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최창혁 교수팀, 양이온이 길러내는 ‘산업의 쌀’ 에틸렌
[POSTECH·KAIST 공동 연구팀, “전기이중층 양이온 종류·농도가 이산화탄소 전환 성공의 핵심 열쇠”] 무색(無色)의 기체 에틸렌이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는 에틸렌이 플라스틱과 비닐, 합성고무 등 다양한 석유화학 물질의 원료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석유 대신 이산화탄소로 에틸렌을 만드는 전기화학적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이 화제를 모았는데, 나아가 국내 연구팀이 전환 과정에 양이온이 미치는 영향을 샅샅이 밝혔다. 화학과 최창혁 교수·KAIST 화학과 김형준 교수 공동 연구팀은 전기이중층 내 리튬, 나트륨과 같은 알칼리금속 양이온의 종류와 농도에 따라 이산화탄소 환원반응의 활성이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기존에 양이온이 반응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관자로 알려져 있던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전기화학적 이산화탄소 환원반응은 이산화탄소와 물의 반응을 통해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생산 과정에서 탄소가 나오지 않고,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인 생산법으로 각광받는다. 실제 산업에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명확히 알려지지 않은 반응의 작동원리는 기술의 상용화에 걸림돌이 됐다. 연구팀은 양자 역학에 기반한 원자 수준의 계산화학적 시뮬레이션을 통해 촉매-전해질 계면 내 양이온과 반응물의 움직임을 이론적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양이온이 반응중간체*1인 이산화탄소와 직접 결합하며 반응을 촉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연구팀은 양이온의 농도에 따른 에틸렌 생산 속도를 측정, 양이온 농도와 생산 속도가 실제로도 비례함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전극 주변 전기이중층 내 양이온 농도를 증가시키기 위한 전극-전해질 계면 제어 기술을 추가적으로 확보하였으며, 고성능 에틸렌 생산에 성공하였다. 최창혁 교수는 “양이온과 반응중간체의 결합이 에틸렌 생산을 위한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의 핵심 작동원리임을 밝힌 결과”라며 “향후 본 기술의 산업화를 위한 핵심적인 접근법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연료전지·수전해 기술 등 다양한 에너지 산업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최근 게재된 이 연구는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사업, 한국연구재단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1. 반응 중간체 화학반응에서 반응물이 생성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
신소재 이종람 교수팀, ‘금속’ 괴롭히는 산화 반응 이용해 친환경 화합물 “펑펑”
[POSTECH·서울대 공동연구팀, 촉매의 이종 접합 구조와 이산화탄소 환원 효율 상관관계 규명] [“접합 계면에서 생기는 응력으로 포름산 전환 효율 극대화”] 귀걸이나 목걸이를 오래 보관하다 보면 거뭇하게 색이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금속이 산소에 닿으면 일어나는 산화 반응 때문이다. 이 산화 반응은 이산화탄소(CO2)를 유용한 연료로 바꿀 때 쓰이는 금속 촉매에서도 일어난다. 최근 국내 연구팀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산화 반응에 주목, 친환경 화합물인 ‘포름산’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신소재공학과 이종람 교수·통합과정 조원석 씨, 서울대 재료공학부 장호원 교수 공동연구팀은 비스무트(Bi) 촉매의 이종 접합(heterojunction) 계면에서 생기는 응력이 이산화탄소 환원 효율을 크게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전기화학적 이산화탄소 환원은 일반적으로 이산화탄소가 용해된 탄산염 수용액을 이용해 이뤄진다. 대부분 금속 물질로 만들어지는 촉매들은 수용액과 닿으면 일부가 산화물 또는 수화물로 바뀌기 마련이다. 금속과 금속-산화물이 뒤섞인 이종 접합 형태로 존재하는 것. 하지만 그간 이종 접합 구조가 이산화탄소 환원 효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전무했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비스무트 촉매가 탄산염 수용액 상에서 쉽게 꽃잎 모양의 금속-산화물 옥시탄산 비스무트((BiO)2CO3)로 바뀜을 확인했다. 이산화탄소 환원을 위해 이 물질에 일정 수준의 에너지를 가하면 꽃잎 모양은 유지하되, 다시 금속으로 되돌아간다. 이때 금속-산화물 일부가 남아 금속과 이종 접합 계면을 형성한다. 연구 결과, 결정 상수(lattice constant)가 서로 다른 두 물질의 계면에서 생기는 응력에 의해 이산화탄소를 포름산으로 전환하는 효율이 한층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식품가공, 보존제 등 다방면으로 활용되고 있는 포름산은 수소를 저장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어, 탄소중립의 ‘열쇠’로 여겨진다. 환원 과정에서 생기는 산화 반응과 촉매 효율의 상관관계를 밝힌 이 연구는 향후 다양한 촉매를 설계할 때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연구로 학계의 주목을 받는다. 이종람 교수는 “그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던 이종 접합 구조와 이산화탄소 환원 효율의 상관관계를 규명한 뜻깊은 성과”라며 “이산화탄소로 인해 일어난 다양한 생태적 문제를 해결하고 향후 탄소중립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 학술지 ‘에너지 앤 인바이러먼털 머터리얼즈(Energy & Environmental Materials)’에 최근 발표된 이 연구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화학 박수진 교수팀, 1회 충전으로 ‘630km’ 달리는 ‘이 배터리’는?
[POSTECH·UNIST 공동연구팀, 에너지밀도 극대화한 무(無)음극 배터리 개발…에너지 밀도 ‘40%’ 높여] 작년 한 해에만 국내 신규 등록 전기차가 ‘10만 대’를 돌파했다. 전 세계에서 이 같은 기록은 한국과 노르웨이 둘 뿐이다. 이제는 흔히 볼 수 있는 전기차의 배터리 수명과 충전 속도를 좌우하는 핵심 소재가 바로 ‘음극재’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음극재의 재료를 달리 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며 배터리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방법에 몰두하고 있다. 이 음극재를 아예 없앤다면? 화학과 박수진 교수·통합과정 조성진 연구팀은 UNIST(울산과학기술원, 총장 이용훈) 에너지화학공학과 서동화 교수·김동연 박사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로 1회 충전으로 오래 쓸 수 있는 무(無)음극 배터리를 개발했다. 이 배터리의 부피당 에너지 밀도는 977와트시/리터(Wh/L)로 상용화된 배터리(약 700Wh/L)보다 40% 높다. 한 번만 충전해도 630km를 달릴 수 있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배터리는 충전과 방전을 거듭할 때 리튬이온이 드나들면서 음극재의 구조를 바꾼다. 시간이 갈수록 배터리 용량이 줄어드는 이유다. 음극재 없이 음극 집전체만으로 충·방전이 가능하다면 배터리 용량을 결정짓는 에너지 밀도를 높일 것으로 여겨졌다. 다만 실제로는 음극의 부피가 크게 팽창하며 배터리 수명을 악화시킨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리튬을 안정적으로 저장하는 저장체가 음극에 존재하지 않아서다. 연구팀은 이온 전도성 기판을 더해 무음극 배터리를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카보네이트 용매 기반 액체 전해질에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기판은 음극 보호층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음극의 부피 팽창을 최소화하도록 돕는다. 연구 결과, 배터리는 카보네이트 용매 계열 전해질 환경에서 고용량(4.2 mAh cm−2), 고전류밀도(2.1 mA cm-2)로 오랫동안 높은 용량을 유지했다. 기판이 리튬을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음을 이론과 실험을 통해 검증하기도 했다. 나아가, 아지로다이트(Argyrodite) 계열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을 이용해 전고체*1 반쪽 전지*2를 구현해 더욱 눈길을 끈다. 이 또한 장기간 높은 용량을 유지함을 확인, ‘폭발하지 않는 배터리’의 상용화를 더욱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최근 게재된 이 연구는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및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1. 전고체 전지 전지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기존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차세대 배터리. 2. 반쪽 전지 산화 반응과 환원 반응이 일어나는 각 부분의 전지. 전지는 산화 반응과 환원 반응이 일어나는 부분을 염다리나 격막 등으로 분리, 전자가 도선을 통해 이동하도록 만든 장치다.
물리 이대수 교수팀, 1억분의 1m 위로 데이터 그리는 ‘마법의 펜’
[POSTECH·숭실대·서울대 공동연구팀, 뾰족한 탐침 ‘콕’ 찍어 나노미터 크기에 데이터 저장하는 방법 제시] [준안정 상태 물질 활용…기존 연구 대비 데이터 저장 용량 10배 높여] SNS 팔로워가 수만 명에 달하는 해외 예술가 ‘프랭크 홀젠버그(Frank Holzenburg)’는 생동감 넘치는 그림을 손톱보다 작은 크기로 그려 화제를 모았다. 종이 위에 작은 그림을 그리듯, 10나노미터(nm, 1nm=10억분의 1m)보다 작은 영역에 마음껏 데이터를 그릴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물리학과 이대수 교수, 숭실대 물리학과 박세영 교수, 서울대 IBS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 이지혜 박사 공동연구팀은 뾰족한 탐침으로 ‘콕’ 찍어 데이터를 빽빽하게 저장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약한 자극으로도 성질이 쉽게 바뀌는 준안정*1 상태의 물질을 이용한 성과다. 준안정 상태의 강유전체*2인 칼슘티타네이트(CaTiO₃) 박막은 탐침으로 살짝 누르기만 해도 물질의 분극*3 방향이 바뀐다. 100나노뉴턴(nN)의 아주 약한 힘이면 충분하다. 연구팀은 이 힘으로 분극 전환 영역의 너비를 10nm보다 작게 만드는 데 성공, 데이터 저장 용량을 획기적으로 높일 가능성을 찾았다. 영역의 크기를 작게 할수록 하나의 물질에 더 많은 데이터를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막 위에 탐침으로 데이터 저장 영역을 그려낸 결과, 저장 용량이 1테라비트(Tbit)/cm²까지 늘어났다. 다른 물질로 탐침 기반 저장 방법을 제시했던 기존 연구 결과(0.11Tbit/cm²)보다도 10배나 높다. 전기장을 이용한 데이터 저장법과 달리, 탐침을 이용한 방법은 적은 힘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소자에 가해지는 부담도 적다. 이 연구성과는 안정적이지 않은 준안정 상태에서 물질이 오히려 더 높은 성능을 낸다는 사실을 입증한 흥미로운 결과로 주목받는다. 향후 집적도와 효율을 높인 차세대 전자소자에 활용이 기대된다. 한편, 물리학계의 권위지 중 하나인 ‘피지컬리뷰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최근 게재된 이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 한국연구재단 선도연구센터, 기초과학연구소, 기초연구사업, 대학중점연구소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1. 준안정 어떤 물질이 다른 형태로 달라져야 할 온도에서 전이되지 아니하고 안정된 상태. 2. 강유전체 외부 전기장 없이도 스스로 분극을 가지는 재료로서 외부 전기장에 의해 분극의 방향이 바뀔 수 있는 물질. 3. 분극 유전체를 전기장 속에 놓았을 때 그 물체의 양끝에 양전하와 음전하가 대전되는 현상.
전자 최수석 교수팀, “당신의 건강은 무슨 색?”…건강·움직임 정보 색깔로 볼 수 있을까
[최수석 교수팀, 스트레처블 광 소자의 전기 조절 색 변화 원리 최초로 밝혀] [“전류 세기에 따라 달라지는 색 정확히 표현할 수 있어… 신축성 웨어러블 기기·차세대 디스플레이에 활용 기대↑”] 모든 사람의 공통적인 바람은 ‘건강한 삶’일 것이다. 최근 웨어러블 기기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심박수뿐만 아니라 심전도 등 다양한 건강 정보와 운동 상태 확인이 가능해지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건강·움직임 정보를 양호할 땐 ‘파란색’, 좋지 않을 땐 ‘빨간색’과 같이 색깔로 알아볼 수 있는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가 나온다면 어떨까? 전자전기공학과 최수석 교수·박사과정 신준혁 씨·석사과정 박지윤·한상현 씨 연구팀은 서울대 신소재공학과 선정윤 교수·박사과정 이윤혁 씨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전기를 가하면 색이 바뀌는 스트레처블 소자(stretchable)의 작용 원리를 최초로 밝혔다. 이를 활용하면 전류 세기를 조절해 소자의 색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유연하고 신축성 있는 스트레처블 소자는 독특한 특성 때문에 차세대 디스플레이나 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기술로 급부상하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 소자를 구성하는 나노입자의 색이 전기에 의해 바뀐다는 사실만 알려졌을 뿐, 원하는 색을 마음대로 표현할 수는 없었다. 계속해서 모양이 바뀌는 소자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려워 그 작용 원리가 밝혀지지 않았던 까닭이다. 연구팀은 움직이는 소자를 정확히 측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색 변화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 나노입자가 전기를 받으면 입자 간 거리가 바뀌면서 색이 달라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입자 간 거리를 계산하는 이론 모델을 세워, 원하는 색을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이 연구성과를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에 적용하면 다양한 색으로 건강 상태와 다양한 운동 동작 상태를 표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뿐만 아니라, 유연한 디스플레이나 위조 방지 센서·광학 센서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한편,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내부 표지(Inside Back Cover)로 최근 선정된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나노소재 기술개발사업과 산업통상자원부 디스플레이 혁신공정 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화공 이기라 교수팀, 흩어지는 빛에서 원하는 ‘색’만 뽑는다
[이기라 교수팀, 미(Mie) 산란 강하게 일으키는 구형 나노입자 대량 생산 기술 개발] [특정 파장의 빛만 반사…위조 방지 장치·라이다 센서에 활용 가능성 ↑] 하늘의 구름은 왜 하얗게 보일까? 우유는 왜 흰색일까? 이는 빛이 구름 속 물방울 또는 우유 속 기름방울과 만나 생기는 미 산란(Mie Scattering) 때문이다. 미 산란은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의 크기와 빛의 파장이 비슷할 때 일어나는 산란을 말한다. 입자의 크기를 일정하게 만들면 특정 파장의 빛만을 반사해 염료 없이도 특정한 색을 띠게 할 수 있다. 화학공학과 이기라 교수·고분자연구소 문정빈 박사 연구팀은 미 산란을 강하게 일으키는 구형 금속 산화물 나노입자의 대량 생산 기술을 개발했다. 입자의 크기를 조절해 반사되는 파장과 물질의 색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도 있다. 비정질*1 상태인 이산화티타늄(TiO2)에 열을 가하면 무질서하던 입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된다. 다만, 이때 이산화티타늄의 모양이 뾰족뾰족한 침상형 또는 평평한 판상형으로 바뀐다는 한계가 있었다. 물질에 들어 있는 탄소가 열에 의해 공기 중으로 흩어지며 모양이 흐트러지는 탓이다. 이러한 이산화티타늄에 빛을 쏘면 입자들이 제각기 다르게 산란하며 색이 흐리게 보였다. 어느 방향의 빛을 받아도 일정하게 미 산란을 일으키는 구형의 이산화티타늄이 필요했던 이유다. 연구팀은 이산화티타늄 나노입자에 열을 가해, 탄소가 포함된 구형 루타일(Rutile)*2 나노입자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이 입자는 빛의 굴절률이 매우 높아 미 산란을 강하게 일으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빛을 사방으로 반사하는 기존 물질과 달리, 특정 빛만 강하게 반사해 육안으로도 선명한 색을 볼 수 있었다. 이 연구성과는 향후 위조 방지 장치 또는 자율주행 자동차용 라이다(LiDAR) 센서의 성능과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술로 이목을 끈다. 입자가 가시광선과 근적외선 영역에서 파장에 따라 다른 색을 띠기 때문에, 특정 파장에서만 보이거나 특정 파장만을 검출하는 소재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국제 학술지 ‘케미스트리 오브 머터리얼스(Chemistry of Materials)’에 최근 게재된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한국도레이과학진흥재단, 삼성전자 산학협력과제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1. 비정질 원자 배열이 불규칙적으로 흩어진 비결정의 상태. 2. 루타일 이산화티타늄(TiO2)의 다형체(polymorph) 중 천연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형태의 광물.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됐으며, 가시광선 영역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결정 중 굴절률이 가장 높다.
IT융합·기계·전자 박성민 교수팀, 스마트폰 카메라로 내 몸 건강도 ‘찰칵!’
[박성민 교수팀, 일반 카메라 센서만으로 생체 신호 정확히 측정하는 알고리즘 개발] 일상에서 즐거운 순간을 기록해주는 스마트폰의 카메라. 이 카메라로 내 몸속 건강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어떨까? 국내 연구팀이 스마트폰의 카메라 센서로 생체 신호를 정확히 측정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별도의 센서 없이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손쉽게 혈압이나 혈관 나이를 측정하고, 다양한 생리학적 분석을 할 수 있다. 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 박성민 교수·IT융합공학과 베가 프라다나 라힘(Vega Pradana Rachim) 연구조교수·시스템생명공학부 박사과정 백진혁 씨 연구팀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김영수·김연호 전문연구원과의 공동연구로 스마트폰 카메라를 활용한 광혈류측정(PPG, Photoplethysmography) 신호 획득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본 알고리즘을 이용한 PPG 신호의 샘플링률은 일반 카메라 센서의 5배에 달해, 더욱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다. 심박수 측정에 주로 활용되는 PPG는 빛을 이용해 동맥에서 일어나는 혈관의 부피 변화를 기록하는 측정 방식으로 전용 센서가 필요하다. 센서의 LED를 피부에 쐈을 때 심장박동에 의한 혈관의 수축과 이완에 따라 빛의 반사율이 달라지는 원리를 이용한다. 빛을 피부에 직접 쏘기 때문에 스마트워치처럼 몸에 맞닿아 있는 웨어러블 기기에서 주로 활용된다. 최근 스마트폰용 이미지 센서가 발전하면서 PPG 센서와 같은 생체 신호 측정 전용 센서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웨어러블 기기에서만 가능했던 건강 수치 측정을 스마트폰으로 확대하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에는 구글이 특정 스마트폰에 내장된 카메라로 심박수와 호흡수를 측정하는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다만, 대부분의 스마트폰 센서는 샘플링 속도가 초당 30프레임(FPS, Frame Per Second)에 불과해 신호의 정확도가 높지 않았다. 단순한 맥박 모니터링 시스템에 적용할 수는 있지만, 혈압, 혈관 탄성 추정과 같은 PPG 신호에 기반한 다양한 생리학적 분석은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스마트폰 카메라의 롤링 셔터*1 현상을 활용해 신호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샘플링률이 낮은 이미지 센서 픽셀행에서 샘플링률이 높은 신호를 추출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한 것이다. 서로 다른 이미지 센서로 검증한 결과, 알고리즘을 활용한 PPG 신호의 샘플링률은 일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 연구성과는 생체 신호 획득의 신뢰성을 한층 높인 기술로 학계와 산업계의 주목을 동시에 받는다. 기술을 활용하면 별도의 PPG 전용 센서 없이도 일반적인 스마트폰 카메라만으로 임상에서 활용 가능한 수준의 높은 신뢰도를 갖는 PPG 신호의 추출이 가능해 보다 콤팩트한 구현을 허용하며, 따라서 스마트폰 기반 의료 모니터링 시스템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국제 학술지 ‘IEEE IoT(Internet of Things)’에 최근 게재된 이 연구는 삼성전자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1. 롤링 셔터 카메라의 이미지 캡처 방식 중 하나로, 한 번에 프레임 전체가 아닌 한 줄씩 캡처하는 방식.
기계 조동우 교수팀, 몸 밖에서 ‘전이성 암’ 모사해 맞춤의료 길 연다
[POSTECH·부산대 공동연구팀, 3D 바이오프린팅 기술 이용해 혈관·림프관 포함된 인공 암 모델 개발] [“환자에게서 채취한 세포로 암 모델 제작하면 맞춤형 치료 실현할 수 있어] 한산도대첩에서 이순신 장군은 일본군과 싸워 크게 승리를 거뒀다. 이는 주변의 지리적 환경을 파악하고 적군의 경로를 예측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다. 우리 몸의 ‘적’인 암도 전략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암의 미세환경뿐만 아니라, 주요 전이 경로인 혈관·림프관을 모사한 체외 암 모델을 이용해서다. 향후 환자에게서 채취한 세포로 암 모델을 제작하면 개인별 맞춤 암 치료를 실현할 수 있다. 기계공학과 조동우 교수·통합과정 조원우·안민준 씨, 부산대 의생명융합공학부 김병수 교수 공동연구팀은 인-배스(In-Bath) 3차원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전이성 흑색종 모델을 제작했다. 이 모델은 전이성 흑색종의 특성을 모사하는 암 스페로이드(Cancer Spheroid)*1를 인공 혈관·림프관 사이에 프린팅해 만들어졌다. 앞서 연구팀은 돼지유래 피부 조직을 탈세포화하여 만든 세포외기질 바이오잉크 배스(Bioink Bath) 안에 암 스페로이드를 바이오프린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크기의 암 스페로이드를 혈관과 함께 제작했다. 다만, 기존의 체외 암 모델에는 면역세포가 이동하는 통로이자 약물 내성에 영향을 미치는 림프관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최초로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통해 암 스페로이드와 혈관·림프관이 공존하는 전이성 암 모델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 개발된 모델에서 암세포의 침습·전이와 기질세포에 의한 약물 저항성 등 전이성 흑색종의 특징적인 현상이 관측됐다. 표적 치료(targeted therapy)에 사용되는 약물 조합을 적용하자 실제와 유사한 반응이 나타나기도 했다. 복잡한 체내 환경을 그대로 구현한 체외 암 모델을 이용하면 암을 더욱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환자마다 각기 다르게 나타나는 암의 진행과 치료제의 효과를 몸 밖에서 미리 확인할 수 있어, 항암 치료에 대한 환자의 부담도 줄어든다. 나아가, 개발된 암 모델에 면역세포를 적용하면 실제 암에서 일어나는 암세포와 면역세포의 상호작용과 이로 인한 면역반응 등을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최근 게재된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나노미래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과 신진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1. 스페로이드 3차원으로 배양된 세포의 원형집합체
환경 감종훈 교수팀, 한반도 가뭄의 ‘250년’ 기록을 파헤치다
[감종훈 교수팀, ‘자가교정 유효가뭄지수(scEDI)’ 개발…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의 강수량 기록 총망라해 비교·분석] [“가뭄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객관적으로 평가…향후 선제적 대응 기대”] 올해 극심한 가뭄과 폭염으로 많은 농민이 어려움을 겪었다. 사회·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일으키는 가뭄은 오늘날의 문제만은 아니다. 특히 벼농사 중심의 농업 사회였던 조선시대에는 가뭄이나 폭우에 더욱 민감해, 우리 선조들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환경공학부 감종훈 교수·환경연구소 박창균 연구원 연구팀은 ‘자가교정 유효가뭄지수(scEDI, self-calibrating effective drought index)’를 개발, 조선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약 250년에 달하는 강수량 기록을 비교·분석했다. 현재 가뭄의 강도를 파악하기 위해 사용되는 유효가뭄지수(EDI)는 일별로 가뭄 상태를 측정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최근 30년간의 일일 강수량 기록을 사용하기 때문에 설정 기간에 따라 지수의 값이 바뀐다는 한계가 있었다. 즉, 장기간의 값을 일관적으로 비교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자가교정 유효가뭄지수를 최초로 제안, 이 지수로 1777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 지역에서 관측된 일일 강수량을 분석했다. 시간 경과에 따른 지수 변동을 자동으로 보정하는 자가교정 유효가뭄지수를 사용하면 일관적으로 가뭄의 발생빈도와 강도를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장기간의 역사가 기록된 조선왕조실록과 측우기를 통한 일별 강수량 기록이 활용돼 눈길을 끈다. 유례없는 우리 선조들의 자세한 역사 기록의 가치를 입증한 것이다. 조선시대 기록과 현대 온라인 정보 검색 활동량 자료를 비교한 결과, 조선시대가 현대보다 가뭄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의 조선시대 기록과 현대의 가뭄에 대한 관심 급증은 각각 가뭄 강도가 중간 정도(-1.4 scEDI)와 심각한 정도(-2.0 scEDI)일 때 발견됐다. 이는 사회구조의 변화에 따라 가뭄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변화한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는 결과다. 가뭄의 영향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이 지수는 향후 사회적 가뭄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도구로써 활용이 기대된다. 감종훈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제안된 자가교정 유효가뭄지수는 각 시대 기후 맞춤형 가뭄 지수로, 통계적으로 일관성 있는 가뭄 특징(심도, 기간, 강도)을 탐지·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물리적인 기상학적, 농업적, 그리고 수문학적 가뭄과는 달리 지금까지 연구가 어려웠던 사회적 가뭄에 대한 새로운 연구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라며 “가뭄의 사회적 영향과 대응 패턴을 함께 이해함으로써 한국 대중 사회가 가뭄에 선제 대응할 수 있는 행동 방안들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하이드롤로지(Journal of Hydrology)’에 최근 게재됐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세종과학펠로우십사업·중견연구 사업,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실측기반 가뭄영향평가 및 대응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화학 장영태 교수팀, “내 세포는 얼마나 뜨거울까?”
[韓·日 공동연구팀, 세포 소기관별 온도 빛으로 볼 수 있는 형광 온도계 개발] 회사에서 팀마다 각기 다른 업무를 처리하듯이, 세포에서도 여러 소기관이 각자 맡은 역할을 쉴새 없이 해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세포 소기관의 온도가 미세하게 변화하는데,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세포 속 변화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한국과 일본 공동연구팀이 이처럼 미세한 소기관별 온도 변화를 빛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화학과 장영태 교수(기초과학연구원(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 부단장)·IBS 샤오 리우(Xiao Liu) 박사 연구팀은 일본 카나자와대(Kanazawa) 사토시 아라이(Satoshi Arai) 교수·타케루 야마자키(Takeru Yamazaki) 학생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세포 소기관별 형광 온도계를 개발했다. 이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머터리얼즈 투데이 바이오(Materials Today Bio)’에 최근 게재됐다. 세포 반응과 밀접하게 연관된 세포기관의 온도 변화는 복잡한 세포를 이해하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다만, 각기 다른 세포 소기관의 미세한 온도 변화를 알기 위해선 세포 소기관별 온도계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앞서 형광 온도계가 개발됐지만, 한두 가지의 세포기관에만 적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형광 온도계로 세포막, 핵, 골지체, 소포체, 미토콘드리아, 지방방울, 리소좀을 망라하는 거의 모든 세포기관의 온도 변화를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다. 한겨울에도 체온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갈색 지방세포 속 미토콘드리아나 소포체 등 다양한 세포 소기관의 온도를 정량적으로 영상화할 수도 있었다. 이 연구성과는 대부분의 세포 소기관에 적용할 수 있는 최초의 소형 분자 형광 온도계 팔레트로 주목을 받는다. 이를 토대로 향후 새로운 형광 온도계를 개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열생물학에 대한 이해를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 연구는 IBS, 일본과학기술진흥기구, 일본학술진흥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성과를 POSTECH·IBS·카나자와대 대학 간 특허로 출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