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박문정 교수팀, ‘전복’ 닮은 신소재, 유연함과 강도 모두 잡았다
[박문정 교수팀, 자연 초격자 구조 모방해 전기 저장 효율과 내구성 향상] 화학과 박문정 교수, 화학과 민재민 박사, 통합과정 이호준 씨 연구팀이 전복 껍데기에서 영감을 받아 고무처럼 유연하면서 강철처럼 단단하고, 전기까지 잘 저장하는 소재를 개발했다. 이 연구는 나노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접어서 쓰고, 손목에 감는 스마트워치를 착용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기기들의 핵심은 구부리고 접어도 망가지지 않고, 충격에도 강한 소재에 있다. 그러나 기존 소재는 유연하면 쉽게 찢어지고, 단단하면 쉽게 부러지는 한계가 있었다. 마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연구팀은 자연에서 해답을 찾았다. 전복 껍데기는 수천 겹의 유-무기 얇은 층이 층층이 쌓인 구조로 강하면서도 충격을 잘 흡수한다. 이처럼 서로 다른 성질의 물질이 차곡차곡 쌓인 구조를 '초격자(superlattice)'라고 한다. 문제는 이런 정교한 구조를 인공적으로 재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층을 하나하나 쌓는 방식이라 나노미터(nm) 크기의 정밀한 구조를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이지 않는 두 고분자를 하나로 연결한 '블록공중합체'라는 특별한 소재를 사용했다. 여기에 양전하(+)와 음전하(-)를 동시에 가진 '양쪽성 이온(zwitterion)'을 더해 레고 블록이 저절로 조립되듯 고분자의 경계 부분에서 독특한 질서가 부여된, 정교한 3차원 구조를 만들어 냈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양쪽성 이온의 화학구조와 농도를 정밀하게 제어함으로써 '프랭크-카스퍼(Frank-Kasper) 상'이라는 복잡한 구조까지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 구조는 분자들이 입체 퍼즐처럼 정해진 규칙에 따라 배열된 형태로 일반적인 층상 구조보다 훨씬 복합적이다. 실험 결과, 이 소재는 유전율이 25에 달해 일반 절연체보다 전기를 25배 더 잘 저장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탄성률도 360MPa에 높아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특성을 보였다. 또한, 150℃ 고온에서도 성능이 유지됐으며, 전복 껍데기처럼 쌓인 구조 덕분에 외부 충격에도 강한 내구성을 갖췄다. 박문정 교수는 “자연이 수억 년에 걸쳐 만들 정교한 구조를 구현함으로써 기존 소재의 한계를 넘을 가능성을 열었다"라며 ”이번 연구는 차세대 유연 전자 소재 개발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글로벌리더연구사업과 나노소재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02/advs.202507115
화공/배터리공학 김원배 교수팀, 버려지는 완두콩 껍질, 고성능 수퍼커패시터로 부활하다
[김원배 교수팀, 강자성 복합소재 기반 고성능 수퍼커패시터 개발] 최근 POSTECH 연구팀이 버려지는 식물 열매껍질에서 얻은 천연 소재로 고성능 수퍼커패시터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충전 시간은 빠르지만 에너지 저장용량이 부족한 기존 커패시터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 저장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확산되고, 재생에너지 사용이 늘어나면서 '빠르고 오래가는' 에너지 저장 (ESS) 기술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기존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충전 시간이 길고 수명이 짧다. 반면, 커패시터(capacitor)는 단 몇 초 만에 충전되고 수명도 길지만, 에너지 저장용량이 적다는 한계가 있었다. ‘수퍼커패시터(supercapacitor)’는 이러한 배터리와 커패시터의 장점을 같이 챙길 수 있는 에너지 저장 시스템으로 빠른 충전 시간과 높은 에너지 저장용량을 모두 확보할 수 있으나, 현재 제품군은 산업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아직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POSTECH 연구팀은 완두콩 껍질과 꽃식물인 '피테켈로비움 둘체(Pithecellobium dulce)*1 '의 열매껍질에 주목했다. 이 껍질들을 태우면 표면에 수많은 구멍이 뚫린 다공성 탄소 소재가 되는데, 표면적이 넓고 전기가 잘 통해 에너지 저장 장치의 핵심 부품인 전극으로 사용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여기에 연구팀은 코발트(Co)와 코발트 산화물(Co3O4)을 더해 자성을 띠는 복합 소재를 만들었다. 이 소재는 외부에서 자기장을 가하면 자석이 쇳가루를 한 방향으로 정리하듯 전극 물질의 자화 방향 또는 스핀이 질서정연하게 정렬된다. 이어 연구팀은 식물 유래 탄소 소재와 자성 소재를 복합화하여 전극으로 사용하는 수퍼커패시터 시스템을 제작했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부착형 자석 정도의 자기장 (6 mT)을 가한 결과, 전극 에너지 저장용량이 53.8% 증가했고, 전기 저항은 절반 가까이 줄어 충·방전 속도도 빨라졌다. 자기장이 에너지 저장 장치에 실질적인 효과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시스템은 자기장 조건에서 에너지 밀도가 42.1% 향상됐고, 1만 회 이상 충전과 방전을 반복한 후에도 96.2%의 성능을 유지하며 높은 안정성을 입증했다. 이번 기술은 각종 전자기기에 쓰일 수 있으며,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빠르게 공급하는 시스템에도 활용될 수 있다. 더불어 식물 껍질을 재활용한 친환경 기술로 폐기물 저감과 환경 보호 효과도 기대된다. 김원배 교수는 “그동안 이론으로만 논의되던 자기장을 활용한 성능 향상을 실제 시스템으로 구현한 점에 의미가 있다”라며, “이 기술은 전기차와 스마트그리드, 재생에너지 저장 등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학공학과·배터리공학과 김원배 교수, 화학공학과 산디야(Sandya Rani Mangishetti) 교수, 통합과정 박관현 씨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컴포지트 파트 비-엔지니어링’(Composites Part B-Engineering)’ 온라인판에 게재됐고, 산업통상자원부 첨단산업특성화대학원지원(배터리)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선도연구센터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DOI: https://doi.org/10.1016/j.compositesb.2025.112705 1. 피테켈로비움 둘체(Pithecellobium dulce): 완두콩과 꽃식물 종으로 멕시코, 중앙아메리카, 남아메리카 북부의 태평양 연안과 인접한 고지대가 원산지인 식물
기계 김기훈·정완균 교수팀, 근육 닮은 초슬림 로봇, 좁은 틈도 문제없다
[김기훈·정완균 교수팀, ‘근육 단백질’ 모방한 얇은 시트형 로봇 개발] 기계공학과 김기훈·정완균 교수, 삼성전자 미래로봇추진단 신형곤 박사(前 POSTECH 기계공학과 박사) 연구팀이 종이처럼 얇고 사람 근육처럼 유연하면서도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로봇 기술을 개발했다. 좁은 공간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이며 물체를 다룰 수 있어, 수술용 로봇부터 산업 장비까지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현재 대부분의 로봇은 단단한 금속으로 만들어져 힘은 강하지만 섬세하게 움직이거나 좁은 틈에 들어가는 데 한계가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몸 안에서 수술을 돕는 로봇이, 산업 현장에서는 배관 청소나 복잡한 기계 점검을 수행하는 로봇이 필요하지만 유연성과 힘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기술은 지금까지 없었다. POSTECH 연구팀은 사람 근육 움직임에서 답을 찾았다. 근육에 있는 '마이오신(myosin)'이라는 단백질이 작은 힘을 반복해 큰 움직임을 만드는 원리를 로봇에 적용해 얇은 시트 형태의 로봇 액추에이터*1 를 개발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시트처럼 보이지만, 내부에는 수십 개의 작은 공기주머니와 이를 연결하는 다채널 공기 통로가 층층이 들어 있다. 이 시트에 공기를 순서대로 주입하면 표면의 돌기들이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며 작은 힘을 차곡차곡 모아 큰 이동을 만들어 낸다. 로봇이 구부러진 상태에서도 돌기만 이용해 애벌레처럼 기어갈 수 있다. 표면은 위, 아래, 옆 등 6가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으며, 속도와 거리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연구팀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기술 성능을 검증했다. 물체를 다루는 실험에서는 마치 사람 손가락처럼 섬세하게 움직였으며, 물속에서 물체를 옮기는 실험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특히 기존 로봇이 수행하기 어려웠던 얇은 배관 청소와 같은 작업도 가능하다. 여기에 연구팀은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는 수학적 모델도 함께 개발해 향후 다양한 설계와 응용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번 연구는 일상과 산업에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의료 현장에서는 로봇이 작은 구멍으로 들어가 정밀 수술을 돕고, 산업 현장에서는 좁은 공간의 점검 등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가정용 청소 및 돌봄 로봇에 적용되면 더욱 섬세하게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기훈 교수는 이번 연구의 의의를 “얇고 부드러운 구조 안에 복잡한 3차원 공기 압력 네트워크를 담아내고, 생체 모사 방식으로 여러 방향의 동작을 구현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수술용 로봇, 산업 현장 협업 로봇, 탐사 현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기를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학기술정보토인부 한국선도연구센터 사업과 산업통상부 알키미스트프로젝트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5-60496-9 1. 액추에이터: 전기, 공압, 유압 등의 에너지를 기계적 움직임으로 변환하여 로봇의 관절이나 부위를 실제로 움직이게 하는 구동 장치를 말한다.
기계 이상준 교수팀, “세포, 사진 한 장이면 충분합니다” 3D 형상·움직임까지 잡아낸 AI 기술
[POSTECH, AI 활용한 세포의 실시간 3D 형상 및 동적거동 분석기법 개발] 최근 기계공학과 이상준 교수, 통합과정 김지환 씨 연구팀이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세포의 입체적인 모습과 움직임을 볼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앞으로 혈액질환 검사나 미세먼지 분석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몸속 세포들은 물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물고기처럼 끊임없이 움직이고 모양을 바꾸며 살아간다. 그런데 이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세포를 정확히 관찰하는 것은 과학자들에게 숙원(宿願) 과제였다. 질병 진단이나 치료법 개발을 위해서는 세포의 구조와 움직임을 정확히 이해해야 하지만 기존 방법으로는 여러 각도에서 여러 번 사진을 찍어야 했기 때문에 변화하는 세포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포착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디지털 홀로그래픽 현미경(이하 DHM)*1 ’과 AI(인공지능)를 결합해 단 한 장의 영상으로 세포의 3차원 모습과 위치, 빛이 세포를 통과하면서 굴절되는 정도까지 한꺼번에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핵심은 '물리 기반 AI 신경망'으로 빛이 세포에 부딪혀 생기는 복잡한 무늬를 수학적으로 계산하고, 이를 AI가 학습해 거꾸로 세포의 모습을 알아내는 방식이다. 마치 그림자를 보고 원래 물체의 모양을 맞히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기존 DHM 기술은 세포 위치는 어느 정도 알 수 있었지만, 입체적인 형태를 제대로 복원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특히 '쌍 영상(twin image)'이라는 문제가 있는데, 이는 마치 거울 속에 비친 상이 실제 물체 위에 겹쳐 보이는 현상이다. 이번에 개발된 AI 기술은 이런 문제점들을 깔끔하게 해결하고, 세포의 3차원 위치 정보까지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처리 속도다. 연속 촬영한 사진을 실시간으로 처리해 세포 움직임과 형태 변화를 3차원 영상으로 보여준다. 과거에는 여러 장의 사진을 모아 분석해야만 했던 정보를 훨씬 빠르고 쉽게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뇨병이나 혈액질환 진단 시 복잡한 과정 없이 한 번의 검사로 세포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세포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미세 플라스틱, 기포 같은 작은 물질의 3차원 모습과 위치도 분석할 수 있어 환경 분야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상준 교수는 “이 기술은 단일 촬영(single-shot) 홀로그램 영상으로부터 미세한 입자의 3D 형상과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이상적인 방법”이라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최근 게재됐으며, 한국연구재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집단연구지원사업(기초연구실)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5-60200-x 1. 디지털 홀로그래픽 현미경(DHM, Digital holographic microscopy): 레이저 빔의 간섭 신호로부터 미세 크기 입자의 위치와 형상을 측정하는 3D 영상기법
환경 민승기 교수팀, 8월 폭우가 7월로 온다…한 달 빨라진 재난
[POSTECH, 초고해상도 기후모델로 분석... 7월 폭우 빈도 최대 3.7배 증가 전망] 최근 환경공학부 민승기 교수, 서가영 박사 연구팀이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나라 여름철 극한 폭우가 기존 8월에서 7월로 한 달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했다. 특히 시간당 30mm 이상 쏟아지는 극한 폭우의 7월 발생 빈도가 현재보다 최대 3.7배까지 증가할 것으로 나타나, 여름철 재난 대응 계획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는 최근 ‘npj 기후와 대기과학(npj Climate and Atmospheric Science)’에 게재됐다. 2022년 8월 서울 강남역 일대가 물에 잠겼던 사례부터 지난주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집중호우까지 예측하기 어려운 극한 강수가 점점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 기후학자들은 기후변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단기적인 극한 강수의 빈도와 강도 모두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극한 폭우가 언제, 얼마나 자주 발생할지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재난 대응과 피해 최소화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이에 POSTECH 연구팀은 기존보다 훨씬 촘촘한 초고해상도(2.5km 해상도) 모델을 이용해 두 가지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시간당 극한 강수 발생 빈도 변화를 월별로 분석했다. 하나는 전 세계가 적극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저배출 시나리오(SSP*1 )1-2.6)'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 수준으로 탄소 배출이 늘어나는 '고배출 시나리오(SSP5-8.5)’다. 현재(2001~2005)와 미래(2091~2095) 기후를 비교 분석한 결과, 두 시나리오 모두에서 시간당 30mm 이상 내리는 극한 폭우의 발생 시기가 한 달 앞당겨질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8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미래에는 이 폭우의 ‘최대 피크’가 한 달 앞당겨졌다. 특히, 7월 극한 폭우의 빈도는 저배출 시나리오에서 현재보다 약 2배, 고배출 시나리오에서는 약 3.7배나 크게 늘었다. 고배출 시나리오에서는 한반도 북쪽 저기압과 남쪽 고기압 사이에 거의 정체된 전선이 형성되면서, 이 경계 지역에 폭우가 장시간 머무는 기상 패턴이 뚜렷하게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변화가 북태평양 고기압과 중위도 기압골이 온난화에 따라 더 강하게 발달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즉, 지구 온난화로 인해 여름철 우리나라에 수증기를 공급하는 기압계의 특성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민승기 교수는 “이번 연구는 극한 폭우가 여름철 중 어느 달에 집중될지를 고해상도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라며 “폭우가 앞당겨질 가능성에 대비해, 재난 대응 계획을 월별로 세밀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연구는 기상청 기후 및 기후변화 감시·예측정보 응용 기술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38/s41612-025-01067-z 1. SSP(Shared Socioeconomic Pathway): 미래 사회·경제적 변화를 나타내는 시나리오다. 첫 번째 숫자는 탄소배출 수준을 의미하며, 1은 탄소배출 감축을 목표로 하는 지속가능한 경로, 5는 화석연료 의존으로 탄소배출이 계속 증가하는 경로를 뜻한다. 두 번째 숫자는 2100년 기준 복사강제력(단위: W/m²)을 나타내며, 값이 클수록 지구 온난화 정도가 크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SSP1-2.6은 낮은 탄소배출과 2.6 W/m²의 온난화 정도를, SSP5-8.5는 높은 탄소배출과 8.5 W/m²의 온난화 정도를 의미한다.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팀, “한쪽은 고음, 다른 쪽은 저음” 야누스를 닮은 파동
[POSTECH·전북대, 단일 시스템에서 상·하향 주파수 변환 동시 구현…세계 최초 실험 입증] 국내 연구진이 마치 두 개의 얼굴을 가진 로마의 신 '야누스'처럼, 소리가 어느 방향에서 오느냐에 따라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독특한 파동 현상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향후 의료용 초음파 장비부터 소음 차단 기술까지 다양한 분야에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장영태 씨, 박사과정 오범석 씨, 전북대 기계시스템공학부 김은호 교수 연구팀이 단일 시스템 내에서 파동 방향에 따라 주파수가 달라지는 현상을 증명했다. 이번 연구는 물리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지난 15일 게재됐다.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기술은 파동의 주파수를 바꾸는 원리를 활용한다. 예를 들어 녹색 레이저 포인터는 보이지 않는 적외선의 주파수를 두 배로 높여(상향 변환) 녹색 빛을 만들고, 초지향성 스피커는 두 개의 초음파를 섞어 주파수를 낮춰(하향 변환)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를 낸다. 이들은 파동 세기가 커질수록 반응이 단순히 비례하지 않고 복잡하게 달라지는 ‘비선형성’을 이용하는데, 보통 파동 방향이 고정되어 있거나 복잡한 구조와 외부 조작이 필요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작은 구슬들을 연결한 과립형 ‘포논 결정(phononic crystal)’ 구조를 설계했다. 이 구조물은 각 구슬의 연결 강도를 조금씩 다르게 조절할 수 있어, 같은 파동이라도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인다. 이 시스템은 평소에는 에너지가 약한 파동을 거의 모두 차단하지만, 파동 세기가 강해지면 달라진다. 한쪽에서 들어온 파동은 주파수가 높아져 더 날카로운 소리가 되고, 반대쪽에서는 주파수가 낮아져 둔한 소리가 된다. 마치 같은 문이라도 앞에서 들어올 때와 뒤에서 들어올 때 다른 소리를 내는 것과 같다. 특히, 연구팀은 특정 진동수에서 구슬이 유독 크게 흔들리는 ‘국소 공명’ 특성을 더해 '비선형성'과 방향에 따른 '공간 비대칭성'을 동시에 구현하고, 상향 변환과 하향 변환이 한 시스템 안에서 자유롭게 일으킬 수 있도록 했다. 이 기술은 지진이나 공사 현장에서 특정 진동만 선택적으로 줄이거나 의료용 초음파 진단 장비의 해상도를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앞으로는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소리를 특정한 방향에서 감지하는 음향 기기나 아날로그 신호 처리 기술에도 활용될 수 있다. 연구를 이끈 노준석 교수와 김은호 교수는 "이론적인 가능성으로만 제시되던 개념을 실제 실험으로 입증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라며 "차세대 주파수 변환, 신호처리 기술에 폭넓게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편, 이 연구는 POSCO홀딩스 N.EX.T Impact 사업, 한국연구재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자 지원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103/3n97-7kmd
기계/IT융합/융합/생명 장진아 교수팀, ‘스스로 생각’하는 똑똑한 인공장기 혁명
[POSTECH, 실시간 모니터링·자가조절 가능한 차세대 인공장기 플랫폼 리뷰 논문 게재] 기계공학과·IT융합공학과·융합대학원·생명과학과 장진아 교수, 미래IT융합연구원 용의중 박사,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김지환 씨 연구팀이 ‘전자기술’과 ‘인공조직’을 결합한 ‘바이오하이브리드-공학조직(Biohybrid-Engineered Tissue, 이하 BHET) 플랫폼*1 ’에 대한 리뷰 논문을 국제 생명공학 저널인 ‘트렌드 인 바이오테크놀로지(Trends in Biotechnology)’에 발표했다. 인공조직은 손상되거나 노화로 제 기능을 잃은 조직을 대신해 건강을 회복하는 기술이다. 그러나 기존 인공조직은 인체의 복잡한 기능을 완전히 모사하지는 못했다. 특히 조직이 주고받는 전기적 신호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조절하기 어려워 약물 테스트나 질병 연구에 한계가 있었다. 이번 논문에서 POSTECH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인공조직과 전자소자를 결합한 BHET 플랫폼을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첫째 ‘조직-센서 플랫폼(Tissue-sensor platform)*2‘은 인공조직 내부 전기 신호를 감지해 실시간으로 상태를 분석한다. ‘조직-전기자극 플랫폼(Tissue-electromodulator platform)*3 ’은 외부에서 전기 자극을 주어 인공조직 기능을 직접 조절한다. 마지막 ‘조직-자가조절 플랫폼(Tissue-communicator platform)*4 ’은 감지와 자극 기능을 결합해 인공조직이 스스로 모니터링하고 조절하는 자율지능형 조직을 구현한다. BHET 플랫폼의 가장 큰 장점은 단순히 조직의 형태를 흉내 내는 수준을 넘어, 인공조직이 스스로 생체 신호를 감지하고 필요한 조치를 실시간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기생리 신호를 기반으로 조직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즉각적인 전기 자극을 통해 기능을 조절하거나 회복시키는 피드백 제어가 가능하다. 이러한 능력은 기존 인공조직이 갖지 못했던 정밀성과 반응성을 제공한다. 또한, 연구팀은 앞으로 AI 분석과 데이터 기반 설계를 결합해 이 플랫폼의 지능형 기능을 한층 고도화하고, 대규모 생산과 임상 응용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 기술은 신경, 심장, 췌장, 감각기관 등 다양한 조직에 적용할 수 있어 재생의학, 질병 모델링, 신약 개발 등 의료 분야에서 혁신적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장진아 교수는 “조직공학에 생체전자 기술을 더하면 보다 기능적이고 지능적인 인공조직을 구현할 수 있다”라며 “AI 기반 분석과 결합하면 인공조직이 스스로 기능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조절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산업통상자원부 바이오산업기술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16/j.tibtech.2025.05.018 1. 바이오하이브리드-공학조직 플랫폼(Biohybrid-engineered tissue (BHET) platforms) : 인공조직과 전자소자를 통합하여 조직 기능의 지속적인 모니터링, 조절, 그리고 피드백 제어를 가능하게 설계되어, 기존 조직공학 접근법의 간극을 메우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플랫폼이다. 2. 조직-센서 플랫폼(Tissue-sensor platforms) : 전기 활동, 대사 지표, 또는 기계적 힘과 같은 인공조직의 생리학적 신호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설계된 BHET 플랫폼의 한 범주다. 3. 조직-전기자극 플랫폼(Tissue-electromodulator platforms) : 세포의 행동 조절, 조직 성숙 촉진, 그리고 기능적 안정성 향상을 위해 인공조직에 정교한 전기 자극을 가하도록 설계된 BHET 플랫폼의 한 범주다. 4. 조직-자가조절 플랫폼(Tissue-communicator platforms) : 센서와 자극기를 하나의 폐쇄 루프 피드백 시스템 내에 통합하여, 인공조직이 생리학적 변화에 자율적으로 적응하고 기능 제어 할 수 있게 해주는 BHET 플랫폼의 한 범주다.
기계 안지환 교수팀, 차세대 박막 연료전지, 대면적·고속 제조 시대 개막
[POSTECH·KIST·한양대·아바코, 차세대 고온형 연료전지 핵심기술 개발로 박막 SOFC 제조 속도 20배·성능 89% 향상] 최근 기계공학과 안지환 교수 연구팀이 수소에서 전기로의 고효율 변환이 가능한 박막형 연료전지의 제조 속도를 기존보다 약 20배 빠르게 하면서도 성능 또한 89% 향상시킬 수 있는 혁신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수소 경제 핵심 인프라인 ‘고체산화물 연료전지(이하 SOFC*1 )’ 상용화를 크게 앞당길 것으로 기대되며,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25년 8월호 후면 표지 논문(Back Cover Article)으로 게재됐다. 전 세계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탄소중립을 목표로 노력하는 가운데, 수소는 가장 유망한 청정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수소를 전기로 바꾸는 SOFC는 전기 생산 효율이 높아 미래 에너지 시스템의 핵심 기술로 여겨진다. 하지만 기존 SOFC는 주로 800℃ 이상의 고온에서 작동해 다양한 분야 적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전해질 막을 머리카락 굵기 1/100 수준으로 아주 얇게 만든 ‘박막형 SOFC’는 비교적 낮은 온도(500~650℃)에서도 효율적으로 작동하지만, 박막을 균일하게 제작하고 전기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면적인 ‘삼상계면*2 ’을 충분히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또한 양산화를 위해 기존 연구실 수준의 공정을 대면적화하고 고속화하는 기술 개발이 필요했다. POSTECH 연구팀은 KIST, 한양대와 함께 ‘나노 연료극 기능층(nanoscale Anode Functional Layer, n-AFL)’이라는 새로운 구조를 설계했다. 이 나노층은 연료극과 전해질 사이에 극도로 얇게 삽입되어 전기를 만드는 반응 면적을 크게 넓히는 역할을 한다. 핵심은 '반응성 스퍼터링'이라는 제조 기술이다. 이 방법은 기존보다 약 20배 빠른 속도로 나노층을 제작할 수 있고, 최대 1제곱미터(㎡) 이상의 대면적에서도 균일하게 만들 수 있다. 대면적 진공 증착 장비 전문 제조 업체인 (주)아바코社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실제 양산에 적용할 수 있는 대형 장비에서 이 기술을 구현했다. 이 기술을 적용한 연구팀의 박막형 SOFC는 기존보다 89% 높은 성능을 기록했으며, 16cm² 크기의 대면적 셀에서는 650℃에서 총 19.4W의 안정적인 고출력을 구현했다. 아울러 뛰어난 내구성도 확보했다. 이번 연구는 SOFC의 성능과 내구성, 대면적화, 고속 제작이라는 네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소형 실험실 단계를 넘어 실제 상용화가 가능한 규모로 기술을 확장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안지환 교수는 “수소 경제의 핵심인 SOFC의 성능 향상과 대량 생산을 동시에 가능하게 한 이번 연구는 학계, 연구기관, 산업계가 긴밀히 협력한 결과”라며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신재생에너지핵심기술개발사업,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대학중점연구소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DOI: https://doi.org/10.1002/advs.202502504 1.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 전지(Solid Oxide Fuel Cell) : 고온에서 연료의 화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직접 변환하는 고체 전해질 기반 전기화학적 에너지 변환 장치를 말한다. 2. 삼상계면(Triple-Phase Boundary) : 전극, 전해질, 가스가 동시에 만나는 영역으로 실제 전기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핵심 활성 지점을 말한다.
물리 김동언 교수팀, 원자 속 전자의 '지하터널' 비밀 첫 공개
[POSTECH·MPK·독일 핵물리 막스 플랑크 연구소, 터널링 과정 중 숨겨진 동역학 현상 규명] 최근 물리학과 김동언 교수(막스플랑크 한국·포스텍 연구소, MPK) 연구팀이 양자 역학의 핵심인 ‘전자 터널링’ 과정의 수수께끼를 최초로 밝혀내고, 실험으로 증명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게재됐으며, 100년 넘게 미스터리로 남아있던 ‘전자 터널링’의 비밀을 여는 열쇠가 될 것으로 주목을 모으고 있다. 벽을 뚫고 순간 이동하는 것은 영화 속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원자 세계에서는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 '양자 터널링'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전자가 자신이 가진 에너지로는 절대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벽(에너지 장벽)을 마치 터널을 파고 지나가듯 통과하는 것이다. 이 현상은 스마트폰과 컴퓨터 핵심 부품인 반도체가 작동하는 원리이자, 태양이 빛과 에너지를 내는 핵융합에도 꼭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전자가 터널을 통과하기 전과 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어느 정도 밝혀졌지만, ‘터널을 지나가는 순간’ 전자가 정확히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었다. 터널 입구와 출구는 알고 있지만,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던 셈이다. 김동언 교수팀과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 C. H. 케이텔(Keitel) 교수팀은 강한 레이저를 원자에 쏘아 전자를 터널링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전자가 단순히 벽을 통과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터널 안에서 원자핵과 다시 부딪히는 놀라운 현상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터널링 장벽 내 재충돌(Under the Barrier Recollision, UBR)’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여태껏 전자가 터널에서 빠져나온 후에야 원자핵과 다시 상호작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터널 안에서도 이런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에서 전자가 터널 안에서 에너지를 얻으며 원자핵과 재충돌하게 되어, ‘프리먼 공명(Freeman Resonance)’를 강화시키게 된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일반적인 이온화보다 훨씬 큰 이온화로 나타났고, 이온화 크기는 레이저의 세기를 바꿔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이론으로 예측할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발견이다. 이번 연구는 전자가 터널링하는 과정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터널링을 기반으로 하는 반도체나 양자컴퓨터, 초고속 레이저 같은 첨단 기술에서 전자의 움직임을 더 정밀하게 제어하고 효율을 높이는 데 중요한 과학적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언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전자가 원자의 벽을 통과할 때, 그 안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라며, “이제야 비로소 터널링을 더 깊이 이해하고, 원하는 대로 제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한국기술진흥원 역량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103/PhysRevLett.134.213201
신소재/반도체 김세영 교수팀, 사람 뇌 닮은 AI 반도체, 전력 줄이고 성능 높였다
[POSTECH, 단결정 나노와이어 기반 ECRAM 소자로 신경세포 통합·발화 모사 성공] 사람의 뇌처럼 적은 에너지로 학습하고 스스로 반응하는 AI 반도체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연구팀이 만든 이 소자는 기존 AI 칩보다 전력 소비를 크게 줄이면서 더 정교하게 정보를 처리할 수 있어 차세대 AI 기술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AI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막대한 전력 소비가 큰 문제다. 예를 들어 ChatGPT 운영에 필요한 전력은 일반 가정 수백 가구의 하루 사용량과 맞먹는다. 반면 사람의 뇌는 전구 한 개 수준인 20와트로 복잡한 사고와 학습을 수행하는데, 이는 뉴런과 시냅스가 촘촘히 연결되어 효율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착안해 최근에는 실제 뇌의 구조를 모방한 ‘뉴로모픽 컴퓨팅(Neuromorphic computing)’ 기술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기존 ‘ECRAM*1 ’ 소자는 재료가 무질서하게 배열된 비정질 구조를 주로 사용해 실제 뇌신경처럼 정밀하게 동작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POSTECH 연구팀은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육방정계 텅스텐 산화물(h-WO₃) 단결정 나노와이어(nanowire)를 활용했다. 머리카락보다 수백 배 가늘면서 전류가 안정적이고 일관되게 흐르는 이 소재를 기반으로,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3단자 ECRAM 소자’를 제작했다. 전류를 조절하고 흐르게 하는 전극을 세 개 만들어 실제 뇌의 신경세포처럼 신호를 다방향으로 주고받으며 학습하는 방식을 구현한 것이다. 특히, 이 소자는 반복적인 전기 자극(펄스)을 받으면 전도도가 스스로 증가하는데 이는 뉴런이 일정한 자극 이상에서 정보를 발화하는 ‘통합·발화(integrate-and-fire)’ 메커니즘과 매우 유사하다. 기존에는 신호를 통합·발화하는 ‘뉴런’의 기능과 신호 강도를 조절하며 학습하는 ‘시냅스’의 기능을 별도의 회로로 구현해야 했는데, 이들을 단일 ECRAM 소자에서 동시에 구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김세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뉴로모픽 하드웨어 집적도와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AI 반도체의 회로 복잡도를 줄이고 뇌처럼 효율적인 컴퓨팅 시스템 구현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한편, 신소재공학과·반도체공학과 김세영 교수, 신소재공학과 석사과정 이준용 씨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는 전자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인 ‘스몰(Small)’에 게재됐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민관공동투자반도체고급인력양성사업의 고집적 스토리지 클래스 메모리 및 딥러닝 가속기 구현을 위한 CMOS 공정 호환 고성능 ECRAM 개발 및 티키타카 알고리즘과 고성능 시냅스 소자의 co-optimization을 통한 뉴로모픽/인메모리 연산 칩 구현기술 개발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02/smll.202504071 1. ECRAM(Electro-chemical Random Access Memory): 전기 신호로 이온을 움직이는 화학 반응을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는 새로운 방식의 메모리 소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