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공 노용영 교수팀, 투명 잉크로 투명 디스플레이 실현되나?
[고성능 P형 반도체·트랜지스터 개발] 미국드라마 <히어로즈>나 영화 <아바타> 등에서 등장한 투명한 모니터, 투명한 휴대폰, 아침마다 날씨 정보를 보여주는 스마트 창문 등 투명한 전자회로와 투명 디스플레이에 대한 관심은 점차 커지고 있다. 그간 낮은 성능으로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던 투명 P형 반도체*1 소재가 개발됐다. 화학공학과 노용영 교수, 박사과정 아오리우씨(Ao Liu) 연구팀은 성균관대학교 재료공학부 김명길 교수와 함께 구리 요오드(copper iodide, CuI)를 이용해 고성능 투명 P형 반도체를 개발함으로써 P형 트랜지스터의 성능과 안정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이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8월 27일자로 게재됐다. 투명 전자 소재에는 전자가 이동하는 N형 반도체*2와 정공(hole)이 이동*3하는 P형 반도체가 모두 필요하지만, 금속산화물 기반 소재의 특성상 지금까지 N형 반도체만 존재하고, P형은 전하 이동도가 매우 낮은 단점이 있었다. 구리 요오드는 훌륭한 광전자적 특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섭씨 100도 이하의 낮은 공정온도에서 용액 공정을 통해 박막을 제조할 수 있다. 그러나, 박막으로 제조할 때 다량의 구리(Cu) 빈 격자점이 생겨나고, 이 때문에 정공 도핑이 과하게 필요해 트랜지스터로 개발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아연(Zn) 도핑을 이용한 화학적 용액 공정으로 투명한 P형 아연이 도핑된 구리 요오드(Zn-doped CuI) 반도체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서 고성능의 투명 박막트랜지스터와 전자회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섭씨 100도의 낮은 공정온도에서 제작된 박막트랜지스터는 5이상의 높은 정공 이동도와 백만 이상의 높은 전류점멸비*4를 획득했다. 이는 현재까지 보고된 금속산화물과 금속 할로젠화물(halide)*5 투명 P형 반도체 중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능이다. 특히, 연구팀은 아연이 도핑된 구리 요오드 반도체를 다양한 용매에 용해하여 잉크로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간단한 인쇄공정으로 고성능 투명 P형 트랜지스터를 만들 수 있어, 제조공정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주도한 노용영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투명 P형 반도체 소재는 기존의 산화물 N형 반도체와 함께 투명 디스플레이, 투명 전자회로 및 광전자 소자에 향후 널리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글로벌 프론티어 사업, ‘나노기반 소프트일렉트로닉스 연구단(단장: POSTECH 조길원 교수)’과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전략과제의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1. P형 반도체 일반적으로 정공을 전하운반자로 갖는 반도체. 전하를 운반하는 정공의 수가 전자의 수에 비해 훨씬 많은 반도체 2. N형 반도체 일반적으로 전자를 전하운반자로 갖는 반도체. 전자의 수가 정공의 수에 비해 훨씬 많은 반도체 3. 정공 이동도 전자가 하나 빼지면서 생기는 하나의 빈 공간을 정공이라고 하며 전자가 –1의 전하를 갖는다면 이와 반대로 정공은 +1의 전하를 갖는 전하운반자이다. 4. 전류점멸비 (ON/OFF 비율) 트랜지스터를 동작시킬 때 (ON상태) 최고 전류와 껐을 때 (OFF상태) 최소전류 사이의 비율 5. 금속 할로젠화물(halide) 금속과 할로젠 사이의 결합을 지닌 물질
생명 이유정-김상욱 교수 공동연구팀, 선천성 T 세포의 아형 및 발달경로 규명
[항원 만나기 전 기억세포로 분화...새로운 면역세포 치료법 개발 실마리] 이전에 겪었던 병원균을 기억하고, 재차 이 병원균에 노출시 빠르고 강하게 반응하도록 돕는 기억세포. 그런데 병원균을 만나지 않고도 기억세포를 미리 만드는 강력한 면역세포의 발생과정이 밝혀졌다. 폐, 장, 피부 등 병원균과의 접촉이 빈번한 곳에서 생체방어를 담당하는 이 세포의 발달과정에 대한 이해는 면역저하로 인한 각종 감염질환이나 악성종양 등을 극복할 기초자료가 될 전망이다. 생명과학과 이유정, 김상욱 교수,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김종경 교수 연구팀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세의료원과 함께 새로운 면역 T 세포의 발달과정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최근 유행하는 코로나바이러스를 포함한 각종 바이러스나 세균, 곰팡이 등의 병원균과 암세포를 제거하는 데 필수적 역할을 담당하는 면역 T 세포는 10여 종 이상의 다양한 아형(subtype)이 존재한다. 최근 밝혀진 ‘선천성 T 세포’(innate T cell)는 병원균을 만나지 않은 발달단계부터 활성화된 형태로 만들어지며 전체 T 세포의 20-30%를 차지하나 그 생성과정이나 역할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사람과 생쥐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세 가지 선천성 T 세포인‘자연살해 T 세포,‘감마델타 T 세포’,‘MAIT 세포’의 발달과정에 주목하였다. 단일세포 유전체분석을 통해 서로 다른 발달체계와 기능을 가질 것이라 생각했던 이들 세포가 사실은 각각의 전구체로부터 동일한 발달 경로를 공유하며 인터페론 감마, 인터류킨-4, 인터류킨-17 등 같은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는 기능성 아형들로 분화하는 것을 알아냈다. ‘선천성 T 세포’의 아형 구성을 살펴보면 생쥐에는 자연살해 T세포가 많지만 사람에게는 MAIT 세포 또는 감마델타 T 세포가 많다. 때문에 생쥐에서는 인터페론 감마를 분비하는 자연살해 T세포의 강력한 항암, 항바이러스 효능이 검증되었지만 자연살해 T 세포가 매우 적은 사람에게는 동일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사람에게 많은 MAIT 세포 또는 감마델타 T 세포가 생쥐의 자연살해 T세포에 기능적으로 상응하는 세포라는 것이 밝혀짐에 따라 연구팀은 향후 사람에서 인터페론 감마를 분비하는 MAIT, 감마델타 T세포를 이용한 면역치료가 생쥐에서 처럼 항암, 항바이러스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본연구지원사업, 중견 연구지원사업,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자성기반라이프케어연구센터)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8월 31일 게재되었다.
기계·화공 노준석 교수-전자 정윤영 교수 공동연구팀, 뇌구조 모방한 전자소자로 “팔색조 컬러” 구현
[구조색 가변형 컬러필터 개발] 구조색 기술은 염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색이 바래지 않고, 외부의 강한 광원 없이 저전력 디스플레이를 가능하게 하는 미래 디스플레이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색 기술의 단점은 소자를 한 번 제작하고 나면, 그 특성을 바꿀 수가 없어서 재현할 수 있는 색이 고정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최근 POSTECH 연구팀이 인간의 뇌 구조를 모방해 만든 반도체 칩을 활용해 염료를 사용하지 않고 팔색조 컬러를 구현해냈다.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노준석 교수,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김인기씨 연구팀은 전자전기공학과 정윤영 교수, 석사과정 윤주영씨 연구팀과 함께 산화물 반도체에 일종인 IGZO (Indium-Gallium-Zinc-Oxide)*1를 이용해 구조색을 임의로 변경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특히, IGZO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뉴로모픽*2 전자소자에도 활발히 이용되고 있는 물질로서, 이를 나노광학 분야에 접목시킨 첫 연구이다. IGZO는 수소 플라즈마 처리 공정을 거쳐 층 안에 전자 농도를 임의로 조절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가시광선 전 영역에서 굴절률을 조절할 수 있다. 또한, 가시광선 영역에서 흡광 계수(extinction coefficient)는 거의 0에 근접하기 때문에 빛 손실이 극히 적어 매우 선명한 색을 투과시킬 수 있는 투과 형태의 가변형 컬러필터를 구현할 수 있음을 나노광학 시뮬레이션 및 실험을 통해 검증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IGZO 기반의 컬러필터 기술은 4층의 멀티레이어(Ag-IGZO-SiO2-Ag)로 구성되어 있으며, 파브리-페로(Fabry-Perot) 공진*3 특성을 이용해 선명한 색을 투과시킬 수 있다. IGZO 층의 전하 농도가 증가할수록 굴절률이 감소하고, 이는 선택적으로 투과되는 빛의 공명 특성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을 실험적으로 확인했다. 이러한 설계 방식은 대면적 디스플레이용 컬러필터에 접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10-6, 100만분의 1) 또는 나노(10-9, 10억 분의 1) 사이즈의 컬러프린팅 기술에도 접목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마이크로미터(μm, 1m의 100만분의 1) 사이즈의 픽셀 크기를 갖는 컬러프린팅 기술을 구현했다. 그 결과, IGZO 층의 전하 농도에 따라 센티미터 또는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컬러픽셀에서 나오는 색을 임의로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기존의 다른 전고체 (all solid-state) 가변형 재료들(예를 들어, WO3 또는 GdOx)에 비해 전자 농도를 통해 굴절률을 변화시키기 때문에 더욱 안정적으로 그리고 빠르게 구조색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노준석 교수는 “이 연구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나 뉴로모픽 전자 소자 등에 활용되고 있는 차세대 산화물 반도체인 IGZO를 나노광학 구조색 디스플레이 기술에 적용한 첫 사례”라며 “전하농도를 조절함에 따라 투과되는 빛을 임의로 걸러낼 수 있는 이 기술은 차세대 저전력 반사형 디스플레이, 위변조 방지 디스플레이 기술 등에 접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결과는 국제 권위지 ‘포토닉스 리서치(Photonics Research)’ 1일자에 발표됐으며,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센터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1. IGZO(Indium-Gallium-Zinc-Oxide 산화물 반도체) 인듐(Indium), 갈륨(Gallium), 아연(Zinc), 산소(Oxide)로 구성된 디스플레이 패널 2. 뉴로모픽(Neuromorphic) 인간의 뇌 구조를 모방해 만든 반도체 칩으로 대용량 데이터를 병렬 처리해 적은 전력으로도 복잡한 연산, 추론, 학습 등이 가능하다. 3. 파브리-페로(Fabry-Perot) 공진 여러 파장이 필터에 입사되면 특정 공간에서 다중간섭현상을 발생시켜 특정한 파장만 투과시키고, 다른 파장들은 반사함으로써 원하는 데이터만 선별하게 된다.
POSTECH, 융합연구로 과학 패러다임을 바꾸다
[기계공학과 조동우·창의IT융합공학과 장진아·생명과학과 신근유·창의IT융합공학과 정성준 교수, 바이오프린팅 및 오가노이드 연구로 세계를 선도하다] 인공장기 개발을 향한 노력은 1970년대 줄기세포 연구로부터 시작돼 2000년대 3D 프린팅기술과 만나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탄생시키며 본격적인 가속화에 접어들었다. 3D 바이오프린팅은 살아 있는 세포를 활용한 바이오잉크를 3D 프린팅처럼 층층이 쌓아 올려 각막, 간, 피부, 혈관 등 인공장기를 만들어낸다. 이 기술은 이제는 먼 미래 얘기가 아니다. 이미 2013년 미국 바이오프린팅 업체인 오가노보(Organovo)가 인공 간을 제작했고, 2016년 중국 레보텍이 원숭이의 지방층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로 인공혈관 제작에 성공했다. 같은 해 국내에서도 포항공과대학교(이하 POSTECH)가 세계 최초로 인공 근육을 제작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미국, 중국 등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3D 바이오프린팅을 통해 인공장기를 생산하려는 움직임은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POSTECH은 국내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인공장기 개발 분야의 선두주자다. 조동우 POSTECH 기계공학과 교수가 국내 미개척 분야였던 3D 바이오프린팅 시장의 기반을 닦았고, 그 뒤를 이어 장진아 교수 등 후배 연구자들이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신근유, 정성준 교수 또한 오가노이드 개발에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접목하며 신산업의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바이오프린팅으로 연결돼 각자의 영역에서 융합을 꾀하며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그들을 만나 바이오프린팅 기술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인공장기의 길을 열다…국내 3D 바이오프린팅 개척자 ‘조동우 교수’ 20년 이상 3D 프린팅을 연구해온 기계공학과 조동우 교수는 3D 프린팅을 ‘바이오메디컬’에 적용하며 국내에서 최초로 3D 바이오프린팅 분야를 개척한 인물이다. 197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된 인공장기 연구가 전자·기계·소재 분야의 융합으로 장기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도록 설계된 ‘대체 장치’의 개발이었다면 조 교수가 연구하는 분야는 실제 세포로 조직·장기 자체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일반 소재가 아닌 살아있는 세포를 직접 프린팅해 3차원 구조를 만들고 이를 배양해서 인체에 적용 가능한 조직·장기를 만든다. 바이오프린팅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바이오잉크’다. 바이오잉크는 세포를 보호할 수 있는 하이드로젤(hydrogel)에 탑재한 것인데, 일반적으로 콜라젠(collagen)이나 알긴산(alginate) 등을 많이 사용하지만 이는 조직이나 장기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갖는다. 그래서 조 교수는 각 조직이나 장기의 세포 환경을 재현해 주기 위해 프린팅하고자 하는 조직·장기를 돼지로부터 확보해서 탈세포화 한 후, 이를 바이오잉크로 만들고 이를 ‘조직유래바이오잉크(tissue specific bioink)’라고 명명했다. 인공장기는 환자에게 이식했을 때 장기가 제 기능을 해야 하고, 면역거부반응 등 환자에게 치명적인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기존 인공장기는 생체와는 다른 이물질이기 때문에 다양한 부작용 가능성이 존재하며 내구성이나 전원공급 등으로 인한 복잡함이 상존한다. 반면 조직유래바이오잉크를 이용해 만든 인공장기는 실제 환자 본인의 세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고, 환자 몸의 일부로 생착해 성장할 수 있다. 이처럼 조 교수의 조직유래바이오잉크는 3D 바이오프린팅의 가능성을 한 차원 높이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했다. 지난 8월에는 미국화학회가 발간한 이공계 분야 세계 최고 학술지인 케미컬 리뷰(Chemical Reviews)에 조직유래바이오잉크의 개발과 응용에 대한 논문이 비중 있게 다뤄졌다. 이 학술지는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는 주제를 선정해, 세계 최고 연구자에게만 투고 기회를 부여한다. 조 교수와 POSTECH 연구진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환자에게 적용되는 인공장기는 현재까지는 골조직에 제한돼있다. 심장, 간, 신장 등과 같은 복잡한 구조를 가져야 하는 장기들은 아직 연구 단계이고 실제 임상에 적용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모든 장기와 조직을 프린팅하는 것이 조 교수 연구의 최종 목표다. 조 교수는 “다른 기술로는 도저히 치료할 수 없는 환자, 예를 들어 암 수술 때문에 광대뼈를 제거한 환자에게 3D 프린팅으로 만든 구조물을 이식해서 정상인처럼 보이게 되었을 때, 기뻐하던 환자의 부모님과 환자의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라며 뿌듯했던 경험을 회상했다. 세계 최초 바이오잉크 개발, 세계 최초 3D 프린트 이용한 인공 근육 프린팅 성공, 세계 최초 인공 각막 이식 성공, 인공 코나 뼈, 치아는 물론 혈관 제작 성공…… 조 교수의 행보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역사가 되고 있다. 그의 다음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 “3D 바이오프린팅 공정 기반 닦았죠”…바이오잉크 재료 개발해 온 ‘장진아 교수’ 조동우 교수의 뒤를 이어 3D 바이오프린팅 분야에서 거대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창의IT융합공학과 장진아 교수 역시 국내 3D 바이오프린팅 분야의 개척해나가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가 생각하는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의 현재 역할은 간이나 췌장 등의 조직과 장기 자체를 만들어 완전하게 기존 장기를 대체한다는 개념보다는 그것들의 일부 기능을 복원해 이식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을 적어도 5년에서 10년 정도 늘려줄 수 있는 ‘중간자’의 역할이다. 2010년 대학원을 진학하며 조동우 교수와 함께 ‘리더연구자지원사업’을 통해 바이오프린팅 연구를 본격 시작한 장 교수가 가장 먼저 한 일은 3D 바이오프린팅의 공정개발이었다. 신장조직이나 각막 등 어느 하나의 장기를 타겟팅 해 프린팅하겠다는 목표를 세울 때, 돼지에서 유래한 조직을 사람 세포와 혼합하게 되는데 이때, 돼지 세포들을 제거해 나가는 탈세포화 과정을 통해 프린팅이 가능한 상태로 만든다. 기존 바이오프린팅 재료로 뽑히는 콜라젠, 알긴산은 단일재료로 세포가 좋아하는 환경이 한가지라면 이처럼 탈세포화 된 재료들은 세포가 좋아하는 환경이 수천, 수백 개가 섞인 혼합물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탈세포화 된 재료들을 인체에 적용하게 되면 더 많은 종류의 성장인자를 오랜 기간 체내에서 지속적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조직이나 장기의 기능을 온전히 복원하거나 강화시켜줄 수 있다. 다시 말해, 기존 바이오프린팅 재료보다 성능이 뛰어나고 기능을 잘 할 수 있는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도록 탈세포화를 통한 프린팅 재료로 만드는 ‘환경’을 만드는 연구인 것이다. 장 교수는 “바이오잉크가 예전에는 제한된 소재로만 만들어져 바이오프린팅에서 한정된 재료로만 사용됐는데, POSTECH의 연구는 조직이나 장기가 인체에서 더욱 잘 적응하고 분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다양한 바이오잉크 재료를 개발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3D 바이오프린팅 연구를 시작한 이래 장 교수는 연골, 지방, 심장에서 출발해 인체 대부분의 조직과 장기를 탈세포화 과정을 거치며 바이오프린팅 공정을 테스트 및 개발해왔다. 흔히 말해 손톱과 발톱을 제외한 모든 인체 조직을 프린팅하며 연구해 온 셈이다. 아쉽게도 이미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규제가 완벽하게 준비돼있지 않아 임상에 직접적으로 적용된 사례는 극히 일부다. 이에 장 교수는 병원, 기관, 기업과 협업으로 임상 규제에 관련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발된 기술이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중간매개 역할을 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면서 “이런 것에 보람을 느끼며 실생활에 적용될 수 있도록 상용화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잉크를 활용한 인체조직의 프린팅 기술의 수준도 아직까지 손톱 사이즈에 불과하다. 장 교수는 이 또한 조금씩 그 영역을 넓히면서 미래에는 조직과 장기 자체의 이식을 바라보고 있다. 장진아 교수는 “바이오잉크를 적용한 소재를 임상에 적용될 수 있다고 한다면, 진입부터 3년 이내에는 충분히 임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라면서 “현재는 일부 기능의 도움을, 머지않은 미래에는 전체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장기를 프린팅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3D 바이오프린팅 접목한 ‘오가노이드’…신약개발과 환자 맞춤형 시대로의 ‘혁신’ 만드는 ‘신근유 교수’ 생명과학과 신근유 교수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오가노이드(organoid) 분야의 리더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 재직 시절 오가노이드 연구를 시작했고, 1세대 오가노이드 연구자로 알려져 있다. 오가노이드란 약 15년 전 등장한 개념으로 줄기세포를 3차원적으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만든 장기유사체로 '미니 장기', '유사 장기'라고도 불린다. 인공장기 개발로도 활용되지만 무엇보다 오가노이드의 가장 큰 활용성은 신약개발에 있다. 현재 신약개발의 패러다임은 여러 신약후보 물질을 쥐와 같은 동물실험 거쳐 임상에 돌입한다. 포유류이면서 번식력이 빠른 쥐는 동물실험에 가장 적합한 대상이지만 사람의 유전자나 인체 구조와는 엄연히 다르다. 신약 개발률이 5% 이하에 머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에 오가노이드는 신약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혁신기술로 작용할 수 있다. 사람과 다른 쥐를 이용해 신약후보 물질을 테스트 하는 것이 아닌 실제 환자의 조직을 배양해 오가노이드로 만들어 테스트해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수만 개의 후보물질을 모두 테스트해보기란 수작업으로 진행돼 오던 오가노이드로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는 어려움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오가노이드를 다량 만들 수 있는 공정시스템이 필요하며 이것이 바로 3D 바이오프린팅이다. 신근유 교수는 “오가노이드와 바이오프린팅의 융합은 50년 넘는 신약개발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혁신적인 기술”이라면서 “차세대 오가노이드 연구가 이미 시작되었고, 빠른 미래에 현재까지 미니 장기 유사체였던 오가노이드가 미니 장기가 되고 더 발전되면 장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3D 바이오프린팅을 접목한 오가노이드는 더 나아가 환자 맞춤형 치료에서의 혁신도 내포한다. 가령, 종양은 사람에 따라 유전자의 차이가 존재하며 이를 돌연변이라 부른다. 따라서 이러한 돌연변이마다 각기 다른 치료를 하자는 것이 환자 맞춤형 치료의 개념이지만 문제는 환자당 돌연변이의 숫자가 200개 이상으로 너무 많다는 데에 있다. 때문에 어떤 약을 어떤 돌연변이에 적용해야 하는지를 알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환자 개인의 인체조직을 배양해 이를 3D 바이오프린팅으로 다량의 오가노이드를 만들어 환자에게 맞는 약을 찾을 수 있다면 말 그대로 환자 맞춤형 치료의 시대가 열릴 수 있다. 차세대 오가노이드 기술을 이용하면 병원에서 진단과 동시에 한두달 내로 환자에 맟는 약을 선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게 신 교수의 말이다. 그는 “오가노이드와 3D 바이오프린팅으로 신약개발과 환자 맞춤형 치료의 시대에 빠르게 다가갈 수 있다”라면서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환자들의 맞춤형 치료가 빅데이터화 된다면 미래에는 환자가 병원에 방문했을 때 어떤 약을 처방해야 할지 인공지능이 바로 알려줄 수 있는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 암 이질성 분석해 환자 맞춤형 시대로 ‘성큼’…독보적 잉크젯 바이오프린팅 개척자 ‘정성준 교수’ 신근유 교수는 오가노이드 대가, 조동우 교수와 장진아 교수는 3D 바이오프린팅의 개척자라면 창의IT융합공학과 정성준 교수는 잉크젯 바이오프린팅의 개척자로 바이오프린팅 분야에서 전 세계적인 입지를 가지고 있다. 전자 회사에서 잉크젯 프린터 개발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프린팅 관련한 외길 연구를 해오고 있는 정 교수는 현재 바이오프린팅 분야와 더불어 전자소자와 회로를 프린팅기술로 구현해내는 인쇄전자 분야, 그리고 이 둘을 다시 융합한 바이오인쇄전자 및 센서 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암의 정확한 진단과 맞춤형 의료를 위해서는 암세포 간 유전적 이질성을 정확하게 평가해 활용하는 방법이 매우 중요한 문제로 정성준 교수는 잉크젯 세포 프린팅 방식을 이용해 방광암 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이용한 암 이질성을 분석하는 연구를 최초로 수행했다. 정 교수가 독자적으로 개발해오고 있는 잉크젯 기반 바이오프린팅은 세포 하나하나를 개별적으로 조절해 빠르고 정확히 원하는 곳에 위치시킬 수 있다. 세포 이외에도 세포배양액이나 콜라젠 등의 여러 바이오 물질들도 함께 토출이 가능하고 이것을 대면적 3차원으로 패턴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생명공학 분야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가 개발한 잉크젯 바이오프린팅은 세포 하나를 하나의 ‘well’ 중심에 정확하게 임베딩(Embedding) 시킴으로써 암 이질성을 평가하는 연구, 2종 이상의 다양한 세포를 원하는 디자인으로 2D 또는 3D로 패턴화해 세포 간의 작용을 연구, 원하는 인공조직을 만드는 연구 등이 가능하다. 특히, 그는 실제 환자에서 유래된 암세포를 잉크젯 방식으로 정밀하게 프린팅해 각각을 암 오가노이드로 성장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단백질 및 유전자 발현을 정량적으로 측정하여 이질성을 분석하는 연구를 바탕으로 각 오가노이드에 다른 방광암 치료제의 효능에 대한 차이 등을 평가하며 잉크젯 바이오프린팅의 우수함을 입증해왔다. 정 교수의 이러한 연구는 바이오프린팅 기법을 통해 방광암 모델을 제작하고 각 모델에 따른 암의 이질성을 평가, 분석해 미래 개인맞춤형 정밀 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큰 의미를 남긴다. 정 교수는 “잉크젯 바이오 프린터는 종류에 상관없이 모든 세포를 다 프린팅 할 수 있으며 각각의 세포 하나하나를 아주 빠른 속도로 정확하게 원하는 곳에 패턴화 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라면서 “무엇보다 우리기술로 만든 방광암 오가노이드가 실제 환자 암조직의 특징을 모사했다는 것과 인간 체내에서 실험할 수가 없는 다양한 실험을 체외에서 진행할 수 있다는 데에 큰 강점을 갖는다”고 말했다. POSTECH에는 3D 바이오프린팅의 선구자인 조동우 교수를 비롯해 이 분야의 여러 전문가가 함께 모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어느 분야의 연구든 한 연구그룹이 모든 난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다.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생물학, 조직공학, 기계공학, 재료공학, 전자공학 등의 많은 지식과 기술들의 융합이 필요하다. 특히, POSTECH은 학문 분야 간 장벽이 낮아 융합적인 연구를 하기에 아주 적합한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여러 훌륭한 연구자들이 한 곳에서 함께 연구하며 많은 시너지를 내고 있다. 과학과 기술의 융합, 이것이야말로 혁신을 이끄는 POSTECH의 힘이 아닐까!
신소재 이종람 교수팀, 이산화탄소도 재활용한다
[이산화탄소 재활용하는 구리 합금 촉매 개발] 산업 현장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매년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지구 온난화가 전 지구적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2015년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정부에서 제안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시장 규모가 약 6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때 이산화탄소를 연료로 전환하는 전기화학적 이산화탄소 환원 방법은 이산화탄소 감소 수요에 따라 새로운 에너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재활용에 필요한 촉매는 값비싼 귀금속을 사용하는데다 공정법이 복잡해 상용화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POSTECH 연구팀은 값싼 금속 소재와 간단한 방법으로 제작 할 수 있는 고성능 이산화탄소 환원 촉매를 선보였다. 신소재공학과 이종람 교수, 동완재 박사, 유철종 박사, 이동화 교수 연구팀은 구리 (Cu)와 은 (Ag) 두 가지 금속으로 이루어진 촉매 표면에 존재하는 전자들의 분포가 이산화탄소 환원 반응의 경로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를 통해서 이산화탄소 환원 반응을 극대화해 지금까지 보고되지 않은 높은 효율을 가진 촉매 소재를 합성하는데 성공했다. 이 연구성과는 재료 분야에 국제학술지 ‘나노 에너지(Nano Energy)’에 최근 게재됐다. 이산화탄소 환원 촉매는 물과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 메탄가스 등과 같은 화학공업 연료로 변환하는 소재이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환원 촉매의 성능을 향상하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높은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금 또는 팔라듐과 같은 귀금속이 필요해 생산비용이 증가하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서 값싼 금속재를 사용하면 원하는 생성물로 전환되는 선택성이 떨어진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값싼 합금 소재를 이용해서 높은 성능의 촉매를 구현하는 것이 관건이다. 연구팀은 구리와 은의 경계면에서 일어나는 전자 재분포 현상이 은과 일산화탄소 간의 결합에너지를 증가시켜 은의 촉매 특성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또, 구리 호일 위에 수 나노미터 두께의 은 박막을 형성하는 간단한 구조를 이용해 귀금속보다 높은 선택성을 갖는 촉매 소재를 개발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합금 촉매들은 일산화탄소만 높은 선택성을 보이지만, 이번에 개발된 촉매 소재에서는 일산화탄소의 결합에너지를 메탄가스 생성에너지 수준으로 상승시켜 일산화탄소와 메탄가스 두 가지 생성물의 전환율을 대폭 향상하는 독특한 특성이 확인됐다. 이처럼 금속 계면에서 발생하는 전자의 재분포 현상을 촉매 소재를 설계하는 기법을 활용하면 우수한 특성을 갖는 촉매 소재를 빠르게 탐색함으로써 신물질 개발을 위한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종람 교수 연구팀은 “이 연구는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가스를 채집하여 화학 연료로 전환해서 새로운 고부가가치를 창출 할 수 있도록 하며,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화학 김경환 교수팀, 빛이 밝힌 가벼운 물과 무거운 물
[POSTECH-스웨덴 공동연구팀, 4세대 가속기로 본 물 분자의 구조동역학 분석] 태양계의 여러 행성 중에 지구는 물이 있는 유일한 행성이다.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볼 때 푸른색을 띠는 것도 바로 이 물 때문이다. 물은 자연 상태에서 액체, 고체, 기체 상태로 존재하며 다양한 생명, 화학, 물리 현상의 근원이 된다. 한없이 투명해 보이는 이 물은 사실 액체 상태에서도 서로 다른 두 가지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POSTECH과 스톡홀름대 연구팀은 햇빛보다 100경 배 밝은 빛을 내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로 물의 구조를 새로 밝혔다. 화학과 김경환 교수와 스웨덴 스톡홀름대 피보스 페라키스(Fivos Perakis) 교수 연구팀은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액체상 물 분자의 정렬과 무질서화에 관한 구조동역학을 분석했다. 이 연구성과는 물리학 분야 권위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최근 게재됐다. 물은 4℃에서 부피가 가장 작고, 무거운 상태가 되는 등 다른 액체와는 다른 변칙적인 특성을 나타낸다. 이런 특성 때문에 한겨울 얼음 밑에서 물고기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등, 물은 생명활동에 꼭 필요한 다양한 성질을 가지게 된다. 지금까지는 펨토초(1/1천조 초) 단위로 이뤄지는 물의 구조변화를 직접적으로 측정할 방법이 없어 이러한 물의 여러 특성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알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햇빛보다 100경(100조의 1만 배) 배 밝은 빛으로 나노 크기의 미세한 물체를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는 슈퍼 현미경으로 불리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강한 전기장 하에서 일어나는 물의 구조 변화를 들여다봤다. 보통 액체 상태의 물은 분자들이 무질서하게 흐트러져 있는 상태지만 레이저 빛의 전기장 속에서는 일시적으로 마치 얼음처럼 정돈된 상태가 될 수 있고 이를 광학적 커(Kerr) 효과라고 한다. 4세대 가속기의 극도로 밝고(1012 광자수/펄스) 극도로 짧은 펄스(100 펨토초 이하)의 X선은 기존 장비로 실현이 어려웠던 비등방성 X선 산란과 광학적 커(Kerr) 효과를 접목한 실험을 수행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빠르게(펨토초 시간에) 일어나는 물 분자의 구조동역학을 직접 관측할 수 있었다. 실험 결과, 물 분자가 레이저 펄스의 전기장 방향으로 순간적으로 정렬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 빠르게 정렬된 물 분자들이 160펨토초의 시간을 통해 다시 무질서하게 배열되는 것을 관찰했다. 이 정렬에 쓰인 에너지는 1피코초(1조분의 1초 : 10-12초) 후 온도가 0.1도 증가했다. 이런 실험 결과를 분자동역학 계산과 비교했고,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실온에서 가벼운 물이 무거운 물보다 전기장에 의해 더 잘 정렬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즉, 물이 하나의 분자 구조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밀도와 구조를 가진 ‘가벼운 물(LDL)’과 ‘무거운 물(HDL)’로 이뤄져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신빙성 있는 증거를 제공했다. 제1저자 및 교신저자로 연구를 주도한 김경환 교수는 “이번 실험과 같이 4세대 가속기를 이용하면 물의 복잡한 구조변화를 실험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라며 “생명의 근원이 되는 물의 다양한 특성이 무엇으로부터 기인하였는지에 대한 학계의 오랜 논쟁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이 연구는 한-스웨덴 과학기술 공동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화학 이인수 교수팀, ‘샌드위치’ 촉매로 더 많이, 더 오래
[수소 발생 촉진하는 나노 다공성 백금 겹 촉매 개발] 18세기 귀족들이 오랜 시간 동안 카드 게임에 열중하기 위해 빵과 빵 사이에 고기나 채소를 넣어 간편하고, 빠르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음식이 바로 ‘샌드위치’다. 이 효율적인 음식은 열량이나 영양도 뛰어나다. 화석연료의 대체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수소에너지를 얻는데도 이 샌드위치 방식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POSTECH 연구팀이 밝혔다. 화학과 이인수 교수, 통합과정 장선우씨, 슈만 듀타(Soumen Dutta) 박사 연구팀은 물 분해를 촉진해 수소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는 ‘샌드위치 구조 촉매’를 개발했다. 이 연구는 미국화학회 국제학술지 ‘ACS 나노(ACS Nano)’지에 최근 발표됐다. ‘수소연료전지’는 산소(O₂)와 수소(H₂)가 물(H₂O)을 생성하는 화학반응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친환경적 발전(發電)장치이다. 최근 수소전기차가 출시되고 가정에도 수소연료전지가 보급되면서, 수소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에서 얻어지는 잉여전류를 사용해 물을 분해하고 수소를 생성하는 방법은, 고순도의 수소 연료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가장 쉬우면서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방법은 생산 효율이 낮고 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물 전기분해를 통해 생산되는 수소연료의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수소발생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고활성·고안정성 전기화학 촉매의 개발이 필요하다. 백금(Pt)은 수소생성 반응에 가장 적합한 촉매 물질로 여겨져 왔지만, 물 분자에 대한 낮은 친화도와 이에 따른 느린 물 분해 속도 때문에 알칼리 전해질 조건에서 이루어지는 상업적인 공정에 적용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물 분해반응을 촉진하는 금속-수산화물을 백금 나노입자와 결합하려는 많은 시도가 이루어졌으나, 백금/금속-수산화물 계면의 불안정한 특성으로 인해서 촉매의 내구성이 크게 저하되는 또 다른 약점을 노출하게 된다. 연구팀은 촉매의 효율과 내구성을 동시에 향상하기 위해서 2차원 형태의 백금/금속-수산화물 계면을 설계했다. 수 나노미터(nm) 두께의 박리된 니켈/철-수산화물 표면에 약 1nm의 백금층을 성장시키는 독창적인 방법으로 다공성 2D-백금-나노판 사이에 2D-니켈/철-수산화물-나노판이 끼어 있는 샌드위치 형태의 2D-2D 나노하이브리드 물질을 합성하는 데에 성공했다. 합성된 샌드위치 촉매는 넓은 2D-2D 계면에 걸쳐서 밀접하게 접촉하고 있는 금속-수산화물과 백금 사이에서 상호보조적인 촉매 효과가 일어난다. 이때 기존의 촉매 물질(20%-Pt/C)에 비해서 6배 이상 높은 활성을 나타냈으며, 50시간이 넘는 장시간의 물 분해 수소생산 과정에서도 활성의 감소 없이 촉매 기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를 주도한 이인수 교수는 “샌드위치 촉매는 탄소 지지체를 사용하지 않는 물질 중에서 가장 높은 알칼리 용액 수소 발생 촉매 활성을 지니면서도, 불과 3~5시간 정도에서 안정적인 유사 전기화학 촉매보다 크게 향상된 내구성을 보이는 촉매 물질이다”며 “경제성 높은 수소 생산공정을 개발하는 데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리더연구자지원사업(창의연구)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창의IT 김철홍 교수-(주) 옵티코 공동연구팀, ‘2020 Microscopy Today 혁신 어워드’서 최우수 기술 선정
POSTECH-(주)옵티코가 개발한 기술이 미국 현미경 전문잡지 ‘마이크로스코피 투데이(Microscopy Today)’가 선정한 2020년 10대 현미경 기술로 선정됐다. 창의IT융합공학과 김철홍 교수, 김진영 연구교수, 통합과정 김종범씨 연구팀과 ㈜옵티코는 마이크로스코피 투데이가 주최한 ‘2020 현미경 혁신 어워드 경연(2020 Microscopy Today Innovation Awards competition)’에서 ‘비표지 초해상도 국지화 광음향 현미경(Label-free Super-resolution Localization Photoacoustic Microscopy)’으로 ‘최우수 현미경 혁신상(best microscopy)’을 수상했다. 이 경연은 전년도에 개발된 혁신적인 현미경 관련 제품과 기법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개최되며, 매년 10개 우수 혁신기술을 선정하고 있다. 올해는 연구팀이 ㈜옵티고와 공동으로 개발한 비표지 초해상도 국지화 광음향 현미경이 10대 기술로 선정됐다. 국내에서는 2019년에 토모큐브가 수상한 이후 두 번째 쾌거이다. 광음향 현미경은 동물과 인간의 생체 내 해부학적, 기능적, 분자적 정보를 제공하는 현미경이다. 그러나 기존의 광음향 현미경 시스템은 영상 속도가 느리고 해상도가 낮아 비임상이나 임상시험에서 사용이 어려웠다. 이번 발명에서는 영상 속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다른 광학 현미경에서 많이 사용되는 상용 갈바노미터 스캐너를 이용했다. 또한, 고속 스캐닝을 기반으로 조영제를 요구하지 않는 비표지 초해상도 국지화 방법을 제시했다. 이 새로운 기술은 기존 상용화된 광음향 현미경보다 500배 빠른 속도로 스캐닝할 수 있다. 또한,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고 몸속의 적혈구를 조영제로 활용해 기존의 광음향 현미경에서 분해되지 않았던 미세혈관들이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었으며, 생체 내에서 2.5배 향상된 해상도를 보였다. 이 기술은 빠른 속도와 높은 해상도, 안정성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신경학, 종양학, 병리학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한편, 마이크로스코피 투데이는 모든 분야의 현미경 전문가에게 흥미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현미경 전문 잡지이다. 미국현미경협회(Microscopy Society of America, MSA)가 소유하고, 캠브리지 대학교 출판사에서 발행하는 잡지로 전문가에게 배부한다. 광학 현미경, 스캐닝 프로브 현미경, 전자 현미경, 이온 빔 기술 및 광범위한 미세 분석 방법의 개발과 응용을 포함한 모든 현미경 기술 등을 다룬다.
POSTECH 경북씨그랜트센터, 바닷속 양식장도 무선 CCTV로 관리한다
POSTECH이 바닷속 물고기의 활동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는 스마트 양식 기술을 경북지역 양식장에 도입했다. POSTECH 경북씨그랜트센터(센터장 유선철)와 경북어업기술센터(소장 김종태)는 실시간으로 어류의 활동성을 관측할 수 있는 무선 모니터링 시스템과 수온·용존산소 통합측정기를 경북지역 양식장에 시범 설치하고 이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 사업은 여름철 태풍 등으로 차가운 바닷물이 유입되면서 급격하게 변하는 수온으로 인해 발생하는 양식생물의 폐사 등 어민들의 피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경북씨그랜트사업의 일환이다. 실시간 무선 어류 활동성 모니터링 시스템은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10km 밖에서도 실시간으로 양식장 어류 생태 관측이 가능하다. 특히, 내압 실린더 설계를 적용하고, 광각렌즈를 활용하면 최대 수심 100m까지 수중에서 180도 관측이 가능하다. 또한, 수온·용존산소 통합측정기는 육상 양식장 내 다중 수조의 개별 수온과 용존산소를 실시간 무선으로 통합 관찰할 수 있는 장비이다. 경북씨그랜트센터는 이렇게 적용된 무선 모니터링 기술로 수온 변화, 바닷속 환경 변화, 사료 주입 주기 등에 따른 어류의 상태 등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함으로써 시스템 제어를 통한 양식산업의 스마트화를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북씨그랜트센터 유선철 센터장은 “ICT 융합기술이 경북지역의 해양·수산 현안을 해결하고, 어업인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경북씨그랜트사업은 지역대학을 중심으로 지역별 해양현안을 발굴해 연구수행, 전문인력 양성, 연구 결과의 대민활동을 수행하는 해양수산기술지역특성화 사업으로,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과 경상북도의 지원을 받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실시간 무선 어류 활동성 모니터링 시스템 연구 결과는 ‘2020 한국수산과학회 학술대회’에도 소개됐으며, 최우수 논문상을 받는 등 주목받았다.
화학 김기문 교수팀, 소리가 조절하는 화학반응, 눈으로 관찰
[소리로 분자 거동 제어 … 소리를 화학반응에 접목한 첫 연구] 일부 농가에서는 식물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음악농법’을 쓴다. 음파가 세포벽에 물리적 자극을 주어 광합성 등 대사를 증진시키는 원리이다. 식물의 생장뿐 아니라 가축의 사육, 질병 치료 등에도 소리가 폭넓게 사용된다. 하지만 소리는 에너지가 낮아 화학반응에는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정설이었다. 화학과 김기문 교수팀 (기초과학연구원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 단장)은 기존 통념과 달리 소리가 물리현상뿐만 아니라 화학반응까지 조절할 수 있음을 규명하고, 그 결과의 시각화에 성공했다. 1831년 마이클 패러데이가 수직 진동하는 접시의 물이 복잡한 패턴을 만드는 현상을 첫 보고한 이후, 물리학자들은 파장에 의한 물 움직임을 연구해왔다. 반면 물의 움직임이 화학반응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를 연구한 화학자들은 드물었다.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나 초음파에 비해, 파장이 긴 소리는 에너지가 작아 분자의 변화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보편적인 견해여서 화학연구의 대상으로 잘 고려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물의 움직임에만 주목한 기존 연구와 달리 물의 움직임에 의한 공기의 용해도 변화에 관심을 두었다. 소리로 물결의 패턴을 제어하여 용해도를 조절한다면, 한 용액 내에서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화학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발단이 되었다. 이어서 연구진은 이를 시각화할 수 있는 실험을 설계했다. 우선, 연구진은 스피커 위에 페트리 접시를 올려둔 뒤, 소리가 접시 안의 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관찰했다. 소리가 만들어낸 미세한 상하 진동으로 인해 접시 안에는 동심원 모양의 물결이 만들어졌다. 동심원 사이의 간격은 주파수가 높아질수록 좁아졌으며, 그릇의 형태에 따라 다른 패턴을 나타냈다. 소리의 주파수와 그릇의 형태에 따라 나타나는 물결의 패턴을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후 연구진은 지시약을 이용해 소리가 만들어낸 물결이 화학반응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먼저, 파란색이지만 산소와 반응하면 무색으로 바뀌는 염료(바이올로젠 라디칼)를 접시에 담은 뒤, 스피커 위에 얹은 후 소리를 재생했다. 물결에서 움직이지 않는 마디 부분은 파란색을 유지하는 반면, 주기적인 상하운동을 하는 마루와 골(가장 높은 부분과 낮은 부분)은 산소와 반응하며 무색으로 바뀌었다. 공기와 접촉이 활발하여 산소가 더 많이 용해되기 때문이다. 또한, 산성도(pH)에 따라 색이 변하는 지시약인 BTB 용액을 이용해 동일한 실험을 진행했다. BTB 용액은 염기성에서는 파란색, 중성에서 녹색, 산성에서 노란색을 띠는 지시약이다. 연구진은 접시에 담긴 파란색 BTB 용액을 스피커 위에 놓고 소리를 들려주며 이산화탄소에 노출시켰다.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으면 용액이 산성으로 변하는데, 소리를 들려주자 용액 속에 파란색, 녹색, 노란색이 구획별로 나뉘어 나타났다. 물결로 인해 기체의 용해도가 부분적으로 달라지며 산성, 중성, 염기성이 공존하는 용액이 만들어진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황일하 연구위원은 “용액의 산성도는 전체적으로 동일하다는 상식을 뒤엎은 흥미로운 결과”라며 “소리로 산화・환원 또는 산・염기 반응을 일으켜 물리적 가림막 없이도 용액 내 화학적 환경을 서로 다르게 구획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평형상태에서 고주파로 화학반응을 조절하려는 연구가 시도된 적은 있지만, 실제 자연과 같은 비평형상태에서 소리를 이용하여 화학반응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이 연구는 소리가 생체 내 화학반응에 미치는 영향으로 확장되어, 복잡다단하게 조립․변화하는 생명활동의 이해를 도울 것으로도 기대된다. 김기문 단장은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 소리를 이용해 쥐의 움직임을 통제했듯, 우리 연구진은 소리를 이용해 분자의 거동을 조절했다”며 “화학반응과 유체역학을 접목해 발견한 새로운 현상으로 소리를 이용한 다양한 화학반응 조절 등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케미스트리(Nature Chemistry, IF 21.687) 8월 11일자(한국시간)에 실렸다. 한편, 본 연구 중에 촬영한 이미지는 제5회 IBS Art in Science 전시회에 ‘소리 붓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작품으로 소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