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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박수진 교수 연구팀, “충전 20분, 주행 1,000km” 전기차 '아킬레스건' 없애다

  • 화학
  • 등록일2026.06.11
  • 조회수70

[충·방전 반복해도 안 깨지는 실리콘 배터리 소재 개발]


단 한 번 충전으로 서울에서 부산을 왕복할 수 있는 전기차. 그것도 20분 만에 충전을 끝내고 말이다. 국내 연구진이 전기차 배터리 고질적인 한계를 뛰어넘는 신소재 개발에 성공하면서 이 상상이 현실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POSTECH 화학과 박수진 교수, 제민준 박사 연구팀은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최장욱 교수팀,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이차전지 충전과 방전을 반복해도 쉽게 부서지지 않는 ‘고강도 실리콘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이 연구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전기차의 가장 큰 숙제는 결국 배터리다.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또 얼마나 빨리 충전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지금까지 전기차 배터리 음극재로 가장 많이 쓰인 소재는 '흑연'이지만 흑연은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이 이미 이론적 한계에 다다랐다. 그래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바로 실리콘이다.



 실리콘은 흑연에 비해 최대 10배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어 '꿈의 소재'로 불려왔다. 문제는 실리콘이 충·방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부피가 무려 300%까지 부풀었다 줄어든다는 점이다. 풍선을 반복해서 불면 결국 터지는 것처럼, 실리콘 입자도 갈라지거나 산산조각 났다. 이 때문에 배터리 성능이 빠르게 떨어지고 수명이 짧아지는 것이 실리콘 음극재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기존 연구들이 소재를 그냥 '단단하게'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 연구팀은 반복적인 부피 변화를 버텨내는 '강도'에 주목했다. 단단하면서도 쉽게 금 가지 않는 구조, 즉 깨지지 않는 유리가 아니라 구부러져도 돌아오는 금속 같은 특성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실리콘 산화물 내에 32nm(나노미터) 크기 불화리튬(LiF) 결정을 정밀하게 배치했다. 이는 결정 크기가 작아질수록 강해지지만, 또 지나치게 작아지면 오히려 약해지는 ‘홀-페치(Hall–Petch)1) 법칙’과 ‘역 홀-페치 효과’를 응용한 것이다.  연구팀은 여기에 이온은 잘 통과시키고, 전자는 빠르게 이동시키는 특수 코팅층을 입자 표면에 더해 급속충전 성능까지 함께 잡았다.



 실험 결과, 연구팀이 개발한 소재는 충·방전 과정에서 부피 변화가 18.9% 수준에 머물렀다. 기존 실리콘의 300% 팽창과 비교하면 사실상 '끄떡없는' 수준이다. 실제 전지 평가에서도 10–80% 충전 기준 20분 급속충전 조건으로 1,000회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1.26Ah(암페어시)급 파우치형 배터리에서도 500회 이상 정상 구동을 확인했으며, 에너지 밀도는 1kg당 402Wh(와트시), 부피 기준으로는 1L당 1,125Wh를 기록했다. 현재 시판 중인 전기차보다 훨씬 긴 주행거리를 낼 수 있는 수준이다.


 이 기술이 실제 전기차에 적용될 경우, 한 번 충전으로 약 1,000km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개발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이나 장거리 운전자들이 느끼는 '혹시 중간에 방전되면 어쩌지'라는 불안감, 이른바 '주행거리 불안(Range Anxiety)'이 사라질 날이 가까워지고 있는 셈이다.


 POSTECH 박수진 교수는 "실리콘 음극재가 부서지는 문제를 ‘강도’와 ‘영률’을 동시에 높이는 방식으로 해결했다”라며 “고에너지 밀도와 급속충전을 만족하는 차세대 배터리 상용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대 최장욱 교수도 “나노미터 수준에서 결정 크기를 정밀하게 제어해 성능을 극대화한 것이 핵심”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서울대 공학연구원/이차전지혁신연구소/ 신소재공동연구소, LG에너지솔루션 오픈액세스 출판 비용 지원을 받았다.


▶️ DOI: https://doi.org/10.1002/adfm.202528238


1. Hall-Petch : ‘재료를 이루는 결정 입자가 작아질수록 기계적으로 강해진다’는 법칙이다. 하지만, 너무 작아지면(보통 수십 nm 이하) 반대로 약해지는 '역 Hall-Petch 효과'가 나타난다. 즉, 결정 입자가 작아질수록 기계적으로 강해지다가 특정 구간을 지나면 약해지게 되어, 이들의 교차점이 가장 강한 지점으로 여겨진다.

참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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