의아해했습니다. 동행 취재하던 이규태 기자가 그것은 겨울을 앞두고 배고플 새들을 위해 남겨놓은 “까치밥”이라고 설명하자 벅 여사는 한국에서 보고싶었던 것은 왕릉이나 유적이 아니라 그런 마음, 즉 미물까지 배려하는 한국인의 심성이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구약성서에도 추수할 때 땅에 떨어진 이삭을 줍는 것을 금지하는 구절이 있는데 그것은 가난한 이들을 위해 남겨놓으라는 배려의 명령입니다. 


제가 포스텍에 부임한지 얼마 안 되어 들었던 얘기도 생각납니다. 시험장에서 답안을 다 작성하고도 옆에서 아직 답안 작성에 애먹는 친구들을 생각하여 시험장을 나가지 않는 학생들이 있다는 마음 따뜻한 얘기였습니다. 


사실 오늘 제가 진짜로 소개하고 싶은 얘기는 오래 전 읽은 글에서 본 어느 미국 여성의 증언입니다. 자신의 집은 가난한 동네에서 부자로 살고 있었는데 어머니는 별 쓸모도 없는 소금이나 신문지 등을 툭하면 이웃집에 가서 빌려 왔다는 것입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그걸 잊고 살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갑자기 생각나 그 이유를 물어봤다고 합니다. 어머니 대답은 평소 하찮은 물건이라도 마치 중요한 용처가 있는 것처럼 빚을 져 놓음으로써 나중에 굶주리는 이웃에게 필요한 밀가루와 계란을 가져다 줄 때 그들이 덜 미안해 하도록 그랬다는 것입니다. 그 정도로 남의 처지를 헤아리고 어려운 이들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의 소유자는 어떤 사람일까요? 이것은 학교에서 가르칠 수는 없지만 여러분들이 오늘 교문을 나가며 가지고 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졸업생 여러분, 이제 그동안 각자 갈고 닦은 전공 지식과 뛰어난 역량으로 미래 과학기술 시대의 주역이 되기 바랍니다. 그러나 과학기술만으로는 세상을 온전히 바꿀 수 없습니다. 사회의 진정한 변화는 여러분만큼 행운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을 생각하고 배려할 때 가능하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만들어 나갈 찬란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기대하며 오늘의 졸업을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2026. 2. 13.

총장 김 성 근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