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정 교수팀, “젤리냐 플라스틱이냐” 배터리 딜레마, 정밀 분자 설계로 깨부쉈다!
[박문정 교수팀, 빠르고 튼튼한 ‘초이온 고분자 전해질 개발’] 전기자동차부터 스마트폰까지 전자기기가 일상이 된 요즘, 더 안전하고 성능 좋은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응답하듯 최근 박문정 교수 연구팀이 배터리의 오랜 딜레마를 해결할 고분자 전해질 소재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재료과학 국제 저널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최근 게재됐다.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를 오가는 이온들의 흐름으로 전기를 만든다. 이때 이온의 지나갈 수 있도록 이동 통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전해질이다. 그런데, 현재 주로 쓰이는 액체 전해질은 누출과 화재의 위험이 있어 안전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고, 고체 고분자 전해질이 차세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기술적 딜레마가 있다. 쉽게 말해, ‘젤리’처럼 부드러운 전해질은 이온이 빠르게 흐르지만 쉽게 찢어지고, 반대로 ‘플라스틱’처럼 단단한 전해질은 튼튼하지만, 이온 이동이 느리다. 이처럼 이온 전도성과 기계적 강도를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고체 고분자 전해질 연구의 난제로 꼽혀왔다. POSTECH 연구팀은 이 딜레마를 분자 수준의 정밀한 설계를 통해 풀어냈다. 연구팀은 '폴리스티렌'에 이온의 이동을 돕는 '술폰산기'를 정확히 두 개씩 정해진 위치에 배치한 새로운 고분자 전해질(폴리스티렌 3,4-디술폰산, 이하 PSdi34S*1 )을 개발했다. 술폰산기를 포함한 고분자 전해질은 기존에 존재했지만 합성 과정에서 구조를 제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는데, 연구팀이 고분자 매 반복단위 마다 수소결합형성을 유도하여, 이온이 균일하게 근거리에서 전도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여기에 이온성 액체를 더하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이온과 고분자가 서로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고속도로(고분자) 위를 자동차(이온)가 막힘없이 질주하듯 고체 상태에서도 액체 상태처럼 이온이 빠르게 이동하는 ‘초이온 전도성’ 특성이 구현됐다. 이는 고체 고분자 전해질의 한계를 뛰어넘어 상용과 가능성을 크게 넓힌 중요한 성과다. 이 소재를 리튬-황 배터리의 전해질과 바인더(전극을 붙이는 접착제)에 적용한 결과, 기존보다 우수한 성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체 상태에서 높은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액체 전해질에 견줄 만큼 뛰어난 이온 이동성을 확보한 것이다. 성능과 안정성이라는 상반된 요소를 동시에 만족시킨 이번 연구는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문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초이온 전도성 고분자 소재 개발에 있어 새로운 전략적 방향을 제시했다”며, “차세대 배터리는 물론 에너지 저장 시스템 전반에 걸쳐 소재 설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선도연구센터, 나노및소재기술개발사업, H2NEXTROUND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02/adfm.202501998 1. PSdi34S(polystyrene 3,4,-disulfonic acid): 스타이렌 기반 주쇄 구조의 메타(meta)와 파라(para) 위치에 술폰산 관능기가 도입된 고분자.
신소재/반도체 김세영 교수팀, “전자, 돌아가지 말고 직진” AI 연산의 지름길 찾았다
[POSTECH·美IBM 연구팀, 차세대 인공지능 메모리 소자의 숨겨진 작동 원리 규명] AI(인공지능)가 점점 더 똑똑해지는 시대, 이 기술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들 지름길이 POSTECH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신소재공학과·반도체공학과 김세영 교수, 곽현정 박사 연구팀이 미국 IBM TJ Watson 연구소 오키 구나완(Oki Gunawan) 박사와 함께 차세대 인공지능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 전기화학 메모리 소자(이하 ECRAM*1 ) 작동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 국제 학술지 중 하나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AI가 발전하면서 데이터 처리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컴퓨터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와 연산을 수행하는 ‘프로세서’가 분리되어 있어, 두 장치 간 데이터 전송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인-메모리 컴퓨팅(In-Memory Computing)’이다. ‘인-메모리 컴퓨팅’ 기술은 말 그대로 메모리 내에서 연산이 가능해 데이터 이동 없이 빠르고 효율적인 작업이 가능하다. ECRAM는 이를 구현할 핵심 기술 중 하나다. ECRAM은 이온의 움직임을 통해 정보를 저장·처리하는데 마치 아날로그 방식처럼 연속적인 값을 저장할 수 있다. 그러나 복잡한 구조와 고저항성 산화물 소재로 인해 작동 원리를 명확히 이해하기 어려웠고, 이는 상용화의 큰 걸림돌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텅스텐 산화물을 사용하여 이 ECRAM를 ‘다중 단자 구조’로 제작하고, 극저온(–223℃, 50K)부터 상온(300K)까지 다양한 온도에서 내부의 전자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평행 쌍극자 홀 측정 기술*2 ’을 적용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ECRAM 내부 산소 결함이 약 0.1eV의 얕은 도너 준위를 형성하며, 전자가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일종의 ‘지름길’을 만든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관찰했다. ECRAM이 정보를 저장하고 전달할 때 단순히 전자의 양이 늘어나는 것뿐 아니라 전자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형성되었다. 이 메커니즘이 극저온에서도 유지된다는 점은 ECRAM의 안정성과 내구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발견이다. 김세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ECRAM 작동 원리를 다양한 온도에서 실험적으로 규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며,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같은 기기에서 AI가 더 빠르게 실행되고, 배터리 사용 시간도 더 길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민관공동투자반도체고급인력양성사업의 고집적 스토리지 클래스 메모리 및 딥러닝 가속기 구현을 위한 CMOS 공정 호환 고성능 ECRAM 개발 및 티키타카 알고리즘과 고성능 시냅스 소자의 co-optimization을 통한 뉴로모픽/인메모리 연산 칩 구현기술 개발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5-58004-0 1. ECRAM(Electrochemical Random-Access Memory): 전기화학적 랜덤 액세스 메모리로, 채널 내 이온 농도에 따라 컨덕티비티가 변화하며, 이를 아날로그 메모리 상태로 표현한다. 소스, 드레인, 게이트 3단자 구조로 되어 있어, 게이트에 전압을 인가하여 이온 이동을 제어하고, 소스와 드레인을 통해 채널 컨덕티비티를 읽는다. 2. 평행 쌍극자 홀 측정 기술(Parallel Dipole Line Hall System, PDL Hall 시스템): 두 개의 원통형 쌍극자 자석으로 구성된 홀 측정 시스템으로, 하나의 자석을 회전시키면 다른 하나가 자동으로 회전하게 되고, 두 개의 자기장을 중첩함으로써 강한 자기장을 생성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다.
박상기 교수·김태경 교수·김민성 교수 연구팀, 조현병, 뇌세포 분열의 비밀에서 실마리를 찾다
[POSTECH 연구진, 신경줄기세포 분열 이상으로 발생하는 '숨겨진 연결고리' 밝혀내] 생명과학과·융합대학원 박상기 교수, 김태경 교수, 김민성 교수 연구팀이 조현병 원인과 발병 과정에 관한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다. 이 연구는 조현병 조기 진단과 치료법 개발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며,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최근 게재됐다. 조현병은 전 세계 인구의 약 1%가 겪는 정신질환으로, 환자들은 현실 인식과 사회적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다. 최근 연구를 통해 대규모 유전체 연구에서 'AS3MT(Arsenite Methyltransferase)' 유전자가 조현병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이 유전자가 실제로 뇌에 미치는 영향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POSTECH 연구팀은 AS3MT 유전자의 특정 변이인 'AS3MTd2d3'에 주목했다. 이 변이가 있는 생쥐를 연구한 결과, 이들은 조현병 환자들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특징을 보였다. 뇌 속 공간(뇌실)이 비정상적으로 커지고,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 둔화하며, 사회적 상호작용이 감소하는 등 조현병의 대표적 증상들이 나타났다. 연구팀이 가장 주목한 것은 뇌 발달 과정에서 일어나는 '신경줄기세포의 분열 방식'이 교란된다는 점이었다. 정상적인 뇌 발달에서는 줄기세포가 균형 있게 분열하면서 뇌의 다양한 세포들을 만들어 내지만, AS3MTd2d3 변이가 있으면 이 균형이 무너진다. 특히 대뇌 피질의 상층부에 있어야 할 신경세포들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 이는 마치 건물을 지을 때 특정 층의 벽돌이 부족한 상황처럼 뇌의 설계도는 있지만 필요한 재료들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구조적 결함이 생기는 것과 같다. 또한, 연구팀은 AS3MTd2d3 단백질이 신경줄기세포의 '중심체'라는 구조물에 비정상적으로 달라붙어 세포 분열 방향을 교란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러한 현상은 실험실에서 배양한 인간의 뇌 유사 조직(오가노이드, organoid)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조현병이 단순한 '마음의 병'이 아니라, 태아기·유아기의 뇌 발달 과정에서 시작되는 생물학적 장애임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는 유전자 검사를 통한 고위험군 조기 발견이나 AS3MT를 표적으로 한 약물 개발 등 조현병 진단과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상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조현병의 생물학적 원인을 근본적으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조현병을 비롯한 다양한 뇌 발달 질환의 이해와 극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뇌과학 선도융합기술개발사업, 혁신연구센터 사업, 박사과정생 연구장려금 지원사업, 한국뇌연구원 기관고유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p8271
생명/융합 이윤태 교수팀, 케이메디허브 지원으로 신경내분비성 전립선암 치료 전략 제시
케이메디허브(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사장 박구선)가 지원한 포스텍 이윤태 교수팀의 전립선암 치료 관련 논문이 세계적 학술지 'PNAS' 최신호 게재됐다. 케이메디허브 전임상센터는 '혁신신약 기초기반기술 성과창출지원 사업'으로 이윤태 교수팀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물질 발굴 탐색을 지원해왔다. 이 교수팀은 'ETV5(과발현시 암세포 증식을 촉진하는 인자)' 저해제 개발을 통한 신경내분비성 전립선암(NEPC) 치료 기술 개발' 과제를 수행하며 케이메디허브의 지원을 받아 논문을 발표했다. 이번 성과는 AI 신약개발 기업 칼리시(Calici)의 AI 신약개발 플랫폼 '파마코-넷(Pharmaco-Net)' 활용이 주효했다. 칼리시 연구진은 단백질 3D 구조 정보를 기반으로 미 FDA 승인 약물 중 ETV5를 억제할 수 있는 최적 후보물질을 신속하게 스크리닝했다. 이 교수팀은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간질환 치료제로 사용되던 OCA(Obeticholic Acid)가 ETV5 DNA 결합 방해 및 암세포 성장 억제에 효과가 있음을 실험적으로 검증했다. 박구선 케이메디허브 이사장은 “이번 포스텍, 칼리시와의 협력 성과는 산·학·연과 유의미한 성과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한 값진 결실”이라고 말했다. 기사 출처: 전자신문
기계/융합 김기현 교수팀, 눈물막 유지하는 ‘결막 술잔세포’, 일반 광학 현미경으로 관찰 가능
[POSTECH·연세대·서울대병원 연구팀, 형광 표지 없이 눈 표면 세포 관찰하는 현미경 기술 개발] 기계공학과·융합대학원 김기현 교수 연구팀이 연세대 기계공학과 주철민 교수 연구팀, 서울대병원 안과 윤창호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눈 건강에 핵심적인 세포를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안과 분야 국제 학술지 The Ocular Surface 최신호에 게재됐다. 눈의 건조를 방지하려면 눈물막이 고르게 분포되어야 하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세포가 ‘결막 술잔세포(Conjunctival Goblet Cell)’다. 이 세포는 눈물막의 주요 성분인 점액(mucin)을 분비해 눈 표면을 촉촉하게 유지하고 외부 자극으로부터 눈을 보호한다. 술잔세포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점액 분비가 줄어 눈물막이 쉽게 붕괴되고, 이는 안구건조증이나 결막염 같은 안구표면질환에서 관찰된다. 따라서 이 세포의 상태를 정밀하게 관찰하는 것은 안구표면질환 진단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기존의 결막 술잔세포 관찰에는 연구팀이 개발해온 형광 영상법이 사용되었지만, 염색 과정이 필요하다는 제한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경사 후방조명 위상 현미경 (Oblique Back-illumination Microscopy, 이하 OBM)’ 기술을 새롭게 개발했다. OBM은 조명광을 현미경 주변에 위치 시키면 빛이 세포를 비스듬히 통과하고 세포는 그 빛을 굴절시켜 영상을 생성하는 방식이다. 형광 염색 없이도 조명 방식을 조절하면 일반 광학 현미경에서도 술잔세포를 직접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연구팀은 OBM 기술을 기존 형광 현미경과 결합해 실험을 진행했으며, 정상 쥐의 결막에서 OBM으로 관찰된 세포가 실제 술잔세포임을 형광 영상으로 확인해 기술의 정확성을 검증했다. 이어 연구팀은 고삼투압 환경에서 술잔세포의 반응을 관찰해, 건조 환경이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눈물양이 부족하면 삼투압이 증가하는데, 이를 모사하기 위해 연구팀은 고농도의 소금물을 쥐의 눈에 투여해 인위적으로 고삼투압 상태를 유도한 후 시간에 따른 세포의 변화를 관찰했다. 정상 술잔세포는 점액으로 가득 차 영상 측정값이 높게 나타났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액을 방출하면서 측정값이 크게 감소했다. 이처럼 건조 환경에서 술잔세포가 점액을 분비하며 크기가 줄어드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정량적으로 측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기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한 현미경 기술 개발을 넘어, 안구표면질환의 정밀 진단 가능성을 제시한 성과이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 사용 증가로 안구건조증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 안구건조증은 다원성 질환이어서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다. 이번에 개발한 결막 술잔세포 검사 기술은 정확한 진단과 효과적인 치료 전략 수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사업, 기초연구실, 그리고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 수행되었다. DOI: https://doi.org/10.1016/j.jtos.2025.01.009
화학/융합 장영태 교수팀, “암은 초록빛, 간은 붉은빛” 형광의 마법이 시작됐다
[POSTECH 장영태 교수팀, 색으로 간암 경계를 그리는 진단·수술 혁신 기술] 간은 영양소를 저장하고 해독 작용을 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간세포암은 이런 중요한 간을 공격하는 질병으로, 매년 많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POSTECH 연구팀이 간암을 더 정확하게 진단하고, 정확하게 제거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간암은 초기에 발견해 수술로 제거하는 것이 환자 생존율을 높이는 중요한 열쇠다. 그동안 MRI, CT 같은 영상 검사와 혈액 검사를 통해 간암을 진단해 왔으나 한계가 있었다. 특히, 수술할 때 암 조직과 정상 조직의 경계를 정확히 구분하기 어려워, 암 조직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거나 반대로 필요 이상의 건강한 조직까지 제거할 가능성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색깔로 간암을 찾아내는 특별한 방법을 찾았다. 연구팀은 8,000개가 넘는 형광 물질을 조사해 간암 세포에만 달라붙어 초록색 빛을 내는 'cLG(cancerous Liver Green)‘와 건강한 간세포에만 빨간색 빛을 내는 ’hLR(healthy Liver Red)‘을 찾아냈다. 이 두 물질을 함께 사용하면 간암 조직과 정상 조직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지도에서 국가별로 색을 다르게 칠해 경계를 보여주는 것과 비슷하다. 이 기술의 핵심은 각각의 형광 물질이 특정 표적을 찾아 달라붙도록 설계된 데 있다. 최신 유전자 기술과 열분석을 통해 연구팀은 cLG는 간암 세포에 풍부한 ’FATP2‘라는 지방산 운반 단백질과 결합하며, hLR은 건강한 간세포에 많은 ’SMPD1‘이라는 효소를 결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실험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두 형광 물질을 함께 활용하자 간암 조직과 정상 조직의 경계가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특히 기존 MRI나 CT로는 발견이 어려웠던 작은 크기의 초기 간암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장영태 교수는 "연구팀의 기술은 간암 진단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뿐만 아니라 수술 중 빛(형광)을 따라가며 암 조직만 정밀하게 제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혁신 기술“이라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이번 연구는 화학과·융합대학원 장영태 교수, 중국 린이대학(Linyi University) 밍 가오(Min Gao) 교수, 중국 난방과기대(Southern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크리스 순 헝 탄(Chris Soon Heng Tan) 교수, 순천대 약대 하형호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최근 ‘ACS 센트럴 사이언스(ACS Central Science)’에 게재됐다. 또,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 및 중국 국가 자연과학기금(NSFC)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21/acscentsci.4c01822
화학 박수진 교수팀, “충전은 더 빠르게, 수명은 더 길게” 배터리의 진화
[POSTECH-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나노 주석 입자와 하드카본으로 고출력·고에너지밀도 전극 구현] 전기차에서부터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까지 빠른 충전과 높은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배터리 기술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POSTECH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공동 연구팀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 음극 소재를 개발했다. 리튬이온전지에서 흔히 사용되는 흑연(graphite) 음극은 내구성은 뛰어나지만, 낮은 이론 용량과 느린 충·방전 속도가 한계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하드카본(hard carbon)’과 ‘주석’을 결합한 새로운 전극 설계 전략을 제안했다. ‘하드카본’은 탄소 원자들이 무질서하게 얽힌 구조로 내부에 크고 작은 통로가 많아 리튬이나 나트륨 이온의 이동이 쉬워 빠른 충전과 높은 에너지 저장이 가능하며, 구조적으로도 단단해 반복적인 충·방전에도 잘 견딘다. 하지만 주석과 결합할 때는 문제가 있었다. 주석 입자는 작을수록 충·방전 중 발생하는 부피 팽창이 줄어 안정성이 높아지지만, 주석의 낮은 녹는점(약 230°C) 탓에 매우 작은 입자로 만드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려웠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솔-젤(sol–gel) 공정과 열 환원 과정을 도입해, 수 나노미터 크기의 주석 입자를 하드카본 내부에 균일하게 분산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복합 구조의 특징은 단순한 물리적 결합을 넘어선 기능적 시너지다. 주석 나노입자는 활물질로 작용함과 동시에 하드카본 결정화를 유도하는 ‘촉매’ 역할도 수행한다. 덕분에 낮은 온도에서도 고결정질 카본이 형성되며, 충·방전 과정에서는 리튬 이온과의 반응을 통해 Sn–O(주석-산소) 결합을 재형성하여 배터리 용량을 더욱 높이는 데 기여한다. 개발된 전극은 리튬이온전지에서 20분 급속 충전 조건에서도 1,500사이클 이상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하며, 기존 흑연 음극 대비 약 1.5배 높은 부피 에너지 밀도를 기록했다. 고출력과 고에너지 특성을 동시에 구현하며, 수명 안정성까지 확보한 셈이다. 특히, 이번 전극은 리튬이온전지뿐만 아니라 나트륨이온전지에서도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나트륨 이온은 흑연이나 실리콘과의 전기화학 반응성이 낮아 기존 음극 소재와는 잘 반응하지 않지만, 하드카본-주석 나노 복합 구조는 나트륨 환경에서도 높은 안정성과 빠른 반응성을 유지해 다양한 전지 시스템에의 적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박수진 교수는 "차세대 고성능 배터리 개발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라며, ”전기차, 대규모 에너지저장시스템 등 응용 분야에서 활용이 기대된다“라는 말을 전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송규진 박사는 “고출력·고안정성·고에너지밀도를 동시에 구현 가능한 복합 전극개발과 나트륨이온전지로의 확장성은 이차전지 음극 시장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POSTECH 화학과 박수진 교수, 첨단재료과학부 최성호 박사, 화학과 한동엽 박사 연구팀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송규진 박사 연구팀과 함께 진행했으며, 나노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ACS 나노(ACS Nano)’에 최근 게재됐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DOI: https://doi.org/10.1021/acsnano.5c00528
POSTECH 임현석·서종철 교수 공동 연구팀, “물 만난 DNA-화합물 라이브러리” 신약 개발 연구의 게임체인저될까
[POSTECH, 기존 기술 한계 뛰어넘은 ‘NanoDEL’로 항암제·난치병 치료제 개발 속도↑] 화학과·첨단재료과학부·융합대학원 임현석 교수, 서종철 교수 공동 연구팀이 최근 신약 후보물질 발굴 속도를 혁신적으로 높일 수 있는 나노 기술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최근 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부표지(supplementary cover)로 선정됐다. 신약 개발 과정은 보통 하나의 화합물을 한 번에 검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수년 이상의 긴 시간이 걸린다. 최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DNA-암호화 라이브러리(DNA-encoded library, DEL)’ 기술은 개별 화합물이 고유한 암호화 DNA 태그와 연결된 형태로 수만, 수억 개의 화합물을 동시에 스크리닝할 수 있어 신약 후보물질 발굴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한계는 존재했다. DNA의 용해도 문제로 모든 반응이 반드시 물에서만 진행되어야 하고, DNA가 다양한 화학반응 조건에서 쉽게 손상되어 활용 가능한 반응이 극히 제한적이었다. 연구팀은 나노입자 표면에 DNA와 화합물을 결합해 새로운 플랫폼인 ‘NanoDEL (Nanoparticle-Based DNA-Encoded Library)’을 개발했다. 나노입자는 물뿐 아니라 유기용매에서도 안정적으로 분산될 수 있어 기존 라이브러리 기술로 불가능했던 ‘무수반응(moisture-sensitive reactions)*1 ’ 등 용매 종류에 상관없이 다양한 화학 반응을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다. 또, NanoDEL 기술은 DNA 손상 문제도 해결했다. 기존 기술에서는 DNA가 쉽게 손상되어 활용이 어려웠지만, 이번 기술에서는 한 나노입자에 여러 개의 DNA 태그를 부착함으로써 일부 DNA가 손상되더라도 남아 있는 태그를 통해 분석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백업 USB가 여러 개 있어 더욱 안정적인 데이터 분석이 가능해진 셈이다. 논문 제1저자인 왕희명 박사는 “NanoDEL 기술은 기존보다 100배 이상 다양한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구축할 수 있어 난치병 치료제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신약 후보물질 발굴 가능성을 크게 높일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전자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유전자암호화라이브러리 코어뱅크구축사업(사업단장: 한국화학연구원 허정녕 박사)의 재정적 지원으로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21/jacs.4c13487 1. 무수반응(moisture-sensitive reactions): 수분에 민감한 시약을 사용하는 화학 반응으로 신약 후보물질 합성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기존 DNA-암호화 라이브러리 기술은 수용액에서만 반응이 가능하여 무수반응을 구현할 수 없었다.
신소재 오승수·우성욱 교수 연구팀, 바이러스의 ‘약점’을 노린 혁신적 진단 센서 탄생
[POSTECH 연구팀, 모든 코로나 변이 감지 가능한 현장 진단 센서 기술 개발] 코로나바이러스의 끊임없는 변이로 기존 진단 기술의 한계가 드러나는 가운데, POSTECH·아산병원 공동연구팀이 협력하여 모든 주요 바이러스 변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혁신적인 진단 센서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신소재공학과 오승수 교수, 우성욱 교수, 이민종 박사팀과 아산병원 김성한 교수 연구팀이 함께 진행했으며, 분석화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바이오센서스 앤 바이오일렉트로닉스(Biosensors and Bioelectronic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확산 예방의 핵심은 감염자를 신속하게 식별하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계속해서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기존 진단법으로는 새로운 변이를 제때 감지할 수 없다. 기존 진단 기술은 바이러스 특정 부위를 인식하는 항체를 주로 활용하는데, 바이러스가 변이하면 이 항체가 더 이상 바이러스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새로운 변이가 나타날 때마다 새로운 진단 방법이 필요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바이러스의 약점에 주목했다. 바이러스가 체내로 침투하려면 반드시 우리 몸속에 있는 특정 수용체(이하 ACE2)와 결합해야 하는데, 이 결합 방식은 변이가 일어나도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활용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ACE2 수용체를 모방한 분자 인식 물질을 개발하고, 이 물질을 간편하고 휴대하기 쉬운 전기화학센서에 접목했다. 이 센서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사용 편의성이다. 기존의 PCR 검사나 신속 항원 검사 키트는 바이러스를 분해하는 복잡한 전처리 과정이 필요했지만, 연구팀이 개발한 센서는 환자의 침(타액)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현장 검사가 가능하다. 또한, 연구팀은 분자 인식 물질을 전극에 붙일 때 피라미드 모양의 DNA 나노구조체를 활용함으로써 센서의 정확도를 더욱 높였다. 바이러스를 잡을 그물망을 가장 효율적인 형태로 만든 셈이다. 아산병원 감염병관리센터와 함께 실제 코로나 환자의 침으로 진단시험을 진행한 결과, 연구팀의 센서는 오미크론을 포함한 지금까지의 주요 코로나바이러스 변이들을 매우 정확하게 감지했으며, 독감 등 다른 바이러스와도 확실히 구별되어 오진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승수 교수는 "계속해서 등장하는 코로나 변이에 대응할 수 있는 진단 기술로 새로운 변이에도 바로 사용할 수 있어 앞으로 감염병 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POSTECH 이민종 박사는 “이 기술을 이용해 코로나바이러스뿐 아니라 다른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변이에 대해서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센서 개발 연구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 산업통산자원부 한국산업기술기획 평가원의 시장주도형K-센서기술개발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한국연구재단의 STEAM연구사업,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기초과학연구역량강화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16/j.bios.2025.117311
신소재/친환경소재/기계 김형섭 교수팀, 극한 온도에서도 끄떡없는 슈퍼 금속 나왔다
[POSTECH 연구팀, -196 ℃~600 ℃ 강도와 유연성 유지하는 새로운 금속 소재 개발] 최근 신소재공학과·철강대학원·기계공학과 김형섭 교수 연구팀이 고온에서도, 저온에서도 우수한 성능을 유지하는 혁신적인 금속 소재를 개발해 우주·항공·자동차 산업의 주목을 모으고 있다. 이번 연구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머티리얼즈 리서치 레터스(Materials Research Letters)'에 게재됐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금속은 대부분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추운 겨울날 금속 문고리가 차갑게 느껴지고, 반대로 여름에는 뜨겁게 달궈지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로 인해 기존 금속 소재들은 특정한 온도 범위에서만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설계되어 넓은 온도 범위에서 안정적인 성능을 제공하는 소재는 거의 없었다. POSTECH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이퍼어댑터(Hyperadaptor)' 개념을 제안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니켈(Ni) 기반의 ‘고엔트로피 합금(High entropy alloy, 이하 HEA)*1 ’을 개발했다. 이 새로운 합금은 영하 196도(77K)부터 600도(873K)까지 넓은 온도 범위에서도 강도와 유연성을 거의 일정하게 유지한다는 점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합금의 비밀은 나노 크기의 L1₂ 석출상*2 ’이다. 이 물질은 합금 내부에 고르게 퍼져 있는 아주 미세한 입자로, 금속이 쉽게 찌그러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또, 금속이 변형될 때 내부 구조가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특성이 온도와 관계없이 일정하게 유지되어, 극한의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한다. 이 합금은 극한의 온도 변화가 일어나는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로켓이나 항공기 엔진처럼 짧은 시간에 급격한 온도 변화가 발생하는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해 안전성과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고, 자동차의 엔진이나 배기 시스템, 발전소의 터빈과 파이프라인 등 고온 부품이 필요한 분야에도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김형섭 교수는 “연구팀이 개발한 HEA는 기존 합금의 한계를 뛰어넘어 넓은 온도 범위에서 안정적인 성능을 제공하는 신개념 소재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하이퍼어댑터 개념은 극한 환경에서도 일관된 기계적 특성을 유지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현대자동차그룹의 지원을 받았다. DOI: https://doi.org/10.1080/21663831.2025.2457346 1. 고엔트로피 합금(HEA, High-Entropy Alloy): 기존의 전통적인 합금과 달리, 하나의 주 원소가 아닌 5개 이상의 원소가 유사한 원자비로 혼합된 합금을 의미한다. 이러한 조성으로 인해 높은 혼합 엔트로피를 가지며, 독특한 미세구조와 우수한 기계적 성질을 나타낸다. 2. L1₂ 석출상: FCC 기반 합금에서 생성되는 석출상으로,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질서 구조를 가지며 대표적으로 Ni₃Al, Ni₃Ti으로 나타난다. 전위의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방해하여 재료의 강도 및 연신율 향상에 기여하는 강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