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온 공정 가능한 이종접합 트랜지스터 개발… 복잡한 회로 단일 소자로 구현]
스마트폰이 손 안에 들어온 지 20년도 채 되지 않아, 이제 AI까지 손목 위에서 돌아가는 시대가 됐다. 문제는 기기는 작아지는데 처리해야 할 데이터와 기능은 오히려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POSTECH 연구팀이 이 모순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아냈다.
POSTECH 전자전기공학과·반도체공학과 이병훈 교수, 전자전기공학과 전재현 박사 연구팀이 하나의 반도체 소자만으로 여러 회로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트랜지스터 기술을 개발했다. 회로는 훨씬 단순해지고, 데이터 처리 속도는 기존 대비 4배 더 빨라졌다. 이번 연구 성과는 재료·소자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반도체 산업의 과제 중 하나는 ‘더 작은 칩 안에 더 많은 기능을 넣는 것’이다. 기능이 늘어날수록 필요한 회로와 트랜지스터 수도 증가하는데 이미 만들어진 반도체 칩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때는 기존 칩 구조를 보호하기 위해 400도 이하 저온에서 후공정(BEOL)1)이 진행되어야 한다.
연구팀은 ‘산화아연(ZnO)’과 ‘텔루륨(Te)’에 주목했다. 두 물질은 200도 이하에서도 얇고 균일하게 제작할 수 있어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아 왔다. 연구팀은 이 둘을 결합해 'ZnO-Te 이종접합2) 트랜지스터'를 만들었다.

이 소자는 전류 흐름을 매우 독특하게 조절한다. 전압이 올라가면 전류도 함께 증가하는 일반적인 반도체와 달리, 특정 구간에서 오히려 전류가 감소하는 ‘부성 미분 트랜스컨덕턴스(Negative Differential Transconductance, NDT)3)’ 특성을 보였다. 연구팀은 하나의 소자 안에서 이 현상을 두 번 연속 발생시키는 ‘이중 부성 미분 트랜스컨덕턴스(D-NDT)4)’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쉽게 말해, 여러 명이 나누어서 하던 일을 한 사람이 처리할 수 있도록 해 복잡한 회로를 줄이는 방법이다.
비결은 두 소재가 겹치는 길이를 정교하게 조절한 데 있다. 겹치는 구간이 짧을 때는 전류가 한 번만 변하지만, 구간이 길어지면 소자 안에서 가로·세로 방향 전류가 동시에 형성되면서 전류 피크가 두 번 만들어진다. 일직선으로 흐르던 전류가 입체 교차로를 만난 것처럼 더 복잡한 신호 처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연구팀은 이 소자를 이용하여 입력 신호 하나를 네 개의 신호로 바꿔주는 '주파수 4체배기5)'를 구현했다. 원래는 여러 개의 트랜지스터가 필요했던 기능이지만, 이번 기술은 단일 소자만으로 이를 구현했다. 필요한 트랜지스터 수를 75% 줄인 셈이다. 또한, 실제 회로 실험에서는 하나의 입력 신호 주기 안에서 데이터 처리 속도가 4배 증가하는 것도 확인했다.
POSTECH 이병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복잡한 회로 기능을 단일 소자 수준에서 구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며 “향후 초소형 AI 기기나 3차원 고집적 반도체 시스템 개발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국가반도체연구실 지원핵심기술개발사업, 나노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fm.74948
1. BEOL(Back-End-Of-Line): 칩 제조 과정 중 금속 배선을 연결하는 후공정. 이번 연구의 소자는 200℃ 이하 저온에서 제작되어 BEOL 공정 및 3차원 적층 집적(3D integration) 기술과 호환된다.
2. 이종접합(Heterojunction): 특성이 다른 두 개의 반도체(본 연구에서는 n형 ZnO와 p형 Te)를 결합한 소자로, 서로 다른 전하 수송 특성을 이용해 독특한 비선형 전기적 응답을 구현할 수 있다.
3. 부성 미분 트랜스컨덕턴스(NDT, Negative Differential Transconductance): 게이트 전압이 증가하는 과정에서 특정 구간 이후 전류가 오히려 감소하는 현상이다. 일반 트랜지스터와 다른 비선형 응답을 보이기 때문에, 주파수 체배나 다치 로직 같은 특수 회로 응용에 유리하다.
4. 이중 부성 미분 트랜스컨덕턴스(D-NDT, Double Negative Differential Transconductance): 하나의 소자 전달 특성에서 NDT 피크가 두 번 나타나는 현상이다. 입력 신호가 이 두 피크를 순차적으로 통과하면서 한 주기 내 여러 번의 출력 응답을 만들 수 있어, 고차 주파수 변환에 활용된다.
5. 주파수 4체배기(Frequency Quadrupler): 입력 주파수를 4배로 변환해 출력하는 회로 또는 소자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여러 개의 소자와 복잡한 회로 구성이 필요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단일 단계 소자 기반으로 구현됐다.
이병훈 교수
전자전기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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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현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