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닌 화학 개질로 성능·경제성·환경성 모두 향상]
땅에 묻으면 분해되는 '친환경 플라스틱'. 가격도 비싸고 생각보다 친환경적이지도 않다. 그런데 국내 연구팀이 나무로 종이를 만들고 남은 부산물로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제시했다.
최근 POSTECH 화학공학과 한지훈 교수, 통합과정 권기현 씨 연구팀이 KIST RAMP융합연구단 최용석 선임연구원, 전남대 석유소재화학공학과 변재원 교수와 함께 목재 가공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리그닌(lignin)'을 활용하여 생분해성 플라스틱 성능, 친환경성을 모두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화학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Chemical Engineering Journal’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중 가장 활발히 연구되는 소재는 'PBAT1)'다. 일정 조건에서 자연 분해되기 때문에 포장재나 농업용 비닐에 쓰기 좋아 보이지만, 문제가 있다. 원료 대부분 여전히 석유에서 나오는 데다 가격도 비싸다. 리그닌이나 셀룰로스 등 식물에서 추출한 물질을 섞는 방법도 있지만 이러한 천연 소재는 PBAT와 잘 섞이지 않아 많이 넣을수록 오히려 플라스틱이 약해졌다.
연구팀은 리그닌의 화학 구조를 다양하게 바꿔 PBAT와 가장 잘 맞는 형태인 '페놀화 리그닌(phenolated lignin)‘을 찾아냈다. ’페놀화 리그닌‘은 PBAT 안에서 최대 20wt%2)까지 균일하게 퍼졌고, 플라스틱이 잘 찢어지지 않고 버티는 힘인 ‘인성(toughness)’도 기존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소재 간의 궁합을 고려한 설계를 통해 고분자 복합재의 성능을 높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연구팀은 환경성과 경제성까지 고려해 이 기술의 산업 적용 가능성도 분석했다. 그 결과, 이 기술을 적용하는 경우 기존 PBAT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11% 감소하고, 생산 비용도 약 12%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친환경 소재는 비싸고 성능도 떨어진다는 기존의 일반적인 인식을 뒤집는 결과다.
또한, 페놀화 리그닌은 빛을 차단하는 기능도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잡초 억제와 토양 온도 유지를 위해 사용하는 농업용 멀칭(mulching)3) 필름처럼, 햇빛 차단이 중요한 분야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플라스틱 물성을 강화하는 것을 넘어 '기능까지 더하는 친환경 소재'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목재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 고부가가치 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폐자원의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로 기대된다.
한지훈 교수는 “리그닌의 화학적 변형만으로도 플라스틱과의 궁합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라며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우리 생활 곳곳에서 더 친환경적인 선택지가 넓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용석 선임연구원은 “친환경 소재가 성능에서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연구”라며 “바이오 기반 복합소재 개발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석유 대체 원료 기반 친환경 화학소재 개발’ 사업 및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재활용할 수 있는 미래 에어모빌리티 구조용 소재 부품 경량화 플랫폼 기술 개발’ 융합연구단 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16/j.cej.2026.176279
1. PBAT: Poly(butylene adipate-co-terephthalate), 생분해성 고분자 소재
2. wt%: weight percent(중량 백분율), 질량 기준 비율로 전체 무게 중에서 어떤 물질이 몇 % 들어있는지를 나타내는 단위다.
3. 멀칭(mulching): 농작물 주변의 토양 표면을 비닐이나 짚 등으로 덮어주는 농법이다.
한지훈 교수
화학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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