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 송창용 교수팀, “움직이고 싶어도 못 움직여…” 춤추고 싶은 원자, 전자에 막혔다!
[POSTECH·MPK·GIST, ‘초전도체 개발 단서 될 ‘포논 쩔쩔맴’ 현상 세계 최초 발견] 물리학과 송창용 교수(막스플랑크 한국·포스텍 연구소, MPK) 통합과정 허승필 씨 연구팀, GIST(광주과학기술원) 물리·광과학과 신동빈 교수 연구팀이 특수한 금속 안에서 원자들의 진동이 억제되는 현상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이번 연구는 초전도체와 양자 소재처럼 미래 기술의 핵심이 될 물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학계의 평을 받으며,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물질을 이루는 원자들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다. 춤을 추듯 규칙적으로 떨고 있다. 이러한 진동을 과학자들은 ‘포논(phonon)*1 ’이라고 부른다. 포논은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라 물질 속에서 전기가 흐르는 방식, 열이 전달되는 과정, 심지어 초전도 현상까지 다양한 특성에 영향을 준다. 그런데 어떤 특별한 상황에서는 이 진동이 갑자기 멈추거나 방해받는 경우가 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카고메*2 금속(CsV₃Sb₅)'이라 불리는 특수한 물질이다. 이 금속은 최근 물리학계에서 떠오르는 신소재로 온도가 낮아지면 내부의 전자들이 특정한 패턴을 이루며 배열되는 '전하 밀도 파(Charge Density Wave)*3 '라는 상태로 변하는 특징이 있다. 쉽게 말해, 군인들처럼 줄을 맞춰 정렬하는 것이다. 이 복잡한 현상을 밝히기 위해 연구팀은 포항가속기연구소(PAL-XFEL)의 최첨단 장비로 '펨토초 시분해 엑스선 산란 실험'을 진행했다. 이 기술은 펨토초(1초의 1,000조 분의 1)라는 매우 짧은 순간에 일어나는 변화도 잡아낼 수 있어, 아주 미세한 원자와 전자의 움직임까지 포착할 수 있다. 결과는 놀라웠다. 전자들이 질서정연하게 배열되는 상태에서 세슘(Cs) 원자들이 위아래로, 대칭적으로 진동하려고 했지만, 전자들이 너무 질서정연하게 배열된 탓에 원자의 움직임이 강하게 억제되고 있었다. 마치 춤을 추고 싶은 원자가 전자들의 규칙 때문에 쩔쩔매며 움직이지 못하는 듯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연구팀은 이 현상을 ‘포논 쩔쩔맴(phonon frustration)’이라고 명명했다. 연구팀이 발견한 ‘포논 쩔쩔맴’ 현상은 단순히 한 가지 물질에서만 일어나는 특이한 일이 아니다. 연구팀은 이 현상이 초전도체, 양자 컴퓨터 소재, 기타 복잡한 전자 물질 등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초전도체처럼 전기를 저항 없이 흘려보낼 수 있는 꿈의 소재에서는 전자와 원자 사이의 섬세한 상호작용이 핵심인데, 이번 연구가 그 원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송창용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자와 포논 사이에 존재하는 숨겨진 상호작용을 처음으로 실험적으로 규명한 사례로, 앞으로 복잡한 양자 물질을 이해하고 제어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양자기반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과 중견연구자 지원사업, 방사광가속기공동이용연구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5-60219-0 1. 포논(Phonon): 고체 내 원자들이 진동하면서 만들어지는 집단적인 진동 모드로, 열전달이나 전자-격자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준입자 개념이다. 2. 카고메(Kagome): 삼각형이 서로 연결된 2차원 구조의 결정격자로, 전통적인 일본 바구니 ‘카고메’의 문양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 격자는 전자나 스핀의 움직임에 기하학적 제약을 주어 양자 간섭, 디락(Dirac) 밴드, 평탄 밴드(flat band) 등 독특한 물리 현상을 유도한다. 3. 전하 밀도 파(Charge Density Wave, CDW): 금속 내 자유전자들이 특정 파장으로 밀집되는 현상으로, 전자의 밀도가 공간적으로 주기적인 패턴을 형성한다. 이로 인해 격자도 함께 변형되며 전기적 성질이 바뀌는 양자 상태이다.
화학 박선아·서종철 교수 공동연구팀, 레고처럼 조립했더니, 14배 더 밝게 빛났다
[POSTECH 연구팀, 금 나노클러스터 분해·재조립 기술로 차세대 발광소재 개발] 이제 나노 세계에서도 ‘레고의 힘’이 발휘되고 있다. POSTECH 연구팀이 최근 금(Au) 나노클러스터(nanocluster)*2 를 분해한 후 구리(Cu)와 다시 조립하는 기술로 기존보다 14배나 더 밝은 금속입자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화학과 박선아·서종철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는 나노과학 분야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최근 게재됐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나노클러스터’라 불리는 아주 작은 금속 덩어리다.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수준인 나노미터(nm) 크기의 입자 중에서도, 나노클러스터는 마치 분자처럼 원자 단위로 정교하게 구조를 설계할 수 있어 차세대 발광 소자, 바이오센서, 촉매 등 다양한 기능을 부여할 수 있다. 특히 금 나노입자는 생체에 무해하고 안정적이어서 주목받고 있지만, 빛을 내는 효율이 낮아 실용성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기존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기존에는 처음부터 합금을 만들려고 시도했다면 POSTECH 연구팀은 ‘분해-재조립’이라는 창의적 접근법을 선택했다. 먼저, 금 나노클러스터(Au25)를 머캅토벤조산*2 으로 조각조각 분해한 다음, 사이사이에 구리(Cu)를 끼워 넣어 ‘금-구리 합금 나노클러스터(Au13Cu4)*1 ’로 다시 조립하는 것이다. 이 전략은 나노클러스터는 원자 단위에서 정교하게 설계해 기존보다 훨씬 밝은 빛을 낼 수 있게 한다. 특히, 이 조립 과정을 실제로 관찰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연구팀은 전기분무 이온화 질량분석(ESI-MS)과 광학 분광법을 이용해, 나노클러스터가 분해되고 다시 합금 클러스터로 재조립되는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추적했다. 실험 결과, 새로 조립한 금 나노클러스터는 기존보다 14배 더 밝은 빛을 냈고, 제조 성공률도 90% 이상으로 매우 높았다. 또한, 금 나노클러스터를 분해할 때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구조에 따라 빛을 내는 성능이 달라진다는 점도 밝혀내 향후 더 정밀하게 성능을 조절할 길이 열렸다. 이번 연구는 발광 소재의 기본 구조를 레고처럼 ‘분해하고 조립’하는 방식으로 설계함으로써,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기술은 암세포나 병원균을 더 정밀하게 찾아내는 바이오센서부터, 더 선명하고 에너지 효율적인 디스플레이, 고성능 LED 조명, 나아가 오염물질을 감지하는 환경 센서까지 다양한 분야로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개인연구사업, POSTECH 양자동역학 연구센터(단장 주태하 화학과 교수) 및 POSTECH 기초과학연구소(소장 박재모 물리학과 교수)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21/acs.nanolett.5c01792 1. 나노클러스터(nanocluster): 2 nm(나노미터) 이하의 크기를 가진 물질로, 분리된 전자 구조를 가진다. 2. 머캅토벤조산: mercaptobenzoic acid, MBA 3. 합금 나노클러스터(Alloy nanocluster): 두 가지 이상의 금속 원소가 원자 단위로 혼합되어 있으며, 2 nm 이하의 크기를 가진 물질로, 분리된 전자 구조를 가진다.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팀, 머리카락보다 1만 배 얇은 렌즈에 '투명 방탄복' 입혔다
[노준석 교수팀, 충격·오염에도 끄떡없는 메타렌즈 개발… 상용화 한발 더] 스마트폰 카메라부터 AR·VR 기기, 자율주행차 센서까지 미래 기술의 핵심 부품인 '메타렌즈'가 실용화 단계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최근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양영환(현 창원대 기계공학부 교수)·강도현·성준화 씨 연구팀이 외부 충격과 오염에 취약한 ‘메타렌즈’를 보호할 방탄복을 만들었다. 이번 연구는 ‘마이크로시스템 및 나노공학(Microsystems & Nanoengineernig)’에 지난 10일 게재됐다. 메타렌즈(metalens)는 기존 렌즈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빛을 조절하는 기술이다. 기존 렌즈가 볼록하거나 오목한 곡면을 이용해 빛을 조절하는 반면, 메타렌즈는 머리카락 굵기의 1만 분의 1 수준인 아주 작은 구조물로 빛을 제어할 수 있다. 하지만 차세대 광학 플랫폼으로 주목받는 메타렌즈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나노미터(nm) 구조의 정교한 구조가 작은 충격이나 먼지에 쉽게 손상되어 실제 제품에 적용하기에 내구성이 떨어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POSTECH 연구팀은 메타렌즈를 투명한 보호막으로 감싸는 기술을 개발했다. 메타렌즈에 '투명 방탄복'을 입힌 셈이다. 연구팀은 '수소화 비정질 실리콘'으로 메타렌즈의 미세 구조를 만든 뒤, 그 위에 '스핀온글래스'라는 투명한 물질로 코팅해 얇은 보호막을 만들었다. 이 보호막은 빛의 통과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메타렌즈를 보호할 수 있다. 동시에 플라즈마 가공 기술로 굴절률을 3.23까지 높여 눈에 보이는 빛(635nm 파장대)의 97.2%를 손실 없이 원하는 방향으로 보내는 데 성공했다. 이는 빛을 거의 완벽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내구성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메타렌즈를 모래 속에 넣고 초음파로 두 시간 동안 세척하는 극한 테스트에서 보호막이 없는 기존 렌즈는 대부분 손상된 반면, 보호막을 입힌 연구팀의 렌즈는 성능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여기에 연꽃잎처럼 물방울을 튕겨내는 특성도 부여해, 물방울이 굴러떨어질 때 먼지도 함께 씻겨 나가는 '자가세정' 기능까지 구현했다. 노준석 교수는 “이 기술은 카메라나 센서 같은 광학 장치들을 더 작고 똑똑하게 만들 수 있는 기반 기술이 될 것”이라며, “메타렌즈 뿐만 아니라 홀로그램 소자, 광센서, 컬러 픽셀 등 다양한 광학 부품에 적용 가능하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포스코홀딩스 N.EX.T Impact 사업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38/s41378-025-00925-3
화학/첨단재료 황승준 교수팀, 비슷하지만 달랐다… 주족원소 삼형제의 반응성 퍼즐
[황승준 교수팀, 주기율표 15족 원소로 산소 활성 반응 메커니즘 규명] 최근 화학과·첨단재료과학부 황승준 교수 연구팀이 값싸고 흔한 주족원소들로도 전이금속 촉매 못지않은 산소 활성화 반응이 가능함을 입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미국화학회가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 ‘잭스 골드(JACS Au)’에 실리며 학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공기 속 산소는 단순히 생명 유지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연료의 연소 같은 에너지 변환 반응은 물론, 생명체 내 대사 작용, 그리고 다양한 화학 변환을 이끄는 촉매 반응에서도 산소 활성화 반응은 핵심적인 출발점으로 작용한다. 지금까지는 주로 전이금속 촉매에 의존해 왔는데 이들은 성능은 좋지만 인체 유해성과 비싼 가격, 한정된 자연계 매장량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이 컸다. 또한 이런 전이금속을 이용하더라도 산소를 원하는 정도로 조절해서 활성화시키는 일은 매우 어렵다. 이런 고민에 대해 연구팀은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전이금속보다 흔하고 저렴한 주족원소인 인(P), 안티모니(Sb), 비스무트(Bi)를 활용해 산소 반응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이 세 원소는 모두 주기율표 15족에 속하는 '형제' 같은 존재다. 연구팀은 이들을 중심에 둔 특수한 분자를 만들어 실험했다. 마치 평면 모양의 무대 위에 배우들을 올려놓듯, 이 분자들을 평평한 구조로 만들어 전자들의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흥미롭게도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이는 이 세 분자가 산소를 만났을 때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가장 가벼운 인(P)은 산소 원자 두 개와 한꺼번에 반응하는 가장 활발한 반응성을 보였다. 반면 더 무거운 안티모니(Sb)와 비스무트(Bi)는 오직 산소 원자 하나에만 반응하며 선택적인 반응성을 보였다. 마치 가벼운 인(P)은 활발한 어린이처럼 주변 사람들(전자들)과 쉽게 어울리며 큰 놀이(반응)를 벌이는 반면, 무거운 비스무트(Bi)는 점잖은 어른처럼 자신만의 공간에서 차분하게 작은 활동만 했다. 이 결과는 원소가 무거워질수록 전자들이 중심 원자 주변에 더 강하게 뭉쳐 안정화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연구팀은 'Hammett 분석'과 'pKa 계산'을 통해 각 원소 반응성을 숫자로 정확히 표현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는 마치 운동선수의 기록을 정확히 재는 것과 같아서, 앞으로 비슷한 연구를 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황승준 교수는 “주기율표상 원소 특성이 반응성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며, “값싼 원소로도 고성능 산소활성 촉매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 이번 연구가 화학, 환경 산업의 비용 절감과 친환경 기술 발전에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라는 말을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과 삼성미래기술 육성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21/jacsau.5c00371
POSTECH-LG전자, 국제 통신학술대회서 세계 최초 6G 핵심 ‘시멘틱 통신' 선보여
[멀티모달·멀티테스크 처리 가능한 AI 기반 차세대 통신 기술, IEEE ICC 2025서 첫 공개] POSTECH 이남윤 교수팀이 LG전자와의 산학협력을 통해 6G 시대를 이끌 핵심 기술을 선보이며 세계 연구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국제 통신 분야 학술대회 ‘IEEE International Communications Conference(IEEE ICC)’에서 이남윤 교수 연구팀은 ‘멀티모달·멀티태스크 시멘틱 통신(Multi-modal Multi-task Semantic Communications)’ 기술을 세계 최초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시멘틱 통신은 데이터의 ‘의미’와 ‘맥락’을 기반으로 정보를 압축·전송하는 AI 기술로 비트 중심의 4G 및 5G와 달리, 목적에 따라 핵심 정보만 전송해 통신 자원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이를 이용하면 주파수 자원이 부족하거나 통신 환경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높은 효율을 유지할 수 있어 자율주행과 로봇 협업, 산업용 IoT 등 다양한 미래 기술의 통신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통신 채널 환경과 태스크에 따라 핵심 의미만 선택적으로 전송해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선보였으며, 이 기술은 무선접속망(AI-RAN)과의 융합을 통해 6G 초저지연·고성능 통신 구현의 핵심 기술로 기대된다. 기존에 단일 태스크 수행에 그쳤던 시멘틱 통신과 달리,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영상, 텍스트, 음성 등 다양한 정보 형태를 동시에 처리하고 복수의 태스크를 실시간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 최초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이번 연구는 전자전기공학과 이남윤 교수 연구팀(박사과정 박찬호 · 박범수 · 이효원, 김정연 박사후연구원)과 LG전자 CTO 부문 C&M 표준연구소(소장 제영호, 이상림 PL)의 산학협력을 통해 이뤄졌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초연결 초대역 MIMO 송수신 기술 개발’ 과제,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 NRF 인지증강 메타통신 ERC 연구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컴공 황인석 교수팀, 공감이 낯선 시대, 이제는 AI가 마음 번역한다
[POSTECH, 개인 맞춤형 감정 번역 AI 'EmoSync' 개발... 국제 학술대회서 상위 5% 수상] 점점 다양해지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진정으로 이해하며 소통할 수 있을까? 최근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연구팀이 개인 성격과 가치관을 분석해 다른 사람의 감정을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AI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분야 국제 학술대회인 ‘ACM CHI 2025’에서 실제 시스템을 시연한 Interactivity 트랙 74개 연구 중 상위 5%에게 수여되는 ‘Popular Choice Honorable Mention Award’를 받았다. 사회는 서로 다른 정체성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복잡한 공동체다.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때로는 '공감'이라는 말조차 막막하게 느껴진다. 같은 상황을 겪더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전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컴퓨터를 활용한 공감 기술은 단순했다. '똑같은 경험을 보여주면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것'이라고 가정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개인의 성격, 과거 경험, 가치관에 따라 감정 반응이 천차만별이다. 'EmoSync(이모싱크)'는 이러한 개인차를 인정하고 활용한다. AI가 각 사용자의 심리적 특성과 감정 반응 패턴을 꼼꼼히 분석한 후, 그 사람만의 경험 세계에서 타인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상황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직장에서의 은근한 차별이나 배제 상황에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 EmoSync는 그 사용자의 과거 경험을 분석해 ‘학창 시절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꼈던 순간’과 같은 연결고리를 만든다. 익숙한 경험이라는 렌즈를 통해 타인의 감정을 더 생생하고 현실감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다양한 배경을 가진 1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EmoSync를 사용한 참가자들은 기존에 공감하지 못했던 타인의 경험에 대한 감정 이해도와 공감 수준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향상됐다. 이는 개인 맞춤형 비유적 경험이 실제로 공감 능력 향상에 효과가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결과다. 논문 1저자인 주효진 씨는 “이번 연구를 통해 AI가 사람들 간의 진정한 이해와 공감을 돕는 데에 활용될 수 있음을 보였다”라며 “앞으로도 실생활에서 사람들 간의 진정한 이해와 공감을 돕는 AI 기술 개발에 계속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POSTECH 황인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생성형 AI가 사용자 개개인의 감정 구조를 파악하고, 나아가 특정 감정을 유도하는 개인 맞춤형 경험을 생성할 수 있다는 기술적 잠재성을 성공적으로 입증한 사례"라며, "이는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공감을 유도하는 새로운 접근이라는 점에서 학문적, 사회적으로 의미가 크다"라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컴퓨터공학과 황인석 교수, 통합과정 주효진 · 이정은 · 양승원 씨 연구팀이 컴퓨터공학과 옥정슬 교수와 함께 수행했으며,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미래융합기술파이오니어사업, 정보통신기획평가원 대학ICT연구센터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DOI: https://doi.org/10.1145/3706598.3714122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팀, “손전지 하나로 홀로그램 숨기고 찾는다” 저전압으로 작동하는 스마트 메타표면 개발
[노준석 교수팀, 전기와 빛으로 위상 정보 이중 제어하는 메타표면 기술 구현] 최근 POSTECH 연구팀이 머리카락보다 수천 배 얇은 메타표면을 이용해 손전지 하나 정도의 아주 작은 전기만으로 정보를 완벽하게 숨기고 꺼낼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재료과학과 응용 물리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지난 3일 게재됐다. 메타표면(metasurfaces)은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특별한 성질을 가진 인공 소재다.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수준의 극미세 구조를 정밀하게 배열해 만들어지며, 빛의 방향과 세기, 위상(파동의 단계)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빛을 다루는 마법의 거울'인 셈이다. 하지만 이 메타표면은 한 번 만들면 기능을 바꿀 수 없고, 저장할 수 있는 정보량도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두 가지 핵심 아이디어를 도입했다. 첫째, '손대칭 구조'를 설계한 것이다. 이는 왼손과 오른손처럼 거울상 관계에 있는 구조로, 빛의 편광(진동 방향)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인다. 선글라스가 특정 방향의 빛만 통과시키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그리고, '전도성 고분자'를 유전체층으로 사용했다. 이 물질은 전기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매우 적은 전력으로 작동한다. 금속-유전체-금속의 3층 구조로 만들어져 전기적 신호와 빛의 편광 모두에 동시에 반응할 수 있다. 연구팀은 개발한 메타표면으로 실제 암호화 실험도 진행했다. 메타표면 하나에 두 개의 서로 다른 홀로그램 이미지를 저장하고, 빛의 편광 방향과 전기 신호를 조합해 원하는 이미지만 선택적으로 불러내는 데 성공했다. 이는 마치 하나의 CD에 두 개의 다른 영화를 저장하고, 재생 방식에 따라 다른 영화를 볼 수 있는 것과 같다. 하지만 여기서는 빛의 물리적 성질을 이용하기 때문에 기존 방법보다 훨씬 안전하고 위조하기 어렵다. 이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놀라운 에너지 효율성이다. 기존 유사 기술들이 수십 볼트의 전압을 필요로 했던 반면,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단 0.5V로 작동한다. 이는 일반 손전지나 휴대폰 배터리로도 충분히 구동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연구를 이끈 노준석 교수는 "이 기술은 위조 불가능한 홀로그래픽 보안 라벨, 신분증이나 화폐의 위조 방지 기술부터 차세대 3D 디스플레이, 증강현실 기기, 그리고 더 많은 정보를 동시에 전송할 수 있는 다중 채널 광통신 시스템까지 다양한 분야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기전자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김재경·정민수 씨 연구팀의 이번 연구는 POSCO(포스코) 산학연융합연구소, 삼성전자, 한국연구재단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02/adfm.202501916
조동우·장진아 교수팀, 3D 프린터로 만든 뇌, 뇌질환 실마리 찾다
[POSTECH 연구팀, 3D프린팅으로 만든 뇌 모델로 신경 신호 흐름과 퇴행 반응 재현] 기계공학과 조동우 교수, 기계공학과 · IT융합공학과 · 생명과학과 · 융합대학원 장진아 교수, 배미현 박사, 김정주 박사 연구팀이 실제 사람의 뇌와 유사하게 작동하는 3D 뇌 모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제조 및 소재 분야 국제 학술지인 ‘International Journal of Extreme Manufacturing’에 게재됐다.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같은 뇌 질환은 한 번 발병하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예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뇌는 인체에서 가장 복잡한 장기이자, 가장 연구가 어려운 장기이기도 하다. 수많은 세포가 정교하게 연결되어 있고, 서로 어떻게 신호를 주고받는지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최근에는 일상적인 음주 습관조차 뇌세포 손상과 관련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면서, 인간의 뇌 반응을 실험실에서 정밀하게 재현할 수 있는 ‘인공 뇌 모델’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용된 평면적인 세포 배양 방식이나 줄기세포 기반 오가노이드(organoid, 소형 장기 모사체)는 실제 뇌처럼 복잡한 구조와 기능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BENN(Bioengineered Neural Network)'은 마치 3D 프린터로 집을 짓듯, 뇌의 구조를 층층이 쌓아 올려 만든 새로운 인공 뇌 모델이다. 특히 실제 뇌처럼 ‘회백질’과 ‘백질’이라는 두 구역으로 나누어 구조를 구현한 것이 핵심이다. 회백질은 신경세포의 본체가 모여있고, 백질은 신경세포의 축삭들이 정렬되어 위치하는 정보 고속도로와 같은 영역이다. 연구팀은 이 구조가 실제 뇌처럼 작동하도록 전기 자극을 가해 신경세포들이 정해진 방향으로 길게 자라도록 유도했다. 덕분에 세포들이 하나의 통로를 따라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실제 뇌의 정보 전달 회로와 유사한 신경망을 형성할 수 있었다. 또한 칼슘 이온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관찰한 결과, BENN 모델이 실제 뇌처럼 전기 신호를 주고받는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BENN 모델을 활용해 알코올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실험해봤다. 사회적 음주 수준인 0.03%의 에탄올 농도를 뇌 모델에 3주간 매일 적용했을 때, 회백질 영역에서는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단백질(아밀로이드-베타, 타우 단백질)이 증가했고, 백질 영역에서는 신경섬유가 휘거나 부풀어 오르는 변형이 나타났다. 신경 신호의 흐름도 눈에 띄게 둔해졌다. 뇌의 영역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알코올 유발 반응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시각화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조동우 교수는 “이전 모델로는 관찰하기 어려웠던 신경 연결 상태나 전기 신호 반응까지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라며, “전임상 단계에서 질환을 조기에 확인하고 치료 효과를 정확히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장진아 교수는 “이제는 실험실에서도 뇌 질환의 초기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라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과 STEAM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습니다. DOI: https://doi.org/10.1088/2631-7990/add632
전자 최수석 교수팀, 신축 디스플레이 늘림의 균일도(Even Stretching) 난제 해결
[POSTECH, 다중 화소도 균일하게 늘어나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 전자전기공학과 최수석 교수, 박사과정 신준혁 씨 등 연구팀이 스트레처블(stretchable) 디스플레이 연구의 난제를 해결하고, 균일한 멀티 픽셀 스트레칭 제어 기술을 최초로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중 하나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뒷표지(Back Cover) 논문으로 선정되며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디스플레이 기술은 형태의 변형(Shape Deformable) 기술의 전 세계적인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폴더블, 벤더블, 슬라더블 등의 혁신적 디스플레이 기술이 개발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휘어짐을 넘어 늘어날 수 있는 스트레쳐블 디스플레이 기술이 최근 국내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가시화되고 있다. 이러한 ‘스트레쳐블 디스플레이’ 기술은 단순히 화면 표시 디스플레이를 넘어 곧 피부처럼 유연하게 늘어나는 인공전자피부 형태의 디스플레이와 센서를 융합한 스트레쳐블 기술로 진화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스트레쳐블 기술은 크게 현재의 디스플레이 및 전자소자에 사용되는 단단한 소재를 구불구불한 전극으로 서로 연결한 기술(Extrinsic Stretchable)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형태가 현재 주로 개발 소개되는 스트레쳐블 기술이라 할 수 있으나, 이러한 구조 접근 시 스트레칭의 제한된 범위에서 사용과 함께, 화소의 면적의 희생, 스트레칭 시의 화면의 균일도와 변화 등의 문제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실리콘이나 고무처럼 원래 자체적으로 늘어나는(Intrinsic Stretchable) 소재 방식의 기술 개발이 이상적인 스트레쳐블 기술의 방향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체연신 스트레쳐블 기술을 사용할 경우, 위치마다 변형 정도가 달라서 화면 색상이나 신호가 고르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다중 화소 구조에서는 이러한 불균형이 더 뚜렷하게 확인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스트레칭의 불균일의 문제는 잡아당기는 부분에서 위치적으로 멀어질수록 각 픽셀 위치에서 느끼는 늘림의 정도가 불균일하게 분포하는 것에 기인한다. 마치 고무를 늘리거나 치즈 등이 늘릴 때 중앙부로 늘어나는 특성이 위치별로 다른 것과 같은 원리라 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이러한 스트레쳐블 기술 전반에서 균일한 스트레칭 특성의 제어가 불가능한 상태로 알려져 있고, 이는 디스플레이와 같이 Pixel 형의 다중소자의 조합성을 이용하는 기술에 치명적인 한계라 할수 있다. 따라서, 아직까지 자체 연신형 스트레쳐블 기술은 단순한 소자의 늘림 특성의 단일 소자의 기초 연구에 단계에 머물러 있다. 즉, 스트레쳐블 디스플레이의 소위 늘림의 균일도(Even Stretching) 난제 극복이 다중 멀티픽셀구조를 반드시 필요로하는 디스플레이 기술에서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종이접기 기술인 '키리가미(kirigami)'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키리가미는 종이를 특정 패턴으로 자르면 평면이 3차원으로 변형되는 기법으로 연구팀은 이를 응용해 소재 표면에 미세한 절개와 패턴을 새겨 소재를 늘릴 때 힘이 고르게 분산되도록 했다. 이를 통해 7×7 화소 배열에서도 모든 부분이 최대 200%(두 배)까지 균일하게 늘이는 데 성공했다. 또한, 연구팀은 특정 부위에 단단한 구조를 삽입하는 '스트레인 스토퍼(strain stopper)'를 적용해 원치 않는 방향으로 늘어남도 효과적으로 제어했다. 이러한 다중 배열화된 픽셀 소자에서의 늘어남이 어느방향과 위치 늘림에서도 서로 균일하게 제어하는데 최초로 성공을 하였다. 연구팀은 여기에 기계적 자극에 따라 자체연신 (Intrinsic Stretcahble) 특성의 소재 중 하나인 색이 변하는 키랄 액정 엘라스토머(CLCE)를 도입해, 평소엔 보이지 않던 암호 패턴이 늘어나면 드러나는 ‘메카노크로믹(mechanochromic)’ 스트레쳐블 디스플레이 형태로 구현했다. 다중 픽셀에서의 매우 균일한 늘림 균일도와 키랄 액정이 가지는 원편광 분리 특성과 색 조절 특성을 자체 연신소자 구조에서 확장하였다. 이를 통해, 특정 편광 필터를 결합하면, 보는 각도에 따라 색과 패턴이 달라지는 고급 보안 기능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특수 장치로만 확인할 수 있는 암호 정보 표시 기술이 현실화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신축 디스플레이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했을 뿐 아니라, 보안 및 암호화 기술로의 확장 가능성까지 제시한 데 의미가 있다. 향후 입는 전자기기, 유연 디스플레이는 물론, 위조 방지·데이터 보안 분야에서의 응용이 기대된다. 최수석 교수는 “불균일한 변형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실리콘이나 고무, 인공 피부 같은 소재의 상업적 활용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라며, “향후 스트레처블 광학 소자와 보안 기술 개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지원사업과 산업기술평가원 Stretchable Display 개발 및 Stretchable 실증 기술 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DOI: https://doi.org/10.1002/adfm.202422772
물리 이길호 교수팀, 직진만 하던 전자, 이제는 삼거리에서 논다
[POSTECH·KAIST·日NIMS, 세계 최초로 전자 에너지 상태를 자유롭게 제어하는 양자 소자 개발] 그동안 직진만 하던 전자가 교차로에서 방향을 바꾸고 다양한 길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물리학과 이길호 교수 연구팀, KAIST(한국과학기술원) 조길영 교수 연구팀, 일본 국립재료과학연구소(NIMS)가 그래핀을 이용해 전자의 에너지 상태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양자 소자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Science Advances)’에 최근 게재됐다.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속 전자는 회로라는 길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움직인다. 하지만 양자 세계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전자는 마치 동시에 여러 길을 가는 것처럼 행동하며, 이러한 양자의 특성 활용하면 기존 컴퓨터보다 훨씬 강력한 양자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3단자 조셉슨 접합(Josephson junction)'이라는 특별한 구조다. 조셉슨 접합은 두 개의 초전도체 사이에 얇은 전도성 재료를 끼워 만든 양자 소자로 연구팀은 세 개의 초전도체를 삼각형 모양으로 그래핀 위에 배치해 전자가 다양한 방향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기존의 구조가 일직선 고속도로였다면, 이번에는 사방으로 뻗은 교차로가 새로 열린 셈이다. 연구팀은 전극 사이에 흐르는 양자 위상차를 정밀하게 조절해, 특정 지점에서 전자의 성질이 완전히 바뀌는 ‘위상 전이(topological transition)’ 현상도 관측했다. 마치 물이 얼음이나 수증기로 바뀌는 것처럼, 전자 행동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변화다. 이 현상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마이크로전자볼트(μeV) 정밀도를 가진 장비를 활용해 실시간 관측에도 성공했다. 가장 주목할 점은, 자연에 없는 전자의 에너지 구조를 실험실에서 설계했다는 것이다. 마치 건축가가 아파트 층을 원하는 대로 정하듯, 전자가 머무를 수 있는 에너지 수준도 새롭게 디자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기술이 전자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데 활용되면, 더욱 안정적이고 성능이 뛰어난 양자컴퓨터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이길호 교수는 “이번 연구는 미래 양자 기술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특히 오류에 강한 양자컴퓨터 구현의 핵심으로 꼽히는 ‘마요라나 준입자(Majorana quasiparticles)*1 ’를 실제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기초과학연구원, 삼성전자, 일본 학술진흥회(JSPS KAKENHI) 및 일본 문부과학성 WPI 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s0342 1. 마요라나 준입자(Majorana quasiparticles): 이론 물리학에서 예측된 특별한 종류의 준입자(입자의 행동을 모방하는 복합적인 양자 상태)로, 자기 자신의 반입자 역할도 하는 입자다. 즉, 일반 입자와 달리, 이 입자는 자기 자신과 동일한 반입자 성질을 가진다. 이런 특성 때문에 양자컴퓨팅에서 정보의 안정성과 오류 방지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