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진현규 교수팀, 태양열로 만드는 수소, 속도전의 승자는?
[POSTECH·서울대, 고속 전산 스크리닝으로 신물질 발굴 시간·비용 대폭 절감] 기계공학과 진현규 교수, 이동규 박사 연구팀과 서울대 재료공학부 정인호 교수, 남준현 박사 연구팀이 지구상에 풍부한 열에너지만으로 깨끗한 수소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을 찾아냈다. 기존보다 훨씬 빠른 컴퓨터 계산으로 발견한 이 물질은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을 보여 탄소 배출 없는 미래 에너지 시대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중 하나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전 세계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과 홍수 등 이상기후 현상이 인류 생존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소는 태울 때 물만 나오는 청정에너지로 주목받고 있으며, 생산 과정에서도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그린 수소(green hydrogen)'는 각국이 기술 개발 경쟁을 벌이는 핵심 분야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열화학적 수소 생산' 기술이다. 이는 특정 산화물 물질이 열을 받으면 산소를 내보내고(환원 반응), 식으면 물에서 산소를 빼앗아 되돌리는 과정(산화 반응)을 반복하며 수소를 만드는데, 쉽게 말해 열만 가해주면 자동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수소 제조기'인 셈이다. 문제는 어떤 원소를 넣어야 효율을 높일 수 있는지, 또 그 비율과 반응 온도는 얼마가 최적인지 찾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기존 방식으로는 조건 하나를 확인하는 데 일주일 이상 걸렸다. 연구팀은 열역학 원리를 바탕으로 한 대용량 데이터베이스와 고속 계산 기술을 결합해 '고속 대량 스크리닝' 방법을 개발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1,000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조건을 단 24시간 만에 분석할 수 있다. 기존 방식보다 무려 7,000배 이상 빨라진 것이다. 이렇게 컴퓨터로 걸러낸 유망한 후보 물질들을 실제 실험실에서 직접 만들어 성능을 확인한 결과, 연구팀은 최종적으로 '(MgMnCo)0.65Fe0.35Oy'라는 복잡한 이름을 가진 새로운 물질을 발견했다. 이 물질은 마그네슘, 망간, 코발트, 철 등 여러 금속이 절묘한 비율로 섞여 만들어진 복합 산화물이다. 이 물질은 열에너지 변환 효율과 원자당 수소 생산량 등 지표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보였다. 이번 연구가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수소 생산을 넘어 다른 산업 분야에도 폭넓게 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뽑아내는 메탄 개질 공정, 폐배터리에서 귀중한 금속을 회수하는 배터리 재활용, 철강 제조 과정의 금속 산화·환원 공정 등에서도 온도와 가스 조건에 따라 최적의 물질을 신속하게 찾아낼 수 있다. 진현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새로운 수소 생산 물질을 찾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기술 상용화에 한 걸음 다가섰다”라며, 서울대 정인호 교수는 “AI만으로는 설계가 어려운 복잡한 산화물 소재를 계산과학적 데이터베이스로 단기간에 찾아낸 좋은 사례”라며, “다학제 협업이 가져온 성과”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02/advs.202501846
화공 조길원 교수팀, 불순물 조절로 유기 반도체 성질 자유롭게 바꾼다
[POSTECH·성균관대 연구팀, 고분자 반도체의 ‘극성 전환’ 메커니즘 세계 최초 규명] 유기 고분자 반도체에 소량의 ‘불순물(도펀트, dopant)’을 첨가하는 것만으로 전하의 극성이 바뀌는 현상의 원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밝혀졌다. 화학공학과 조길원 교수, 박사과정 옥은솔, 정세인 씨 연구팀은 성균관대 나노과학기술학과 강보석 교수 연구팀과 함께 고분자반도체 반도체*1 재료가 불순물 농도에 따라 서로 다른 극성(p형, n형*2 )의 반도체 성질을 나타내는 원리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재료과학 분야 최상위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다. 반도체는 전하의 흐름을 제어하는 전자기기의 핵심 소재이다. 현재는 딱딱한 무기물인 실리콘 반도체가 사용되며, 극소량의 불순물을 첨가해 p형과 n형의 전기적 특성을 조절한다. 하지만 실리콘과 같은 무기물 반도체는 유연하지 않아, 신축성 있는 디스플레이나 웨어러블 기기, 전자 피부 등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에 따라 가볍고 잘 휘어지는 고분자 기반의 유기물 반도체가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유기반도체는 대부분이 p형 반도체로 작동하고, n형 반도체는 공기 중에서 쉽게 성능이 저하되어 개발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된 한계가 따라서, 실리콘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유기반도체에 도펀트를 선택적으로 도입하여 p형과 n형 특성을 모두 구현할 수 있는 기술 확보가 유기 전자소자의 상용화를 위한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연구팀은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실마리를 ‘도핑’에서 찾았다. 원래 p형으로 작동하던 특정 고분자 반도체에 p형 도펀트를 과량 첨가했을 때, 일정 농도를 초과하면 전하 이동 방식이 정공 중심의 p형에서 전자 중심의 n형으로 전환되는 ‘극성 전환(polarity switching)’ 현상이 발생한다. 특히 동일한 유기 반도체에 하나의 도펀트를 사용해 안정적인 n형을 구현할 수 있다면, 새로운 n형 반도반도체의 개발이나 복잡한 소자 구조 설계 없이도 p형과 n형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어 소자 구조가 획기적으로 간소화되고, 유기 반도체의 활용 가능성 또한 크게 확장된다. 극성 전환의 원리를 규명하기 위해 연구팀은 삼염화금(AuCl₃)을 도펀트로 사용해 도핑된 유기반도체를 분석했다. 그 결과, 도핑 과정에서 금(Au)과 염소(Cl) 이온의 산화 상태가 변화하고, 염소가 고분자 반도체와 치환 반응하여 '염소화 반응'이 유도됨으로써 고분자 사슬의 정렬과 전하 이동 경로의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확인하였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하나의 고분자 반도체 재료로 도핑 농도만을 제어해 p형과 n형 특성을 동시에 구현한 p-n 유기 다이오드를 제작했다. 이 소자는 기존의 단일 반도체 기반 소자보다 수만 배 뛰어난 정정류 능력을 보였으며, 복잡한 구조 없이도 정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 유연한 전자기기 설계에 큰 진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길원 교수와 성균관대 강보석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고분자 반도체에서 극성 전환이 일어나는 화학적·구조적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며, “하나의 유기 반도체 재료에서 도핑 조건에 따라 p형과 n형 특성을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마련한 의미 있는 성과”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개인기초연구, 나노·소재기술개발, 미래기술연구실·국가핵심소재연구단 등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advanced.onlinelibrary.wiley.com/doi/10.1002/adma.202505945 1. 고분자 반도체: 고분자지만 전기가 잘 통하며, 반도체 특성을 지녀 OLED 등의 유기 전자소자, 웨어러블 기기, 에너지저장 장치 등 다양한 유기전자 소자의 반도체 재료로 사용된다. 2. p형과 n형: 반도체는 전하를 운반하는 방식에 따라 두 종류로 나뉘는데, ‘p형’은 전자 빈자리인 ‘정공(hole)’이 이동하며 전류가 흐르는 반도체를 말하며, ‘n형’은 ‘전자’가 직접 이동하여 전류를 전달하는 반도체다. 두 종류가 함께 쓰일 때 전자기기의 회로를 완성할 수 있다.
첨단원자력/물리 정모세 교수팀, 가속기 가동중에도 중단없이 이온 빔 변형연구 가능해진다
[POSTECH·IBS·KAERI 공동 연구팀, 빔 진행방향 형태 측정 위한 비파괴적 진단 방법 개발] 이온 가속기에서의 입자 빔 진단 연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POSTECH,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첨단방사선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저에너지 이온빔의 진행방향 다발 형태(longitudinal bunch shape)를 비파괴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정전용량식 이온 빔 번치 형태 모니터(CPU-BSM: Capacitive Pick-Up type Bunch Shape Monitor)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첨단원자력공학부·물리학과 정모세 교수 연구팀, 중이온가속기연구소 연구진,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정훈 실장(사이클로트론응용연구실) 연구진이 참여했다. 공동 연구팀은 비상대론적 이온 빔에서 방출되는 전기장을 이용해 빔을 파괴하지 않고도 실시간으로 빔의 진행방향 형태를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지금까지 가속기 교과서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저에너지 이온 빔의 진행방향 다발 형태를 비파괴적이면서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한 연구 성과로서, 향후 가속기 분야의 빔 진단 기술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속기를 이용한 성공적인 실험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정밀한 빔 진단 기술이 관건이다. 일반적으로 가속기에서는 빔을 직접적으로 간섭하여 측정하는 빔 진단 기술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경우 이온 빔 입자의 일부 혹은 전체의 손실을 유발하여 가속기를 이용한 실험 도중에는 활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IBS-KAERI-POSTECH 공동 연구팀은 신호를 왜곡하지 않고 빔을 비파괴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빔 진단장치 개발과 동시에, 측정된 신호를 기반으로 이온 빔의 진행방향 형태를 재구성하는 알고리즘 또한 개발하였다. 합성곱(convolution) 원리가 적용된 재구성 알고리즘은 전극이 포함된 이온 빔 진단장치의 내부에 이온 빔이 통과할 때 발생하는 전기적 신호를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온 빔의 진행방향 형태를 역산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게 된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RFT-30 사이클로트론 가속기를 이용한 실증 실험에서 CPU-BSM을 통해 양성자 이온 빔 다발의 진행방향 형태를 측정하였으며, 이를 파괴적 빔 진단장치와 비교하여 그 정확성을 검증하였다. 또한 실증 실험에서 빔 다발이 정규 분포를 벗어난 임의의 형태를 가질 때에도 CPU-BSM이 활용될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논문 제1저자인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연구소 곽동현 박사는 “CPU-BSM을 활용한다면 비교적 간단한 장치를 통해 빔 실험 중 빔 진행방향 다발 형태 측정이 가능하다. 또한 중이온가속기연구소의 RAON 가속기와 같은 직선형 가속기 뿐만 아니라 사이클로트론과 같은 나선형 가속기에서도 빔 손실 없이 활용이 가능하다”라며 “여러 대의 CPU-BSM을 통하여 빔 진행방향 다발 형태뿐 아니라 빔의 에너지, 빔 입자들 간의 에너지 차이 등 다양한 빔 정보를 측정하여 안정적인 가속기 운전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교신저자인 함철민 박사와 정모세 교수는 “기초과학과 응용과학 연구의 핵심기반이 되는 가속기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연구소 간의 유기적인 협력, 그리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학교와의 인력교류가 결실을 맺은 모범적인 사례”라고 이번 연구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저명한 물리학 국제 학술지 중 하나인 ‘Progress of Theoretical and Experimental Physics(PTEP, JCR 상위 10%, IF 8.3)’에 지난 7월 15일 게재되었고(D. Kwak et al., PTEP 2025, 073G01), 국내 특허가 출원되었다(출원 번호: 10-2025-0092626).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한국연구재단의 ‘중이온가속기 장치구축사업(2013M7A1A1075764)’, ‘미래원자력기술 시설장비구축활용사업(RS-2023-00282876)’, ‘미래기반 가속기 전문인력양성사업(RS-2022-00154676)’, ‘중이온가속기 선행R&D사업(RS-2022-00214790)’의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DOI: https://doi.org/10.1093/ptep/ptaf090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팀, 빛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메타렌즈, 이제 공장에서 바로 찍어낸다!
[POSTECH, 가시광 전 영역에서 작동하는 산업 호환형 고효율 메타표면 개발]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성준화·전영선 씨, 박사 양영환(現 국립창원대 조교수) 연구팀이 기계공학과 안지환 교수 연구팀과 함께 눈에 보이는 모든 색의 빛을 자유롭게 다루면서 기존 반도체 공정과도 잘 맞는 초정밀 ‘빛 조종기술’이 개발됐다. 이 연구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머터리얼즈 투데이(Materials Today)’에 최근 게재됐다. 메타표면은 일반 렌즈와 달리 아주 얇은 두께로도 빛의 위상과 편광, 진폭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초박막 광학 기술이다. 초소형 카메라, AR·VR 디스플레이, 보안 장치 등 차세대 광학 기술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메타표면은 빛을 충분히 통과시키지 못하거나(낮은 효율), 열에 약하고 복잡한 공정 탓에 실제 제품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실리콘 산화물(SiO₂)’ 기판에 빛을 잘 굽히는 ‘티타늄 산화물(TiO₂)’을 아주 얇게 덮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했다. 기존 비정질*1 실리콘 산화물은 굴절률이 낮아 빛을 효과적으로 조절하지 못했지만, 250℃도 이하에서 티타늄 산화물을 ‘결정질 상태*2 ’로 만들고, 굴절률을 기존보다 0.43 높였다. 이렇게 만든 26nm 두께의 결정질 티타늄 산화물 막 위에 정밀한 나노구조를 새기면 빛의 위상을 제어하는 ‘하이브리드 메타표면’이 완성된다. 이 표면은 하나의 구조로도 빨간색·초록색·파란색 각각에 최적화된 설계가 가능해, 빨간색(635nm)과 초록색(532nm)에서는 95%, 파란색(450nm)에서도 75%의 높은 투과율을 달성했다. 이는 기존 메타표면의 20% 이하 효율을 4~5배 높인 수준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기술이 단지 실험실 안에서만 가능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연구팀은 전자빔 리소그래피*3 를 이용해 직경 5mm의 대면적 메타렌즈를 실제로 만들어 고해상도 이미징 성능을 입증했다. 또한 기존 반도체 공정과 완벽하게 호환되어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비용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특히, 기존 고굴절 소재는 수백 nm 두께로 증착해야 했던 반면, 30nm 이하의 얇은 박막만으로도 높은 효율을 얻을 수 있어, 후처리 공정의 자유도도 높다. 반사 방지나 오염 방지 코팅도 적용이 쉬워 산업 현장에서 유리하다. 노준석 교수는 “이번 연구로 스마트폰 카메라는 지금보다 더 얇고 선명해지며, AR·VR 기기는 안경처럼 가볍게 쓸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보안용 초정밀 광학 패턴과 의료용 초소형 진단 장비 개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POSCO홀딩스 N.EX.T IMPACT 과제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한국연구재단과 산업통상자원부/산업평가관리기술원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16/j.mattod.2025.06.005 1. 비정질(Amorphous): 고체이만 규칙적인 결정 구조 없이 원자들이 불규칙하게 배열된 상태를 말한다. 2. 결정질 상태(Crystalline Phase–Anatase(아나타제)+Rutile(루틸상)): TiO₂의 대표적인 두 가지 결정 구조로, 원자 배열이 규칙적인 상태를 말한다. 비정질보다 빛을 더 잘 굴절시켜 광학 소자에 유리하다. 3. 전자빔 리소그래피 (Electron Beam Lithography, EBL): 전자를 이용해 나노미터 크기의 미세 패턴을 기판에 직접 그리는 고해상도 가공 기술이다.
환경 민승기 교수팀, 2050년 탄소중립 달성해도 300년간 슈퍼태풍 습격한다
[민승기 교수팀, 400년 기후 시뮬레이션으로 탄소중립 정책의 한계 밝혀] 이산화탄소 배출을 멈추는 ‘탄소중립’만으로는 강력한 태풍과 폭우의 위험을 막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환경공학부 민승기 교수, 문민철 연구원 연구팀이 기후 시뮬레이션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해도 강한 태풍과 극한 강수는 앞으로 수백 년 동안 계속될 수 있으며, 대기 중 탄소를 줄이는 ‘탄소감축’ 또는 ‘탄소 마이너스’ 전략이 필요하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기후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파트너 저널 기후와 대기과학(npj Climate and Atmospheric Science)’에 게재됐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태풍이 점점 강력해지고 있고, 그 피해는 해안 도시와 농촌, 물류 산업 등 전방위적으로 커지고 있다. 각국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탄소중립 이후에 기후가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이 없는 상황이다. POSTECH 연구팀은 전 지구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기후 모델을 이용해 ‘탄소중립’과 ‘탄소감축’ 두 가지 시나리오에서 400년 동안의 변화를 시뮬레이션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온실가스 배출을 ‘0’으로 만드는 경우를 말하며, ‘탄소감축’은 이미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까지 제거하는 좀 더 적극적인 방식이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탄소중립을 달성해도 태풍 위험은 줄지 않았다. 북반구에서는 태풍 갯수가 줄어든 반면, 남반구에서는 증가해 태풍 활동이 비대칭적으로 바뀌었고, 이러한 현상은 300년 동안 지속됐다. 더 큰 문제는 육지에 상륙하는 태풍 하나하나의 강도와 상륙 시 쏟아지는 비의 양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태풍의 수는 줄어도, 한 번 발생하면 더 강력하고 위험한 형태로 변한 것이다. 반면, ‘탄소감축’ 시나리오에서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비대칭적인 태풍 분포는 200년 만에 해소됐고, 태풍의 강도와 극한 강수 현상도 눈에 띄게 완화됐다. 단순히 탄소 배출을 멈추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이미 대기에 축적된 이산화탄소를 적극적으로 줄여야 기후 재난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번 연구는 과학적 경고를 넘어 기후 정책 방향성을 분명히 제시한다. 탄소중립은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며, 이제 ‘탄소 마이너스’라는 더 과감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할 때다. 기후 위기의 해법은 배출을 멈추는 데 그치지 않고, 지구의 숨통을 조이는 탄소를 직접 줄이는 데 있다. 민승기 교수는 "탄소중립을 달성하더라도 강력한 태풍과 극한 강수 위험은 수 세기 동안 지속될 수 있다"라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탄소감축과 같은 적극적인 기후 대응 전략과 지역 맞춤형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지원사업, 기상청 기후 및 기후변화 감시·예측정보 응용 기술개발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38/s41612-025-01122-9
박수진 교수팀, “전기차 배터리 용량 2배”, 이번엔 바인더도 1/3으로 줄였다!
[박수진·김연수 공동 연구팀, 전기차 배터리 용량 2배 높이는 ‘후막 전극 기술’ 개발] 지난주 전기차 배터리의 용량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는 새로운 바인더(binder)를 개발하며 주목받았던 박수진 교수 연구팀이 이번에는 바인더 함량을 기존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면서도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데 성공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최근 POSTECH 화학과 박수진 교수, 한동엽 박사, 통합과정 김영석 씨 연구팀은 신소재공학과 김연수 교수, 동국대 의생명공학과 마수드(Masud) 교수 연구팀과 함께 고용량 배터리 구현의 핵심 기술인 '후막 전극(thick electrode)'을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신규 바인더 ‘ICEP’(Ionically Conductive Elastic Polymer)를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최근 세계적인 권위의 재료과학 국제 학술지 중 하나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다. 기존 배터리 업계는 용량을 늘리기 위해 얇은 전극을 여러 장 쌓는 방식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 방법은 전극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저장하지 않는 분리막이나 지지대 같은 부품도 함께 늘어나면서 배터리가 무거워지고 부피만 커지는 문제점이 있다. 마치 얇은 치즈를 겹겹이 쌓다 보면 포장지도 함께 쌓이는 것처럼 말이다. 이 한계를 극복하려면, 한 장의 전극에 더 많은 에너지 저장 물질을 담을 수 있는 '후막 전극'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전극이 두꺼워질수록 내부로 리튬이온이 침투하기 어려워지고, 전극을 붙잡아주는 바인더가 위쪽에 몰리면서 균열이나 손상이 발생하는 등 여러 문제가 생겼다. 특히, 기존 바인더는 전극 내 활물질 사이를 충분히 감싸지 못해 표면이 불안정하고, 건조 과정에서 생기는 응력을 견디지 못하고 갈라지는 현상이 잦았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물 분자가 얼음 결정으로 응고될 때 수소결합을 통해 질서정연한 구조를 형성하는 원리에서 착안, 수소결합을 유도하는 기능기를 ICEP에 도입했다. 이 기능기는 양극활물질 표면과 강하게 상호작용하며 입자 하나하나를 균일하게 감싸는 구조를 형성하여 전극 표면을 안정화시킨다. 동시에, 수소결합 네트워크는 리튬 이온의 확산 경로를 형성하고, 건조 중 발생하는 내부 응력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킨다. 이러한 수소결합 기반 네트워크 덕분에 ICEP 바인더는 기존 대비 3배 이상의 두꺼운 전극(약 12.5mAh/cm²) 에도 안정적으로 적용되었으며, 바인더 함량을 기존 상용화 수준(3%)의 1/3인 1%로 줄여도 전기화학 성능이 유지되는 성과를 보였다. 이는 동일한 전극 내에서 보다 많은 활물질을 담을 수 있음은 물론, 불필요한 고분자 성분으로 인한 이온 전달 저항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상용화 가능성을 높인다. 실제 파우치셀 테스트 결과, ICEP 기반 후막 전극은 무게당 377.6 Wh, 부피당 1016.8 Wh의 높은 에너지 밀도를 나타냈으며, 이는 동일한 크기와 무게 기준으로 상용 배터리 대비 약 1.5배 이상의 에너지 저장 성능을 의미한다. 전기차에 적용할 경우, 지금보다 1.5배 먼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박수진 교수는 “ICEP는 단순히 전극을 두껍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배터리 내부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전기화학 반응을 제어하고 효율을 높이는 핵심 플랫폼 기술”이라며 “고에너지 밀도 배터리의 상용화를 앞당길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연수 교수는 “후막 전극의 상용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은 공정의 안정성과 반복 내구성인데, 이번 연구는 이를 재료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환경 유해성이 높은 불소계 화학물질(PFAS)을 사용하지 않아 유럽 등 환경 규제가 엄격한 시장에서도 적용이 가능한 친환경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DOI: https://doi.org/10.1002/adma.202506266
배터리공학/화공 조창신 교수팀, 양극재 도판트 위치 제어 기술, 배터리 수명 5배 늘렸다
[POSTECH·중앙대, 전기차 배터리 수명 늘리고 원가 부담 낮춘 소재 기술 개발] 리튬이온배터리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릴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배터리공학과·화학공학과 조창신 교수, 배터리공학과 박사과정 오지웅 씨, 중앙대 융합공학부 윤성훈 교수 연구팀이 양극재 내부 도판트*1 위치 제어 기술을 통해 배터리 수명을 5배 이상 늘리는 양극재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전기차 시장에서 저렴하고 효율적인 대안으로 주목받으며, 최근 재료과학 국제 학술지 '머티리얼즈 투데이(Materials Today)'에 게재됐다. 전기차가 보편화되면서 배터리의 ‘지구력’이 중요해졌다. 한 번 충전으로 더 멀리 가고, 몇 년이 지나도 튼튼한 배터리가 필요하지만 기존 배터리 소재는 수명에 한계가 있었다. 특히, 비싼 코발트를 줄이고, 니켈 함량을 높인 '고니켈 무코발트 양극재'는 가격 면에서는 유리하지만 오래 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마치 엔진은 강력한 스포츠카가 내구성이 약해 자주 고장이 나는 것처럼 말이다. 연구팀은 이처럼 수명이 짧아지는 근본적인 원인에 주목했다. 배터리는 충전과 방전을 반복할수록 안쪽 구조가 조금씩 무너진다. 배터리 내부 원자들이 배열된 구조가 틀어지면서 작은 균열이 생기고, 결국은 전체 구조가 손상되는 것이다. 이런 변형은 ‘c-축 격자 왜곡(c-lattice distortion)’이라고 불리는 현상으로, 수명 저하의 주범이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유기 계면활성제'를 활용한 새로운 합성법을 개발했다. 핵심은 지르코늄 이온을 양극재의 가장 작은 입자 내부까지 고르게 퍼지게 하는 것이다. 이때 유기 계면활성제는 요리할 때 기름과 물을 섞는 유화제처럼 섞이기 어려운 성분들을 고르게 섞어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열처리 과정에서는 탄소 환원 효과를 통해 지르코늄을 입자 속에 단단히 고정하는 역할까지 한다. 그 결과, 양극재는 마치 건물에 철골 구조를 세운 것처럼 튼튼해졌다. 지르코늄 이온이 배터리 결정 구조 안에서 기둥처럼 작용해 반복되는 충·방전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하는 것이다. 실험에서도 이 소재의 강점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100번의 충·방전 후에도 98.6%의 용량을 유지했고, 500번을 반복해도 94.2%의 성능을 보였다. 이는 기존의 고니켈 무코발트 소재보다 무려 5배 이상 수명이 길어진 수치다. 조창신 교수는 “이번 기술은 고가의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차세대 양극재 개발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라며 “국산 전기차 배터리 소재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우수신진연구,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에너지국제공동연구사업,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배터리특성화대학원 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DOI: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1369702125002846 1. 도판트(dopant): 배터리 소재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첨가하는 미량 원소를 말한다.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팀, ‘왼손잡이 빛’과 ‘오른손잡이 빛’ 나누는 초박막 기술
[POSTECH, 복잡한 3D 구조 없이 나노 평면 위에서 빛의 방향성 조절하는 광학 기술 개발] 최근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연구팀이 빛의 방향성을 좌우로 구분해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광학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나노미터(nm) 두께의 평면 구조만으로도 가능해 차세대 디스플레이부터 의료 진단 센서 등 분야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폰 화면이나 3D 영화관 안경에는 모두 '편광'이라는 빛의 특별한 특성이 숨어있다. ‘편광’이란 빛이 진동하는 방향을 말하는데, 그중 '원편광'은 나사처럼 시계방향이나 반시계 방향으로 빙글빙글 돌면서 나아가는 특별한 형태의 빛이다. 이를 이용하면 디스플레이 화질을 높이거나 의료 진단 센서 정밀도를 높일 수 있지만 기존 광학 장치는 좌우 원편광을 분리하기 위해 두꺼운 부품과 복잡한 설계가 필요했고, 원하는 성능을 얻기 위해 품질을 조절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연구팀은 '광결정(Photonic Crystal)'이라는 특수한 구조 기반의 메타표면 기술을 활용했다. 이는 빛보다 작은 구멍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판 구조로, 빛이 이 구조를 통과할 때 특정한 공명 현상이 일어난다. 그리고 여기에 ‘이중 비대칭 섭동’을 적용, 의도적으로 두 가지 방향의 '비틀림'을 주었다. 이를 통해 좌원편광과 우원편광이 각각 다른 공간에서 독립적으로 공명하도록 만들었다. 두 개의 라디오 주파수를 완전히 분리하듯, 서로 간섭 없이 각각의 편광에만 반응하게 한 것이다. 또한, '브릴루앙 존 폴딩(Brillouin zone folding)'이라는 물리학 기법을 도입하여, 원래 외부에서 관측할 수 없던 빛의 속박된 상태를 자유공간으로 방출되도록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좌·우 원편광을 100˚(도) 이상 떨어진 각도로 완전히 분리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의 응용 가능성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2차원 반도체 물질과 빛의 공명 모드를 결합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빛을 내는 '공간 분리형 발광'을 구현했다. 이는 편광 상태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더불어, 연구팀은 구조 비대칭 강도에 따라 공명 품질을 정량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를 통해 복잡한 3차원 가공 없이도 원하는 성능을 손쉽게 설계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노준석 교수는 "기존에는 고정밀 공정이 필요한 3차원 구조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공명 품질인자의 조절이 단순한 평면 구조 설계만으로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술적 차별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라며, "이 연구는 편광 기반 광원 제어, 고감도 바이오센서, 양자광학 소자 등 다양한 광기반 응용 분야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정민수 씨, 화학공학과 통합과정 이지해 씨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벤시스(Science Advances)’에 최근 게재됐으며, POSCO홀딩스 N.EX.T Impact 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du4875
화학 박수진 교수팀, 스마트폰 하루 종일 쓰고도 배터리 남는다?
[POSTECH-KAIST 공동연구팀, 배터리 용량 2배 늘리는 차세대 고분자 바인더 개발] POSTECH과 KAIST(한국과학기술원) 공동 연구팀이 배터리 용량을 크게 늘리면서 안정성도 강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스마트폰 배터리 수명이 길어지고, 전기차는 한 번 충전으로 더 멀리 갈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에너지 분야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인 '에너지와 환경과학(Energy & Environmental Science)'에 최근 발표됐다. 스마트폰,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대부분의 현대 전자기기는 배터리에 의존한다. 이에 따라 작고 오래가는 고성능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더 작은 공간에 더 많은 에너지를 담는’ 기술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기존에는 전극을 두껍게 만들어 활성 물질을 많이 담는 방식이 주로 사용됐지만, 이 경우 리튬이온 이동이 느려지고, 내부 구조가 쉽게 무너져 안정성이 떨어졌다. 연구팀은 배터리 내부를 무작정 두껍게 만드는 대신 구성 요소를 단단히 결합하는 ‘접착제’인 전극 바인더(binder)에 주목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이온 소프트 폴리머(ionic soft polymer, 이하 ISP)’는 단순 접착제를 넘어, 활성 물질과 다른 부품들을 견고하게 붙여주는 동시에 이온 이동을 돕는다. 가장 큰 특징은, ISP 분자 안에 이온을 띠는 사슬 구조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 사슬들은 스스로 정렬해 '이온 클러스터'라는 작은 통로를 만들어 리튬이온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이온 고속도로’ 역할을 한다. 덕분에 전극이 두껍거나 복잡해도 이온이 막힘없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 충·방전 효율이 향상된다. 또한, ISP는 고무처럼 유연해 배터리 충·방전 과정에서 반복되는 팽창과 수축을 흡수하며, 자체 치유 기능으로 균열이 생겨도 스스로 복구한다. 전극 표면에서는 금속 이탈과 불필요한 화학반응을 막아 배터리 안전성과 수명을 동시에 높인다. 실험 결과, 이 기술을 적용한 파우치형 배터리는 무게당 381.1Wh, 부피당 1067.5Wh의 높은 에너지 밀도를 기록했다. 이는 포장재까지 포함한 실제 제품 기준으로, 상용화가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다. 또한, 기존 파우치형 배터리의 평균 에너지 밀도가 무게당 250Wh, 부피당 650Wh인 점을 고려하면 각각 약 1.5배, 1.6배 향상된 수치다. 박수진 교수는 “이 기술은 더 얇고 오래가는 스마트폰 배터리, 더 가볍고 긴 주행거리를 자랑하는 전기차, 효율적인 에너지저장장치 개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라며, “특히 ISP 바인더는 고용량 전극이 필요한 차세대 리튬금속전지, 고체전지 등에도 폭넓게 응용될 수 있어 국내 이차전지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화학과 박수진 교수, 한동엽 박사, 화학공학과 통합과정 김성룡 씨, KAIST(한국과학기술원) 생명화학공학과 문홍철 교수 공동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업 지원을 받았다. DOI: https://doi.org/10.1039/D5EE01785H
신소재/친환경소재 김용태 교수팀, 불가마 대신 오븐으로 수소 생산 효율 6배 높였다
[POSTECH·서울대, 제조온도 800℃→300℃로 낮춰 비용 절반... 재생에너지 저장 혁신 기대] 최근 국내 연구진이 800℃가 넘는 불가마 대신 300℃ 오븐만으로도 수소 생산 효율을 6배 높인 혁신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신소재공학과·친환경소재대학원 김용태 교수, 정상문 박사 연구팀, 서울대 신소재공학과 손준우 교수, POSTECH 신소재공학과 김영광 박사 연구팀이 수행했으며, 소재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표지로 지난 17일 출간됐다.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은 날씨에 따라 전기 생산량이 들쭉날쭉하다. 맑은 날에는 전기가 남아돌고, 흐린 날에는 부족하다. 이러한 불규칙성을 해결할 열쇠가 바로 ‘수소’다. 남는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들어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다시 전기로 바꿔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전기 저장 탱크'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과정에는 문제가 있다. 수소를 만들기는 쉬운데, 산소를 만드는 과정이 너무 느리고 전력을 많이 잡아먹는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반응 속도를 빠르게 해주는 '촉매'가 필수다. 요리할 때 센 불로 빨리 끓이는 것처럼, 촉매가 있어야 물 분해가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어난다. 연구팀이 이번 연구에서 주목한 소재는 '페로브스카이트' 구조를 가진 물질이다. 이 물질은 구조가 안정하고 성분 조절이 쉬워 촉매로 주목받지만, 입자의 크기가 100nm 이상으로 커 반응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의 핵심 아이디어는 '엑솔루션(Exsolution)' 현상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페로브스카이트 내부에 숨어있던 금속 이온들이 표면으로 자발적으로 나와 나노 입자를 형성하는 현상이다. 기존에는 이 과정에 800℃ 이상의 고온과 수 시간의 열처리가 필요했지만, 연구팀은 '비드 밀링(Bead milling)'이라는 공정을 이용해 300℃의 저온에서도 같은 효과를 내는 데 성공했다. 비드 밀링은 작은 구슬(비드)과 함께 물질을 회전시켜 물리적 충격을 가하는 기술이다. 세탁기에서 빨래와 세탁볼이 부딪히며 때를 빼내는 것처럼, 이 과정을 통해 페로브스카이트 입자를 50nm 이하로 잘게 부수면서 결정 구조를 느슨하게 만든다. 그러면 내부 금속들이 표면으로 훨씬 쉽게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개발된 새로운 촉매는 기존 페로브스카이트 촉매보다 산소 발생 반응 활성을 약 6배 높였다. 더 중요한 것은 제조 온도를 300℃로 낮춤으로써 에너지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대량생산 시 경제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핵심 요소다. 연구를 이끈 김용태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고성능·저비용 수전해 촉매 개발의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다"라며, ”나노 수준에서의 정밀한 구조 제어 기술이 수전해 시스템 효율 향상의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H2NEXTROUND사업, 나노소재기술 개발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02/adfm.202506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