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육류 판매 데이터 75만 건 분석… 지속가능성 라벨 프리미엄 확인]
'유기농' 라벨이 붙은 고기는 대개 조금 더 비싸다. 그 뒤엔 환경을 위한 노력이 담겨 있는데, 시장은 이 노력에 제값을 매기고 있을까. POSTECH 정진호 교수 연구팀이 실제 미국 마트 판매 데이터로 답을 확인했다.
POSTECH 인문사회학부 정진호 교수는 미국 농무부(USDA) 다니엘 우퍼(Danielle J. Ufer) 박사, 퍼듀대 농업경제학과 니콜 위드마르(Nicole O. Widmar) 교수, 마리아 베리코우(Maria Berikou) 연구원, 오클라호마주립대 농업경제학과 제이슨 러스크(Jayson L. Lusk) 교수 연구팀과 함께 75만 건의 실제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마트 가격표만으로는 보이지 않던 '지속가능성 라벨'의 프리미엄을 데이터로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현지 기준으로 지난 12일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최근 게재됐다.
‘유기농’, ‘온실가스 저감’, ‘목초 사육’ 같은 '지속가능성 라벨'은 그 고기가 어떤 방식으로 생산됐는지 알려준다. 소비자의 선택을 돕는 정보이면서 생산자에게는 친환경 생산에 더 든 비용을 값에 반영하고 제품을 차별화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라벨이 실제 시장에서 그만큼 값을 인정받느냐다. 그간 연구는 '친환경 고기라면 돈을 더 낼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설문이 대부분이었고, 정말 얼마나 더 비싸게 팔리는지는 밝혀진 적이 없었다.
마트 가격표만으로는 이를 제대로 알 수가 없다. 유기농 소고기가 비싼 이유가 라벨 덕인지, 부위가 좋아서인지, 비싼 매장이라서인지가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웹스크래핑을 활용하여 미국 20개 주요 식료품 체인의 342개 온라인 매장에서 2022년 9월 한 달간 소·닭·돼지고기 판매 정보 약 75만 건을 모으고, 부위와 지역, 유통업체, 판촉 여부 등 조건을 걷어내고 오직 '라벨' 하나가 값을 얼마나 올리는지 분리해 냈다. 마트 몇 곳을 둘러봐선 알 수 없는, 전국 규모로 '라벨의 값'을 뽑아낸 것이다.

그 결과 거의 모든 라벨 제품이 일반 고기보다 비쌌다. 소고기는 목초 사육과 유기농이 각각 약 33%, 닭고기는 목초 사육이 약 17% 더 비쌌고, 돼지고기는 유기농이 약 43%로 값이 가장 높았다. 눈여겨볼 점은 이 차이가 단순히 원가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유기농이나 목초 사육은 손이 더 가니 그렇다고 쳐도, '온실가스 저감', '비유전자변형(Non-GMO)'처럼 소비자가 눈으로 확인할 수도, 원가와 딱 맞아떨어지지도 않는 라벨에도 더 높은 값이 매겨졌다. 시장 데이터로 값이 매겨진 적이 거의 없었던 '온실가스 저감' 라벨마저도 그랬다. 소비자들이 '환경을 위한 가치' 그 자체를 알아보고 값을 치른다는 뜻이다.
또한, 같은 라벨이라도 고기 종류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다. 유기농 돼지고기는 프리미엄이 43%였지만 닭고기에선 7% 수준에 그쳤다. 이는 미국 양돈산업의 생산방식이 워낙 효율화되어 있어 특수한 방식으로 바꿀 때 비용이 크게 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국 시장은 '착한 생산방식'에 실제로 보답하되, 그 크기는 고기와 라벨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이번 연구는 지속가능한 생산방식으로 시도하는 생산자에게 실질적인 나침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을 생각한 노력이 시장에서 제값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친환경 생산방식이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는 근거가 생긴 셈이다. POSTECH 정진호 교수는 "이 방법은 다른 품목이나 국가로도 확장할 수 있어 한국 식품시장에도 적용할 수 있다"라며 "다만 한 달간의 자료에 기반한 만큼, 계절과 판촉 주기를 반영한 시계열 분석은 앞으로의 과제"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 농무부(USDA) 국립식품농업연구소(NIFA) Hatch 사업과 미국 농무부(USDA) 경제조사국(ERS)의 협력연구 과제 지원으로 수행됐다.
정진호 조교수
인문사회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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