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장영태 교수팀, “나쁜 식용유는 이제 그만”…‘형광의 연금술’로 폐식용유 거른다
[장영태 교수팀, 형광물질 이용한 폐식용유 검출 센서 개발] [“누구나 쉽게 식용유 사용 시간 측정…모든 종류 식용유에 적용 가능”] 2010년 중국에서는 하수도나 음식물 쓰레기에서 추출한 ‘쓰레기 식용유’가 대량으로 유통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실제로 우리가 먹는 식용유는 얼마나 깨끗할까? ‘형광의 연금술사’로 불리는 연구팀이 형광펜을 긋듯 폐식용유를 거르는 기술을 개발해 눈길을 끈다. 화학과 장영태 교수(기초과학연구원(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 부단장), IBS 샤오 리우(Xiao Liu) 박사 연구팀은 폐식용유를 쉽게 거르는 형광 센서 ‘BOS(Bad Oil Sensor)’를 최초로 개발했다. 형광 센서란 특정한 이온이나 물질을 인지했을 때, 빛 신호를 통해 인지 여부를 나타내는 발광센서(photoluminescent sensor)를 말한다. 식용유를 대상으로 한 이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센서와 작동기 B: 화학(Sensors and Actuators B)’에 최근 게재됐다. 식용유를 오랫동안 사용하면 해로운 물질이 생긴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오래된 폐식용유 중 일부는 그대로 식품 제조에 사용되며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통상적인 기름 검사법은 장비가 비쌀뿐더러 숙련된 기술자가 필요해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이마저도 폐식용유의 산도만을 측정하거나 요리 중 들어가는 불순물을 검출하는 간접적인 방식이어서 모든 종류의 기름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형광 물질을 이용해 식용유의 사용 시간을 누구나 쉽고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만들었다. 이 센서는 폐식용유에서 필연적으로 늘어나는 점도와 산도를 모두 검출하는 이중 방식을 이용한다. 재료와 관계없이 모든 종류의 식용유가 얼마나 사용됐는지를 정확히 측정하고, 혼합 제조된 폐식용유까지 검출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이를 바탕으로 휴대할 수 있는 기기 형태의 ‘BOSS(Bad Oil Sensing System)’도 개발해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성과는 일반 소비자와 식품 산업계에서 식용유의 품질을 모니터하는 데 널리 사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편, 이 연구는 IBS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최근 기술의 특허가 등록됐다.
화공 용기중 교수팀, “햇빛 비추면 수소가 펑펑”…고효율 광촉매 나왔다
[용기중 교수팀, 가시광선과 적외선 영역에서 모두 작동하는 광촉매 개발] [기존 Pt/TiO2 광촉매 대비 수소생산 효율 12배 높여] 식물이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듯, 햇빛을 받으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촉매를 광촉매라 한다. 그중에서도 우리 주변에서 풍부하게 있는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들어내는 광촉매는 수소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손꼽힌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햇빛을 받으면 수소 에너지를 ‘펑펑’ 만들어내는 광촉매를 개발해 이목을 끈다. 가시광선과 자외선 영역의 빛을 모두 흡수할 수 있는 이 광촉매의 수소생산 효율은 기존의 광촉매보다 12배나 높다. 화학공학과 용기중 교수·통합과정 문현식 씨 연구팀은 백금(Pt)/질화탄소(g-C3N4)/이산화티타늄(TiO2)/이리듐산화물(IrOx)(이하 PCTI) 광촉매를 합성하는 데 성공,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최근 발표했다. 청정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광촉매는 잠재력이 큰 기술이지만, 아직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만들어내는 데에는 여러 어려움이 따랐다. 빛의 흡수가 비효율적일뿐더러, 표면의 반응속도가 느리다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광촉매를 구성하는 반도체 물질에서 전자와 정공이 재결합하며 성능이 떨어지는 현상을 막아야 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한 광촉매를 개발했다. 이 광촉매는 속이 빈 형태의 이산화티타늄에 아주 얇은 질화탄소를 덧씌운 지스킴(Z-scheme) 이종 구조로 만들어졌다. 이종 구조 내외부 표면에는 환원반응을 일으키는 백금과 산화반응을 일으키는 이리듐산화물이 각각 공간적으로 분리돼 더해졌다. 이산화티타늄이 자외선을, 질화탄소가 가시광선을 각각 흡수하기 때문에 이 광촉매는 가시광선과 자외선 영역에서 모두 작동한다는 게 특징이다. 또, 분리된 백금과 이리듐산화물에 의해 전자와 정공이 각자 반대 방향으로 이동함으로써, 전하 재결합이 억제되는 동시에 표면 반응속도가 높아졌다. 연구 결과, 이 광촉매의 수소생산 효율은 기존의 백금/이산화티타늄 광촉매의 12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존 광촉매의 한계를 극복한 이 연구성과는 태양에너지를 활용한 청정에너지의 생산 가능성을 한층 높인 결과로 학계의 이목을 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선도연구센터사업, 한국연구재단 글로벌 R&D 기반구축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환경 민승기 교수팀, ‘엎친 데 덮친’ 폭염 잇따른 기록적 장마, 온실가스가 주범!
[민승기 교수팀, 2020년 폭염·호우 연속 발생에 미치는 지구 온난화 영향 분석] [“온실가스 증가로 폭염·호우 복합 극한현상 일어날 가능성 커져”] 짧은 봄이 지나고 나면 어느새 찌는 듯한 더위와 함께, 한동안 비가 쏟아지는 여름이 온다. 특히나 최근 몇 년은 우리나라 기상 관측상 최악의 폭염과 끝나지 않는 장마가 번갈아 나타나며 다가오는 여름을 더욱 두렵게 했다. 2020년의 경우, 6월 때 이른 폭염이 찾아온 뒤, 7월과 8월 역대 최장기간의 장마가 무려 두 달 가까이 지속되며 곳곳에 홍수와 산사태를 일으켜 큰 피해를 주었다. 이러한 기상이변의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가 지목되고 있는데, 온실가스 증가에 따라 한반도에서 여름철 폭염·호우가 연달아 일어날 가능성이 얼마나 커지는지를 국내 연구진이 최초로 분석해냈다. 환경공학부 민승기 교수, 석사과정 조서영 씨, 박사과정 성민규 씨, 김연희 연구교수 연구팀은 서울대, 국립기상과학원, 영국기상청과 공동으로 이 같은 연구를 수행, 미국기상학회보(Bulletin of the American Meteorological Society)에 발표했다. 기존에는 지구 온난화로 폭염과 호우가 각각 얼마나 증가할 것인지 개별적으로 다루어졌지만, 폭염과 호우가 연달아 나타나는 ‘복합 극한현상’에 미치는 온실가스의 영향을 동시에 분석한 연구는 전무했다. 연구팀은 폭염 후 긴 장마를 동반한 집중호우 사례가 많았던 2020년에 주목했다. 극한현상은 매우 드물게 발생하기 때문에 변화 특성을 파악하려면 많은 샘플이 필요하다. 특히 같은 해에 폭염과 호우가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 극한현상은 발생확률이 더 작아져 방대한 자료가 필수적이다. 연구팀은 최신 CMIP6 다중 기후모델 자료와 영국기상청의 대량 앙상블 시뮬레이션 자료를 활용하여, 한반도에서 6월 폭염과 7~8월 호우가 연속해서 일어날 가능성이 온실가스가 늘어남에 따라 얼마나 커지는지를 확률적으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 온실가스 증가를 포함한 모델실험에서만 2020년 여름과 같은 연속된 폭염-호우 사례가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인간이 일으킨 지구온난화가 없었다면 2020년과 같은 기록적인 여름철 기상이변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러한 복합 극한현상의 증가는 향후 지구 온난화의 정도에 따라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민승기 교수는 “지금까지 보건, 수자원, 농업, 에너지 등 분야별 기후변화의 대응책은 폭염 혹은 폭우 같은 개별 극한현상을 기준으로 마련돼 왔다”며 “기후변화가 복합재난의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분야별 영향을 추가적으로 평가하고 연관 대응책을 종합적으로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선도연구센터지원 사업(비가역적 기후변화 연구센터)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화공 노용영 교수팀, “다 비켜!”…걸림돌 없이 전자 질주하는 트랜지스터 나왔다
[노용영 교수팀, 할로겐 음이온 혼합해 P형 트랜지스터 개발] [“문턱전압 0V 달성…성능 높으면서도 이력현상 없어”]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는 3대 가전 중 하나인 로봇청소기는 편리하기는 하지만 방 문턱이 큰 장애물 중 하나다. 신나게 돌아가다가도 그다지 높지 않은 문턱에도 걸리기 때문이다. 전류가 흐르는 트랜지스터에도 이와 비슷한 문턱전압이 존재한다. 전압이 문턱전압을 넘기만 하면 트랜지스터의 출력단 저항이 급격히 낮아지며 전류가 쉽게 흘러, 문턱전압을 낮추면 트랜지스터의 성능을 높일 수 있게 된다. 화학공학과 노용영 교수와 박사과정 휘휘주(Huihui Zhu)·아오리우(Ao Liu) 씨 연구팀은 삼성디스플레이㈜와 함께 문턱전압이 0볼트(V)인 페로브스카이트 P형 반도체*1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 전기 전도성이 뛰어난 할로겐화물*2 페로브스카이트는 트랜지스터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소재로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 소재는 이온 이동으로 인해 결함이 생길 뿐만 아니라, 결함을 낮출 수 있는 ‘유기스페이서’라는 유기물의 크기도 제한적이어서 발전이 더뎠다. 연구팀은 트랜지스터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할로겐 음이온(요오드-브로민-염소)을 혼합함으로써 메틸암모늄-주석-요오드(MASnI3) 반도체층을 만들었다. 이 반도체층을 이용해 만들어진 트랜지스터는 이력현상*3이 나타나지 않으면서도 높은 성능과 뛰어난 안정성을 보였다. 연구 결과, 트랜지스터는 20cm2V-1s-1 이상의 높은 정공 이동도*4와 1,000만 이상의 전류 점멸비*5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문턱전압이 0V에 이르렀다. 문턱전압이 0V인 페로브스카이트 P형 트랜지스터는 전 세계에서 최초다. 특히 소재를 용액으로 만들어, 문서를 찍어내듯이 간단히 인쇄하는 것만으로 저렴하게 트랜지스터를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연구팀은 페로브스카이트 트랜지스터의 성능을 낮추는 이력현상의 주요 원인이 이온 이동이 아닌 소수 캐리어(minority carrier) 트랩에서 비롯함을 증명했다. 문턱전압을 낮춤으로써 전자와 정공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아 전류가 원활히 흐르도록 한 것이다. 나아가, 개발된 페로브스카이트 P형 트랜지스터와 인듐-갈륨-아연-산소(IGZO) N형 반도체*6 트랜지스터를 결합해 성능이 높은 상호보완적 단일 칩 인버터를 인쇄공정으로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성과는 향후 OLED 디스플레이 구동회로, 수직 적층형 소자의 P형 트랜지스터, 인공지능 연산을 위한 뉴로모픽 컴퓨팅 등의 전자회로에 적용될 수 있는 기술로 학계의 이목을 모은다. 한편,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된 이 연구성과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과 삼성디스플레이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지난해 연구팀과 삼성디스플레이㈜는 이 연구로 이미 국내외 특허를 출원했다. 1. P형 반도체 일반적으로 정공을 전하 운반자로 갖는 반도체. 전하를 운반하는 정공의 수가 전자의 수에 비해 훨씬 많은 반도체 2. 금속 할로젠화물(halide) 금속과 할로젠 사이의 결합을 지닌 물질 3. 이력현상 한 물리적 상태가 그것이 겪어 온 상태의 변화 과정에 의존하는 현상. 즉, 충격의 잔상이 오래 남아 정상화되지 못하는 것 4. 정공 이동도 전자가 하나 빠지면서 생기는 하나의 빈 공간을 정공이라고 하며 전자가 –1의 전하를 갖는다면 이와 반대로 정공은 +1의 전하를 갖는 전하 운반자다. 5. 전류점멸비(On/Off 비율) 트랜지스터를 동작시킬 때(On 상태) 최고 전류와 껐을 때(Off 상태) 최소 전류 사이의 비율 6. N형 반도체 일반적으로 전자를 전하 운반자로 갖는 반도체. 전자의 수가 정공의 수에 비해 훨씬 많은 반도체
물리 이종봉·전재형 교수팀, ‘구름다리’처럼 세포 잇는 통로 만들어지는 원리 밝혔다
[이종봉·전재형 교수팀, 세포 폐쇄형 터널링 나노관 형성 원리 규명] 산과 산 사이에 둥실 떠 있는 구름다리는 아슬아슬해 보이지만 사람들이 안전하게 산을 건너갈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 몸속에도 이처럼 멀리 떨어져 있는 세포와 세포를 연결하는 아주 작은 통로가 있다. ‘세포 터널링 나노관’이 그것이다. 생명 현상에 필수적인 칼슘부터 해로운 바이러스까지 다양한 물질이 이동한다고 알려진 이 나노관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물리학과·시스템생명공학부 이종봉 교수·물리학과 장민혁 박사·통합과정 부가연 씨, 물리학과 전재형 교수·이오철 연구조교수, 생명과학과 류성호 교수 연구팀은 서울대 도준상 교수, 고려대 심상희 교수, 존스홉킨스대 권형배 교수, 라이스대 콜로마이스키(Kolomeiscky) 교수와 공동으로 세포 폐쇄형 터널링 나노관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규명했다. 이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최근 게재됐다. 세포 터널링 나노관은 수백 나노미터(nm, 1nm=10억분의 1m) 두께에 길이가 그 100배인 수십 마이크로미터(㎛, 1㎛=100만분의 1m)에 달하는 가느다랗고 긴 구조를 가진다. 그러나 아주 연약해 보이는 이 관이 어떻게 멀리 떨어진 세포 사이에 형성되고, 그 후 몇 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지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연구팀은 초고해상도 현미경과 광학 집게(optical tweezers)를 이용해 폐쇄형 터널링 나노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포착했다. 세포는 필로포디아(filopodia)라는 촉수를 가지고 있는데 서로 인접한 세포의 촉수가 맞닿으면서 카드헤린(cadherin)이라는 세포 간 결합 단백질을 통해 결합한다. 이때 촉수는 길이가 자라나면서 회전하는 운동을 한다. 이러한 촉수의 운동에 의해 두 촉수가 서로 꼬이게 되고, 두 촉수 중 하나가 먼저 상대방 세포에 연결되면 연결되지 않은 나머지 촉수가 떨어져 나가 후퇴 운동을 하게 된다. 그렇게 남겨진 하나의 촉수가 폐쇄형 터널링 나노관이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생물물리 이론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러한 모델이 물리학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 폐쇄형 나노관을 통해 칼슘이온이 세포 사이에서 전달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끝이 닫힌 구조지만 나노관의 끝과 세포 사이에 채널이 형성돼 물질이 드나들 수 있는 것이다. 이 연구성과는 폐쇄형 터널링 나노관의 형성 과정을 규명한 최초의 결과로 향후 이를 이용한 암 치료 등의 응용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암세포에서 많이 형성되는 터널링 나노관이 암 전이의 비밀을 풀기 위한 실마리로도 지목되기 때문이다. 한편, 이 연구는 LG연암문화재단 해외교수연수지원사업과 한국연구재단 글로벌 연구실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창의도전연구기반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기계·화공 노준석 교수팀, ‘투명망토’ 소재로 카이랄 물질 신호 ‘쑥’ 높인다
[POSTECH·서울대·독일 파더본대 공동연구팀, 인공 카이랄 메타물질 통해 비선형 신호 증대] [카이랄 물질 신호 증폭해 거울 대칭성 활용 가능성 높여] 왼손을 거울에 비추면 오른손처럼 보이지만 왼손용 고무장갑을 오른손에 낄 수는 없다. 이처럼 어떤 물체와 그 물체의 거울 이미지가 겹치지 않는 성질을 카이랄리티(Chirality, 거울 대칭성)라고 한다. 분자가 가진 이 성질은 약을 제조할 때 오히려 독성을 가지게 할 수도 있어 제약 분야의 중요한 관심사이기도 하다. 이러한 분자와 거울상 대칭되는 분자는 대부분의 물리적인 성질이 동일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광학 분석으로는 구분할 수 없으며, 서로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는 편광을 가지는 빛을 이용해야 한다. 또한, 빛의 파장에 비해 분자 크기가 작으면 빛과 분자 사이의 카이랄 상호작용이 매우 약하게 나타나 이를 측정하기 어려웠다.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노준석 교수·기계공학과 문정호 박사후연구원 연구팀은 서울대 재료공학부 남기태 교수·김혜온 박사, 독일 파더본대 토마스 젠트그라프(Thomas Zentgraf) 교수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투명망토‘ 물질로 잘 알려진 메타물질*1로 빛과 물질 간 카이랄 상호작용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카이랄 물질에 빛을 쏘면 신호가 발생하는데, 그 정도가 매우 약해 여러 개의 물질을 모아 평균 신호를 측정해야 했다. 연구팀은 메타물질을 이용해 인공 카이랄 물질을 합성하는 데 성공, 물질의 신호를 크게 증폭시켰다. 연구팀은 개발된 카이랄 입자 한 개의 카이랄 선형 산란*2과 2차 고조파(second harmonic generation, SHG) 산란을 측정했다. SHG란 입사된 빛 주파수(ω, 오메가)의 2배 값을 가지는 주파수(2ω)의 빛이 생성되는 현상으로 일반적인 카이랄 물질에서는 SHG가 작게 나타나 측정하기 어려웠다. 연구 결과, 연구진이 개발한 카이랄 물질의 SHG 신호는 선형 신호보다 최대 10배 크게 측정됐다. 단일 입자는 물론 아주 적은 양의 카이랄 물질의 거울 대칭성을 민감하게 측정할 수 있으며, 앞으로 카이랄 물질의 구조를 정확히 분석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노준석 교수와 서울대 남기태 교수 공동연구진은 2018년 최상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표지논문으로 카이랄 메타물질 합성법과 광특성 연구를 게재한 이후 지속적인 공동연구로 이 분야를 세계적으로 선도하고 있다. 광학 분야 국제 학술지 ‘ACS 포토닉스(ACS Photonics)‘에 게재된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한·독 특별 협력 사업(GEnKO 사업) 주도로 이뤄졌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중견연구자지원사업,글로벌프론티어사업/지역혁신선도연구센터사업, 교육부 이공분야 학문후속세대지원사업, POSTECH 피우리 펠로우십 및 LG 디스플레이 등의 추가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1. 메타물질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물성을 가지도록 인위적으로 매우 작은 크기의 입자나 구조물을 주기성을 갖고 배열한 어레이로부터 구현하는 물질로서 단위 구조체의 형상 및 배열에 따라 다른 특성이 나타난다. 2. 산란 파동이나 입자선이 물체와 충돌하여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는 현상.
기계 김기현 교수팀, 결막 술잔세포, 손상부터 회복까지 영상 추적한다
[POSTECH‧서울대병원‧을지대병원 공동연구팀, 살아있는 토끼 눈에서 비침습 결막 술잔세포 검사 성공] 국내 연구진이 사람과 비슷한 토끼의 결막 술잔세포를 영상으로 검사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안구건조증 토끼 모델에서 손상부터 회복까지를 추적한 이 연구성과는 향후 사람의 안구건조증 진단‧치료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기계공학과 김기현 교수‧통합과정 김성한 씨‧박사과정 이중빈 씨 연구팀은 서울대병원 안과 윤창호 교수, 을지대병원 정영호 교수와 공동으로 살아있는 토끼 눈에서 결막 술잔세포(conjunctival goblet cell) 영상 검사가 가능함을 밝혔다. 이 연구성과는 안과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The Ocular Surface’에 최근 게재됐다. 안구 표면에 점액을 분비하는 결막 술잔세포는 눈물막의 뮤신층을 형성하고 눈물막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 술잔세포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안구건조증을 포함한 다양한 안구 표면질환이 생기거나 악화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술잔세포 검사는 안구 표면질환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아직까지 적절한 검사법이 없었다. 앞서 연구팀은 안과 항생제인 목시플록사신이 결막 술잔세포를 염색한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발견하고, 고심도 형광현미경을 개발해 살아있는 쥐의 눈에서 결막 술잔세포를 영상화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사람의 눈에 적용하기 전 단계로 사람의 눈과 비슷한 토끼 눈에서 결막 술잔세포 영상화를 통한 비침습 검사법을 시도했다. 먼저, 정상 토끼에서 결막 표면에 골고루 분포하고 있는 술잔세포의 실시간 영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영상은 조직을 채취해 병리 조직 프로세스를 통해 얻는 술잔세포 영상과 완전히 일치했다. 또, 연구진은 해당 검사법이 안구건조증이 있는 토끼에서도 결막 술잔세포 변화를 탐지할 수 있는지 연구했다. 안구건조증은 안과 수술에 사용하는 소독제인 포비돈 요오드(povidone-iodine, 제품명 베타딘(Betadine))을 점안함으로써 유도했는데, 이는 안과 수술 후 일시적으로 건조증이 발생함에 착안한 것이다. 소독제로 손상된 결막에서 술잔세포 밀도의 감소를 관찰했고 같은 토끼를 3주간 더 관찰해 술잔세포 밀도가 다시 증가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검사법으로 관찰한 토끼모델의 술잔세포 밀도 변화는 함께 시행한 안구건조증 측정법(눈물막 파괴시간, 눈물 양 측정(쉬르머 검사))의 결과들과 일치했다. 이 기술은 안구 표면질환 환자의 치료와 예방에 사용하는 목시플록사신 항생제를 사용하므로 환자에게도 부담 없이 적용할 수 있다. 김기현 교수는 “비침습 결막 술잔세포 영상법이 사람과 비슷한 토끼 모델에서도 잘 동작함을 검증했다”며 “향후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해 안구 표면질환 환자의 정밀 진단과 치료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 (IITP) ICT R&D 혁신 바우처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화공 정대성 교수팀, OPD 광센서에 분자 더해 강한 빛에서도 물체 감지한다
[정대성 교수팀, 분자 스위치 합성해 OPD 성능 높여] 작은 분자를 더함으로써 유기 포토다이오드(organic photodiode, 이하 OPD)가 강한 빛에서도 물체를 감지하도록 한 기술이 개발됐다. OPD는 빛의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색과 밝기를 감지하는 광센서다. 다만 태양과 같이 강한 빛을 받으면 물체를 쉽게 감지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화학공학과 정대성 교수·강민균 박사 연구팀은 분자 스위치를 합성, OPD의 성능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최근 게재됐다. 빛의 세기가 강해질수록 많은 전기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무기 반도체와 달리, 전하 이동도가 낮은 유기 반도체는 빛의 세기가 강해져도 만들어지는 전기에너지의 양이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유기 반도체의 전하 이동도를 높여 더 강한 빛으로 많은 전기에너지를 만들어내고자 한 연구들이 진행된 바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반도체의 성질이 바뀌며 OPD가 색을 표현하는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문제가 생겼다. 연구팀은 분자에 빛을 쬐거나 자극을 주면 다른 성질을 띠는 ‘분자 스위치(molecular switch)’에 주목했다. 분자 스위치를 합성해 포토다이오드의 유기 반도체층에 첨가한 결과, OPD가 우수한 광검출능(Detectivity)을 보이면서도 색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특히 이 기술은 광활성층의 유기 반도체 종류와 상관없이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일반적인 분자 스위치는 초기 상태에서 자외선을 받으면 반도체로, 가시광선을 받으면 초기 상태로 돌아간다. 하지만 연구팀은 분자 스위치가 자외선과 가시광선이 모두 섞인 백색광의 세기에 따라 초기 상태와 반도체 상태의 분포가 변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입사광 세기에 따라 상태가 자율적으로 바뀌는 분자 스위치를 구현해냈다. 이미지 센서의 구성 소자인 OPD는 카메라뿐만 아니라 홍채‧지문 등 생체인식센서, 광통신 등 다방면에 활용될 수 있다. 이번 연구성과는 강한 빛에서도 물체를 감지하게 함으로써, 태양빛에 자주 노출되는 자율주행자동차‧드론 센서의 성능을 높일 수 있는 결과다. 정대성 교수는 “빛의 세기에 따라 스스로 구동 기작을 바꾸는 포토다이오드의 구조를 제안했다”며 “구동 기작을 스스로 바꾸도록 유도하는 소재로 분자 스위치를 사용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는 삼성전자 삼성미래기술육성센터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신소재 한세광 교수팀, 스마트 렌즈로 ‘실시간’ 연속혈당 측정한다
[한세광 교수팀, 스마트 콘택트렌즈 연구자 임상시험 성공] [바이메탈 나노입자 충진 다공성 수화젤로 고민감도 당센서 구현] 구글렌즈로 알려진 눈물 속의 당을 분석해 당뇨병을 진단하는 콘택트렌즈 기술이 이미 화제가 된 바 있었지만, 당센서의 민감도가 낮아서 혈당(血糖)과 누당(淚糖)의 상관관계가 검증되지 않아 임상시험이 중단되었는데, 최근 국내 연구진에 의해 실시간으로 혈당을 정확하게 진단 가능한 스마트 콘택트렌즈가 새롭게 개발됐다. 신소재공학과 한세광 교수‧김수경 박사‧통합과정 이건희 씨 연구팀은 스탠포드대학 제난 바오(Zhenan Bao) 교수, 화이바이오메드 신상배 박사와 공동으로 연속혈당 측정용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개발했다. 지속적인 채혈이 필요한 당뇨병 환자의 부담을 크게 덜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번 연구성과는 세계적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표지논문(frontispiece)으로 선정됐다. 혈당 조절을 위해 약을 복용하는 당뇨병 환자는 저혈당이 나타날 위험이 있는데, 고혈당뿐만 아니라 저혈당에 의해 여러 가지 합병증이 유발될 수 있어서 저혈당과 고혈당을 모두 측정할 수 있는 당센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다공성*1 고분자 하이드로젤에 바이메탈 나노촉매*2를 충진하는데 성공, 당센서의 반응속도와 민감도를 높였다. 미량의 눈물 성분이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다공성 구조로 만들어진 하이드로젤에 바이메탈 나노촉매와 당산화효소를 충진하여 당센서를 제작했다. 포도당이 들어 있는 눈물이 다공성 하이드로젤에 빠르게 흡수되면서 당산화효소와 반응하게 되고 이때 생성되는 전자의 이동으로 전류의 변화가 생기게 된다. 다공성 하이드로젤에 충진된 바이메탈 나노촉매는 당산화 반응을 빠르게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이로 인해 혈당을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연구 결과, 렌즈에 장착된 당센서의 응답시간은 이전 스마트 콘택트렌즈의 절반 수준으로 빨라졌으며, 3주 이상 재현성 있게 고민감도 당 분석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30마리 이상의 토끼실험과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도 스마트 콘택트렌즈로 분석한 눈물 속 당 수치가 기존의 혈당측정기를 이용한 혈당 수치와 잘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개발된 고민감도, 실시간 모니터링 스마트 콘택트렌즈 진단 시스템은 다양한 생체표지자(Biomarker, 바이오마커) 분석에 적용 가능하여 여러 난치성 질환의 진단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중소벤처기업부, 한국연구재단, 미국국립보건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연구를 주도한 한세광 교수는 “당뇨 진단 스마트 콘택트렌즈의 임상시험 샘플 제조를 위해 인터로조와 위탁생산 MOU를 체결하였으며, 연구자임상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연세대 세브란스 안과병원 김태임 교수팀, 고려대 안산병원 당뇨 전문의 김난희 교수팀과 공동으로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당뇨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1. 다공성 고체 표면 및 내부에 작은 공간이 많이 형성되어 있는 상태 2. 바이메탈 나노촉매 금 나노입자 표면에 플래티넘 나노입자를 성장시켜 만든 이 금속 나노입자 촉매
화공 차형준 교수팀, 홍합, ‘이것’ 때문에 물속에서도 접착력 유지한다
[차형준 교수팀, “표면접착력 잃은 단백질에 홍합 속 ‘시스테인’ 단백질 더하면 접착력↑”] [기존 수중접착소재에 더하면 접착력 향상 ‘기대’] 화장실 벽에 접착식 칫솔꽂이를 잘못 붙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으로 떨어지고 만다. 화장실에 있는 수분이 표면 접착력을 떨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반대로, 홍합은 물속 한가운데서도 바위에 단단히 붙어 ‘질긴’ 생명력을 자랑한다. 이러한 홍합접착단백질을 접착 소재로 활용하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쉽게 산화되어 금세 접착력이 떨어져 홍합의 수중 접착력을 완전히 재현하기는 어려웠다. 화학공학과 차형준 교수·신민철 박사·통합과정 윤태희 씨 연구팀은 홍합접착단백질이 산화가 일어나는 환경에서도 강한 표면접착력을 유지하는 비결을 밝혔다. 이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랭뮤어(Langmuir)’에 최근 게재됐다. 홍합접착단백질은 자연 유래 성분으로 인체에 무해해 의료용 접착제나 약물 전달체에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의료 소재로 각광 받고 있다. 다만 홍합접착단백질의 주요 구성요소인 도파(Dopa)가 쉽게 산화되어 표면접착력이 약해진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홍합의 표면단백질들 중 시스테인(Cysteine)을 많이 포함하는 단백질이 산화·환원에 관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도파가 산화돼 표면접착력이 약한 ‘도파퀴논(Dopaquinone)’ 상태로 변했을 때, 연구팀이 시스테인이 포함된 표면단백질 ‘fp-6’을 더하자 ‘델타도파(△Dopa)’ 상태로 바뀌었다. 도파퀴논의 이성질체*1인 델타도파는 도파와 같이 표면접착력이 매우 강한 상태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단백질 속에서 델타도파가 형성되면 도파보다 더 강한 표면접착력을 띌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홍합이 산화되기 쉬운 바닷속에서 강하게 달라붙어 있기 위해 표면단백질 fp-6의 이성질화 평형 이동 효과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밝힌 최초의 연구다. 이 결과를 기존의 도파 기반 수중접착 소재에 활용하면, 표면접착력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차형준 교수는 “도파의 산화를 단순히 막는다고만 여겨졌던 시스테인 함유 표면 단백질이 델타도파로의 변화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확인, 산화적인 수중환경에서도 홍합이 접착력을 유지하도록 돕는 성분의 역할을 처음으로 밝혔다”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1. 이성질체 분자식은 같지만 분자 내 구성원자의 연결 방식이나 공간 배열이 같지 않은 화합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