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박문정 교수팀, ‘힘과 속도’ 두 마리 토끼 한 번에 잡는 인공 근육 나올까
[박문정·손창윤 교수팀, 기계적 강도·이온 전도도 동시에 높인 이종 관능기 고분자 전해질 개발] [“강한 힘 내면서도 반응 속도 빠른 인공 근육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어”] 미국의 액션 영화 ‘퍼시픽 림’을 보면 거대한 로봇 ‘예거’가 등장해 정체 모를 괴물로부터 인류를 구하기 위한 전투를 펼친다. 생체를 모방한 인공 근육이 탑재된 이 로봇은 강한 힘과 빠른 움직임으로 괴물을 무찌른다. 최근에는 이러한 예거와 같이 실제 로봇에도 인공 근육을 탑재하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아직 인공 근육에서 강한 힘과 빠른 속도를 동시에 구현할 수는 없었다. 액추에이터 구동의 핵심 소재인 고분자 전해질의 기계적 강도(힘)와 전도도(속도)가 상충되는 특성이기 때문이다. 화학과 박문정·손창윤 교수·루이양 왕 연구조교수 연구팀은 전하인력과 수소결합을 할 수 있는 서로 다른 관능기가 2옹스트롬(Å, 1Å=1,000만분의 1mm)의 거리에 위치한 신개념 고분자 전해질을 개발, 이러한 모순을 해결할 가능성을 열었다. 이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최근 게재됐다. 인공 근육은 로봇이 마치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팔과 다리를 움직이도록 하는 데 사용된다. 이 인공 근육의 구동을 위해서는 저전압 조건에서 기계적 변형을 보이는 액추에이터(Actuator)*1가 필요한데, 액추에이터에 사용되는 고분자 전해질의 특성상 힘과 반응 속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는 없었다. 근육의 힘을 강하게 하면 반응 속도가 느려지고, 반대로 반응 속도를 빠르게 하면 힘이 약해졌다. 연구팀은 이종 관능기*2 고분자(Bifunctional Polymer)라는 혁신적인 개념을 도입해 지금까지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유리처럼 딱딱한 이 고분자 매트릭스 속에 수 나노미터 폭의 1차원 이온 통로를 형성한 결과, 고분자 전해질의 기계적 강도 가 높으면서도 이온 전도도가 높은 초이온전도성 고분자 전해질을 구현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성과는 휴대용 배터리(1.5V)를 연결해, 수 밀리 초(ms, 1ms=1,000분의 1초)의 빠른 스위칭 및 강한 힘을 내는 유례없는 인공 근육을 만드는 데 적용될 수 있어, 소프트 로봇 및 웨어러블 테크놀로지의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연구 결과로 여겨진다. 나아가, 안정성이 높은 리튬메탈 배터리를 비롯해 차세대 전고체 전기화학 기기에도 활용이 기대된다. 한편, 이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센터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1. 액추에이터(Actuator) 전기적인 신호의 변화를 이용하여 물리적인 상태를 바꿔주는 장치. 2. 관능기 유기화합물의 성질을 결정하는 원자단으로 몇 개의 원자가 결합해 있다. 화합물이 어떤 성질을 가지게 되는지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수학 김진수 교수, ‘베일에 싸인’ 세포 활성화의 비밀 밝혔다
[韓·美 공동연구팀, 확률 모델로 뉴클레오솜의 활동 원리 예측] [“수학적 모델로 예측 후 실험 통해 검증”…국내 수학자 활약 돋보여]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에서는 주인공 유미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세포들의 모습이 나온다. 일할 때나 중요한 대화를 할 때 나오는 ‘이성세포’뿐만 아니라 ‘사랑세포’, ‘출출세포’까지, 때에 따라 등장하는 귀여운 세포들은 드라마의 재미를 한층 높인다. 하지만, 우리 몸속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수많은 세포를 실제로 관찰하기란 쉽지 않았다. 수학과 김진수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UC Irvine)·LA(UCLA) 캠퍼스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몸속 세포 활성화의 비밀을 밝혔다. 특히, 확률보행(Random walk)이라는 수학 모델로 예측한 내용을 실험을 통해 검증한 연구로, 이를 주도한 국내 수학자의 활약이 돋보인다. 분열하는 세포의 염색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에 돌돌 말린 구슬 형태가 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주 얇고 긴 DNA가 단백질 핵을 감싸고 있는 것인데, 이 각각의 구슬 형태를 뉴클레오솜이라고 부른다. 뉴클레오솜의 활동 원리는 주로 시험관을 통해 연구돼, 실제 몸속의 ‘생생한’ 뉴클레오솜에 대해선 많이 알려진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신호 의존 전사 인자(SDTF, Signal Dependent Transcription Factor)*1를 조정해 몸속 뉴클레오솜의 활동 원리를 밝히고자 했다. 신호 의존 전사 인자는 활성화되면서 뉴클레오솜의 특정 부위에 달라붙어 위치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때 연구팀은 뉴클레오솜의 움직임을 묘사하는 확률 모델을 개발,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시간에 따라 관측된 실제 DNA 데이터와 비교했다. 그 결과, DNA가 단백질 핵을 감싸고 다시 푸는 과정은 시험관 연구 결과에 비해 상당히 느리게 진행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DNA 중에서도 협동성(cooperativity)*2을 가진 DNA만이 확률 모델과 실험 결과가 일치하기도 했다. 더해서, 신호 의존 전사 인자가 뉴클레오솜의 정중앙이 아닌 가장자리에 가깝게 달라붙었을 때 위치가 가장 많이 바뀌었으며, 신호 의존 전사 인자가 진동하면 위치 변동성이 더욱 커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결과는 단백질 결합 위치에 따라 몸속 세포의 활동성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률 모델과 실험 결과를 함께 이용해 검증한 최초의 성과다. 직접 관측하기 어려운 몸속 세포의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풀어냈을 뿐만 아니라, 수학과 생물학이 ‘시너지’를 낸 연구로 더욱 눈길을 끈다. 이미 알려진 생물 현상을 수학 모델로 해석했던 기존 연구들과도 차이를 보인다. 한편, 이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최근 게재됐다. 1. 신호 의존 전사 인자(SDTF, Signal Dependent Transcription Factor) 세포 외부의 특정 신호에 의해 발현돼 DNA 특정 부위에 결합, 유전자의 전사에 관여하는 단백질. 2. 협동성(cooperativity) DNA가 활성화될수록 더 쉽게 활성화되는 특성을 DNA의 협동성이라 부른다.
기계·화공 노준석 교수팀, 홀로그램이 ‘매의 눈’으로 빛 감시한다
[노준석 교수팀, 메타 홀로그램 이용해 물질의 빛 노출 여부 가려내는 라벨·포장 기술 개발] 작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접종 전 상온에 노출됐던 백신이 폐기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은 적절하게 보관되지 않으면 변질될 위험이 있어 생산·보관 과정에서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빛에 노출되면 백신의 효능이 떨어질 수 있어, 햇빛 노출에 의한 백신의 손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노준석 교수·기계공학과 통합과정 김주훈 씨 연구팀은 뉴질랜드 국립식물·식품연구소 지능형 패키징 팀의 최종현 박사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물질의 빛 노출 여부를 가려낼 수 있는 센싱 기술을 개발했다. 어떤 빛에서든 작동할 뿐만 아니라 여러 색을 표현할 수 있는 ‘만능 메타 홀로그램’을 이용해서다. 메타물질로 만든 메타 홀로그램은 빛의 입사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홀로그램 이미지를 보여주는 기술이다. 한 번에 여러 이미지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어 차세대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보안용 센서로도 활용이 기대됐다. 다만, 모든 입사 편광에서 작동하는 메타 홀로그램은 표현할 수 있는 색이 한정적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반대로, 다양한 색을 보이는 메타 홀로그램은 특정한 입사 편광에서만 작동했다. 연구팀은 어떤 빛을 받든 오색찬란하게 볼 수 있는 메타 홀로그램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또, 이 메타 홀로그램을 화학·바이오 물질 전용 용기에 붙여, 물질이 빛에 노출됐는지 확인하는 센서로 응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연구팀은 유연한 기판 위에 메타 홀로그램을 바로 프린트하는 공정을 개발함으로써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빛 노출에 민감한 의약품이나 화학물질을 포장·운송 등에 적용할 예정이다. 뉴질랜드가 수출하는 꿀, 키위와 같은 농수산물이나 2차 가공식품의 위조 방지·진위 확인을 위한 지능형 포장·라벨 기술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이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ACS 어플라이드 머터리얼즈 앤 인터페이시스(ACS Applied Materials and Interfaces)’에 최근 게재됐다. 연구는 포스코 산학연 융합연구소 사업, LG디스플레이, 한국연구재단 한-뉴질랜드 협력기반조성사업·전략형 나노소재 기술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전자 이병훈 교수팀, 적은 전력으로도 빠르게 돌아가는 ‘반도체 회로’ 나왔다
[이병훈 교수팀, 반양극성 스위치 신소자 이용해 삼진 회로 구현] [“기존 회로 대비 반도체 칩의 전력 소모 크게 줄여”] 매일 꼭 한 번은 충전해야 하는 휴대전화. 이는 휴대전화의 기능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소모되는 전력량 역시 늘어난 탓이다.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슈퍼컴퓨터 등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선 이에 상응하는 전력이 필요하다. 최근 연구팀은 이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반도체 칩의 전력 소모를 줄일 가능성을 열었다. 전자전기공학과 이병훈·강석형 교수· 박사과정 이용수 씨 연구팀은 적은 전력으로도 우수한 성능을 보이는 삼진 로직 회로(Ternary logic circuit)에 필요한 원천소자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ACS 나노(ACS Nano)’에 최근 게재됐다. 삼진 로직 회로는 0과 1로 동작하는 기존의 이진 회로와 달리, 0, 1, 2로 동작하는 회로다.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이진 회로보다 필요한 소자 수가 적어 전력 소모 또한 줄어들 것으로 여겨졌다. 다만, 회로의 구조적인 문제로 정보처리 과정에서 누설전류가 생겨 실제로는 여전히 전력 소모가 컸다. 연구팀은 특정 전압 영역에서만 전도성을 띠는 반양극성(Anti-Ambipolar) 스위칭 소자를 개발, 삼진 회로의 누설전류 문제를 해결했다. 반양극성 스위칭 소자를 이용한 삼진 회로는 누설 전류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으며 0.15마이크로와트(μW, 1μW=100만분의 1W)의 적은 전력으로도 탁월한 성능을 보였다. 이 전력량은 다른 삼진 회로에서 필요했던 전력량의 7분의 1에 불과하다. 이번에 개발된 소자는 전원 전류비(Peak-to-Valley Ratio)가 106로 우수할 뿐 아니라, 칩 단위의 대면적 공정이 가능하고 안정적이고 균일하게 동작하여 삼진 회로의 상용화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는 게 특징이다. 이 연구성과는 급격히 늘어난 전력 소모로 어려움을 겪는 반도체 기술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대안으로 학계의 이목을 끈다. 전력 소모를 줄임으로써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막대한 전력 사용으로 인한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 차세대지능형반도체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화공 한정우 교수팀, 촉매 효율 좌우하는 ‘또 다른’ 비밀은?
[POSTECH·중국 화남이공대 공동연구팀, 글리세롤의 변환 효율 높이는 촉매 비밀 밝혀] [“촉매 활성에 금속뿐만 아니라 수소·산소가 영향 미쳐”] 폐식용유를 유용한 자동차 기름으로 바꾼 바이오디젤은 폐기물 처리와 연료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디젤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생산 과정에서 생겨나는 글리세롤 또한 더욱 쓸모 있는 물질로 바꾸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지금까지는 촉매의 금속이 글리세롤의 변환 효율을 좌우한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POSTECH 연구팀이 촉매 효율을 높일 또 하나의 비밀을 찾았다. 화학공학과 한정우 교수·통합과정 황진우 씨 연구팀은 중국 화남이공대학(South China University of Technology)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촉매 활성에 수소와 산소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최근 게재됐다. 기존에 글리세롤의 산화 환원 반응을 활성화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고려됐던 요소는 촉매의 금속이었다. 이는 촉매에 반응하는 글리세롤의 산화 환원 과정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밀도범함수이론(DFT, Density functional theory)1) 계산으로 글리세롤의 산화 환원 반응을 세분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금속뿐만 아니라 촉매 표면의 수소와 산소가 촉매 활성에 중요한 역할을 함을 최초로 밝혔다. 연구팀이 수산화니켈(Nickel Hydroxide) 촉매에 코발트(Co)를 추가하자 촉매 표면에서 수소와 산소가 분리됐다. 이에 따라 촉매의 전자 구조가 바뀌고, 산소와 수소가 촉매 내외부를 오가면서 글리세롤의 산화 환원 반응이 촉진됐다. 연구 결과, 이 촉매는 1.35볼트(V)에서 100밀리암페어/제곱센티미터(mA/cm2)의 높은 전류 밀도와 94.3%의 우수한 포름산 변환 효율을 기록했다. 포름산은 가축 사료·음식의 방부제, 약·화장품의 원료로 활용될 수 있는 물질로, 이번 연구성과는 바이오디젤의 부산물까지도 효율적으로 변환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후변화대응기술개발사업과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1. 밀도범함수이론 물질, 분자 내부의 전자의 거동과 그 에너지를 양자역학으로 계산하기 위한 이론의 하나다. 이를 통해 소재의 구조와 성질 등을 예측할 수 있다.
환경 이기택·김자명 교수팀, ‘물먹는 하마’처럼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이기택·김자명 교수팀, 북동중국해 해역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흡수 기작 밝혀] [“여름엔 식물 플랑크톤, 겨울엔 매서운 바람이 이산화탄소 줄여”] 자취생의 천적인 습기. 특히 장마철과 같이 습한 날씨에는 옷장에 꿉꿉한 냄새가 진동하기 마련이다. 이때 ‘물 먹는 하마’를 넣어두면 한층 상쾌하게 옷장을 관리할 수 있다. ‘물 먹는 하마’가 습기를 흡수하듯이, 바다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맑은 공기를 만들어준다면? 환경공학부 이기택 교수·김자명 연구조교수 연구팀은 국립해양조사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국립수산과학원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북동중국해 해역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제거가 활발한 이유를 밝혔다. 이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마린 사이언스(Frontiers in Marine Science)’에 최근 발표됐다. 북동중국해 해역의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는 국토 최남단인 마라도에서 남서쪽으로 약 150km 떨어진 수중 암초에 설치됐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의 가운데에 있는 이곳은 동북아시아 대기 환경을 분석할 수 있는 장소이자, 미래 해양환경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에서 7년간 관측한 해양 탄소의 분석 결과, 봄·여름철에는 해양 표층에 사는 식물 플랑크톤이 급격히 늘어났다. 4~8월경 중국 양쯔강에서 식물 플랑크톤의 먹이인 영양염*1이 대량으로 흘러들어오기 때문이다. 식물 플랑크톤의 활발한 광합성 작용으로 해양 표층의 탄소 농도가 줄어들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바닷속으로 더 많이 흡수됐다. 이뿐만 아니라 11월부터 이듬해 3월에 이르는 겨울철에는 급격히 수온이 떨어지고 바람이 세게 불면서, 해양 표층의 이산화탄소 용해 반응과 대기-해양 간 기체 교환이 활발히 일어났다. 이로 인해 해양의 이산화탄소 흡수가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계절에 따른 해양 생물의 성장과 이산화탄소 가스의 열역학적 특성으로 인해 북동중국해 해역의 대기 이산화탄소가 제거되는 것이다. 이 지역 이산화탄소의 순 흡수량은 연간 61.7 g C m-2 yr-1에 달했으며, 유사 기작이 일어나는 우리나라 배타적 경제수역 해역 내에서는 연간 약 2,000만 톤(t CO2)의 이산화탄소가 제거된다. 이번 연구성과는 연안의 얕은 해역에서 흡수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인근 대양의 심층으로 이동하면, 해양이 한층 효과적으로 탄소를 제거할 수 있다는 이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로써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분야 기초연구사업, 원천기술개발사업과 국립해양조사원,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부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1. 영양염(nutrient, 營養鹽) 수중 미생물의 생육과 증식에 필요한 무기성 원소. 식물 플랑크톤이나 해조류의 몸체를 구성하고 유기물질의 합성에 제약요인이 되는 화학물질.
기계·화공 노준석 교수팀, ‘도장 찍듯이’ 한 번에 세계 최고 효율의 메타 홀로그램 찍어낸다
[노준석 교수팀, “원스텝 프린팅 공정으로 쉽고 빠르게 메타 홀로그램 제작”] 최근 ‘맘마미아’ 노래로 유명한 가수 ‘아바(ABBA)’가 40년의 공백을 깨고 홀로그램 콘서트를 연다고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무대에는 1970년대 모습을 재현한 홀로그램 아바타가 등장해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이처럼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를 자유자재로 불러낼 수 있는 홀로그램 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메타물질로 만든 ‘메타 홀로그램’은 빛의 입사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홀로그램 영상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지만, 이미지가 선명하지 않고 제작하기 까다로워 상용화가 어려웠다.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노준석 교수·기계공학과 통합과정 김주훈 씨·박사과정 오동교 씨 연구팀은 메타 홀로그램을 ‘도장 찍듯이’ 한 번에 찍어내는 원스텝 프린팅 공정을 개발했다. 이 공정으로 만든 메타 홀로그램의 효율은 90%(이론 효율 96.9%, 실험 효율 90.6%)를 웃돌며 세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연구성과는 광학 분야 국제 학술지 ‘레이저 앤 포토닉스 리뷰(Laser & Photonics Reviews)’에 최근 게재됐다. 메타 홀로그램을 만들 때 활용된 기존의 전자빔 리소그래피(Electron beam lithography)*1 공정은 속도가 느리고 비용이 많이 들었다. 기존 홀로그램은 효율이 낮아 어두운 환경에서만 보이거나, 이미지가 흐리게 보이기도 했다. 연구팀은 나노복합재 잉크를 개발, 적은 비용으로도 쉽고 빠르게 메타 홀로그램을 프린팅하는 공정을 제시했다. 단단한 기판뿐만 아니라 유연하거나 둥글게 구부러진 기판 위에도 프린팅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연구 결과, 프린팅된 메타 홀로그램은 효율이 매우 높아 밝은 조명 아래서도 선명한 이미지를 보였다. 노준석 교수는 “다양한 기판에 메타 홀로그램을 프린팅하는 데 성공해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에 접목할 가능성을 열었다”며 “이번 연구성과는 높은 효율의 메타 홀로그램을 대량생산할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상용화 가능성을 한층 높인 성과”라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는 포스코 산학연 융합연구소 사업, LG디스플레이, 한국연구재단 전략형 나노소재 기술개발 사업·글로벌 프론티어 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1. 전자빔 리소그래피(Electron beam lithography) 전자빔을 원하는 모양대로 감광막에 조사하여 패턴을 만들어내는 방법.
생명 김상욱 교수팀, 면역 항암치료의 효과를 예측하는 머신러닝 기술 개발
[인공지능을 이용해 면역 항암치료법에 효과를 볼 환자 예측하는 정밀 의료 기술 개발] 면역항암요법(Cancer immunotherapy)은 화학치료나 방사선을 이용하지 않고 인체의 면역체계를 활성화해 암세포와 싸우게 하는 새로운 암 치료법이다. 인체의 면역시스템을 이용하여 암세포만 공격하기 때문에, 기존 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다. 그리고 면역시스템의 기억 능력과 적응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있는 환자는 지속적인 항암효과를 볼 수 있다. 최근에 개발된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는 암 환자의 생존율을 상당히 개선했다. 그러나 면역항암요법의 문제점은 약 30퍼센트 정도의 환자만이 치료 효과를 볼 수 있고, 현재 사용되는 진단 기술은 환자의 항암치료 반응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생명과학과 김상욱 교수 연구팀이 생체 네트워크 기반 기계학습을 통해 면역 항암제의 환자 반응성 예측의 정확성을 높여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3가지 다른 암(흑색종, 위암과 방광암)의 환자 700명 이상의 임상 결과와 환자의 암 조직 전사체(Transcriptome) 데이터 분석을 통해, 새로운 네트워크 기반 바이오마커(Biomarker)를 발굴하고 항암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면역치료 표적과 종양 미세환경 마커 등 기존 항암 치료 바이오마커에 기반한 환자의 치료 반응성 예측보다 연구팀이 새로 발굴한 새로운 바이오마커에 기반한 예측이 더 우수함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위암과 방광암 환자의 화학요법(Chemotherapy)에 대한 약물 반응을 예측하는 머신러닝을 개발한 바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생체 네트워크 상의 유전자 간 상호작용을 이용한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암환자의 화학요법에 대한 반응뿐만 아니라 면역 항암 치료의 효과도 성공적으로 예측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면역항암요법에 반응할 환자를 미리 알아내 치료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는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 실현은 더 많은 환자가 항암치료 혜택을 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기기혁신센터와 인공지능대학원, 그리고 이뮤노바이옴㈜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최근 게재됐다.
화공 조길원 교수팀, ‘피부’로 귀보다 정확히 들을 수 있다
[연구팀, 소리 감지하는 피부 부착형 마이크로폰 개발] [“크기 줄이고, 유연성 늘리고…청각 전자 피부로 활용 가능“] “시리야, 오늘 날씨 어때?” 일상의 궁금증 해소부터 음악 재생, 카카오톡 메시지 발송, 내비게이션 조작에 이르기까지 음성 인식 기술은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 널리 퍼져있다. 잘 활용하면 더없이 편리하지만, 원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선 기기 근처에서 정확히 말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별도의 기기 없이, 우리 몸의 ‘피부’에서 바로 음성을 인식할 수 있다면 어떨까? 화학공학과 조길원 교수·이시영 박사, 기계공학과 문원규 교수·김준수 박사 연구팀은 고분자 재료를 미세전자기계시스템(Microelectromechanical system, MEMS) 기술에 접목해, 소리를 감지하는 마이크로폰을 개발했다. 아주 작은 크기의 이 마이크로폰은 피부에 간단히 붙였다 뗄 수 있는 데다가, 사람의 귀보다 넓은 범위의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이 연구성과는 최근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휴대전화, 블루투스 기기 등에 활용되는 기존의 MEMS 기반 마이크로폰은 얇고, 작고, 정교한 진동판 구조로 이뤄졌다. 다만, 딱딱한 실리콘으로 만들어져 진동판이나 마이크로폰을 마음대로 휘거나 구부리기 어려웠다. 이는 마이크로폰이 소리를 감지하는 데도 걸림돌이 됐다. 연구팀은 실리콘보다 유연하고, 원하는 모양대로 만들 수 있는 고분자 재료로 MEMS 기반 마이크로폰 구조를 구현했다. 마이크로폰의 크기는 손톱 4분의 1, 두께는 수백 마이크로미터(μm, 1μm=100만분의 1미터)에 불과하다. 인체의 넓은 부위뿐만 아니라 손가락에도 붙일 수 있으며, 마치 피부인 것처럼 편하게 마이크로폰을 사용할 수 있다. 연구 결과, 마이크로폰의 민감도는 귀보다 높았으며, 사용자의 목소리를 비롯한 주변 소리를 왜곡 없이 인식했다. 사람의 청력 손상을 유발하는 85데시벨(dB) 이상의 큰 소리와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저주파 소리까지도 감지했다. 음성 감지 성능은 휴대전화 또는 스튜디오용 마이크로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마이크로폰을 피부에 붙이고 상용 음성 비서 프로그램(구글 어시스턴트)에 연결하자, 검색, 번역, 기기 조작 등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이에 따라 향후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과 휴먼 머신 인터페이스(Human Machine Interface)를 위한 웨어러블 음성 인식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피부부착형 압력·온도 센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등과 결합함으로써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청각 전자 피부를 구현할 계획이다. 이 연구성과는 한국연구재단의 브릿지융합연구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전자·반도체 정윤영 교수팀, 범퍼카처럼 ‘쾅’ 부딪혀 메모리 성능 높인다
[정윤영 교수팀, 의도적으로 결함 만들어 데이터 저장량 증가시키는 기술 개발] [“하나의 플래시 메모리에 멀티 데이터 구현… 고성능 인공지능 반도체로 활용 가능”]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범퍼카. 이곳저곳을 시원하게 질주하는 것도 즐겁지만 주변 사람과 일부러 ‘쾅’ 부딪히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도 있다. 이러한 범퍼카처럼 입자를 의도적으로 충돌시켜 플래시 메모리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인 기술이 나왔다. 이 메모리는 한 개 소자만으로도 여러 데이터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어, 메모리 용량 증가뿐만 아니라 향후 인공지능 연산을 위한 반도체로 활용할 수 있다. 전자전기공학과·반도체공학과 정윤영 교수·전자전기공학과 통합과정 박성민 씨 연구팀은 삼성전자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의도적으로 결함을 만들어 데이터 저장량을 늘린 플래시 메모리 기술을 개발했다. 인공지능 기술이 많은 발전을 거듭하면서 기존 디지털 방식과 다르게 여러 레벨의 데이터를 표현하면서 신경망 연산에 최적화된 인공지능 반도체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새로운 소재, 소자를 활용한 메모리가 인공지능 반도체로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지만, 그동안 다양한 전자기기 저장장치로 널리 이용된 플래시 메모리에 비해 내구성, 양산성, 정보 저장능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활용성이 검증된 플래시 메모리 기반으로 고성능 인공지능 반도체를 구현하기 위해 높은 에너지를 갖는 플라즈마*1 입자를 메모리 데이터 저장 영역에 강하게 충돌시켰다. 충돌로 인해 데이터 저장 층에 생성된 다량의 결함에는 보다 많은 전자가 저장될 수 있어, 기존의 플래시 메모리 대비 데이터 저장량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다량의 결함이 형성된 데이터 저장 층에 전자를 점진적으로 채우면 여러 레벨의 데이터를 단일 소자에서 표현하는 멀티레벨 메모리를 구현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개발된 멀티레벨 플래시 메모리는 무려 8개의 레벨을 안정적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본 연구성과는 새로운 반도체 소재나 구조를 개발해야 하는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이미 우수한 성능과 양산성이 검증된 플래시 메모리를 인공지능 반도체용으로 크게 발전시켰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 소자에 적용할 경우, 기존의 인공지능 반도체 소자와 비교해 추론의 정확도와 신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나노 기술 분야의 저명 국제 학술지 ‘머터리얼즈 투데이 나노(Materials Today Nano)’에 최근 게재된 이 연구는 삼성전자,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기술개발(소자) 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1. 플라즈마 음전하를 가진 전자와 양전하를 띤 이온으로 분리된 기체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