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이장식 교수팀, “지친 반도체를 깨워라!” 산소 구멍으로 다시 되살아나는 반도체
[POSTECH 연구팀, 산소 빈자리 조절해 차세대 반도체 수명과 성능 되살리는 기술 개발] 반도체공학과 이장식 교수, 도현서 학생(학부 3학년) 연구팀이 오래 사용해 성능이 떨어지는 ‘피로현상’을 겪는 반도체 부품을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IEEE 전자 소자 학회 저널(IEEE Journal of the Electron Devices Society)’에 최근 게재됐다. 강유전체 메모리는 빠른 속도와 비휘발성을 동시에 갖춘 차세대 메모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반복적인 동작에 따라 메모리 기능이 저하되는 '피로(fatigue)' 현상이 상용화를 가로막는 난제로 남아 있었다. 이는 반도체가 마치 사람처럼 '피로'를 느끼기 때문이다. 반도체의 피로현상은 전자기기 성능 저하의 주요 원인으로, 이를 해결하는 것은 반도체 업계의 오랜 숙제였다. 연구팀은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강유전체 커패시터(전기를 저장하는 장치)'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변화에 주목했다. 이 부품 안에는 원자 수준의 작은 '산소 빈자리'가 있는데, 이것이 반도체 피로현상의 핵심 열쇠였다. 산소 빈자리는 양(+)전하를 띠고 있어 반도체를 오래 사용하면 이들이 중앙으로 몰리게 된다. 마치 사람이 피곤할 때 특정 부위에 통증이 몰리듯 산소 빈자리가 한곳에 뭉치면 반도체의 성능이 점차 떨어지게 된다. 주목할 점은 이 ‘피로 상태’에 있는 반도체에 순간적으로 높은 전압을 걸어주면 반도체 내부 구조가 재정렬되면서 산소 빈자리가 다시 중성 상태로 바뀌고 고르게 분산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반도체는 마치 새것처럼 성능을 회복하게 되는데,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을 ‘회복(recovery)’ 상태라고 명명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반도체 소자를 더 오래 쓰면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빠른 동작 속도와 신뢰성이 생명인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기기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를 이끈 이장식 교수는 “이번 성과가 강유전체 소재를 이용한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특히 학부생이 주도적으로 실험을 진행하였다”고 이번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또한, 반도체공학과의 3+3 학사·석박사 연계 집중교육과정을 이수 중인 제1저자 도현서 학생은 “세계적 연구에 참여해 의미 있는 성과를 함께 만들어낼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라며, “앞으로도 반도체 분야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끄는 연구자로 성장하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의 차세대지능형반도체 기술개발사업과 삼성전자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DOI: https://ieeexplore.ieee.org/document/11053969
물리 이대수 교수팀, 손끝의 작은 힘으로 나노 세상 접고 펼치다
[이대수 교수팀, 미세한 압력만으로 결정구조와 자성 동시 제어 성공] 물리학과 이대수 교수 연구팀이 복잡한 장비 없이 간단한 기계적 압력만으로 금속 산화물 소재의 내부 구조와 자석 성질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차세대 전자소자 기술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하며,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최근 게재됐다. 스마트폰, 컴퓨터, 전기차 같은 첨단 전자기기의 성능은 다양한 소재에 의해 결정된다. 특히 금속 산화물처럼 널리 쓰이는 소재는 내부의 미세한 결정들이 어떻게 배열되느냐에 따라 전기가 잘 흐르거나, 자석처럼 작동하거나, 빛을 내는 등 전혀 다른 성질을 띤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 구조는 대부분 여러 방향으로 뒤섞여 있어, 원하는 성질을 구현하려면 고온 가열이나 강한 전기 자극 같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공정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이를 해결했다. 바로 원자힘 현미경(이하 AFM*1 )의 뾰족한 탐침으로 소재 표면을 살짝 눌러주는 것이다. 종이를 접듯 미세한 압력을 가하면 복잡하게 얽힌 결정들이 한 방향으로 가지런히 정렬되고, 원하는 부분을 다시 되돌리거나 여러 패턴을 그려낼 수도 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두 종류의 특수 금속 산화물 박막(스트론튬 루테네이트, 란타넘-스트론튬 망가나이트) 내부에 있는 결정들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결정 배열이 바뀌면 소재의 자성, 즉 자석처럼 정보를 저장하거나 신호를 전달하는 성질도 함께 달라진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AFM의 탐침으로 특정 부위에 원하는 자성 패턴을 새기는 데 성공했으며, 나아가 소재 내부 깊은 층까지 구조를 정밀하게 조절해 여러 층이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지는 입체적인 3차원 결정 구조를 구현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소재 내부 결정 구조와 성질을 정밀하게 제어할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이를 활용하면 더 빠르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메모리나 센서뿐 아니라, 전자 스핀(spin)을 이용해 정보를 저장·처리하는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 소자 같은 차세대 전자부품 개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이끈 이대수 교수는 “단순한 기계적 힘만으로 결정 구조와 자성을 동시에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라며, “이번 성과가 차세대 전자소자 및 스핀트로닉스 기술 연구에 혁신적인 전환점을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DOI: https://doi.org/10.1038/s41565-025-01950-z 1. 원자힘 현미경(AFM, Atomic Force Microscope): 원자 간 힘을 측정하여 나노미터 수준의 해상도로 표면 구조를 관찰하고 조작할 수 있는 고정밀 현미경이다.
화공/배터리공학 김원배 교수팀, ‘찰싹’ 붙고 ‘톡’ 떨어지는 마법, 배터리 성능 높였다
[POSTECH, 지르코늄으로 전극 접착력 조절… 고용량·고수명 배터리 구현] 전기차 배터리가 더 오래가고 더 강력해질 수 있는 새로운 해법이 제시됐다. 최근 화학공학과·배터리공학과 김원배 교수, 화학공학과 통합과정 지준혁 씨 연구팀은 전극 촉매의 ‘붙는 힘’을 원자 수준에서 정밀하게 조절해 리튬황배터리의 성능과 수명을 동시에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소재·화학·나노 분야 국제 학술지인 ‘스몰(Small)’에 게재됐다. 리튬황배터리는 차세대 배터리의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값비싼 희귀 금속 대신 풍부한 황을 사용해 제조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고, 에너지 저장 용량도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의 5배 이상이다.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크게 늘리고, 에너지저장 장치의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어 '게임체인저'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배터리 충·방전 과정에서 황과 리튬이 반응해 생기는 ‘리튬 폴리설파이드’가 전해질에 녹아 음극으로 이동하면서 리튬 금속을 손상한다. 이른바 ‘셔틀 효과(Shuttle Effect)’로 불리며, 배터리의 수명을 빠르게 줄이는 주요 원인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폴리설파이드를 전극의 표면에 잘 붙잡아 두되 반응이 끝나면 쉽게 떨어지도록 하는 균형이 필요하다. 이처럼 ‘붙었다 떨어지는 힘’을 미세하게 조절하기 위해 촉매 표면에 지르코늄 이온(Zr4+)을 원자 단위로 고르게 분산시키는 방식을 고안했다. 핵심은 폴리설파이드가 전극에 '적당히' 달라붙게 하는 것이다. 너무 강하게 붙으면 반응 속도가 느려지고, 너무 약하면 셔틀 효과가 발생한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연구팀이 ‘d-밴드 이론*1 ’을 활용해 촉매 표면의 전자 구조를 조절해 소량의 지르코늄 첨가만으로도 접착력이 적절히 낮아져 배터리 충·방전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실험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연구팀이 만든 전극은 일반적인 충전 속도로 1,000회 이상 충·방전해도 초기 용량의 93% 이상을 유지했고, 고속 충전에서도 뛰어난 내구성을 보였다. 또한, 실제와 유사한 고밀도 황(4.6~5.4 mg/cm²)과 적은 전해질(8μL/mg 황) 조건에서도 높은 에너지 용량을 오래 유지했다. 이번 연구는 배터리의 반응을 원자 수준에서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준 첫 사례다. 김원배 교수는 "리튬황배터리 상용화를 가로막던 난제를 전자적 접착력 조절로 풀어낸 연구"라며 "저비용·고용량 배터리 생산에 한 걸음 더 다가서 탄소중립 시대의 에너지 저장 솔루션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선도연구센터(ERC),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 그리고 산업통상자원부 배터리 특성화대학원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02/smll.202500646 1. d-밴드 이론: 금속 촉매 표면 전자 구조와 화학 반응성의 관계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촉매가 반응물과 얼마나 잘 붙고 떨어지는지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기계 안지환 교수팀, 그린수소 발전소에 나노 이온고속도로를 깔다
[POSTECH, 반도체 공정으로 고체 산화물 수전해 전지(SOEC) 성능·내구성 다 잡았다 ] 수소를 깨끗하게 만드는 기술에도 ‘튼튼한 뼈대’가 필요하다. 안지환 교수 연구팀이 최근 반도체 공정으로 강력한 접착제와 같은 나노막을 개발해 수소 생산 장치의 성능과 내구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성공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을 기점으로 석탄, 석유, 천연가스 소비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며, 그 근거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꼽았다. 그러나 태양광·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는 날씨와 시간에 따라 생산량이 들쭉날쭉해, 남는 전기를 저장하거나 다른 형태로 바꿔 둘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전력 저장·활용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수소’다. 특히,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고 생산된 수소를 ‘그린 수소’라고 한다. ‘고체 산화물 수전해 전지(이하 SOEC, Solid Oxide Electrolysis Cell)’는 고온에서 고체 재료로 물을 효율적으로 분해할 수 있어 다른 방식보다 훨씬 많은 수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SOEC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오랫동안 사용하다 보면 내부에서 균열이 생기거나 중요한 부품들이 떨어져 나가면서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전극’과 ‘전해질’이라는 핵심 부품이 만나는 부분이 헐거워지면서 산소가 새어 나오거나 전기가 잘 흐르지 않아 장치 수명이 짧아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스퍼터 증착 공정(Sputter deposition)*1 ‘에 주목했다. 이 공정은 마치 스프레이처럼 재료를 아주 얇고 균일하게 뿌려서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두께의 막을 만드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사용해 ‘LSCF*2 ’라는 특수한 재료로 머리카락 두께의 1000분의 1도 안되는 매우 얇은 막을 만들고, 이 나노막을 전극과 전해질 사이에 끼워 넣었다. 이 얇은 나노막은 강력한 접착제처럼 전극과 전해질을 견고하게 결합했다. 그 결과는 연속적이고 치밀한 계면 구조를 통해 산소 이온과 전자의 전달 경로가 최적화되었다. SOEC는 물을 전기로 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전기분해 모드’와, 수소를 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 모드’ 두 가지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연료전지 모드에서는 기존 대비 3배 이상 많은 전력을 생산했고, 전기분해 모드에서는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속도가 4배나 빨라졌다. 특히 650℃의 높은 온도에서 100시간 이상 연속으로 작동해도 성능 저하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이 기술은 재생 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과정을 경제적으로 만들어, 수소 경제 시대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수소 생산 장치는 잦은 고장과 높은 교체 비용 때문에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이러한 한계가 크게 개선될 수 있을 전망이다. 안지환 교수는 “반도체 기술을 수소 분야에 접목해 SOEC 성능과 내구성을 동시에 해결한 사례”라며 “이산화탄소를 다른 유용한 물질로 바꾸는 전기화학 시스템, 고온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이차전지, 전기화학 촉매를 활용한 수소 생산 장치 등 다양한 분야에 널리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기계공학과 안지환 교수, 기계공학과 김형준 박사, 박사과정 이주환 씨가 참여한 이 연구는 재료 화학 분야의 학술지인 ‘저널 오브 머티리얼즈 케미스트리 A(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A)’의 ‘Emerging Investigator 2025’로 선정됐다. 이는 연구팀이 해당 연구 분야의 차세대 리더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또한, 이번 연구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신재생에너지핵심기술개발사업, 한국연구재단 대학중점연구소사업과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지원으로 진행됐다. DOI: https://doi.org/10.1039/D5TA01063B 1. 스퍼터 증착 공정(Sputter deposition) : 박막(thin film)을 형성하는 대표적인 물리적 증착 방법(PVD, Physical Vapor Deposition) 중 하나로, 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연료전지 등의 분야에서 널리 사용된다. 2. LSCF: La0.6Sr0.4Co0.4Fe0.6O3-δ
화공 이준구 교수팀, 리보솜, 수십억 년 만에 단백질에 '고리'를 걸다
[POSTECH, 고리형 펩타이드 합성 첫 성공… 차세대 의약품 설계 새 길 열어]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에서 매일 바쁘게 일하는 '단백질 공장'이 수십억 년 만에 새로운 기술을 익혔다. 화학공학과 이준구 교수 연구팀이 리보솜을 이용해 기존의 선형을 넘어 고리형 구조를 포함한 단백질을 합성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중 하나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리보솜은 지구에서 발견되는 모든 생물 종이 가진 '단백질 제조 공장'이다. 아미노산이라는 작은 부품들을 레고 블록처럼 하나씩 연결해서 우리 몸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든다. 1초에 약 20개의 아미노산을 연결하는데, 이는 사람이 실험실에서 화학적으로 만드는 것보다 무려 수만 배나 빠른 속도다. 하지만 리보솜은 지구상의 생명현상이 발생한 이래로 수십억년 동안 모든 단백질을 국수처럼 길쭉한 일직선 모양으로 만드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이런 직선형 단백질 또는 펩타이드는 우리 몸에서 쉽게 부서지고, 병균이나 암세포 등 특정한 표적에 달라붙는 힘이 약해 의약품으로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직선형보다 단단하고 오래 버티며, 목표물에 더 강하게 달라붙을 수 있는 고리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페니실린과 같이 자연에서 발견되는 천연 항생제의 상당수가 고리형 구조를 지닌다는 점에 착안해 리보솜이 혹시 이러한 항생제를 바로 합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리보솜 자체를 바꾸는 대신 리보솜이 사용하는 ‘재료’를 새로 만들었다. 개발된 26종의 특수 아미노산은 리보솜 내부에서 서로 자연스럽게 끌어당겨 고리를 만들 수 있다. 무세포 단백질 합성시스템*1 에서 실험한 결과, 리보솜은 기존 선형 결합 외에도 오각형과 육각형 고리형 중추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반응이 37℃와 pH 7.5라는 단순한 수용액 조건에서 본래 리보솜이 선형 구조를 만드는 메커니즘을 그대로 이용하여 자연스럽게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이준구 교수팀은 지난 2022년에 같은 저널에 수십억 년 동안 ‘선형 구조만 만들던’ 리보솜이 처음으로 6각 고리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을 세계 최초로 보고 했다. 이번 연구는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새로운 형태의 5각 및 6각 고리구조로 범위를 더욱 다양하게 확장했다는 데에 그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특수 재료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고리구조 형성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이는 리보솜을 새로운 화학반응 촉매로 활용할 가능성을 열어 향후 고기능성 의약품이나 생체재료 개발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준구 교수는 “무엇보다 리보솜 내부에서 일어나는 반응이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웠던 화학반응 과정과 거의 같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라며, “리보솜 안의 4,500개의 부품이 어떻게 협력해 이런 마법 같은 일을 해내는지 더 연구한다면 생명현상과 진화에 대한 이해도 한층 깊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수신진연구사업, 합성생물학 핵심기술개발사업, 한우물파기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5-60126-4 1. 무세포 단백질 합성 시스템(Cell-free protein synthesis): 세포 없이 시험관 내에서 단백질이나 펩타이드를 합성할 수 있는 인공 생합성 시스템이다.
화학/융합 장영태 교수팀, “암세포에만 형광 ON” 빛으로 암 진단한다
[POSTECH·中린이대, 암세포만 노랗게 빛나게 하는 형광 분자 ‘SLY’ 개발] 간암처럼 눈으로는 구분이 어려운 암세포를 형광으로 선명하게 구별할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화학과·융합대학원 장영태 교수 연구팀이 중국 린이대(Linyi University) 밍 가오(Min Gao) 교수 연구팀과 함께 간암 세포만 노랗게 빛나게 하는 형광 분자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화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인 ‘잭스(JACS,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게재됐다. 세포 표면에는 ‘글라이칸(glycan)’이라 불리는 당 분자들이 존재한다. 글라이칸은 세포 간 신호 전달, 면역 반응 등 다양한 생물학적 과정에 관여하며, 세포 종류나 상태에 따라 구성이 달라져 ‘세포의 지문’처럼 쓰일 수 있다. 그 중 ‘sialyl Lewis x(sLex)’와 ‘sialyl Lewis a(sLea)’는 간암을 포함한 여러 암세포에서 많이 나타나는 글라이칸으로 암 진단 마커(marker)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기존의 분석 기술은 복잡하고, 살아 있는 세포에서 이를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이에 연구팀은 글라이칸을 인식할 수 있는 ‘형광 프로브(fluorescent probe)’를 설계했다. ‘형광 프로브’란 특정 분자와 결합해 그 위치나 존재 여부를 빛으로 알려주는 물질이다. 연구팀은 ‘옥사보롤(oxaborole)’ 분자를 기반으로 다양한 프로브를 만들어 실험한 끝에, 간암과 대장암 세포 표면에 있는 sLex와 sLea만 인식하는 형광 프로브 ‘SLY(Sialyl Lewis Yellow)’를 개발했다. 이 SLY는 표적 글라이칸과 결합한 뒤 세포 안으로 들어가 미토콘드리아에 축적되며 노란색 형광을 낸다. 이 덕분에 암세포는 밝게 빛나고, 정상 세포는 빛나지 않아 육안으로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실제로 간암이 있는 생쥐 모델을 활용한 실험에서, SLY는 암 조직의 경계를 뚜렷하게 표시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형광 물질보다 훨씬 뛰어난 선택성과 정밀도를 보여준 셈이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SLY가 단순히 암 유무를 식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암 조직과 정상 조직 사이의 경계를 정확히 나눌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는 암 수술 중 암 조직만 정밀하게 제거하고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특히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영태 교수는 “SLY는 암세포 표면에 있는 글라이칸을 선택적으로 인식해 간암 조직을 세포 수준에서 선별할 수 있는 최초의 형광 프로브”라며, “이번 연구는 글라이칸 기반 암 진단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으며, 향후 정밀 의료와 수술 기술로의 확장도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한국연구재단(NRF)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 Glocal University 30 사업(POSTECH 분자영상센터), 중소벤처기업부 TIPS 프로그램, 중국 국가 자연과학기금, 산둥성 우수청년인재 해외사업, 그리고 태산학자 특별기금의 지원을 통해 수행되었다. DOI: https://pubs.acs.org/doi/10.1021/jacs.5c03020
기계 김석 교수팀, 건식 접착 기술로 마이크로 LED 혁신 앞당겨
[POSTECH, 붙일 땐 ‘꾹’, 뗄 땐 ‘톡’, 자유자재 접착 기술 개발] 기계공학과 김석 교수 연구팀이 기계공학과 김기훈 교수, 가천대 기계공학과 김남중 교수, 전북대 신소재 공학부 이한얼 교수, 미국 코네티컷대(University of Connecticut) 손창희 박사와 함께 머리카락보다 작은 전자부품부터 일상용품까지 손쉽게 붙였다가 떼어낼 수 있는 새로운 접착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학계의 주목을 받으며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인 ‘마이크로 LED’는 기존 화면보다 밝고 오래 사용할 수 있고, 구부러지거나 투명한 화면 구현이 가능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머리카락 굵기보다 훨씬 작은 LED 칩들을 정확한 위치에 붙이거나 필요할 때 깔끔하게 떼어내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까다로운 일이었다. 기존에는 액체 접착제나 특수 필름을 사용했지만, 공정이 복잡하고 정밀도가 떨어지며 잔여물이 남는 문제가 있었다. 또한,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접착 역설(Adhesion Paradox)'이라는 난제에도 직면해 있었다. 이는 이론적으로 원자 단위에서 물체들이 강하게 붙어야 하지만, 실제 물체 표면이 울퉁불퉁해서 접촉 면적이 좁아 접착력이 약해지는 현상이다. 잘 붙어야 하지만 잘 안 붙는, 말 그대로 ‘역설’적인 상황이다. 연구팀은 이 '접착 역설'을 오히려 활용하는 기발한 해결책을 찾아냈다. 핵심은 ‘형상기억분자(Shape memory polymer, SMP)’라는 특별한 재료와 그 위에 나노 크기의 뾰족한 돌기들을 정밀하게 만드는 것이다. 평상시에는 표면이 거칠어서 접착력이 약하지만, 열을 가하고 압력을 가한 후 식히면 표면이 다림질한 것처럼 평평해져 접착력이 급격히 강해진다. 반대로 다시 열을 가하면 원래 거친 상태로 돌아가면서 접착력이 약해져 쉽게 떨어진다. 붙일 땐 ‘꾹’ 달라붙고, 뗄 땐 ‘톡’ 하고 떨어지는 건식 접착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이 기술은 붙일 때 약 15기압의 강한 힘을 내고, 떼어낼 때는 별도의 힘 없이 저절로 떨어지는 ‘셀프 릴리즈(Self-Release)’ 기능도 갖췄다. 붙일 때와 뗄 때 접착력 차이는 무려 1,000배 이상으로, 기존 기술보다 훨씬 뛰어나다. 이 기술로 연구팀은 로봇을 이용해 마이크로 LED 칩을 디스플레이 기판에 정확히 붙이고 깔끔하게 떼어내는 데 성공했으며, 종이나 천 같은 재료도 안정적으로 다룰 수 있음을 입증했다. 김석 교수는 "이 기술은 접착제 없이도 정밀하게 소자를 다룰 수 있어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며, "거의 모든 산업 분야의 접착 공정에 활용할 수 있고, 스마트 제조 기술과 결합하면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인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5-60220-7
물리/반도체/융합 박경덕 교수팀, 더 크고 더 밝고 더 얇은 2차원 디스플레이 만드는 광반도체 현상 규명
[박경덕·노준석 교수 연구팀, 2차원반도체 발광효율 획기적으로 높이는 디스플레이 원천기술 개발] 물리학과·반도체공학과·융합대학원 박경덕 교수,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연구팀이 러시아 ITMO대 바실리 크랍초프 교수와 함께 원자층 두께 2차원반도체의 발광 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스마트폰 등 디스플레이 기기는 야외활동 시 화면이 충분히 밝지 않고, 고전력 사용에 따라 배터리 소모가 급격히 빨라지는 문제도 발생한다. 차세대 전자소재로 주목받는 2차원반도체는 두께가 불과 수 원자층이기 때문에 유연하면서도 뛰어난 전기적·광학적 특성을 가진다. 이 때문에 TSMC 등 글로벌기업들이 반도체칩 양산을 위한 차세대소재로 이미 상용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단위부피당 발광효율이 매우 높은 것에 비하여, 수 원자층 두께에서 발생하는 빛의 절대적인 세기는 여전히 낮기 때문에 디스플레이 소재로의 활용을 위해서는 발광효율 향상이 반드시 필요하다. POSTECH 연구팀은 바비넷 원리(Babinet's principle)*1 와 표면격자공명(surface lattice resonance; SLR)*2 이 발생하는 대면적 금 나노광학안테나 구조를 설계 및 제작하고, 이 위에 2차원반도체를 적층하여 발광효율을 1,600배 증강시키는 소자를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바비넷 원리가 적용되는 역발상의 안테나구조를 고안하여 발광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였고, 표면격자공명이 발생하는 배열식 구조를 제작하여 나노광학안테나 효과를 대면적으로 극대화 시킬 수 있었다. 여러 사람이 트램펄린 위에서 리듬을 맞춰 점프할 때 공명 현상에 의해 더 높이 뛰어오를 수 있는 것처럼, 개별 안테나의 효과가 단순히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배열식 구조의 이중 공명을 통해 발광 세기의 획기적 증폭이 가능해진 것이다. 2차원반도체의 발광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이 연구를 통해 손목에 감거나 의류에 부착하는 웨어러블 디스플레이 개발이 가능해질 전망이며, 디스플레이 소자의 전력소모를 크게 감소시킴으로써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배터리 사용 시간을 크게 늘리는 기능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논문의 제1저자인 POSTECH 구연정씨는 "이번 연구는 2차원반도체가 직면한 발광소재로써의 한계를 극복하고,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광반도체 기술 상용화에 중요한 돌파구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연구에 사용된 안테나 구조의 설계와 제작에는 노준석 교수 연구팀 오동교 씨의 주도로 문정호 박사, 김예슬 씨, 김인기 교수(성균관대)가 참여하였으며, 2차원반도체 소재의 제작에는 POSTECH 김종환 교수 연구팀의 김태호, 양세라 씨가 참여하였다. 또한 POSTECH 물리학과의 김용빈 씨와 ITMO 대학 크랍초프 교수팀이 측정 실험을 함께 수행하였다. 이번 연구는 광학 분야 국제학술지 Light: Science & Applications에 지난 20일 게재됐으며, 한국연구재단과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38/s41377-025-01873-3 1. 바비넷 원리 (Babinet’s principle) : 광학에서 장애물과 그 보완적인 개구부는 유사한 회절 패턴을 생성한다는 원리. 즉, 동일한 형태의 음각과 양각 광학 안테나가 동일한 전기장 증강 효과를 낼 수 있다. 2. 표면격자공명 (Surface lattice resonance; SLR) : 주기적으로 배열된 나노 안테나들이 서로 간섭하여 특정 파장에서 강하게 공명하며 빛을 증폭시키는 현상. 이를 활용하면 넓은 영역에서 효율적으로 빛을 증강할 수 있다.
환경/시스템생명/융합 황동수 교수팀, 고대 황금실크, 한국 바다에서 되살렸다
[POSTECH 연구팀, 버려지던 키조개로 시실크 재현… 친환경·지속가능 섬유로 주목] 고대 황제들만 누렸던 최고급 섬유가 우리나라의 과학 기술로 되살아났다. 최근 환경공학부·시스템생명공학과정·융합대학원 황동수 교수, 화학공학과 이기라 교수, 환경연구소 최지민 교수 연구팀은 멸종위기로 채취가 금지된 지중해 조개 대신 우리나라 연안에서 기르는 키조개를 활용해 2,000년 전 황금빛 섬유를 재현하고, 그 빛이 변하지 않는 비밀까지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다. '바다의 황금 섬유'로 불리는 시실크(Sea Silk)는 고대 로마 시대부터 오직 황제나 교황 같은 소수 권력자만 사용할 수 있었던 최고급 작물이다. 이 실크는 지중해에 사는 거대한 조개인 '피나 노빌리스(Pinna nobilis)'가 바위에 몸을 고정하려고 내뿜는 실인 ‘족사’를 이용하여 만든다.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 색과 가벼운 무게, 뛰어난 내구성으로 ‘전설의 실크’라 불릴 만큼 귀하고 특별한 소재였다. 하지만 최근 바다 오염 등으로 인해 거의 멸종 위기에 처했고, 유럽연합(EU)은 현재 피나 노빌리스가 채취를 전면 금지한 상태다. 이에 따라 시실크는 극소수 장인들만이 극히 소량을 만들 수 있는 ‘박물관 속 유물’로 남게 되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우리나라 연안에서 식용으로 기르는 '키조개'다. 키조개는 피나 노빌리스와 마찬가지로 족사를 이용해 몸을 고정하는데, 두 조개의 족사가 물리적·화학적으로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에 착안해, 연구팀은 키조개의 족사를 전통 시실크처럼 가공하는 데 성공했다. 단순히 모양만 비슷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이 섬유가 왜 황금빛을 띠고 수천 년 동안 색이 바래지 않는지 그 비밀까지 과학적으로 풀어낸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시실크가 특별한 이유는 그 색에 있다. 이 황금빛은 염료를 써서 만든 것이 아니라, ‘포토닌(photonin)’이라는 둥근 모양의 단백질이 여러 겹으로 쌓이면서 빛을 독특하게 반사해 생기는 ‘구조색’ 현상 때문이다. 구조색은 비눗방울이나 나비의 날개처럼 물질 구조 자체가 색을 만들어 내는 현상으로, 시간이 지나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단백질 배열이 정돈될수록 구조색이 더욱 선명해진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는 염료를 입히는 일반적인 염색 방식과 달리, 단백질 정렬에 따라 빛의 반사 방식이 달라져 황금빛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시실크는 수천 년이 지나도 색이 거의 바래지 않는 뛰어난 광안정성을 지닌다. 이번 연구의 또 다른 의의는 그간 버려지던 키조개 족사 부산물을 고부가가치 섬유로 바꾸었다는 점이다. 이는 해양 폐기물 문제 해결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친환경적이면서 문화유산을 품은 새로운 섬유 소재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황동수 교수는 "구조색 기반의 섬유는 변색하지 않는 특성이 있어 염료나 금속 없이도 오래가는 색을 구현하는 이 기술은 친환경 패션 산업과 첨단 소재 개발에 새로운 길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KIMST RS-2025-02305544) 과제와 세종과학펠로우쉽(RS-2024-00340746),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과제(2022R1A2C2007874)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02/adma.202502820
전자/IT융합/기계/융합 김철홍 교수팀, 레이저 한 번, 손 안의 장비로 몸속 본다
[POSTECH 연구팀, 세계 최초 광음향·레이저 유도 초음파 영상 동시 구현 sTUT 개발] 레이저 빛 한 번만 쏘면 혈관부터 피부 속 깊은 곳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획기적인 의료영상 기술이 나왔다. 최근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김철홍 교수 경북대 박정우 교수 연구팀이 손바닥 크기의 작은 장비로도 병원급 정밀 검사가 가능한 '반투명 초음파 센서'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광학 분야 국제 학술지 ‘레이저 앤 포토닉스 리뷰스(Laser & Photonics Reviews, IF: 10)’에 게재됐다. 지금까지 몸속을 정밀하게 보려면 두 가지 검사를 따로 받아야 했다. 혈관처럼 피가 흐르는 부분을 보는 '광음향 영상'과 뼈나 근육 같은 조직의 모양을 보는 '초음파 영상'이 그것이다. ‘광음향 영상(Photoacoustic Imaging, PAI)‘은 혈액 속 헤모글로빈이 레이저 빛을 받으면 순간적으로 뜨거워지면서 초음파를 만드는 원리를 이용한다. 이 둘을 결합하면 훨씬 더 정밀하고 종합적인 진단이 가능하지만 기존 시스템은 복잡한 장비와 고전압 초음파 발생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POSTECH 연구팀이 만든 '반투명 초음파 센서(sTUT, semi-transparent ultrasound transducer)'는 이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했다. 레이저 빛이 센서에 닿으면, 일부는 센서 자체가 흡수해서 광유도 초음파(Laser-Induced Ultrasound, LUS)를 만들고, 나머지는 그대로 통과해서 몸속으로 들어가 혈관에서 광음향 신호를 만든다. 쉽게 말해, 레이저 하나로 두 가지 정보를 동시에 얻는 '일석이조' 기술이다. 마치 하나의 카메라로 일반 사진과 적외선 사진을 동시에 찍는 것과 같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적용해 손에 들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장비를 만들고, 이를 실험용 쥐의 뇌, 장기, 피부에 적용해 50 마이크로미터(μm) 이하 고해상도 영상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사람 손바닥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혈관 분포뿐 아니라 피부의 가장 바깥층인 표피부터 진피, 피하층에 이르기까지 각 층이 마치 양파껍질을 한 겹씩 벗겨낸 듯 또렷하게 구분되어 관찰되었다. 김철홍 교수는 “이번 기술은 고가의 초음파 장비 없이도 고해상도 생체 영상을 얻을 수 있어 기존 의료 영상 기술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장비가 작고 가벼워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만큼, 향후 피부 질환 진단이나 혈관 상태 검사 등 현장 의료에서도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전자전기공학과·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융합대학원 김철홍 교수, 비야르네 펄버그(Bjarne Perleberg) 석사 연구팀, 경북대 의생명융합공학과 박정우 교수(前 POSTECH 전자전기공학과 연구원)가 함께 수행한 이번 연구는 교육부와 한국교육재단 대학중점연구소사업, 중견연구사업, 딥사이언스창업활성화지원사업, 글로벌 의사과학자 양성사업, BK21, 글로컬대학 30 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DOI: https://doi.org/10.1002/lpor.2025003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