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공 이효민 교수팀, ‘오염 제로’ 열교환기로 에어컨 청소 걱정 던다
[POSTECH·삼성전자 종합기술원 공동연구팀, 실리카 나노입자 덧씌워 열교환기의 윤활액 코팅의 지속성 대폭 향상] 여러 해 동안 유난히 더운 여름이 이어지면서 이제 에어컨은 필수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에어컨을 사용할 때는 주기적인 청소가 필요한데, 이는 공기에 포함된 먼지나 미생물에 의해 열교환기의 표면이 쉽게 오염되기 때문이다. 오염되면 열이 잘 전달되지 않아 에너지 소비량이 늘어나는 데다가 오염된 공기가 순환하며 심혈관 또는 폐 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 화학공학과 이효민 교수·통합과정 류민 씨 연구팀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강진규·최형우 박사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쉽게 ‘오염되지 않는’ 열교환기를 개발했다. 열교환기에 적용된 윤활액 코팅의 지속성을 크게 높인 이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최근 게재됐다. 일반적으로는 열교환기의 표면을 젖지 않게 해 오염물이 달라붙지 않도록 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사용된다. 이 중에서도 최근 각광받고 있는 윤활액 코팅의 경우, 윤활액의 지속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기저 기판의 산성비에 의한 부식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어렵다는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윤활액에 실리카(Silica) 나노입자층을 덧씌워 이러한 한계를 극복했다. 그 결과, 나노입자층이 윤활액을 붙잡으며 지속성이 크게 향상되어 열교환 성능의 윤활액 손실로 인한 성능 저하 문제를 해결하였다. 이 열교환기는 실리카 나노입자층과 윤활액으로 인해 외부 충격에도 안정적으로 구동했다. 또한, 먼지나 기름에 의해 쉽게 더러워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항균성과 내산성 역시 뛰어났다. 에어컨, 냉장고, 의류건조기 등에 사용되는 열교환기의 에너지 소모와 유지보수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이 연구성과는 가전제품을 비롯한 산업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이효민 교수는 “이 기술은 학문적 가치가 높을 뿐만 아니라 열교환기 전반에 적용할 수 있어 상업적으로도 활용 가치가 높다”고 했으며, 류민 씨는 “이번 연구에서 윤활액이 담긴 열교환기 표면의 장기 지속성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우수신진연구사업·전략형국제공동연구사업· 기초연구실사업, 삼성전자 산학협력과제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신소재 김연수 교수팀, 몸속에서도 전기 통하는 ‘특별한’ 하이드로겔로 신경 조절한다
[POSTECH·케이메디허브 공동연구팀, 신경에 도포할 수 있는 전기 전도성 하이드로겔 개발] [“쥐 좌골 신경에 이식 후 저전류 전기 자극 가해 신경 조절 성공”] 우리 몸의 중심에서 여러 기관을 통제하는 신경에 이상이 생기면 몸을 움직이거나 감각을 느끼기 어려워진다. 이러한 신경을 조절하면 우울과 같은 정신적인 문제나 통증을 개선할 수도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복잡한 신경을 미세하게 조절하기란 매우 까다롭다. 이러한 신경을 ‘특별한’ 하이드로겔로 조절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신소재공학과 김연수 교수·한임경 박사 연구팀은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케이메디허브) 송강일 박사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몸속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전기 전도성 하이드로겔을 개발했다. 이 하이드로겔은 뇌처럼 굴곡이 많은 생체 표면에 균일하게 도포할 수 있어 신경 조절에 더욱 유리하다. 신경 조절의 새 장을 연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최근 게재됐다. 최근 새로운 재료를 사용해, 몸속에 이식할 수 있는 유연한 전기 전도체를 개발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이 전기 전도체가 실제로 적용되기 위해선 전기 전도성이 높아야 할 뿐만 아니라 생체 조직과의 유사성, 낮은 독성, 접착력 등 갖춰야 할 조건이 많다. 다만, 이를 모두 만족시키는 전기 전도체를 개발하기는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그래핀 기반 하이드로겔을 개발했다. 마이크로웨이브*1를 쪼기만 하면 흑연의 박리와 양쪽 이온성 단량체(zwitterionic monomers)의 중합*2이 동시에 일어나, 손쉽게 하이드로겔을 만들 수 있다. 이 하이드로겔은 전기 전도성이 높은 데다가 물속에서도 우수한 접착력을 유지하고, 형태가 바뀌지 않는다는 게 특징이다. 하이드로겔의 점탄성이 생체 조직의 특성과 매우 비슷해 염증 반응이나 접촉으로 인한 손상을 최소화할 수도 있다. 연구 결과, 쥐의 좌골 신경에 하이드로겔을 이식하고 저전류 전기 자극을 주자 신경 조절이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C2C12 세포를 이용한 세포독성시험, 쥐 조직에 대한 생체적합성 시험, 조직학적 분석을 통해 생체에 무해함도 확인됐다. 김연수 교수는 “전기 전도성 하이드로겔의 개발로 생체 조직과 전자공학의 연계성을 크게 높였다”며 “생체 조직과 비슷한 신경 외 전극 재료로서 향후 차세대 생체 전자공학 분야에 활발하게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신진연구자사업과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1. 마이크로웨이브 전자기파 중 주파수가 0.3~300기가헤르츠(GHz) 영역에 해당하는 전자파. 2. 중합 2개 이상의 분자가 결합해 다른 화합물이 되는 변화.
화공 이기라 교수팀, 원하는 빛만 반사하는 만능거울 나왔다
[POSTECH·성균관대 교수팀, 초고굴절률 메타물질과 저굴절률 고분자 결합해 반사경 개발] [“가시광선·근적외선 영역에서 역대 최고 굴절률 기록…정밀 반도체 공정·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기술 적용 기대”] 하루에 꼭 한 번씩은 보게 되는 거울. 빛이 여러 방향으로 반사되는 원리에 의해 우리는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거울은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반도체 공정이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등의 최첨단 기술에도 사용되는데, 최근 원하는 빛만 ‘골라서’ 반사하는 만능거울이 나왔다. 화학공학과 이기라 교수 연구팀은 성균관대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권석준·유필진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초고굴절률 메타물질을 개발, 이 메타물질과 고분자를 결합한 반사경을 제작했다.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성질을 띠는 메타물질은 음(-)의 굴절률 또는 초고굴절률을 가지도록 설계할 수 있다. 다만 굴절률이 높은 메타물질은 아직 설계부터 제작까지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연구팀은 동그란 금 나노 입자를 조립해 1나노미터(nm, 10억 분의 1m) 간격으로 균일하게 배열된 메타물질을 개발했다. 입사하는 빛과의 상호작용이 극대화된 이 물질은 가시광선·근적외선 영역에서 최고 수준의 굴절률을 기록했다. 근적외선 영역에서의 굴절률은 무려 7.8에 이른다. 이러한 메타물질과 굴절률이 낮은 고분자층을 차곡차곡 쌓아 만든 반사경(distributed Bragg reflector, DBR)은 특정 파장을 강하게 반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아가, 연구팀은 극도로 높은 굴절률을 설명할 수 있는 플라스모닉 퍼콜레이션 모델(plasmonic percolation model) 이론을 세웠다. 기존 연구에서 설명할 수 없었던 메타물질의 초고굴절률을 이론적으로 설명함으로써, 향후 관련 연구 분야의 발전이 기대된다. 정밀한 반도체 공정이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기술 등에 활용될 수 있는 이번 연구성과에 학계와 산업계에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최근 게재된 이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과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신소재 손준우 교수팀, ‘징검다리’ 놓아 저전력 반도체 소자 실현한다
[손준우 교수팀, 반도체 소자 속에 백금 나노 입자 ‘쏙‘…소비전력 절반 ‘뚝’] [메모리 효과 ‘100만 배’ 연장…차세대 저전력 소자 활용 기대] 청계천에 가면 징검다리를 건너는 시민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천 양쪽의 길을 잇는 징검다리만 있으면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단 몇 걸음 만에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반도체 소자 속에도 이처럼 ‘징검다리’를 놓아 소비전력을 절반으로 ‘뚝’ 떨어뜨린 기술이 POSTECH 연구팀에 의해 나왔다. 신소재공학과 손준우 교수·조민국 박사 연구팀은 백금 나노 입자를 삽입해 산화물 반도체 소자의 스위칭 효율을 극대화했다. 이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최근 게재됐다. 임계 전압에 다다르면 물질의 상(Phase)이 절연체에서 금속으로 급격히 바뀌는 금속-절연체 상전이*1 산화물질은 저전력 반도체 소자를 실현할 수 있는 핵심 소재로 각광 받는다. 금속-절연체 상전이는 나노미터(nm, 10억 분의 1m) 단위의 아주 작은 절연체 부분들이 금속 부분으로 변하며 일어나는데, 반도체 소자의 스위칭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소자에 가해지는 전압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었다. 연구팀은 백금 나노 입자를 활용해 소자의 스위칭 효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소자에 전압을 가하자 전류가 이 입자를 ‘껑충껑충’ 통과하며 빠르게 상전이가 일어났다. 소자의 메모리 효과*2 또한 100만 배 이상 늘어났다. 일반적으로는 전압을 차단한 뒤에는 곧바로 전류가 흐르지 않는 절연체 상으로 바뀌는데, 이 시간이 100만분의 1초로 극히 짧았다. 하지만, 백금 나노 입자 부근에 남아 있는 잔류 금속 부분으로 인해, 비교적 낮은 전압으로 소자를 다시 작동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자의 선행 작동을 기억할 수 있는 ‘메모리’ 효과를 수 초까지 늘릴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 기술은 적은 전력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지능형 반도체 또는 뉴로모픽 반도체 소자 등 차세대 전자소자 개발에 필요한 핵심적인 기술로 기대를 모은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실사업, 중견연구사업, 차세대지능형반도체 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1. 상전이 물질이 온도, 압력, 외부 자기장 등 일정한 외적 조건에 따라 한 상에서 다른 상으로 바뀌는 현상 2. 메모리 효과 선행 작동전압보다 낮은 전압을 인가했을 때 전도성의 채널이 재연결하여 선행 작동을 기억하는 현상
기계·화공 노준석 교수팀, ‘거울 대칭 구조’로 저주파 소음 싹 잡는다
[노준석·이안나 교수팀, 카이랄 구조 이용해 저주파 진동 줄이는 방법 개발] ‘위잉위잉’ 울리는 저주파 진동. 큰 소리가 나지 않아 쉽게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한 번 인지하면 그 괴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나 최근에는 층간소음과 같은 저주파 진동을 지속적으로 들으면서 정신적인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노준석 교수·기계공학과 통합과정 박정훈 씨, 기계공학과 이안나 교수 연구팀은 카이랄 구조를 이용해 이러한 저주파 진동을 ‘싹’ 잡아내는 방법을 개발했다. 거울상 대칭구조라고도 불리는 카이랄 구조는 왼손과 오른손처럼 거울로 보면 대칭구조를 이루고 있지만 겹치지 않는 독특한 특성을 지닌다. 진동·소음 저감 시스템 개발뿐만 아니라 기계·건축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이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즈 피직스(Communications Physics)’에 최근 게재됐다. 구조물의 탄성파*1는 다양한 파동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때 생기는 모든 진동을 억제하는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특성을 지닌 ‘메타물질’로 진동을 줄이고자 한 기존의 연구 역시 한 종류의 진동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이러한 시스템은 초기에 의도하지 않았던 진동이 퍼질 때 오히려 그 진동을 증폭할 수 있다는 위험도 있었다. 연구팀은 특정 주파수대에서 퍼지는 모든 종류의 진동을 막는 데 성공했다. 카이랄 구조를 이용해 낮은 주파수에서 완전 밴드 갭(Band Gap)*2을 구현, 어떠한 진동이든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개발한 것이다. 노준석 교수는 “나노미터(nm, 10억분의 1m) 크기에서 연구된 메타물질의 활용 범위를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크기로 확장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향후 자동차나 항공기와 같은 기계 구조물, 건축물이나 토목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 글로벌프론티어사업, RLRC지역선도연구센터사업, 해양수산부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기관고유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1. 탄성파 탄성 매질 내에서 매질의 교란 상태 변화로 인해 에너지가 전달되는 파동으로, 그 예로는 음파, 수면파, 지진파 등이 있으며 역학적인 파동이라고도 한다. 2. 밴드 갭(Band Gap) 반도체와 절연체에서, 가전자대와 전도대 간에 있는 전자상태 밀도가 제로가 되는 에너지 영역. 탄성 구조에서는 탄성파가 통과하지 못하는 주파수 구역을 뜻함.
IT융합·기계 장진아 교수팀, ‘더 크게, 더 진짜같이’…인공장기의 미래는?
[장진아 교수팀, 3D 바이오프린팅 활용 인공장기 제작법 집대성] 3D 프린터로 ‘생생하게’ 움직이는 우리 몸속 장기를 만드는 기술은 어디까지 왔을까? 최근, 살아 있는 세포가 들어있는 바이오잉크로 인공조직을 만들어내는 바이오프린팅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인공조직을 조립하는 방법에 따라 더 큰 조직이나 인공장기를 만들 수 있어, 맞춤형 치료의 새로운 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 장진아 교수·시스템생명공학부 통합과정 조영권·황동규 씨 연구팀은 바이오프린팅을 활용한 인공장기 제작법을 집대성해, 국제 학술지 ‘트렌드 인 바이오테크놀로지(Trends in Biotechnology)’에 최근 발표했다. 장진아 교수는 3D 바이오프린팅을 활용한 인공장기 제작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는 연구자다. 앞서 발표된 기존의 연구들에서는 단일한 인공조직만을 만들 수 있거나, 제작된 인공조직의 크기가 매우 작다는 한계가 있었다. 실제 조직과 비슷한 기능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요소들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실제 조직과 유사한 인공조직을 만들 수 있는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정리하여 제시했다. 특히, ‘조립‘이라는 방법으로 크기의 한계를 뛰어넘은 인공장기의 제작 가능성을 열었다. 장진아 교수는 “바이오프린팅, 신소재, 줄기세포와 같은 기술과 접목하면 더욱 ‘진짜 같은’ 인공장기를 제작할 수 있다”며 “향후 로봇이나 인공지능(AI)과도 접목하여 더욱 정교하고 자동화된 인공장기 제작법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알키미스트프로젝트 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물리 박경덕 교수팀, 단일분자에 ‘이불 덮어’ 생명의 기원 밝힐 실마리 찾았다
[POSTECH·UNIST 공동연구팀, 세계 최초로 상온에서 1나노미터 단일분자 자세 변화 관측 성공] [“향후 난치병 원인·치료법 개발 연구에 적용 기대”] 약 1나노미터(nm, 10억분의 1m) 크기의 단일분자는 상온에서 매우 불안정하게 존재한다. 약 100nm 크기의 코로나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빠르게 확산되는 것을 생각하면 단일분자 관측이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할 수 있다. 최근 국내 연구팀이 단일분자 위에 얇은 절연층을 ‘이불 덮듯이’ 덮어 상온에서도 안정적으로 관측할 방법을 찾았다. 단일분자의 구체적인 모양새를 보고자 하는 화학자들의 오랜 꿈이 실현된 것이다. 물리학과 박경덕 교수·통합과정 강민구 씨 연구팀은 UNIST 화학과 서영덕 교수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상온에서 나타나는 단일분자의 자세 변화를 세계 최초로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물질의 기본단위인 분자 하나의 자세를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공기에 노출된 분자는 주변 환경과 수시로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고 끊임없이 움직인다. 이 때문에 ‘분자 지문’이라고 불리는 라만 산란*1 신호를 검출하기 매우 어렵고, 분자를 영하 200℃ 이하로 얼려 가까스로 신호를 검출하더라도 단일분자 고유의 특성을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금 박막을 입힌 기판 위에 단일분자를 올리고, 매우 얇은 산화알루미늄(Al2O3)층을 그 위에 이불처럼 덮어 ‘꽁꽁’ 묶었다. 금과 산화알루미늄 사이에 갇힌 분자는 주변 환경과 분리돼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데다가 움직임 또한 억제됐다. 이렇게 고정된 분자는 연구팀이 개발한 초고감도 탐침증강 나노현미경을 통해 관측됐다. 개발된 나노현미경을 이용하면 날카로운 금속 탐침의 광학 안테나 효과*2 덕택에 단일분자의 미세한 광신호도 정확히 검출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일반적인 광학현미경의 해상도 한계(약 500nm)를 훨씬 뛰어넘어 1nm 크기의 단일분자가 누워있는지 서 있는지의 자세 변화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강민구 씨는 “제임스웹 망원경이 가장 먼 곳을 관측하여 우주의 기원을 밝힌다면, 본 연구팀의 단일분자 현미경은 가장 작은 것을 관측하여 생명의 기원을 밝힐 수 있다”라고 기대했다. 이 연구성과는 난치병의 원인 파악과 치료법 개발의 실마리가 될 연구로 학계의 주목을 받는다.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이나 DNA의 분자 배향(Conformation)을 나노미터 수준까지 샅샅이 살펴볼 수 있어서다. 이뿐만 아니라 시료 위에 얇은 층을 덮는 방식이 매우 간단한 데다가 상온 또는 고온에서도 적용할 수 있어 그 응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한편, 본 연구는 UNIST 이근식 교수·엘함 올라이키(Elham Oleiki)·주희태 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김현우·엄태영 박사, POSTECH 물리학과 통합과정 구연정·이형우 씨 등이 참여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최근 게재된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1. 라만 산란 물질에 일정한 주파수의 빛을 조사한 경우, 분자 고유 진동이나 회전 에너지 또는 결정의 격자 진동 에너지만큼 달라진 주파수의 빛이 산란되는 현상. 이 산란광은 물질의 고유 특성으로, 분자의 분자 구조를 추론할 수 있다. 2. 광학 안테나 효과 전파를 효율적으로 수신하기 위해 뾰족한 안테나를 세우는 것처럼 전자기파에 해당하는 빛이 자신의 파장보다 작은 차원의 물체를 만나게 되면 그 주위에 빛이 집중되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이용하는 것이 광학 안테나 효과다.
화학 이인수 교수팀, ‘세포’처럼 촉매 반응도 정밀하게 조절한다
[이인수 교수팀, 자기 물질 촉매와 플라즈몬 촉매 합친 나노반응기 개발] [“단계별 촉매 반응을 원격으로 조절…95% 수율의 시남알데하이드 생성”] 우리가 가만히 있을 때도 몸속 세포는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세포에서는 다양한 화학반응이 잇달아 일어나는데, 반응의 각 단계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조절되면서 생명이 유지된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이러한 ‘세포’처럼 촉매 반응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이중 촉매를 개발했다. 화학과 이인수 교수·아미트 쿠마(Amit Kumar)·니티 쿠마리(Nitee Kumari) 연구조교수·석사과정 임종원 씨 연구팀은 자기 물질 촉매와 금속 촉매를 합친 나노반응기를 개발했다. 둘 이상의 촉매를 합친 나노반응기는 연속적인 촉매 반응을 일으켜 정밀한 화학물질의 합성을 돕는다. 다만 합성 과정에서 각 단계가 광범위한 온도와 압력에 의해 서로 영향을 받아, 반응 단계를 각각 조절하거나 부반응을 억제하기 매우 어려웠다. 연구팀은 자기 코어-촉매와 플라즈몬*1 껍질-촉매로 구성된 자기-플라즈몬 다중 모듈형 나노반응기를 개발했다. 나노반응기 중심에는 자기 물질이, 테두리에는 플라즈몬 껍질이 각각 자기장과 근적외선의 영향을 받아 선택적으로 촉매를 활성화한다. 열이나 압력을 가하지 않고도 원하는 곳에만 열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서로 다른 촉매의 간섭을 최소화해 부반응을 일으키지 않을뿐더러, 생물에도 해를 끼치지 않는다. 자기장과 근적외선을 이용해 원격으로 나노반응기를 조절한 결과, 단순한 출발물질들 사이의 원팟(one-pot) 연속반응을 통해서 높은 부가가치의 시남알데하이드(Cinnamaldehyde)를 95% 수율로 생산할 수 있었다. 이인수 교수는 “이 나노반응기를 이용하면 생물의 몸속에서 지금까지 합성할 수 없었던 복잡한 형태의 약물을 합성할 수 있다”며 “나아가 질병을 진단하는 동시에 치료하는 테라노시스(Theranostics) 분야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연구재단 리더연구자지원사업과 창의·도전연구 기반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진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나노 레터스(Lano Letters)’ 8월호 보충표지논문(Supplementary Cover)으로 실렸다. 1. 플라즈몬 금속 내의 자유전자가 집단적으로 진동하는 유사 입자.
기계·화공 노준석 교수팀, “어라, 들어갔나?” 얇디 얇은 렌즈로 내시경 불쾌감 확 줄인다
[한국·독일·호주 공동연구팀, 무색수차 초박막 메타렌즈와 결합한 메타 광섬유 개발] [“이미지 선명도 높이고, 부피 줄이고…내시경 불쾌감 해소 기대”] 종합건강검진을 할 때 빠질 수 없는 위 내시경 검사. 신체 내부를 관찰하기 위해선 몸속으로 카테터를 삽입해야 하는데, 이때 느껴지는 불쾌감과 통증 때문에 내시경 검사를 두려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빛을 전달하는 광섬유, 전달된 빛을 처리해 영상화하는 렌즈 등 여러 부품으로 구성된 카테터의 큰 부피가 통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노준석 교수·화학공학과 통합과정 장재혁 씨 연구팀은 독일 뮌헨대·예나대, 호주 모나쉬대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부피를 획기적으로 줄인 메타 광섬유를 개발했다. 이 메타 광섬유는 메타물질로 만든 초박막 메타렌즈를 광섬유 위에 구현해 만들어졌다. 내시경 검사 시 카테터 삽입의 불편함을 한층 덜어줄 수 있는 이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최근 게재됐다. 앞서, GRIN 렌즈*1나 볼 렌즈*2와 같은 특수 렌즈를 적용해 카테터의 성능을 높이고자 한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다만 이미지가 흐려지는 색수차*3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여러 개의 렌즈를 겹쳐야 했을뿐더러, 카테터의 부피 또한 작지 않았다. 연구팀은 색수차 보정이 가능한 메타렌즈를 이용해 부피와 색수차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고자 했다. 머리카락 1,000분의 1 두께의 나노구조체가 주기적으로 배열된 메타표면은 입사되는 빛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이 나노구조체를 잘 배열하면 빛을 한곳에 모으는 초박막 메타렌즈를 만들 수 있다. 특히, 연구팀은 무색수차 메타렌즈를 광섬유와 결합, 이미지를 선명히 볼 수 있으면서도 부피를 대폭 줄이는 데 성공했다. 노준석 교수는 “이 메타 광섬유는 근적외선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파장 영역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라며 “이 연구성과는 의료용 삽관용 카테터, 고해상도 이미지 센서, CCTV, 군용 탐지기, 휴대폰 카메라 렌즈 등에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는 포스코 산학연융합연구소, LG이노텍, 한국연구재단 한-독 협력 사업, 한-독 대학원생 하계연수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래융합기술파이오니어 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1. GRIN(Gradient-index) 렌즈 유리에 특정 굴절률 분포를 주어서 만든 렌즈. 우리 눈의 수정체도 GRIN 렌즈의 예시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2. 볼(Ball) 렌즈 구형의 형태로 제작된 렌즈로, 광섬유와의 결합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로 쓰인다. 3. 색수차 광학계가 파장에 따라 다른 굴절률 혹은 상의 위치 가질 때 생기는 수차. 색수차가 존재할 경우 넓은 파장영역에서 이미징을 하게 되면, 이미지가 뿌옇게 번지는 것처럼 왜곡이 일어난다.
생명 김경태 교수팀, 대사질환 잡는 단백질, 치매도 잡는다?
[POSTECH-노브메타파마 공동연구팀, PPAR 전사인자 활성화 물질 개발로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 가능성 열어] 몇 해 전 방영했던 인기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는 주인공이 등장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울렸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고령화 사회에서 발병률이 늘고 있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드라마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도 치매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의 경험담을 적잖이 들어볼 수 있다. 뚜렷한 원인을 모를뿐더러 치료제 역시 단순히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물로 여전히 환자와 그 가족은 많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 가운데 생명과학과 김경태 교수·박사과정 오은지 씨는 노브메타파마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페록시솜 증식체 활성화 수용체(PPAR, Peroxisome Proliferator Activated Receptor)*1를 활성화시키는 물질을 개발,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의 가능성을 열었다. 대사 조절 과정에 필요한 전사인자*2인 PPAR은 주로 대사 질환 치료의 표적 단백질로 여겨졌다. 뇌 조직에 비정상적인 단백질 응집체가 만들어지고, 만성 염증반응에 의해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는 인지 기능과 기억력이 점점 감소한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제3형 당뇨병으로 불리며 대사질환과의 연관성이 보고되기도 했다. 지방이 과하게 쌓여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면 대사 작용에 이상이 생기고 체내 만성 염증 또한 늘어난다. 이러한 현상이 노화와 함께 작용하면 뇌 조직에서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체의 형성을 가속화 해 신경세포를 손상시킨다는 것. 이에 연구팀은 비만이나 이상 지질 혈증, 당뇨의 치료 표적으로 연구됐던 PPAR에 주목했다. 컴퓨터 가상 스크리닝과 세포 기반 스크리닝 기법을 동시에 이용한 약물 개발 플랫폼으로 소분자 화합물을 개발하는 데 성공, 실제 PPAR 단백질과의 결합을 확인함으로써 PPAR의 활성 물질임을 입증했다. 이 화합물을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걸린 마우스 모델에 3개월간 경구투여한 결과, 치매로 인해 떨어진 기억력·인지 기능이 정상 마우스 모델만큼 회복된 것으로 조사됐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의 뇌 조직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아밀로이드 베타 응집체와 신경 교증 또한 줄어들었다. 또, 연구팀은 뇌 조직 내 면역세포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펩타이드로 인해 나타나는 만성 염증이 유의미하게 감소했으며, 노태영 교수팀의 도움으로 염증관련 유전자 발현이 억제되었음을 밝혔고, 경북대 약대 송임숙 교수팀에 의해 약물이 뇌-혈관 장벽을 투과해 뇌 조직으로 전달됐음을 확인했다. 김경태 교수는 “이 연구성과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향후 독성 검사와 구조-활성 관계(Structure-Activity Relationship) 분석을 통해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에 최적화된 약물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뉴로테라퓨틱스(Neurotherapeutics)’에 지난 2일 게재됐다. 1. 페록시솜 증식체 활성화 수용체(PPAR) 핵수용체의 한 종류로서 유전자의 전사조절부위에 결합하여 유전자발현을 조절하는 전사인자. 2. 전사인자 특정 유전자의 전사 조절 부위 DNA에 결합해 그 유전자의 전사를 활성화하거나 억제하는 전사 조절 단백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