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공 박태호 교수팀, 그린수소 공장, 값비싼 백금 없이도 만든다
[POSTECH·한국재료연구원, 간단한 구조로 고온·고전류에서도 오래가는 음이온 교환막 개발] 화학공학과 박태호 교수 연구팀이 한국재료연구원 에너지·환경재료연구본부 최승목 박사 연구팀과 그린(green)수소 생산 비용을 대폭 낮출 핵심 소재를 개발했다. 이 연구는 에너지 분야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터리얼스(Advanced Energy Materials)’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지금까지 수소는 ‘궁극의 청정에너지’로 주목받아 왔지만 생산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기술적 어려움이 따랐다. 특히,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해 얻는 ‘그린 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전혀 나오지 않지만, 효율적인 생산을 위해 값비싼 백금 촉매가 필요했다.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 '음이온 교환막(이하 AEM, Anion Exchange Membrane) 수전해 장치*1 '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은 물 분해 과정에서 이온이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특수한 막을 사용하는데, 이 막의 성능이 좋다면 백금 대신 훨씬 저렴한 촉매를 쓸 수 있어 생산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 개발된 AEM은 고온이나 고전류 같은 실제 산업 환경에서는 내구성이 떨어져 상용화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해결했다. 핵심은 고분자 구조 사이에 '틈새 알킬 사슬(interstitial alkyl chain)'이라는 특수 분자를 추가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AEM은 마치 꽉 막힌 도로에 지하차도를 뚫어 교통을 원활하게 하듯, 이온의 이동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그 결과, 연구팀이 만든 AEM은 고온(80℃)에서도 뛰어난 이온 전도성을 보였고, 강한 알칼리 환경에서도 2,000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실제 수소 생산 장치에 적용했을 때도 70℃에서 100일 넘게 연속 작동하며 매우 높은 내구성을 입증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보고된 AEM 수전해 시스템 중 최고 수준이다. 특히, 성능이 시간이 지나면서 떨어지는 정도를 나타내는 전압 강하율이 시간당 29mV(밀리볼트) 이하에 불과해, 에너지 손실도 매우 적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박태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수소 생산 기술의 '비용 장벽'을 허문 성과”라며, “고온과 고전류 환경에서 AEM 수전해 기술의 약점을 극복함으로써 앞으로 친환경 수소 생산 기술의 산업 현장 적용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탄소제로 그린 암모니아 사이클링 연구사업 및 교육부 박사과정생연구장려금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02/aenm.202501038 1. 수전해 장치(water electrolyzer): 물을 전기로 분해해 고순도의 수소(H2)를 생산하는 장치를 말한다.
화학 박수진 교수팀, 배터리도 썸 타는 중? ‘거리 조절’로 수명 잡았다!
[POSTECH·연세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용 고용량·고안정성 실리콘계 복합음극 설계] 썸을 탈 때 너무 들이대면 부담스럽고, 너무 멀어지면 서운해진다. 밀고 당기는 타이밍이 중요한 건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배터리 내부 소재 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기술로 차세대 배터리 수명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전기차에 주로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는 성능의 한계에 다다랐고, 내부의 액체 전해질은 누액과 폭발 위험까지 안고 있다. 최근 전고체배터리(All-Solid-State Battery, ASSB)가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해질을 고체로 바꾸면 수명은 늘고 화재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는데, 특히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은 액체처럼 전기가 잘 통하면서 안전해 차세대 배터리 핵심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고용량 음극 소재인 실리콘이다. 기존의 음극 소재인 흑연보다 10배 이상 많은 전기를 저장할 수 있다. 그런데 충전 과정에서 부피가 최대 4배까지 팽창해 딱딱한 고체전해질은 영구 변형되고, 방전 과정에서 부피가 수축하며 실리콘과 고체전해질은 멀어지게 된다. 연구팀은 실리콘의 장점은 살리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밀당 전략’을 사용했다. 부피 팽창이 적고 유연한 알루미늄을 실리콘과 섞어 만든 ‘알루미늄-실리콘(Al–Si)’ 합금은 충·방전 초기에는 다소 팽창하지만, 이후 부피 변화가 거의 없어 전해질을 밀어내거나 당기지 않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다. 이어, 여기에 알루미늄-실리콘의 팽창에 따라 유연하게 늘었다가 줄어드는 ‘탄성 회복형 고체전해질(LBHI*1 )’을 더해 알루미늄-실리콘과 전해질이 항상 잘 붙어있도록 했다. 이처럼 '거리 조절'에 성공한 연구팀의 고용량(6 mAh·cm-2) 전고체배터리는 높은 율속 조건(1 C-rate*2 )에서도 300회 충·방전 후 초기 용량의 81.6%, 500회 후에도 70% 이상의 용량을 유지해 실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또한, 연구팀은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한 3차원 X선 촬영, 실시간 내부 압력 측정 및 디지털 트윈*3 기반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배터리의 내부 구조 변화를 정밀하게 분석해 과학적 근거도 확보했다. 이 연구는 단순한 소재 개발을 넘어 실리콘 음극의 구조·기계·전기화학적 문제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박수진 교수는 “차세대 배터리에서 고용량 소재를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중요한 성과”라며 “전기차는 물론 대용량 저장장치(ESS), 스마트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어 차세대 배터리 상용화를 크게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한편, 화학과 박수진 교수, 박사과정 송영진 씨, 조성진 박사 연구팀, 연세대 배터리공학과 이용민 교수팀이 함께 진행한 이 연구는 최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온라인판에 게재됐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지역혁신 메가프로젝트 사업과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02/adfm.202504739 1. LBHI: 탄성 회복형 고체전해질(Elastic Recovery-Type Solid Electrolyte) 2. C-rate: 배터리의 충방전충·방전 속도를 나타내는 단위. ‘1C’는 배터리 용량을 1시간에 모두 충전 또는 방전하는 속도를 의미. 3. 디지털 트윈: 실제 시스템과 동일한 조건을 가진 가상 시뮬레이션 모델을 의미. 물리적으로 관찰하기 어려운 내부 변화나 미래 동작을 예측하는 데 활용.
화공/융합 차형준 교수팀, 홍합에 둘러싸인 줄기세포 주사 한 방으로 약해진 뼈 되살린다
[POSTECH·경북대, 혈관 재생까지 유도하는 주사형 골(骨) 재생 세포치료기술 개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뼈 건강은 모두의 걱정거리가 되었다. 특히 골다공증 환자들은 한 번만 넘어져도 쉽게 뼈가 부러질 수 있어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는다. 그런데 이제 수술 없이 주사 한 방으로 손상된 뼈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 최근 POSTECH과 경북대 공동 연구팀이 ‘홍합’에서 착안한 주사형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해 손상된 뼈를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줄기세포는 뼈를 비롯해 다양한 조직으로 변할 수 있어 골다공증 치료에 유망한 방법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줄기세포를 주사해도 원하는 위치에 제대로 도달하지 못하거나, 도착하더라도 뼈 재생에 필요한 혈관이 생기지 않아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주목한 것은 바로 '홍합'이었다. 홍합은 파도가 거센 바닷속 바위에도 단단히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놀라운 접착력을 가지고 있다. 연구팀은 홍합 접착단백질에 혈관 생성을 돕는 물질(VEGF 펩타이드)을 결합해 몸속에서도 잘 붙고 혈관 생성을 유도하는 특별한 마이크로젤*1 을 만들었다. 이 젤은 지름 0.2mm의 아주 작은 구슬 형태로, 내부가 스펀지처럼 구멍이 많아 줄기세포가 잘 머무를 수 있다. 또 주사기로 몸에 주입해도 원하는 부위에 잘 달라붙고, 자연스럽게 분해돼 안전하다. 연구팀은 이 ‘홍합 마이크로젤’에 줄기세포를 담아 골다공증에 걸린 실험용 쥐에게 주사했다. 그 결과, 젤이 손상 부위에 정확히 달라붙어 주변에 혈관이 활발히 생성됐고, 줄기세포가 살아남아 뼈로 잘 자라났다. 실제로 머리뼈 결손 부위와 해면골 손상 부위에서 빠른 뼈 재생이 일어났다. 특히, 연구팀은 미세유체 공정*2 이라는 첨단 기술을 이용해 크기와 모양이 균일한 마이크로젤을 대량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는 연구의 상용화 가능성과 치료의 일관성에서 매우 중요하다. 차형준 교수는 “이번 연구로 줄기세포의 생존율과 전달성을 크게 개선했다”라며, “앞으로 골다공증뿐 아니라 혈관 생성이 중요한 여러 난치성 질환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화학공학과·융합대학원 차형준 교수, 화학공학과 김동표 교수, 경북대 첨단기술융합대학 의생명융합공학과 조윤기 교수, 민경익 교수 연구팀이 함께 수행한 이번 연구는 화학공학 분야의 국제적 권위지인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으며, 보건복지부 치의학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 농림축산식품부 고부가가치식품기술개발사업, 범부처 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 한국연구재단 리더연구자지원사업 및 우수신진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DOI: https://doi.org/10.1016/j.cej.2025.163511 1. 마이크로젤: 수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3차원 고분자 네트워크로, 물을 흡수해 팽창하지만 녹지 않는 하이드로젤 입자이며, 입자 크기 조절과 표면 기능화가 용이해 다양한 생의학적 응용이 가능하므로, 최근에는 약물전달이나 세포전달에 다양하게 활용된다. 2. 미세유체 공정: 수십에서 수백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채널 내에서 극소량의 유체를 정밀하게 조작하고 제어하는 기술로, 표면 장력, 점성력, 확산이 지배적인 물리 환경에서 기존 거시유체역학과는 다른 특성이 나타나므로, 균일한 입자를 제조하는 데 활용된다. 다양한 생의학적 응용이 가능하므로, 최근에는 약물전달이나 세포전달에 다양하게 활용된다.
환경 감종훈 교수팀, AI가 그린 홍수 위험지도… 대도시가 더 위험하다?
[POSTECH·경북대 공동 연구팀, 우리나라 시군구 단위 AI 홍수 위험도 지도 개발] 기후변화로 인해 예측하기 어려운 폭우가 잦아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홍수 피해가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POSTECH과 경북대 연구팀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지역별 홍수 위험도를 예측하고 전국의 ‘홍수 위험지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는 최근 환경과학 분야 저널인 ‘환경관리저널(Journal of Environmental Management)’에 게재됐다. 기후변화와 급속한 도시화로 홍수 피해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빗물이 스며들지 못하는 콘크리트 도로와 건물이 늘어나면서 같은 양의 비가 내려도 피해 규모는 커지고 있다. 홍수 위험을 예측할 때 전문가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는 '계층화 분석법(AHP)'을 주로 사용했지만, 이 방식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예측 결과의 신뢰도를 수치로 명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웠다. POSTECH 연구팀은 AI를 활용해 이를 해결했다. 먼저, 최근 20년간(2002~2021년) 행정안전부가 기록한 전국 시군구별 홍수 피해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홍수 위험을 결정하는 네 가지 핵심 요소인 '위해성'(비가 얼마나 많이 오는지), '노출성'(위험에 노출된 인구와 시설), '취약성'(피해를 받기 쉬운 정도), '대응력'(얼마나 잘 대처할 수 있는지)을 세분화하고, 이를 AI에게 학습시켰다. 여러 AI 모델 중에서 'XGBoost'와 'Random Forest' 두 모델이 77% 이상의 높은 정확도로 홍수 피해를 예측했다. 흥미로운 점은 두 모델이 각각 다른 요소를 가장 중요하게 꼽았다는 것이다. XGBoost는 '빗물이 스며들지 못하는 포장면 비율(불투수면 비율)'을, Random Forest는 '하천 면적'을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분석했다. 그럼에도 두 AI 모델 모두 서울과 인천 등 대도시를 '홍수 고위험 지역'으로 평가했다. 이는 인구 밀도가 높고 콘크리트 포장 면적이 넓으며, 하천 주변에 건물과 기반시설이 집중되어 있어 피해에 더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는 홍수 위험에 대한 '예측 불확실성'을 수치로 평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러 AI 모델이 공통으로 위험하다고 평가한 지역은 방재 정책의 우선순위로, 모델 간 평가가 엇갈리는 지역은 추가 조사가 필요한 곳으로 분류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한정된 예산으로 효과적인 홍수 대책을 세우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이어, 연구팀은 실질적인 해결책도 제시했다. AI 분석을 통해 '불투수면 비율'과 '하천 면적'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확인된 만큼,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빗물이 자연스럽게 땅으로 흡수될 수 있는 녹지 공간 확보와 하천 주변 개발 제한 등 자연 친화적 도시 개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논문 제1저자인 이은미 씨는 “AI를 활용해 환경 변화와 실제 피해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었다”라며, “실질적인 홍수 대응 전략 마련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감종훈 교수는 "AI가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판단할 수는 없으므로, 아직까지는 전문가의 판단과 함께 활용해야 보다 정확한 침수범람 지도를 생산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북대 정영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홍수 관련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지역별 침수범람 위험지도를 생성하여 미래 지역맞춤형 홍수 및 침수 범람 대책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할 것“이라고 연구의 의미를 평가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이공분야 학술연구지원사업과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16/j.jenvman.2025.125640
화공 박태호 교수팀, 햇빛 먹는 고무줄 전지, 늘릴수록 더 강해진다!
[POSTECH 박태호 교수 연구팀, 신축성과 출력 안정성 모두 확보한 차세대 태양전지 개발] 스마트워치나 피트니스 밴드처럼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제품은 이제 일상이 되었지만, 이들에 전력을 공급할 전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딱딱한 전지는 구부리면 쉽게 깨지고, 늘어나면 전기 효율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연구팀이 늘어날수록 전력 생산이 오히려 증가하는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에너지 분야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의 속표지로 게재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신축성 유기 태양전지(IS-OPV)*1 ’는 고무줄처럼 구부리거나 늘려도 잘 작동하는 태양전지다. 특히 늘어날수록 햇빛을 받을 수 있는 면적이 늘어나 전기 생산량이 증가한다는 점에서 차세대 웨어러블 기기 핵심 전력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내구성이 문제였다. 이 전지는 여러 겹의 얇은 층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조금만 늘어나도 층들이 갈라지거나 분리되어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화학공학과 박태호 교수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지의 핵심 부품인 '전자 수송층'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전도성 고분자와 이온 젤을 혼합해 부드럽고 신축성 있는 전자 수송층을 개발했다. 이 층은 젤리처럼 유연하면서도 전기를 잘 전달하며, 운동화의 쿠션처럼 태양전지가 늘어날 때 발생하는 충격을 흡수해 내부 구조를 안전하게 지켜준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기존의 딱딱한 전자 수송층을 사용한 태양전지는 늘어날 때 전력이 33%나 줄었지만, 새로 개발한 전자 수송층을 적용한 전지는 20%까지 늘어나도 전력 변환 효율을 그대로 유지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전지 출력 전력이 0.28mW에서 0.35mW로 약 23% 증가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유연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늘어날수록 더 잘 작동하는 태양전지‘가 실제로 구현됐다. 박태호 교수는 “이번 기술은 태양전지가 가진 ‘넓힐수록 전력을 더 낼 수 있는’ 장점을 실제로 구현한 중요한 진전”이라며, “배터리 충전 걱정을 줄여주고, 몸의 움직임에 따라 전기를 생산하는 피부 센서나 스마트 의류 같은 미래 기술이 현실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탄소제로 그린 암모니아 사이클링 연구사업 및 스트레처블 투명 태양전지 핵심 소재 및 소자 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02/aenm.202405217 1. 신축성 유기 태양전지(Intrinsically Stretchable Organic Photovoltaic, IS-OPV): 재료 기반 신축성을 지닌 유기 반도체 소재를 기반으로 제작된 태양전지로, 별도의 구조적 설계 없이도 구조적 변형(연신 및 신축)이 가능한 태양전지를 일컫는다.
기계 진현규 교수팀, 철로 만든 ‘산소 스펀지’, 수소로 지구를 살린다!
[POSTECH·서울대, 철 기반 촉매 혁신적 메커니즘 규명 및 수소 생산 효율 두 배 향상]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그린(green) 수소'가 미래 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계공학과 진현규 교수팀이 서울대 재료공학부 한정우 교수팀과 함께 기존보다 두 배 이상 효율적으로 그린 수소를 만들 수 있는 철 기반 촉매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구조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 '악타 머터리얼리아(Acta Materialia)'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화석 연료 사용으로 인한 환경 오염과 기후 변화가 심각해지면서, 깨끗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 확보가 시급해졌다. 이 가운데 수소는 연소할 때 이산화탄소 대신 물만 배출하는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수소가 ‘진짜’ 친환경이 되기 위해선 어떻게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대부분의 수소는 여전히 화석연료를 이용해 생산하기 때문에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반면, 생산 과정에서도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그린 수소’는 진정한 미래 청정에너지로 평가받는다. 수소는 보통 전기를 이용해 물을 분해하거나, 고온의 열을 활용해 생산하는데, 연구팀이 주목한 방식은 ‘열화학적 수소 생산’ 기술이다. 쉽게 말해, 고온의 열로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산화물 촉매’다. 산화물 촉매는 산소를 머금었다가 다시 내보내는 반응을 반복하면서 수소 생산을 돕는다. 마치 산소를 흡수하고 방출하는 ‘산소 스펀지’처럼 작동하는 셈이다. 하지만 기존의 촉매들은 열역학적으로 안정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특성 탓에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매우 높은 온도가 필요했고, 그로 인해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촉매는 니켈 페라이트(NiFe₂O₄)에서 일부 철을 제거한 ‘철 부족 니켈 페라이트(Fe-poor NiFe₂O₄, NFO)’다. 흥미롭게도 비정상적인 철 겹핍 구조 덕분에 이 촉매는 낮은 온도에서도 산소를 효과적으로 저장하고 방출할 수 있다. 그 결과, 연구팀이 개발한 촉매는 1그램당 물에서 수소를 생성하는 효율이 0.528%로, 기존 최고 성능 촉매의 0.250%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이번 연구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새로운 촉매를 개발한 데 그치지 않고, 촉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원자 수준에서 규명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실험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병행해 철 기반 산화물 내에 존재하는 ‘구조적 활성점(active site)’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으며, 수소가 생성되는 반응 경로를 원자 단위로 정밀하게 분석했다. 특히, 두 금속 이온이 산화와 환원 반응을 주고받는 ‘레독스 스윙(redox swing)’ 현상이 수소 생산 효율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임을 밝혀내, 향후 차세대 촉매 설계에 실질적인 방향성을 제시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진현규 교수는 “지구에 흔한 철로 경제적이고 지속가능한 수소 생산 방법을 찾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라며, “태양열, 산업 공정에서 나오는 폐열로 수소를 만들어 낼 가능성도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또한, 서울대 한정우 교수는 “실험과 계산 과학의 융합으로 중요한 원리를 밝혀낸 다학제 협업의 좋은 예”라고 연구의 의미를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동그라미재단 혁신과학기술개발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 한국재료연구원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16/j.actamat.2025.121023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팀, 빛의 마법, 하나의 화면에 수십 개의 이미지를 숨기다
[POSTECH 연구팀, 빛의 색과 방향만으로 다양한 이미지 표현하는 신기술 선보여] 스마트폰에서 TV, 그리고 신용카드까지 우리 일상에서 빛을 다루는 기술이 모두 홀로그램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기술의 한계로 한 화면에 여러 이미지를 담기 어려웠고, 화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팀이 머리카락보다 100배 이상 얇은 메타표면에 최대 36개의 선명한 이미지를 담아내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재료과학과 나노 분야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메타표면(Metasurface)'이라는 특별한 나노 구조다. 머리카락 굵기의 수백 분의 1 수준으로 얇은 메타표면은 빛이 지나갈 때 그 빛의 특성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연구팀은 단단하면서도 빛을 잘 통과시키는 ‘실리콘 질화물’을 사용해 원자(atom)만큼 작은 나노미터(nm) 크기 기둥을 만들었다. 이 기둥들은 ‘메타원자’이라 불리며, 메타표면에서 빛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이 기술에서 주목할 점은 빛의 색(파장)과 회전 방향(스핀)에 따라 전혀 다른 이미지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빨간색 빛을 왼쪽으로 회전시키면 사과 이미지가, 오른쪽으로 회전시키면 자동차 이미지가 보인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가시광선 영역에서는 20nm 간격으로 36개의 이미지를, 가시광선부터 근적외선 영역에서는 8개의 이미지를 하나의 메타표면으로 표현했다. 특히, 이 기술은 설계와 제작이 단순할 뿐만 아니라, 이미지 품질도 높일 수 있다. 기존의 문제점인 이미지 간 간섭과 배경 잡음을 '잡음 억제' 알고리즘으로 해결해 화질을 더욱 또렷하고 각 그림이 서로 간섭하지 않도록 개선했다. 노준석 교수는 “스핀과 파장 정보를 단일 위상 최적화 과정으로 다중화하고, 이를 낮은 노이즈와 높은 이미지 품질로 구현해 낸 첫 사례”라며, “이 기술은 대량 생산과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 초고용량 광 데이터 저장, 암호화 시스템, 다중 이미지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광학 응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라는 말을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POSCO홀딩스 N.EX.T Impact 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아사업 지원을 받았다. DOI: https://doi.org/10.1002/advs.202504634
IT융합/기계/전자/융합 박성민 교수팀, “신경에 귀 기울이다” 배뇨장애 치료, 이제는 ‘맞춤 자극’ 시대
[POSTECH·한양대 공동 연구팀, 경골신경자극 통해 배뇨장애 잡는 첨단 기술 개발] 소변을 자주 보거나 배변이 잘되지 않는 증상처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배뇨·배변 장애는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문제를 부끄러워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신경계 질환과 관련된 심각한 건강 문제일 수 있어, 조기에 진단받고 꾸준한 치료를 받는 전문적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이러한 배뇨장애를 보다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신경조절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학계의 주목을 받으며,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2일 게재됐다. 과민성 방광 질환은 화장실을 너무 자주 가거나, 소변이 마려울 때 참지 못하고 급하게 소변을 보거나, 소변을 보려 해도 잘 나오지 않는 등 여러 증상으로 나타난다. 흔히 ‘요실금’이라 불리는 가벼운 증상부터 심각한 배뇨 장애까지 범위가 넓으며, 특히 고령층에서 더욱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배뇨장애의 치료법 중 하나로 최근 떠오르는 것이 ‘신경조절술’이다. 이는 방광 기능을 조절하는 특정 신경에 미세한 전기 자극을 줘 증상을 완화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기존 치료는 자극의 강도나 방식이 의료진의 경험이나 환자의 주관적 반응에 의존하다 보니, 치료 효과가 들쭉날쭉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POSTECH·한양대 공동 연구팀은 신경이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외부 자극에 실제로 얼마나 반응하는지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의 핵심은 ‘유발복합활동전위(이하 ECAP)*1 ’라는 생체 신호를 활용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신경에 전기 자극을 줄 때 신경의 반응을 신호로 듣고, 감지된 신경신호에 따라 자극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지휘자가 오케스트라의 미세한 음색 변화를 듣고 템포를 조율하듯, 신경 반응에 따라 ‘딱 맞는’ 자극을 줄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를 통해 환자 개개인마다 각자의 신경 자극 정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개인에 알맞은 자극의 강도나 방식으로 배뇨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이를 구현하기 위해 몸속에 삽입할 수 있는 특수 전극을 포함한 소형기기를 개발했다. 해당 장치를 다리의 경골신경에 연결해 과민성 방광 증상을 보이는 동물 모델에 적용한 결과, 증상이 효과적으로 조절되는 것을 확인했다. 기존에는 자극에 따라 발이 떨리는 정도를 관찰해 자극의 세기를 조절했다면, 이번 연구에서는 신경 자체의 반응 신호를 직접 측정함으로써 보다 정밀하게 자극을 조절하는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이 기술은 환자마다 다른 신경 상태에 맞춰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의료진이 경험을 통해 자극을 정성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환자 신경이 보내는 신호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가장 효과적인 자극 강도를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박성민 교수는 “배뇨·배변 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들이 더 독립적이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매우 실용적인 기술"이라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강조했다. 박성민 교수는 과거 글로벌 전자의료기기 선도기업인 메드트로닉(Medtronic)에서 MRI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이식형 심장박동기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신경조절 및 이식형 의료기기 분야에서의 경험을 쌓은 바 있다. 그는, ”ECAP 신호는 대부분의 말초신경에서 쉽게 측정할 수 있어 배뇨장애뿐 아니라 다양한 만성 신경질환 치료에도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러한 기술은 최근 의료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다양한 신경조절술과도 잘 어울려, 실제 임상 적용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나노및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어사업,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5-59436-4 1. 유발복합활동전위(ECAP): 신경자극을 가했을 때 다수의 신경 섬유들이 동시에 반응하면서 생성되는 신경신호로, 신경의 활성화 여부와 자극의 효과를 분석할 수 있는 전기생리학적 지표다.
생명 구본경 겸직교수팀, ‘박쥐 유사장기(오가노이드)’로 미래 팬데믹 막는다
[IBS 바이러스기초연구소·유전체교정연구단 공동연구, 세계 최대 감염병 생체모델 구축] [신·변종 바이러스 조기 탐색과 치료제 연구 활용 기대, 국제적 학술지 Science 게재] 신·변종 바이러스와 미래 팬데믹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실험모델이 구축됐다. 기초과학연구원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최영기 소장과 유전체 교정 연구단 구본경 단장(POSTECH 생명과학과 겸직교수) 공동 연구진이 한국에 서식하는 박쥐에서 유래한 장기 오가노이드*1 를 성공적으로 구축하여 바이러스 감염 특성과 면역 반응을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감염병 분야 기초 연구를 수행하는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와 유전체 교정 기술을 기반으로 오가노이드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유전체 교정 연구단의 다학제적 협력으로 이루어졌으며,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IF 44.7)에 5월 16일 게재됐다. 감염병의 약 75%는 동물로부터 유래하는데, 특히 박쥐는 사스코로나-2(SARS-Cov-2), 메르스코로나(MERS-CoV), 에볼라, 니파 등 다수의 고위험 인수공통바이러스*2 의 자연 숙주로 알려져 있다. 박쥐 유래 신·변종 바이러스가 고위험 전염병이나 팬데믹을 유발할 잠재적 위협이 되는 이유다. 이에 따라 박쥐 유래 바이러스의 증식 및 전파 특성을 조기에 규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연구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현재 박쥐 유래 바이러스 연구를 위한 생체 모델은 극히 제한적이다. 실제로 기존 생체 모델 대부분은 일반 세포주 또는 열대 과일박쥐 일부 종에서 얻은 단일 장기 조직 오가노이드에 한정되어 있어 다양한 박쥐 종과 조직 특성을 반영한 생체 모델은 부재한 상황이다. 이에 IBS 연구진은 한국을 비롯해 동북아시아 및 유럽에 널리 서식하는 식충성 박쥐인 애기박쥐과(Vespertilionidae) 및 관박쥐과(Rhinolophidae) 박쥐 5종으로부터 기도, 폐, 신장, 소장의 다조직 오가노이드 생체 모델을 구축하고 박쥐 유래 바이러스 연구의 새로운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다. 연구진은 새롭게 구축한 박쥐 오가노이드를 활용하여, 코로나(SARS-Cov-2, MERS-CoV), 인플루엔자, 한타 등 박쥐 유래 인수공통바이러스의 특이적 감염 양상과 증식 특성을 규명했다. 이들 고위험 바이러스들은 각각 특정 박쥐 종과 장기에서만 감염되거나 증식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특히 한타바이러스는 박쥐 신장 오가노이드에서 효과적으로 증식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결과는 박쥐 신장 오가노이드가 한타바이러스의 감염 특성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감염 모델로 활용될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 또한 연구진은 박쥐 오가노이드에 다양한 인수공통바이러스를 감염시켜, 박쥐의 종과 장기,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나타나는 선천성 면역 반응*3 을 정량적으로 확인했다. 그 결과, 동일한 바이러스라도 박쥐의 종이나 감염된 장기에 따라 면역 반응의 강도와 양상이 뚜렷이 달랐다. 이는 박쥐가 다양한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 메커니즘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다양한 인수공통바이러스의 자연 숙주가 될 수 있는 생물학적 배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나아가, 박쥐 오가노이드가 바이러스-면역 상호작용을 규명할 수 있는 중요한 연구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연구진은 야생 박쥐의 분변 샘플에서 두 종류의 변종 바이러스를 찾아내고, 이를 배양하여 분리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포유류 오르토레오바이러스(MRV)와 파라믹소바이러스(Paramyxovirus) 계열의 샤브 유사(ShaV-like) 바이러스가 그것이다. 특히 샤브 유사 바이러스는 기존의 일반적인 세포 배양 방식에서는 증식되지 않았지만, 박쥐 오가노이드에서는 효과적으로 증식됐다. 이는 박쥐 오가노이드가 실제 박쥐 장기 환경을 매우 유사하게 구현해, 기존 세포 모델보다 더 높은 생리적 재현성과 민감성을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울러, 연구진은 기존 3차원 박쥐 오가노이드를 2차원 배양 방식으로 개량해, 고속 항바이러스제 스크리닝에 적합한 실험 플랫폼으로 확장했다. 3차원 오가노이드는 모양과 크기가 균일하지 않아 자동화된 실험이 어렵고, 분석과 평가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 반해, 연구진이 개발한 2차원 플랫폼은 오가노이드 유래 세포를 평평한 배양판에 펼쳐 균일한 세포층을 형성하고 있어 실험이 용이하고 분석이 빠르다. 연구진은 이 플랫폼을 활용해 분리한 박쥐 유래 변종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렘데시비르(Remdesivir) 등 항바이러스제의 효과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결과, 기존 세포주 시스템보다 감염 억제 효과를 더 민감하고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박쥐 오가노이드가 신·변종 바이러스의 감염성 평가와 치료제 선별에 모두 활용 가능한 생리학적 모델로 기능할 수 있음을 실증했다. 연구를 주도한 김현준 선임연구원은 “이번 플랫폼을 통해 그동안 세포주 기반 모델로는 어려웠던 바이러스 분리, 감염 분석, 약물 반응 평가를 한 번에 수행할 수 있게 됐다”라며, “실제 자연 숙주에 가까운 환경에서 병원체를 실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감염병 대응 연구의 정밀성과 실효성을 크게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구본경 단장은 “이번 연구는 실제 박쥐 장기의 생물학적 환경을 실험실에서 구현해 낸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며, “특히 바이러스에 대한 박쥐 조직의 감염 반응을 정량적으로 추적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인수공통감염병의 병리 메커니즘 연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영기 소장은 “이번에 구축한 세계 최대 규모의 박쥐 오가노이드는 글로벌 감염병 연구자들에게 표준화된 박쥐 모델을 제공하는 바이오뱅크(Biobank) 자원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라며, “박쥐 유래 신·변종 바이러스 감시(surveillance) 및 팬데믹 대비(pandemic preparedness)에 기여할 수 있는 핵심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21년 설립된 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는 국가 감염병 분야 기초연구 거점기관으로, 바이러스의 발병・전파부터 감염・면역, 분석・대응까지 국가 바이러스 연구 역량을 확충하고 기관간 협력 확대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출처: IBS 기초과학연구원 1. 오가노이드(organoid): 성체 및 배아 줄기세포를 실험실 환경에서 분화하여, 장기의 세포 구성 및 기능을 모방한 3차원의 장기유사체. 2. 인수공통바이러스(zoonotic virus): 사람과 동물 사이를 오가며 전파될 수 있는 바이러스로, 인수공통감염병의 주요 원인 병원체에 해당 3. 선천성 면역 반응(innate immune response): 병원체 감염 시 특정 병원체를 구분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작동하는 면역 반응.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서 분비된 신호물질 ‘인터페론’을 통해 주변 세포에 항바이러스 신호를 전달하여 바이러스의 증식 및 전파를 억제.
신소재/반도체 최시영 교수팀, 자연의 비밀로 초소형 메모리 시대 열다
[POSTECH·부산대·성균관대, 광물 구조를 모방해 '원자보다 작은' 강유전 도메인 구현] 신소재공학과·반도체공학과 최시영 교수 연구팀은 부산대 이재광 교수, 통합과정 진영록 씨, 성균관대 최우석 교수팀과의 연구를 통해 자연 광물인 브라운밀러라이트(Brownmillerite)*1 에서 원자 크기보다 작은 수준의 강유전 현상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머티리얼즈(Nature Materials)'에 현지시각으로 지난 20일 게재됐다. 스마트폰과 컴퓨터와 같은 전자기기의 메모리는 정보를 저장하는 최소 단위인 '도메인' 크기에 제한이 있다. 도메인이 작을수록 같은 공간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지만 도메인을 작게 줄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도메인을 구성하는 원자들은 주위 원자들과의 결합을 통해 집단적인 진동을 하기 때문에 도메인 크기의 한계를 줄여 초고밀도 메모리로의 응용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힌트를 자연에서 찾았다. 연구팀이 주목한 자연 광물인 브라운밀러라이트는 철(Fe) 원자와 산소(O) 원자가 만든 사면체 층(FeO₄), 팔면체 층(FeO₆)이 번갈아 쌓인 독특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마치 빵과 햄이 번갈아 쌓인 샌드위치처럼 생긴 구조다. 흥미로운 점은 이 구조에서 '포논 디커플링(phonon decoupling)*2 '이라는 특별한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포논은 원자 진동을 나타내는 개념인데, 일반적으로 원자들이 진동할 때는 주변 원자들도 함께 흔들리지만, 브라운밀러라이트에서는 사면체 층이 진동할 때 팔면체 층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 독특한 성질 덕분에, 전기장을 가했을 때 사면체 층에서만 도메인을 만들 수 있다. 연구팀은 SrFeO₂.₅와 CaFeO₂.₅라는 두 종류의 브라운밀러라이트 박막에서 뿐 아니라 CaFeO₂.₅ 단결정 등 다양한 형상의 브라운밀러라이트에서 동일한 현상을 확인하였다. 그 결과, 전기장이 사면체 층에만 영향을 미쳐 원자들의 위치가 바뀌었고, 팔면체 층은 변화하지 않았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이 구조를 활용한 강유전체 캐패시터와 박막 트랜지스터 소자까지 제작하며, 실제 작동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기존보다 수십 배 작고 빠른 메모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로 인해 스마트폰, 컴퓨터의 저장 용량과 속도는 크게 향상되며,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처럼 고속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기술들의 발전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최시영 교수는 "자연에서 찾은 지혜가 첨단 기술의 한계를 넘는 열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자연 현상이 풀리면 다양한 첨단 기술의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역량강화사업 (소재이미징해석연구센터), 과학 기술 정보 통신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기술 개발 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38/s41563-025-02233-7 1. 브라운밀러라이트(Brownmillerite): ABO2.5 화학식을 갖는 산화물로, 산소 사면체와 팔면체가 교대로 배열된 결정 구조다. 2. 포논 디커플링(Phonon decoupling) : 결정 구조 안에서 격자 진동이 서로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