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생명 이승우 교수팀, 장내 미생물 신호 전달 메커니즘 규명
[장내 미생물 신호 전달하는 '신호등 세포' 밝혀져] 흔히 미생물은 건강을 위협하고 음식을 썩게 하는, 생활 속 불편을 주는 해롭고 더러운 생물로 여겨진다. 하지만 미생물은 소화작용을 통해 영양분을 만들어 모든 생물이 삶을 이어가게 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우리 몸에는 2,000여종, 개수로는 수백조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 미생물의 대부분이 장내에서 존재하지만, 그들에 의한 작용은 몸 전체에 나타난다. 최근 POSTECH 연구팀에서 장내 미생물이 어떻게 몸 전체로 신호를 보내는지, 어떻게 골수의 조혈작용을 조절하는지를 밝혀냈다. 융합생명공학부 이승우 교수‧박윤지 연구교수, 통합과정 이승원씨‧김혜강씨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 신호가 인체의 다른 조직에 전달되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또, 이미징 연구를 통해 골수에 있는 CX3CR+ 단핵구 세포들이 조혈전구세포*1들과 접촉하는 것을 최초로 증명했다. 이 성과는 미국혈액학회(ASH) 저널인 ‘블러드(Blood)’의 표지 논문으로 소개됐다. 최근 미생물 연구들은 장내 미생물들이 장뿐만 아니라 폐, 간, 뇌, 골수 등 다른 조직에서 생명현상을 조절한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장내 미생물 신호가 전신으로 전달되는 방법이나 신호를 받아들여 면역세포를 만들어 내는 방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이 골수의 조혈작용을 조절하여 백혈구(면역세포)를 만들어 냄으로써 우리 몸의 면역력을 조절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 과정에서 장내의 박테리아 디엔에이(bDNA)를 포함하는 미생물 신호가 혈류를 통하여 골수 내로 전달되며, 골수에 있는 CX3CR1+ 단핵구세포가 이를 인식하는 것을 밝혔다. 미생물 신호를 인식한 CX3CR1+ 단핵구세포는 신호전달과정을 거쳐 신체의 방어체계를 제어하고 자극하는 신호물질인 싸이토카인을 분비하고, 싸이토카인은 조혈전구세포 수를 조절하거나 미엘로이드 계열로의 분화를 촉진시켜 혈액세포를 만들어 낸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또한, CX3CR1+ 단핵구세포들이 혈관보금자리*2에서 조혈전구세포들과 접촉하고 있으며, 골수 내 혈관 주위에 있는 CX3CR1+ 단핵구세포가 미생물 신호를 받아들이는 신호등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장내의 미생물이 내보낸 신호가 혈류를 통해 이동하여 골수에 있는 CX3CR1+ 단핵구세포에 의하여 인식되고 이를 통해 생성된 싸이토카인으로 인해 골수의 조혈작용이 조절되는 메카니즘을 밝혀낸 것이다. 이승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풀리지 않았던 장내 미생물 신호가 어떻게 장을 넘어서 전신조직 반응을 조절하는가에 대한 메커니즘을 처음으로 규명한 것”이라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또 “장내 미생물 신호 전달 경로를 이용하면 체내 다른 조직의 면역반응을 조절하거나 암, 염증성 질환 치료에 응용이 가능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 선도연구센터, BK21 플러스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1.조혈전구세포 혈액세포가 되기 전의 원시세포로 골수에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의 세포군으로 형성된다. 2.혈관보금자리 혈관 내에 있는 특정한 자리, 혈관 내 미세환경
[POSTECH의 연구성과] 생명 조윤제 교수팀, 단백질 구조 밝혀 암 퇴치한다
국내외 과학자들은 암을 조기에 진단하거나, 암세포만을 공격해 치료하거나, 또는 암을 미리 예방하는 연구를 수십 년 동안 해왔다. 아직까지 암을 완벽하게 퇴치하지는 못했지만 원인이나 치료법에 대한 비밀을 하나씩 밝혀내고 있다. 세포분열 제어하는 단백질 밝혀내 암의 원인 중 하나는 세포분열 시 제어하는 시스템이 망가지는 것이다. 만약 DNA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세포분열도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세포가 한 번 분열하는 주기 동안 DNA가 끊임없이 복제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사람의 몸에서는 세포주기마다 DNA 복제가 한 번만 일어나도록 제어하는 ‘라이센싱’이 일어난다. 이전까지는 단백질인 ‘제미닌’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지만, 구체적인 과정은 알 수 없었다. 2004년 조윤제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X선 회절법과 생화학적 방법을 이용해 제미닌의 3차 구조를 최초로 밝혀냈다. 관찰 결과 제미닌은 긴 전화선 두 개가 꼬여 있는 듯한 모양으로 앞부분이 DNA 복제에 관여하는 Cdt1이라는 단백질과 강하게 붙어 있었다. 세포주기가 시작되면 제미닌은 Cdt1과 결합하고, 다른 단백질이 Cdt1에 붙는 것을 방해해 또 다른 DNA가 복제하지 않도록 막는다. 만약 제미닌이 DNA 복제를 제대로 제어하지 않으면 염색체가 불안정해지면서 암 같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이 연구 결과는 암을 퇴치하는 실마리를 찾는 데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해줬다. 손상 DNA 고치는 두 단백질의 만남 조 교수팀은 인체 내에서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손상된 유전자가 어떤 과정을 거쳐 치유되는지 단서를 발견해왔다. 종양을 억제하는 단백질복합체인 Mus81-Eme1, Mre11-Rad50, FAN1 단백질들이 어떤 3차원 구조를 갖고 있는지 밝히고, 생체 내에서 손상 유전자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치유하는지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세포는 자체 시스템으로 손상된 DNA를 찾아 고친다. 이 시스템에 오류가 생기면 암이 생길 수 있다. 이때 DNA에서 손상된 부위를 인식하고 치유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일련의 유전자 손상 치유 효소들이다. 조 교수팀은 포항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손상 유전자 치유 효소인 Mus81-Eme1과 Mre11-Rad50, FAN1 등의 분자 구조를 밝혔다. 이 효소들이 어떤 기작을 거쳐 유전자에서 손상된 부분, 즉 십자형 유전자나 두 동강 난 유전자, 염기 두 개가 서로 묶인 유전자를 특이적으로 찾아내 정확하게 자르고 정상적으로 치유하는지 자세한 과정을 최초로 밝혀냈다. “좋은 과학자가 되려면 항상 호기심을 갖고 노력해라” 조윤제 교수는 “연구를 하다가 어려움을 만나면 산을 하나하나 넘어간다는 생각으로 연구실 제자들과 함께 지혜롭게 이겨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과는 무관하게 본인이 궁금한 분야를 소신껏 연구하는 과학자가 진정한 과학자라고 생각한다.” 며, “좋은 과학자가 되려면 항상 호기심을 갖고, 그것을 스스로 풀기위해 노력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계‧화공 노준석 교수팀, ‘하한선 없는 메타물질’ 광컴퓨터 구현 앞당긴다
[넓은 주파수에서 위상학적 표면파 갖는 새로운 물질 제시] 빛의 속도로 빠른 컴퓨터가 가능할까? 미래형 컴퓨터라 불리는 광컴퓨터는 빛의 특성을 이용하여 논리·연산을 하는 초고속·초대용량의 컴퓨터를 말한다. 정보, 이미지 등을 빛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광학 소자를 동일 기판 위에 집적한 광집적회로가 필요하다. 최근 국내 한 연구팀이 빛의 성질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는 메타물질을 이용하여 광파의 경로를 제어하는 기술을 제시했다. 이 기술은 광집적회로에 응용할 수 있어 광학컴퓨터의 실현이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노준석 교수‧박사과정 김민경씨 팀이 하한 없이 넓은 광대역 주파수에서 작동하는 위상학적*1 메타물질을 제시했다. 이 연구 성과는 광학 및 물리 분야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옵티컬 머터리얼스((Advanced Optical Materials)’와 ‘피지컬 리뷰 B(Physical Review B)’에 게재됐다. 메타물질은 빛의 파장보다 작은 단위의 구조체로 이뤄져 특이한 광특성을 나타내도록 디자인된 물질이다. 빛은 샘플의 표면상태에 따라 쉽게 산란이 되어 손실이 큰데, 위상학적 메타물질을 통하면 샘플의 표면상태와 관계없이 빛이 산란 되지 않고 한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이러한 표면파를 위상학적 표면파라고 하는데 지금까지는 작동하는 주파수 대역이 상한·하한을 동시에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서는 하한 없이 특정 주파수 이하의 모든 주파수에서 작동되는 메타물질을 디자인하여 위상학적 표면파의 작동영역을 넓혔다. 또한, 메타물질의 대표적인 장점은 광밴드구조*2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 특성을 활용하면 위상학적으로 다른 광밴드가 ‘점(Nodal point)’이 아닌 ‘면(Nodal Surface)’에서 만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와 같이 위상학적 면을 가진 광학적 물질이 제시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구조체의 크기나 간격 또는 격자 모양 등 세부 디자인에 따라 위상학적 특정을 가지기도 하고 잃어버리기도 했던 기존연구와 비교하면 세부 디자인에 관계없이 특성을 유지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작동 주파수가 넓은 메타물질의 위상학적 안정성을 활용하면 빛을 특정 방향으로 인도하는 웨이브 가이드(Wave Guide), 소형화되고 안정화된 광집적회로 등에 응용이 가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노준석 교수는 “본 연구는 하한 없이 넓은 주파수 영역에서 위상학적 표면파를 갖는 메타물질을 제시하여 광컴퓨터의 핵심인 광집적회로를 구현하는 데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위상학적 면을 가지는 광학 메타물질 연구는 이번 연구가 처음으로 1차원 이상의 위상 물질에 관한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했다”며 의미를 설명했다. 한편, 해당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사업, 글로벌프론티어사업,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 선도연구센터사업(ERC), 글로벌박사양성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1. 위상학(Topology) 위상학은 연속적인 변형에도 변하지 않는 물체의 특성을 연구하는 분야이다. 2. 광밴드구조(Photonic Band Structure) 빛의 운동량에 따른 에너지와의 관계를 나타내는 구조
화공 박태호 교수 공동연구팀, ‘극한 환경’에서 ‘굳건한’ 유기 태양전지 개발
[POSTECH–UNIST 공동연구팀, 자외선 가교결합-식품첨가제 이용해 태양전지 생산] 햇볕이 가장 강렬하게 내리쬐는 적도나 고온 지방에서 태양광은 태양전지의 무한한 에너지원이다. 여기서 현재 태양전지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결정형 실리콘계 태양전지에 비하여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유기 태양전지는 일사열에 의해 패널의 온도가 상승하면 발전량이 크게 저하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최근 국내 연구팀이 자외선과 식품첨가제를 이용하여 사막같이 극한 환경에서도 열에 의한 효율 감소를 잡는 유기 태양전지를 개발함으로써 실리콘계 태양전지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화학공학과 박태호 교수·통합과정 이준우씨 팀과 UNIST(울산과기원)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김진영 교수·통합과정 김재원씨 팀이 공동으로 식품첨가제를 사용한 친환경 공정에서 자외선 가교결합*1을 통한 높은 열안정성을 가진 유기 태양전지를 만들어냈다. 이 연구성과는 에너지 분야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 최신판 온라인판에 표지 논문으로 게재돼 관심을 끌고 있다. 공정 측면에서는 지금까지 유기 태양전지 제조 프로세스는 스핀-코팅 기술과 염소화 용매에 의존했다. 이런 용매들은 높은 독성을 가지고 있어서, 제조 공정에 적용된 후에 강에 버려지면 강물을 오염시키거나 야생동물을 죽이는 등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런 이유로 유기 태양전지는 지금까지 연구실 단위에서 제조해왔다. 제조 과정 중에 발생하는 독성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서 연구팀은 비대칭구조를 이용하여 용해도를 향상시켜 염소 화합물 대신 식품 첨가제로도 사용되는 2-메틸란니솔을 사용했다. 이 방법은 비독성 용매를 사용했기 때문에 친환경적이고 대량 생산에도 적합하다. 안정성 측면에서 연구팀은 유기 태양전지의 재료인 반도체 고분자(P2FBTT-Br)에 자외선을 쐬어 결합시키면 고분자 구조가 고정이 되어 사슬처럼 단단히 묶어 줌으로써 열에 의한 결정화를 억제하여 안정성을 확보하였고, 기존 유기 태양전지 연구에서 쓰였던 풀러렌*2 화합물을 비풀러렌 물질로 치환하여 고분자와의 강한 섞임으로 열에 의한 물질 이동 및 엉김도 억제하여 안정성을 더욱 확보하였다. 그 결과, 사막과 같은 극한 조건 하에서도 열과 빛에 의한 효율 손실을 극적으로 줄었다. 연구를 이끈 박태호 교수는 “유기 태양전지는 가볍고 값이 저렴해 미래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지만, 열에 의한 안정성이 낮고 제조 과정에서 사용되는 독성물질 때문에 대량생산이 어려운 단점이 있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자외선 가교 결합 및 비풀러렌 사용과 친환경적인 공정으로 유기 태양전지를 상용화 및 대규모로 제조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글로벌 프론티어 사업 ‘나노기반소프트일렉트로닉스연구단’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1. 가교결합 분자와 분자간에 공유 결합이나 이온 결합처럼 완전한 화학 결합이 형성된 것을 가교 결합이라고 한다. 2. 풀러렌(Fullerene) 탄소원자가 5각형과 6각형으로 이루어진 축구공 모양으로 연결된 분자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같은 탄소로 이루어졌지만, 다이아몬드나 흑연과는 전혀 다른 성질을 가졌다.
기계‧화공 노준석 교수팀, “숨기는 ‘메타표면’이 나노물질도 꿰뚫어 본다”
[메타표면을 이용한 초박막 초고해상도 이미징 구현] 가상현실 판타지 게임 ’앱솔루트 베리어‘에서는 전투 시 모습을 숨기기 위해 ’투명망토‘를 이용한다. 이 ’투명망토‘ 물질로 알려진 메타물질은 빛의 파장보다 작은 크기의 인공원자를 정밀하게 설계해 빛의 성질을 조절함으로써 물체를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메타물질을 현미경에 적용하여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노미터 단위의 아주 작은 분자까지 ‘꿰뚫어’ 볼 수 있게 됐다. 메타물질 분야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노준석 교수‧박사과정 이다솔 씨 팀이 이번에는 메타표면을 레이저 스캐닝 현미경에 적용하여 해상도를 높이는 이미징 플랫폼을 제시했다. 이 연구 성과는 광학 및 물리 분야 학술지 ‘옵티컬 머터리얼스 익스프레스(Optical Materials Express)와 어플라이드 피직스 레터스(Applied Physics Letters)를 통해 소개됐다. 메타표면은 나노 사이즈의 구조체(Meta-atom)들을 배열하여 만든 작고 얇은 메타물질 구조체를 말하는데, 빛을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런 특징을 레이저 스캐닝 현미경에 적용해 축 해상도(Axial resolution)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얻었다. 레이저에서 입사되는 빛과 메타물질에서 반사되는 빛의 간섭효과를 조절해 아주 작은 영역의 데이터, 즉 축 해상도가 증가된 이미지를 획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얻은 2차원의 이미지를 쌓아 올리면 정교한 3차원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한편, 두 물체의 거리가 나노미터 단위만큼 가까워지면 빛의 퍼짐 현상 때문에 현미경으로 보더라도 하나로 보인다. 초고해상도 이미징 기술은 하나로 보이는 두 개의 물체를 구분해 낼 수 있는 기술로 기존의 광학 현미경으로는 관찰할 수 없었다. 연구팀은 메타표면에 특정 패턴을 설계하고 형광 현미경에 적용하여, 관찰하고자 하는 물체에 특정 파장의 빛을 쪼임으로써 기존 시스템보다 1.71배 증가된 결과를 얻어냈다. 지금껏 아주 작은 분자나 세포 속까지 관찰하기 위해서는 광학 현미경에 디지털 마이크로미러 디스플레이(Digital Micromirror Display, DMD)나 스페이셜 라이트 모듈레이터(Spatial Light Modulator, SLM) 같은 전자 장비를 적용해야 했다. 메타표면을 활용하면 수억 원을 호가하는 값비싼 전자 장비를 대체해 수만 원대의 비용으로 초고해상도 현미경(10nm 미만)과 광학 현미경(150~200nm) 사이에 있는 100~150nm 크기의 물체를 관찰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생물, 나노, 의학, 병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물·물리 현상을 규명하는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준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메타표면을 이용하여 해상도를 높일 수 있는 이미징 플랫폼을 제시한 것으로 메타물질의 새로운 응용 분야를 개척한 것”이라며 “앞으로 초박막 메타표면의 장점을 활용하여 집약된 이미징 시스템이나 광학 소자 개발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한-오세아니아협력기반조성사업, 중견연구사업, 글로벌프론티어사업,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 선도연구센터사업(ERC)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화학 장영태 교수팀, 암 줄기세포만 콕 집어 빛 밝히는 형광물질 개발
[생체 환경에서 암 줄기세포와 결합 … 항암 효능도 확인] 암 줄기세포만 선택적으로 추적하는 새로운 형광물질이 개발됐다. 화학과 장영태 교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단장 김기문) 장영태 부연구단장) 연구팀은 암 줄기세포를 표적하는 형광물질 타이니어(TiNIR)*1 를 개발하고, 동물실험을 통해 항암 치료 가능성을 확인했다. 우리의 신체는 줄기세포를 통해 성장과 재생을 반복한다. 암 조직에도 줄기세포가 있다. 종양근원세포로도 불리는 암 줄기세포는 종양을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세포다. 수술이나 항암치료로 눈에 보이는 암을 제거하더라도 암 줄기세포가 살아남으면 재발 확률이 높아진다. 게다가 암 줄기세포는 손상된 암세포를 복구시키고, 세포 밖으로 약물을 배출시키는 특성이 있어 암 치료를 더 어렵게 만든다. 암의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암 줄기세포를 식별해 제거하는 일이 중요하다. 하지만 기존 탐지 기술은 암 줄기세포만을 뚜렷하게 구분하기 어려웠다. 또 탐지체(프로브)가 세포 내부 바이오마커에 접근하지 못해 생체 환경에서 탐지가 어렵다는 한계도 있었다. 연구진은 암 줄기세포에서 HMOX2*2라는 단백질이 특이적으로 높게 발현됨을 확인하고, 이를 바이오마커로 표적해 결합할 수 있는 새로운 형광 프로브 타이니어(TiNIR)를 개발했다. 저농도의 타이니어를 세포에 주입하면 HMOX2 단백질과 결합해 적외선 영역의 형광을 내며 암 줄기세포를 시각화한다. 살아있는 암 줄기세포를 염색하지 못했던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이후 생쥐에 타이니어를 직접 주입해본 실험에서도 높은 선택성으로 살아있는 암 줄기세포를 추적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어 연구진은 고농도 타이니어를 통한 항암 치료 효과도 확인했다. 연구진은 폐암을 유발한 생쥐에게 100μM(마이크로몰 농도)의 고농도 타이니어를 이틀 간격으로 반복 주사했다. 약물을 처리하지 않은 쥐는 종양이 점점 자라나 무게가 1.14g에 이른 반면, 고농도 타이니어를 주사한 쥐의 경우 종양의 생장이 억제돼 그 무게가 0.16g에 불과했다. 생존율도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 발생 85일 이후 폐암 쥐가 생존할 확률은 거의 없지만, 고농도 타이니어를 주사한 경우 생존율이 70%까지 대폭 증가했다. 장영태 부연구단장은 “고농도의 타이니어가 HMOX2의 기능을 억제하기 때문”이라며 “HMOX2의 기능이 억제되면 암 줄기세포 내 활성산소종(ROS)이 축적되고, 이는 세포의 자살을 유도하는 것은 물론 줄기세포로서의 특성을 잃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암 줄기세포를 환자에서 추적하고 제어할 수 있는 형광물질 기반 프로브를 개발한 것으로, 향후 암의 사후 관리와 치료율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암 줄기세포가 다른 기관으로 암을 전이시키는데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연구진은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암의 전이 능력까지 억제할 수 있는 프로브를 찾아 나설 계획이다. 장 부연구단장은 “이번 연구는 새로운 바이오마커와 형광 프로브의 발견을 통해 암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폐암뿐만 아니라 다른 종류의 암도 표적할 수 있음이 확인된 만큼 추가 연구를 통해 범용 암 치료제를 개발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화학분야 권위지인 미국화학회지(JACS,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IF 14.695) 8월 22일자 온라인 판에 실렸다. 1. TiNIR(TIC NIR probe) 종양근원세포(TIC, 암 줄기세포)를 탐지하면 근적외선 영역대의 빛을 내는 형광물질 2. HMOX2(Heme Oxygenase2) 헤모글로빈의 색소 성분인 헴(heme)을 분해해 생체 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효소
화공 차형준-기계 임근배 교수 공동연구팀, 해양생물 유래 접착단백질 기반의 체내외 상처 봉합용 마이크로니들 접착 패치 개발
[홍합 접착단백질의 우수한 표면 접착과 기생충 유래의 팽윤성 기생 원리를 이용한 약물전달 능력을 갖춘 생분해성 접착 패치] 화학공학과 차형준 교수 연구팀(주연구자 전은영 박사)과 기계공학과 임근배 교수 연구팀(이중호 박사과정)은 해양생물인 홍합이 만드는 접착소재와 기생충의 팽윤성 입의 기생 원리에 착안하여, 단백질 기반의 국소 팽윤이 가능한 마이크로니들 접착 패치를 제작함으로써, 봉합사를 이용한 완전 봉합 및 재생이 어려운 상처 조직에 쉽고 빠르게 적용 가능한 새로운 개념의 생분해성 생체 접착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해양수산부가 지원하는 「해양수산생명공학 R&D」 사업 중 “해양 섬유복합소재 및 바이오플라스틱소재 기술개발” 과제의 지원을 받아 얻어낸 성과물이다. 종래의 상처 봉합을 위해 주로 사용되는 봉합사 및 스테이플과 같은 기계적 고정법의 경우, 강하고 깊은 투과로 인한 조직 손상, 흉터, 체액 누출 및 연약한 조직에 적용 불가 등과 같은 문제점이 계속적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의료용 접착제에 대한 연구가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 사용 중인 시아노아크릴레이트와 피브린 등의 의료용 제품의 경우, 생체 독성, 부족한 생분해성 및 제한적인 조직 접착능으로 인해, 혈액 및 체액이 존재하는 체내 상처 조직에는 적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우수한 생체 접착력, 누공 밀폐력, 생체 적합성, 생분해성 등을 갖춘 새로운 의료용 접착 소재의 개발이 절실하다. 마이크로니들 기술은 피하주사바늘과 달리 조직층을 관통하는 마이크로 크기의 채널을 형성하여, 통증 없이 국부적이고 효과적인 약물 전달 플랫폼으로 각광받고 있다. 주로 백신, 호르몬 등을 포함하는 유효 물질을 빠르게 경피 내로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개발되어 왔다. 연구팀은 이러한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생체조직 접합에 활용하기 위해 기생충의 팽윤성 입에 착안한 생분해성 마이크로니들 접착 패치를 개발하였다. 비팽윤성 실크 피브로인 내부층과 팽윤성 홍합 접착단백질/히알루론산 외곽층으로 구성된 이중 층의 마이크로니들 구조를 고안하여, 안정적인 조직 투과 후 뒤따른 외곽층의 빠른 체액 흡수에 의해 원래 부피보다 6배 가까이 부풀 수 있어, 물리적 고정 효과와 홍합 접착단백질 기반의 우수한 표면 접착능력을 통해 안정적인 조직 접합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또한, 돼지 소장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젖은 생체 표면에도 쉽고 빠르게 적용 가능하며, 사람의 평균 동맥 혈압보다 높은 수준의 누공 밀폐력이 입증됐다. 더 나아가, 쥐를 이용한 높은 장력을 동반하는 피부 창상 모델과 누액 및 지속적인 연동운동을 동반하는 소장 누공 모델에 적용하여, 우수한 상처 봉합뿐만 아니라, 생체적합성 및 생분해성이 확인되어, 의료용 생체 소재로서 그 활용 가치가 입증되었다. 이번에 개발된 해양생물 유래의 마이크로니들 접착 패치의 경우, 기존의 조직 접착제와 달리 조직 내로 직접적인 약물전달 능력도 확인되어, 상처 부위에 접착 패치 역할을 하는 동시에, 마이크로 채널 형성을 통한 약물전달을 통해 만성궤양, 비대성 흉터, 피부암 등의 다양한 질병 치료의 목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어 더욱 기대를 모은다. 이번 연구결과는 생체 소재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바이오머티리얼즈(Biomaterials)’에 온라인 게재되었으며, 특허 출원을 통해 원천 지식재산권도 확보하였다. (논문명: Bio-inspired swellable hydrogel-forming double-layered adhesive microneedle protein patch for regenerative internal/external surgical closure) 연구를 주도한 차형준 교수는 “개발된 국소 팽윤이 가능한 생분해성 마이크로니들 접착 패치는 젖은 생체 표면에도 쉽고 빠른 적용 및 약물 전달이 가능하여, 봉합사 적용이 매우 어려운 상처 조직 및 완전한 누액 차단을 요구하는 장 천공 등에 커다란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기계 이상준 교수팀, 바닷물에서 리튬 캐내는 방법 개발
[금속-유기 골격체를 이용한 리튬 회수 간단 방안 제안] 우리가 매일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 태블릿PC, 노트북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에는 리튬이라는 희토류가 들어간다. 리튬은 남미와 중국, 호주에 90% 이상 매장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전량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수요가 공급을 앞서 리튬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POSTECH 연구팀이 바다에 녹아있는 2,300억 톤의 리튬으로 눈을 돌려 바닷물에서 리튬을 캐내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기계공학과 이상준 교수와 박사과정 박성호 씨는 알긴산 비드(bead)와 인산염 금속-유기 골격체(metal-organic framework, 이하 MOF)를 이용하여 바닷물에서 리튬을 회수하는 새로운 방안을 제안했다. 이 연구 결과는 저명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알루미늄 금속을 가교제로 사용하여 합성된 알긴산 비드가 알루미늄의 강한 정전기적 반발력 때문에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을 강하게 밀어내고, 리튬을 효과적으로 흡착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또한, 알긴산 비드 내부에 비정질(amorphous) 구조의 인산염 MOF를 충분히 자라게 하면, 리튬이 더 이상 흡착되지 못하고 강하게 반발하는 성질을 이용해 물과 리튬을 쉽게 분리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이용하면 물에 녹아있는 이온과 유사한 크기의 분자들을 선택적으로 흡착해 리튬을 효율적으로 채굴할 수 있게 된다. 연구팀이 개발한 합성물은 복잡한 공정을 거치지 않아도 돼 간단한 시설로 손쉽게 제작할 수 있다. 이는 재료비와 저렴한 공정비용으로 해수나 염수로부터 리튬을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적 활용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본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화공 용기중 교수팀, ‘나노잎’이 수소에너지 만든다
[수소에너지 생산 위한 나노잎 촉매 개발] 빛을 이용해 양분을 만들고, 산소를 만드는 일은 모두 조그만 녹색 잎에서 일어난다. ‘녹색공장’이라고도 불리는 잎은 광합성을 해서 만든 양분을 조직에 나눠 식물을 먹여 살리고, 산소를 배출해 모든 생명체가 살 수 있게 해준다. 최근 자연 잎의 광합성 메커니즘을 모방해 친환경 청정에너지인 수소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나노잎 촉매(Biomimetic nanoleaf electrocatalyst)’가 개발됐다. 화학공학과 용기중 교수첸 빈(Chen Bin) 박사 팀이 최초로 외떡잎식물의 잎을 모방해, 수소에너지를 만드는 물분해 과정에서 산소 발생을 촉진시키는 ‘나노잎 촉매’ 개발에 성공했다. 이번에 개발된 나노잎 촉매는 기존 촉매보다 최대 9.3배까지 촉매 활성이 향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수소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물을 산소와 수소로 분해해야 한다. 물분해 반응은 수소발생촉매와 산소발생촉매 반응에 의해 진행되는데 이중 상대적으로 반응이 어려운 산소발생촉매를 개발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연구팀은 대부분이 한해살이인 외떡잎식물이 나란한 잎맥으로 수분과 양분을 효율적으로 전달하여 광합성을 하는 것에 착안해, 자연 잎의 장점을 그대로 모사한 나노잎을 개발했다. 물과 양분을 전달하는 잎맥을 본딴 ‘산화구리(CuO) 나노와이어’ 위에 광합성 작용을 일으키는 잎몸 구조를 모방한 ‘층상이중수산화물(LDH)’을 합성해낸 것. 나노잎 촉매는 잎몸, 즉 LDH 판상구조가 넓은 표면적을 이용하여 산소 발생 반응을 촉진하고, 잎맥인 나노와이어가 전하를 빠르게 수송함으로써 산소 발생 효율을 대폭 향상했다. 뿐만 아니라 안정적이고 유연성(flexibility)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나 활용성이 매우 높다. 연구팀 용기중 교수는 “나노잎 촉매의 개발로 물분해 반응에서 가장 어려운 산소 발생 반응을 획기적으로 촉진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물분해를 통한 수소에너지 생산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에서 지원하는 한국연구재단 ‘2019년 이공분야 기초연구사업 중견연구과제 지원’ 연구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인터뷰] 국종성·민승기·최원용 교수 연구팀, 폭우에 폭염에...지구 몸살에 '과학 기술'로 처방나선 이들
페루와 칠레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고, 인도네시아에서는 심한 가뭄이 들었다.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최고 4℃ 이상 높았다. 한반도에도 극심한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발생,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혔다. '엘니뇨'를 연구하는 기후학자들에게 1997~1998년은 중요한 해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슈퍼 엘니뇨가 전 세계의 기상 지도를 바꿔 놨기 때문이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의 바닷물 수온이 올라가는 현상으로, 평소와 달리 따뜻해진 바닷물은 불어야 할 무역풍을 악화시켜 예상치 못한 폭우와 가뭄을 일으킨다. 국종성 교수에게도 1998년은 특별하다. 그는 "엘니뇨 중 가장 컸던 슈퍼 엘니뇨지만 당시에는 예측할 수 있는 모형이 없었다"며 "1998년 석사 연구로 엘니뇨 예측 모형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현재 기상청에서 엘니뇨 예측 모형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엘니뇨 연구만 20년째 하는 있는 그는 다양한 연구로 지구 온난화의 비밀을 파헤치고 있다. 지난해 김진수 박사과정생과 정수종 중국 남방과기대 교수와 공동 연구를 통해 기후변화로 토양의 수분이 줄며 이 때문에 엘니뇨에 의해 육지 온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온실가스로 인해 증폭된 엘니뇨가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의 탄소흡수능력을 많이 감소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제기했다. 국 교수는 "탄소는 모든 생물의 구성 원소다. 이산화탄소가 식물의 광합성을 통해 유기물로 바뀌듯 끊임없이 순환하며 생태계를 유지한다"며 "엘니뇨가 탄소순환에 관여한다는 것은 다양한 연구로 알려져 있었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해 관련성이 커진다는 연구는 처음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1년 반 뒤 일어날 엘니뇨를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했다. 그동안은 6개월 전에만 예측이 가능했던 만큼 엘니뇨를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국 교수와 박재흥 박사팀, 일본해양과학기술센터가 함께 한 이번 연구는 대서양 온난역(대서양 웜풀)을 통해 17개월 이후의 엘니뇨와 라니냐를 예측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더욱이 대서양 온난역을 이용한 연구는 기존에 엘니뇨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던 태평양 효과나 인도양 효과와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예측 기간이 길면서도 그 정확성이 기존의 예측인자에 비해 떨어지지 않아 학계에서도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국 교수는 "최근 들어 대서양의 해수면 온도 상승이 다른 지역보다 크기 때문에 대서양 온난역에 대한 기후학적 연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 초에는 엘니뇨와 열대 대양 간 상호작용을 밝혀 엘니뇨의 장기 예측을 가능케 했다. 국 교수와 함유근 전남대 교수, 웬주 카이 호주연방과학산업기구(CSIRO) 박사를 비롯해 전 세계과학자 35명이 함께 한 이번 연구는 열대 인도양과 대서양 그리고 엘니뇨가 상호작용을 통해 기후 변동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연구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지에 지난 2월 게재됐다. 그동안 엘니뇨의 영향에 대한 연구가 많았지만 열대 인도양과 대서양이 엘니뇨에 영향을 미치고, 이런 상호작용이 전 지구 기후 변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1990년 이후 대서양의 온난화가 빨라지고 있지만 대서양이 엘니뇨의 변동과 지구 온난화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상호작용에 주목했다"며 "기후 모형을 통해 열대 대양 간의 활발한 상호작용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지구적 이상 기후를 유도하는 대기 순환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국 교수는 엘니뇨가 한반도에 미치는 연구도 집중하고 있다. 엘니뇨가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만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1979년부터 2016년 8월 22일까지 총 42개 한반도 관측소의 일평균 강수와 기온을 활용해 분석, 연구 결과를 '2016 엘니뇨 백서'에 담았다. 그는 "엘니뇨는 큰 지역에 대한 예측으로 작은 지역에 대한 예측이 없다 보니 엘니뇨에 의한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물어오면 원론적인 답 밖에 하지 못했다"며 "이에 기상청과 함께 만든 백서에 엘니뇨와 한반도 기후 관련성에 관한 내용을 넣었다"고 피력했다. 국 교수는 이제 엘니뇨의 '다양성'에 주목해 다양한 엘니뇨의 메커니즘을 밝히고자 한다. 지구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엘니뇨의 종류와 발생 과정이 갈수록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그는 "그동안은 엘니뇨에 대한 평균적 연구가 주가 됐다면 이제는 엘니뇨가 갖는 다양성에 주목하고자 한다"며 "엘니뇨마다 발생원인과 특징이 다른 만큼 각국의 기상에 끼치는 영향도 다양할 수 있다. 엘니뇨를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가는 연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빨라지는 여름은 인간이 발생시킨 온실가스가 원인이다." 기후 변화의 원인을 규명하는 민승기 교수의 진단은 명쾌하다. 한반도의 봄은 뜨거워지고 있으며, 여름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런 현상의 주범은 다름 아닌 인간의 활동에 있다고 말한다. 그가 한반도의 봄철 이상기후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13년. 기상청이 이례적인 봄철 폭염주의보를 발효, 기후학자로 원인을 찾는 연구를 시작했다. 민 교수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전 지구를 대상으로 한다. 전 지구의 평균 온도가 오른다고 해서 모든 지역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한반도 같은 작은 지역에서 전 지구 평균 온도로 이상기후의 원인을 찾기는 힘들다. 하지만 폭염 등 재해는 지역에서 발생하니 이에 관한 연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지역 관점으로 돌린 그는 2017년 한여름처럼 달궈진 한반도의 봄철 이상현상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당시 5월 평균기온은 18.7℃로 1973년 이후 가장 높았다. 5월 29일 밀양의 최고 기온은 36.6℃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평균보다 8일 정도 일찍 여름이 시작됐고, 경상도와 전라남도는 이례적으로 폭염 특보가 발표되기도 했다. 민 교수는 영국 옥스퍼드대 기후모델링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한국의 이른 여름과 기록적인 이상고온 현상이 인간의 활동에서 비롯했음을 최초로 확인했다. 연구팀은 인간에 의해 증가한 온실가스로 이른 더위가 찾아올 가능성이 예년보다 최대 3배까지 높아졌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는 '미국기상학회보'지 특별호에 실리며 학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이상기후는 주기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갑자기 발생했다 사라지기에 관측 기록도 많지 않아 원인을 찾기가 어렵다"며 "직접 실험을 할 수 없기에 가상의 지구를 만들고 반복되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원인을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지역 분석에 사용되는 전지구기후모델(GCM)과 특정 지역 연구에 사용되는 고해상도 지역기후모델(RCM) 모의자료를 활용해 인간 활동이 포함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기상 이변 발생 결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2017년 한국에서 발생한 기록적인 5월 이상 고온과 빠른 여름의 시작은 온실가스의 증가로 인해 그 발생 가능성이 2~3배 증가했음을 밝혀냈다. 민 교수는 "봄철 불볕더위는 여름이 빨라짐을 말해주는 현상이다. 결국 여름이 길어짐을 의미하기도 한다"며 "앞으로 온난화가 지속되면 봄철 폭염 횟수도 증가하고 그 세기도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 옥스퍼드대 연구팀의 '웨더앳홈(Weather@home)' 프로젝트를 활용했다. 이는 지구 전역에 있는 컴퓨터 사용자에게 기후 모델을 내려받게 하고,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유휴시간을 이용해 기후 데이터를 분석하도록 한 것이다. 그는 "기후분석은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해 분석하려면 슈퍼컴퓨터만 가능한데 웨더앳홈은 분산컴퓨팅으로 단일 슈퍼컴퓨터를 사용하는 것보다 빠르게 고해상도의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반도 등 작은 지역은 해상도가 낮으면 정확한 분석을 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에는 가로, 세로 약 50km 단위의 고해상도 모델을 얻을 수 있어 정확도를 높였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지난해 여름의 폭염에 관해서도 분석해 논문에 투고 중이다. 연구팀은 이제 폭염의 원인에서 폭염의 지속 기간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자 한다. 폭염의 강도로 이상기후 원인 분석에 중요한 요소이지만 폭염의 지속 기간은 더 큰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민 교수는 "이상기후에 대한 원인 파악에 있어 범위가 전 지역에서 지역으로 좁혀져 가고 있으며 이상기후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폭염은 온도와 함께 지속 기간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해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이상기후의 원인 분석을 위해 강수량에 대한 연구도 이어갈 계획이다. 강수량은 가뭄, 물난리 등의 재해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강수량에 대한 관측 자료가 부족해 도전적인 과제가 될 수 있다. 그는 "이상기후에 대한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정확한 관측 자료와 성능 좋은 모델이 필요한데 강수량에 대해서는 관측 자료도 모델도 성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민 교수는 온난화에 대한 기후변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인 만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예측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 교수는 "기후변화 연구에 있어 목표는 정확한 예측을 하는 것이다. 과거의 연구를 바탕으로 연구가 진행돼야 정확한 미래를 예측해낼 수 있다"고 피력했다. 얼음이 햇빛과 결합해 바다에 철분을 공급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한 연구는 지난 2010년 세계 최고의 과학 전문지인 '사이언스(Science)' 편집장 선정논문으로 소개됐다. 당시 연구 결과는 산화철이 미세조류에게 필요한 철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얼음'의 역할을 새롭게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됐다. 9년이 지난 지금. 이 연구는 지구 온난화의 속도를 늦추는 대응 기술로 연구가 활발하다. 최원용 교수와 극지연구소 김기태 박사는 얼음 속에 존재하는 산화철 분진 입자가 햇빛에 의해 미세조류에 필요한 철분으로 쉽게 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극지방의 얼음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의 원리를 밝혀낸 것이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한림대학교, 스페인 물리화학연구소와 공동 연구로 이뤄졌으며, 환경 분야 국제 학술지 '환경 과학&기술' 표지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 교수는 "과거 실험실에서 산화철 입자를 얼렸다가 태양 빛을 쪼여 녹이면 산화철 입자가 물속에서 있을 때보다 잘 녹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당시 우연한 발견이었지만 학계에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 내용은 김 박사의 첫 번째 논문이 됐다"고 회상했다. 김 박사는 POSTECH 졸업 후 극지연구소로 옮겨서도 관련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연구팀은 미세조류의 생산을 증가시키는 화학반응이 극지 바다의 얼음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극지방에서 지구 온난화를 늦추는 주요 인자는 얼음 속 철분과 미세조류, 그리고 바닷물 속에 있는 요오드 성분이다. 미세조류는 단세포 조류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온난화를 완화하는 주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극지방 바다에서는 미세조류의 번식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미세조류를 많이 생산하기 위해서는 철 이온이 필요하다. 최 교수는 "극지방 바다에서 미세조류가 자라기 위해서는 영양분으로 철분이 필요하다. 산화철 형태는 미세조류 생산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며 "하지만 극지방 얼음에서는 산화철을 철 이온으로 바꾸는 화학반응이 일어나, 미세조류의 성장을 돕게 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원인으로 연구팀을 '동결농축효과'를 주목했다. 최 교수는 "통상적으로 용액을 얼리면 반응이 늦어진다고 생각하지만 동결농축효과는 이론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얼리면 반응이 더 빨리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얼음은 완전한 고체가 아니다. 얼음 결정 사이에 얼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이곳에서 철 이온으로 변하는 화학반응이 일어나게 된다"고 덧붙였다. 얼음 결정 주위의 화학반응은 철 이온과 함께 요오드 가스를 생산하는데 요오드 가스는 오존을 파괴하고 구름 생성을 촉진하는 미세입자를 형성하기에 태양빛을 반사해 지구를 식히는 역할을 한다. 최 교수는 "미세조류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대기 중으로 방출된 요오드 가스는 구름 응결핵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구름 입자가 많아지면 태양 빛을 반사하게 된다"며 "이런 현상이 글로벌하게 일어난다면 기후 변화를 저하하는 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이번 연구는 실험실 내 연구로 자연계에서 가능할지는 향후 연구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며 "아직 연구 결과가 지구 온난화를 막는 데는 역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연구가 축적되면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는 이상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